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사는 용사님과 있는 시간을 가장 사랑했어. 용사님도 엘사와 있는 시간이 행복해. 가게 안은 안나가 아는 사람들이 태반을 이루고 있었어. 자꾸만 이쪽으로 쳐다보며 손짓하는 몇몇 사람은 반가우면서도 안나를 부담스럽게 할거야.

"어이, 용사! 좋은 사랑 나누고있냐!"
"젊은 처자 굶기면 못써요!"

...저런 말들 때문이야. 웃음소리 가운데에서 안나는 한 마디도 못 뱉고 오리입이 돼서 입술이 쭈욱 내밀어졌어. 도시락만 구입해서 가게를 나올 수밖에. 사람들의 말이 부끄러웠어도 엘사를 잡은 손은 놓지 않았어. 그래서 더 놀림받은거야.


여관 근처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저녁을 먹겠지. 대장간은 아직 일을 못 끝낸 대장장이들이 있는지 불이 여전히 켜져있고 근근이 망치소리도 들려왔어. 용사님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장소인 만큼, 향수를 부르는 소리였어.


어찌보면 냇가에서 만난 남자 말 처럼 이곳에서는 살기 힘들 수도 있겠어. 시장도 형성돼있긴 한데, 가장 중요한 바다도 없을 뿐더러 여기서 터를 잡고 엘사와 다니면 만나는 대장장이 아저씨들마다 놀리고 다닐거야!


다들 어떻게 안건지, 엘사와의 관계를 알고있어. 정말 얼굴에 써있나? 용사님이 지금까지 엘사와 붙어다니고 손잡고 다녔다는 사실만 알았다면 다른사람들이 왜 그런 장난을 쳤는지 알았을 걸, 항상 이런 면에서의 눈치는 발달하지 않는다니까.

"안나는 나와 다니면 부끄러워?"

엘사가 물었어. 엘사에게 닭고기 조각을 받아먹는 올라프는 달달한 하얀빛 소스를 묻힌 닭고기에 집중하는 작은버섯과 다르게 엘사의 대화에 집중했어. 응? 사과조각을 포크로 꾸욱 찌르던 안나가 반응했어.

"안 부끄러워. 왜?"
"안나는 그 사람들이 말하면 부끄러워 하잖아. 나랑 사랑하는 게 부끄러워서 그래?"
"아니야!"

닭고기에 푹 빠졌던 작은버섯이 큰 소리에 깜짝 놀랐어. 올라프는 몸을 움찔거리고. 풀숲에서 울던 벌레도 놀랐는지 찌르르 우는 소리도 멈췄어. 엘사는 안나를 보며 후후 웃었어.

"엘사랑 사랑하는 건 안 부끄러워. 근데..."
"다른 사람이 얘기하면 부끄러워?"
"으응..."
"안나. 당당해야 해. 여기랑 여기에 뽀뽀했다고 말하면 안 돼?"
"저, 절대 안 돼!"

가슴과 배를 가리키는 엘사의 말에 안나는 기겁하며 고개를 저을거야. 엘사는 용사님이 허락한다면 그 사람들에게 안나가 여기, 저기에 다 뽀뽀해 주었다고 얘기할 수 있댔어. 전직마왕은 정말 부끄러움이 한 줌도 없나봐.


안나는 그런 건 다른 사람한테 얘기하는 게 아니라고 말했어. 인간들은 짝짓기를 비밀스럽게 하나봐. 아무때나 하는 게 아니었던 거였지. 얼굴도 빨갛게 되고, 헉헉 거리면서 평소에는 내지 않던 소리도 내고. 욕실에서 인간식 짝짓기의 일부분을 지켜봤던 올라프는 인간들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고개를 저었어.


짐승, 동물의 입장에서 어찌 용사님의 부끄러운 심정을 알아 들을 수 있겠어. 근데 얼굴은 빨갛게 되고 망설이는 듯하지만 엘사가 해달라는 건 다 해주는데, 부딪치기 전에 알맞을 때를 골라 덮치는 건가? 올라프는 용사님이 음흉하다고 여겼어.


엘사는 그런 기회를 엿보는 음흉한 용사가 좋은가봐. 용사님의 이미지는 어느새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버렸지만, 엘사가 행복했으면 됐다는게 작은 레비아탄의 의견이야. 큰 소리에 깜짝 놀라 눈치를 봤던 작은버섯은 둘의 대화보다는 닭고기를 입에 넣는 게 더 중요해 보였어. 작은버섯을 보면 단순하게 사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