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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올라프는 먹는거야 30모바일에서 작성

강니악갴ㅋㅋ(175.193) 2020.01.31 22:26:03
조회 900 추천 71 댓글 11






어둠 속에서 안나가 발버둥쳤다. 놔! 이것 좀 놓으라고! 안나는 차가운 바닥에 누워서 제 위에 걸터앉은 훌쩍 큰 제 어둠을 노려봤다. 어둠은 저와 똑같은 얼굴로 녹색 대관복을 입고 있었다. 거만한 얼굴이 저보다 더 여왕처럼 보였다.



"엘사한테 무슨 짓이야! 가만 안둘거야!!"



당장이라도 사납게 달려들것처럼 안나가 벌게진 눈으로 소리쳤다. 손바닥을 다치게 만든건 사고였어. 의도한게 아니란 말이야. 어둠은 한쪽 눈썹을 찡그리며 변명했다.



"거짓말! 인대를 잘라버리겠다는 생각은 진짜였잖아!"



푸스스. 어둠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맞아. 진심이였어. 언니가 또 어디론가 사라질 거란 생각이 드는건 끔찍하거든.



"내보내줘!"



나갈거야! 안나가 붙잡힌 어깨를 들썩이며 소리쳤다. 하지만 잡힌 어깨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안돼. 난 아직 언니랑 조금 더 놀고 싶단말이야. 넌 아직 여기서 나랑 있어야해. 어둠이 키득거렸다. 으흑... 안나의 눈에 다시 서러움의 눈물이 고였다.



"도대체 왜 그러는거야? 내가 널 혼자둬서 화가 난거면 나한테만 화내면 되잖아. 왜 엘사한테 상처를 줘? 왜 엘사를 울려어..."



너도 나만큼... 엘사를 좋아하면서. 안나가 꺽꺽거리며 눈물을 흘렸다. 청록색의 눈이 낮게 가라앉았다. 맞아. 좋아해서 그러는거야. 나는 이런식 말고는...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겠어.










짹짹. 새 소리가 들렸다. 여기가 어디지. 안나는 눈을 깜빡였다. 뭐야. 왜 어두워. 안나가 몸을 일으키며 손을 들어 눈가를 더듬었다. 얇은 천 따위가 시아를 가리고 있었다. 그때 절그럭. 쇠사슬이 끌리는 소리가 났다. 고장난 것 처럼 안나의 움직임이 멈췄다. 곧이어 입에서 바람새는 웃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하.



"...진짜로?"



팔에 걸리적거리는 쇠사슬이 느껴졌다. 정말로 나를 가둔거야? 하지만 방금 전까지 누워있던 곳은 푹신한 침대였다. 감옥 탑이 아닌건가. 안나는 침대 위를 더듬거렸다. 생각보다 넓은 침대를 한참 더듬어가다가 손 끝에 무언가 닿았다. 뭐야. 안나가 인상을 찌푸리며 온기있는 매끄러운 것을 쓸어올렸다. 그러다가 타고 올라간 손가락에 엉켜오는 익숙한 것이 만져지자 안나는 그대로 몸을 굳혔다. 말도 안돼.



"엘사?"



쇠사슬에 묶여서 두 눈이 가려진 채 잠들어 있던 곳은 놀랍게도 엘사의 침실이였다. 그리고 제 옆에서 곤히 아직 자고 있는건... 안나의 표정이 어처구니 없다는 듯 변했다.



"...미쳤구나 엘사."



안나는 할말을 잃은 듯 꽁꽁 가려진 눈으로 자고 있는 엘사를 한참동안 내려다봤다. 앞이 보이지 않으니 뭐가 어딨는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또 어줍잖게 날카로운 물건같은 걸 휘둘까봐 그런건가. 어디까지 움직일 수 있는거지. 안나는 쇠사슬을 끌어당겼다. 침대 바닥에서부터 스르릉 소리를 내며 사슬이 길게 딸려올라왔다. 꽤나 길...



"으음."



멈칫. 안나가 움직임을 멈췄다.



"...안나?"



깼네. 안나가 사슬을 당기던 손을 놓았다.



"어디 가려고?"



그게 가둬놓은 사람이 할 소리인가. 안나가 눈을 가로막은 천을 벗겨내려고 손을 움직였다. 매듭도 없고, 뭐야 이거.



"이거나 풀어."



답답해. 엘사는 천을 벗으려고 버둥거리는 안나를 잠시 보더니 몸을 일으켰다. 미안하지만 허니마린의 말대로 안전을 위해 안대를 벗겨줄 생각은 없었다.



"이거 풀으라니까?"



"...안나, 배 안고파?"



밥 먹을래? 엘사가 물었다. 허, 지금 말돌린거야? 안나가 손을 더듬거리다가 엘사에게 배개를 집어던졌다. 팍. 배개는 방향감 없이 날아가 벽에 부딪혀 힘없이 떨어졌다.



"장난해 지금?!"



"......조금만 기다려. 식사 가져올게."



엘사는 그 말을 끝으로 방을 나가버렸다. 안나의 입에서 기가 찬다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불자락이 사정없이 손 안에서 구겨졌다.

끼익. 탁. 방을 나온 엘사는 문에 기대어 잠시 말이 없었다. 퍽. 방 안에서는 침구류 따위가 던져지고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엘사의 몸이 천천히 기대어 무너졌다. 아, 마음이 너무 아파서 찢어질것 같았다. 주저 앉은 엘사는 퀭해진 눈으로 멍하니 소리가 멈추길 기다릴뿐이였다.

'I Love You, Elsa.'

제 품에 안겨들면서 속삭이던 목소리가 떠올랐다. 지금은 보이지 않는 내 작은 여왕님. 이게 정말 최선인걸까. 너에게 최선의 선택을 한게 맞는걸까 안나. 웃음기 어린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아니면 웃는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다. 좀더 많이 듣고 많이 봐둘걸 그랬나...

엘사는 간밤에 아토할라에서 있던 일을 다시 떠올렸다. 올때와는 다른게 돌아갈때는 얼음 마차가 두 대였다. 하나는 일행을 태운 마차, 또 하나는 억지로 잠이 든 안나와 어린 아이를 실은 마차.

마차 안에는 정적이 돌았다. 엘사는 멍하니 마차 안에서 창 밖으로 바다를 보고 있었다. 올라프가 눈썹가 축 쳐져서 눈치를 봤다.



"......엘사.. 안나는?"



허니마린은 말없이 올라프를 토닥였다. 패비가 정막을 깨고 엘사를 불렀다.



"이제 어찌하실 겁니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난 도대체. 엘사가 텅빈 눈으로 되물었다. 허니마린이 굳은 얼굴로 물었다.



"정말 안나의 말대로 탑 안으로 고분고분 들어갈 생각은 아니죠, 엘사?"



".........."



미안하지만 정말, 뭘해야할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올라프가 다시 입을 열었다.



"탑 안에 뭐가 있는데? 안나랑 싸웠어?"



"올라프."



허니마린이 그만하라는 듯 올라프를 불렀다. 올라프는 크리스토퍼와 얼음길 안에서 나오질 않았으니까 아무것도 모른듯 했다. 이제 3살 밖에 안된 올라프에게는 오늘의 일은 보여줄 일이 못됬다.



"... 화가 났으면 달래줘야 하는거 아니야?"



올라프가 눈치를 보며 조심스래 물었다. 달래준다고? 허니마린이 엘사를 다시 쳐다봤다.



"달래주면 다시 돌려줄까... 뭘 어떻게 하면..."



"음, 엘사. 아주 틀린 말은 아닌것 같지 않아요?"



그 어린 아이. 그랬잖아요. 당신을 좋아하는데 지금 화가 나 있다고. 멍하니 창 밖을 보던 엘사가 고개를 돌려 허니마린을 봤다.



"그 아이가 원하는 걸 해주고 화를 풀어주면... 아니, 지금은 그것 밖에는 방법이 없지 않나요."



"...원하는 것..."



"최소한의 안전을 위한 조치만 하고 일단 지켜보지요 엘사. 다른 방법이 있는지 제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크리스토퍼와 올라프도 함께.



"그 전까지 폐하의 케어는 나와 엘사가 하고 있죠."



엘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씩씩거리던 방 안의 소리가 멈췄다. 방 안에는 침구류와 탁자말고는 아무것도 없으니까. 저 날이 선 아이를 어디서 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할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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