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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Stolen Ice 12-2 (해커엘사, 사기꾼안나)

설공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2.21 04: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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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9화-1

9화-2

10화

11화-1

11화-2

11화-3

12화-1




[스토리 개요]

현대물. 오션스11 비슷. 보석도둑 엘사랑 미술품도둑 안나 이야기. 고아였던 자매는 어릴 때 헤어지게 되고, 엘사는 기억상실에 걸려 자신의 이름조차 잃어버리고 만다. 몇 년 뒤 성장해서 서로 자매인줄은 꿈에도 모른 채 한명은 해커이자 보석도둑, 다른 한명은 사기꾼이면서 미술품도둑이 되어 만나게 된다. 무자각 근친.


엘사/제인: 얼음마법 대신 전기능력 있음, 보석도둑. 천재해커. 어릴 때 여동생이랑 헤어지고 당한 사고로 기억상실. 자기 이름도 까먹음. ‘제인’, ‘Ice queen’으로 활동.

안나/A: 사기꾼. 미술품도둑. 연기의 귀재. 활동명 ‘A’로 활동. 이밖에도 사용하는 가명 많음. 어릴 때 언니랑 헤어짐.



오탈자 미리 설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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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제인은 팔 윗부분의 노출된 피부에 엄지 손가락을 댔다. 이윽고 손가락을 떼자 하얀 피부가 붉어지는 것을 제인은 지켜보았다. 아직은 햇볕에 피부가 탔다는 걸 실감할 수는 없지만, 조금만 지나면 피부가 엄청 당길 것만 같다. 그것 때문에 활동범위에 지장을 받지는 않겠지만, 피부가 따갑고 쓰라릴 것이다.


오늘 외출하는 건 잘못된 선택이었을지도 몰라.


알로에 로션 가지고 있으니까 필요하면 얘기해.” A가 말했다.

언제부턴가 A는 자신의 곁에서 나란히 걷고 있었다. 오른편에는 나무들이 줄지어 있었고, 왼편에는 모래사장의 둔덕들이 파도에 따라 씻겨가고 있었다. 세 명의 아이들은 모래성 짓기에 공들이고 있었다. 큰 파도 한 번이면 단번에 무너질텐데. 제인은 건설의 허망함을 떠올리며, 왜 사람들은 이리도 건물 짓기에 혈안이 되는지 궁금해했다. 예측불가의 강력한 자연 앞에 비한다면, 빌딩들은 약하고, 부서지기 쉽다. 인류라는 변덕 앞에서도 부서지기 쉽다. 건축은 매력적이지만 한 순간의 실수에도 무력하게 무너지기 마련이다.


인간관계처럼.


다이아몬드와 달라. 다이아몬드는 시간과 압력으로 제련된 돌이다. 고독함. 그것이 가장 사랑받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최고이기 때문이다: 흠집이 없으며, 날카롭고, 손상되지 않는다. 여타 다른 보석들보다 우위를 점한다.


그러나 그 정상은 꽤 쓸쓸하다.


물에 함 담그러 갈래?’ A는 머리로 바다를 향해 고개를 까딱하며 물었다

그게 가능한 일이라면 말이지, 제인이 뻗뻗하게 굳어간다. 손가락 끝에서 노랑이 번쩍인다. 다행이 A는 바다 쪽을 보고 있어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살았다.


아니.” 그녀는 말했다. “아니, 괜찮아.”

좋아. 너무 무례하지는 않게 말한 것 같다.

수영을 못하는 거야?”

난 수영 안해. 못하는 거 아냐.”

?”

위험하거든.”

아니, 위험하지 않아. 그냥 얕은 곳에서 떠다니면 돼. 피부도 진정이 될거야. 게다가 죠스 영화가 나온지도 엄청 오래됐잖아. 최근에 Sharknado가 나오기는 했지만—“

(역주: Sharknado- 2013년 미국에서 TV 방송용으로 제작된 영화 시리즈)


내가 위험해질거라는 얘기가 아냐.” 제인은 내뱉었다. 장갑을 꼈음에도 손이 서서히 저려오는 게 느껴졌다. 조금이라도 까딱하다간 전기가 새어나갈 것만 같다. 그녀는 목을 한바퀴 돌리고는 팔짱을 껴 전기가 새는 걸 막는다.

미안해. 말이 헛나온 것 같아.” 제인은 말을 이었다. “상태 때문에 어려울 것 같아.” 제인은 손을 들어 흔든다. 장갑이 전기가 새는 걸 막아준다. “수영을 정말 하고 싶었어, 했다면 오늘 이 완벽한—“


완벽한뭐라고 하지? 가장 완벽했던 오후? 10년이 넘는 세월 중에 가장 즐거웠다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평범한……삶을 만끽할 수 있었다고?


놀라울 정도로 다정하게 지낸 하루의 완벽한 마무리가 될 수 있었을텐데 아쉬워. 솔직하게 말하면, 네가 이렇게까지 해줄거라 생각도 못했어.” 제인은 마무리 지었다.

바다로부터 불어온 바람이 제인의 얼굴을 때린다. 모래알갱이가 광대뼈의 선을 따라 자극한다. 그녀는 손을 들어 열상에 붉어진 콧잔등을 살짝 긁는다. 실은 이 일련의 모든 일이 A와 한스가 짜고 쳐놓은 함정이 아닐까. 자연을 무기로 제인을 무력화시키려 한 게 아닐까. 제인의 피부를 햇볕에 타게 해서 움직임에 유연함을 없앴다던지. 쇼핑이 평상복을 집어던지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하면 납득이 안가는 것도 아니다. 그녀의 신뢰를 얻기 위해 A가 일부러 그네 위에서 무너져내리는 술책을 부린 게 아닐까. 그 날 A는 많은 것을 털어놓았고, 그 말에는 진심이 느껴졌었지 속이려는 것 같진 않았다. 그렇게 말하는 것 자체로 제인을 무력화시키고, ‘Ice queen’을 녹이려는 작전이었다면? 고작 몇 번 만나 주고받았을 뿐인데, 제인이 자기를 키스하게끔 뒤흔들어 놓은 게 누구지?


손가락에서 지직소리가 나더니 공기 중에 전하가 쌓여간다.


A는 야자수 나무 기둥에 손을 대려다 충격을 받았다.

젠장, 정전기가 또 나네.” A는 말하며 손을 털어낸다. 마치 손에 묻은 끈적이는 것을 털어내려는 것처럼. 아까 자동차 안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릴 때, 그 자리에서 뺨 대신 손가락마디에 키스를 했다면 A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A의 손가락에 키스를 하는 것이 거북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제인은 생각에 빠졌다.

시발, 발가락까지 저릿하네!” A는 꿈틀댔다. “장담하는데 이걸로 다섯번째야.”

일곱번째야,” 제인은 숫자를 계속 세고 있었다. 정전기와 저릿함 하나하나가 자기 때문이라는 게 너무나도 싫었다. 감전되는 기분은 결코 유쾌한 기분이 아니라는 건 들어서 안다. 희한하게도 자신은 특성 탓인지 내성이 있어 실제로 느낌이 어떤지 모른다.


나 컴퓨터 수업은 받을 수 있는 거지?” A가 접근해온다.

너 왜 이러는거야?” 제인은 결국 묻고 만다. 이전까지는 없어도 문제없었는데, 이젠 확고하게 손에 거의 잡힐 것만 같아 애가 탄다. 마치고체로 된 신기루처럼 잡히지 않아. 하나의 가능성으로조차 보이는 우정의 그림자가. 제인은 무엇보다도 거의라는 말을 싫어했다. 너무나도 불완전한 단어야. 모든 것을 손에 넣지 못할 바에야, ‘조금보다 차라리 없는게 속 편하다. ‘완전함만이 제게 안정감을 준다. 그것이 완전하게 있던’, ‘완전하게 없던간에.

내가 뭘 했는데?”

내게 잘해주는 거.” 제인은 말했다.

나도몰라?” A는 답했다. “내가 원래 좀 그러니까?”

정말? 원래 이런 성격이야?” 그녀는 까끌까끌한 야자수 기둥에 등을 대고, 한쪽 발을 뒤로 들어 기둥에 받치며 심드렁하게 기댄다. 신체는 무관심을 가장했지만, 흔들리는 눈동자는 그러지 못한다. A의 다음 대답을 매우 신경 쓰고 있음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그야, , 내가 지금 널……,” A는 널찍히 떨어져있는 야자수에 시선을 돌리면서 말했다.


이제 오후 한창 때이다. 태양은 무자비하게 내려쬔다. 제인은 A가 태양이랑 닮았다고 생각했다. 둘 다 크고 둥글둥글한데 -물리적인 얘기가 아니라 성격 얘기다- 모든 것을 한데 끌어모으면서 부드럽고도 따스한 빛을 쉼없이 내리쬐어온다. 반면에 제인은 태양보단 달에 더 가까웠다: 어떤 밤에는 불완전하고 차가운 은빛을 겨우 비출 뿐, 심지어 어떤 밤들에는 보이지도 않는다. 달의 그림자도 잘 보이거니와 달에 난 얼룩도 잘 보인다. 그에 비해 태양은 흠결이 보이지 않는다. 오직, 보는 이를 사로잡기도, 눈을 멀게 하기도 하는 밝음만 있을 뿐. 논리적이진 않아도 제인이 태양을 두려워하는 이유기도 했다.

어쩌면 그 탓에 그녀가 A를 두려워하는 건지도 모른다. 화상을 입을 바에야 그 빛에 노출되고 싶지 않다.


넌 내가 널 골려먹이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A는 물었다.

.”


말 돌리지 말아줘, 사라, 제닌, 데스몬드 양, A—


아니거든.”

우리 신뢰 얘기로 다시 돌아오게 되네.”

“나중에 얘기가 또 나올 것 같네,” A는 말했다.

뭔가가 부서질 때까지는. 오늘은 정말…”

환상적이었지. 조금후련하기도 하고.”

환상적이었고 멀리 간 것 같아. 쇼핑하고 친해지고. 우리 이럴려고 온 거 아니잖아.”

네가 마지막으로 쇼핑하면서 노닥거린 게 언제야?” A가 도발해온다.

알아, 안다구. 넌 항상 노닥거리잖아.” 제인이 심술궂게 말했다.

넌 놀랄거야.” A는 속삭였다. “널 가지고 장난친 게 아니야, 반대면 모를까.”

“A.”

.”

“A는 뭐의 약자야? Anonymous (익명)? Jane Doe라고 이름 붙이는 거랑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데.”

(*역주: Jane Doe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성, 주로 시신,에 붙이는 이름)


“A가 뭘 의미하는지는 나만 알아. 다른 누구도 몰라. 나도 그 이상은 몰라도, 적어도 내 이름이 뭔지는 알고 있어.”

좋겠다.” 제인은 말했다.

미안해.”

?”

네게 이름이 없다는 게 미안해.” A는 말했다.

날 동정할 생각하지마. 내가 너처럼 비밀로 하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냥 느낌으로 알 수 있어.” A는 말했다. “그리고 내가 맞다면, 주로 늘 옳지만, 그건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공통점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 그러니까……정말 미안해.”

거기에 뭐라고 답해줘야 할지 모르겠어.”

넌 내게 조심하라고 했잖아. 뉴욕의 SUNY 쇼케이스에서.”

그랬지. 근데…?” 제인은 물었다.

넌 아까 타인에게 조심하라고 얘기한다는 건 그 사람의 안위를 걱정하는 거라고 얘기했잖아. 그리고 네가 얘기한 것처럼…”

제인의 시선은 그녀의 실루엣을 훑는다. 질질 끄는 샌달을 신은 그을린 다리, 딱 맞는 숏팬츠 위로 살짝보이는 오렌지빛 배꼽, 헐렁한 셔츠 위로 제인이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솔직하게 드러낸 표정을 본 것만 같았다.


마치 태양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만 같아.


걱정 받는다는 게 기분이 좋았어,” A는 고백했다. “낯선 사람이나를 신경써준다는 게.”

제인은 대답을 돌려주지 못했다.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근데 넌 이제 더 이상 낯선 사람이 아냐.” A는 말했다. “우린……동류야. 어쩌면 조금 까칠해질 때도 있는 애증관계 비슷한 거라고 할까. 뭔가가 깨질 때까지 말이야.”

깨지는 게 우리 팔다리만 아니길 바래.” 제인이 말했다.

맞아.” A는 키득키득 웃으며 동의했다. 태양에 이끌리는 꽃처럼 몸은 햇빛을 향해 돌린다. “네게 알로에 꼭 빌려줄게.” 그녀는 제인을 쳐다보지 않은 채였다. 제인은 그 찰나가 반가웠다. “네게 꼭 필요할거야.”

제인은 나무 기둥에서 일어나 숲으로 향했다. 이번엔 A가 나란히 걸을 수 있도록 기다려준다.


네게 올라프를 소개시켜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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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노트.

First time in forever는 '태어나서 처음으로'로 한국 번안곡 제목으로 따왔음.


인간발전기여서 물에 들어가면 다른 사람들 감전사 시킬까 걱정하는 엘사양......근데 그렇다고 전기능력있다고 말할 수도 없고ㅋㅋ


다음에는 6화 번역할 예정.

댓추는 늘 감사한 마음으로 보고 있어. 지적도 환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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