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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Praying prey 21

개구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08 22: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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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유혈]

2화[고어]

3~4화[고어]

5~7화(1)

5~7화(2)

8~9화

12~13화[유혈/고어]

14~15화[유혈/고어]

16화

17화

18화

19화

20화




71.
   

해가 완전히 서쪽 하늘로 사라져 하늘은 청남색의 물감을 푼 캔버스가 되어 있었다. 쉬셈베코브 가는 런던의 거리처럼 활발하진 않았지만, 맑고 한적했다. 안나는 뒷좌석에 앉아 처음 블루라운드에서 면접을 본 직후의 저녁을 떠올렸다. 크리스토프, 그 멀대같은 남자는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내심 궁금했다. 아마 그도 뉴스를 보면서 자신이 국내 파견직으로 지원했다는 선택에 스스로 놀라워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지금 국제 정세의 기류를 뒤죽박죽 섞어버린 사람이 안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경악할 것이 분명했다.



이두나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걱정되었다. 메가라는 이미 농장으로 되돌아갔을 테고, 이두나는 안나도 없이 혼자서 일을 하며, 혼자서 잠에 들고 있을 터였다. 가엾은 여자이자, 불쌍한 과부였다. 어느덧 안나는 이두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으로서 공감하고 있었다. 이 일이 끝나면 가장 먼저 이두나에게 얼굴을 비춰야겠다고 안나는 생각했다. 엘사를 보여준다면, 이두나도 좋아할 것 같았다. 이두나의 함박 웃음을 떠올리니 불어났던 걱정의 반죽이 조금 떼어진 것 같았다.

"다 온 거 같은데...피노키오하고 영 관련이 없어 보여요."

오로라가 룸미러로 안나를 올려보며 말했다. 그녀가 말한 카페는 때가 탄 흰색 벽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마치 그리스의 어느 관광 유적지의 건물처럼 보였지만, 창문에 설치된 철창들이 마치 중근대 시대의 정신병원을 연상케 했다. 또한, 간판은 마치 어린아이들이 휘갈긴 낙서를 베낀 것처럼 형형색색으로  번잡하게 'PinocchiO'라고 쓰여 있었다.

"정신병원 아니에요?"

안나는 오로라의 직언에 말없이 동의했다. 아무리 접선 장소라 할 지라도, 너무나도 기괴했다. 특히 엘사에게는 그 연구소의 복도와 비슷해 보이는 카페의 겉모습이라, 경기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었다. 안나는 메가라가 알려준 접선 팀의 채널 번호로 무전기를 맞춘 다음, 송신 버튼을 눌렀다.

"트리플 2, 인디아 1-1은 지금 접선 장소에 와 있다. 확인 바람."

[알았다. 인디아 1-1, 타고 있는 차량을 말하라.]

무전 속에서 가벼운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츠컴뱃에 탑승 중이다. 트리플 2, 문제가 생겼다. 카페의 모습 때문에 패키지2에게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장소 수정은 가능한지 확인 바란다."

[그럼 우리가 접근하겠다. 인디아 1-1, 패키지 2와 3가 전부인가?]

"컷아웃 한 명의 신변도 확보해야 한다. 가능한가?"

[우리 작업을 누설했는가?]

오로라가 무전을 듣고 흠칫 놀랐다. 그리고 안나를 보며 고개를 돌렸다.

"...아니, 발설은 일절 없었다. 조력자이기 때문에 신변 보호를 요청하는 바다. 가능한가?"

[가능하다. 곧 도착하므로 차에서 내려주길 바란다.]

오로라가 수납장에서 cz권총과 mp5기관단총을 꺼내 안나에게 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cz권총을 꺼내, 장전 상태를 체크했다.

"이제... 다 끝난 거죠?"

엘사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안나에게 말했다.

"응, 다 끝났어. 걱정하지 마, 엘사. 네 옆엔 내가 있잖니."

"...나도 있어."

오로라가 푸념하듯 말했다.

"맞아요, 오랄 언니도 든든해요."

오로라는 여전히 엘사의 발음이 오해의 소지가 엿보이는 듯 하여 짧게 한숨을 쉬었다.

"난 오로라라구."

"오로랄!"

엘사의 발음은 여전히 완벽하지 못했다. 오로라는 이젠 엘사의 정확한 발음을 깔끔히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블루라운드로 돌아가면 무슨 일을 하게 되려나..."

오로라가 혼잣말을 했다.

"회계직은 너무 지루한데...스칼렛, 추천할 부서 있어요?"

"저도 입사한지 10일만에 여기서 뺑뺑이 돌리고 있어요...."

안나는 멋쩍이 웃다가, 오로라에게 적합한 일을 하나 떠올렸다.

"혹시 비서 할 생각은 없어요?"

"예?"

"아니, 입사한 후로 알게 된 건데, 사장님이 엄청 힘들게 사셔서요. 비서 없이 모든 일을 맡아서 해요. 사장님 일손 좀 거들어 주시는 건 어때요?"

장부로 삥땅한 돈들도 메꿀 겸 해서요. 안나가 과장 없이 말했다. 블루라운드로 돌아가도 오로라의 죄가 씻어질지 미지수였다. 더 좋은 새장으로 옮겨질 카나리아라도, 주는 먹이가 여전하면 그것 또한 지옥과도 같았다. 차라리 주인에게 아양을 부려 점수를 얻는게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이 높았다.

"...뭐.... 사장님이 쪼끔만 깎아 주신다면야...못할 것도 없죠오...."

오로라같이 재잘대는 사람이 있다면 이두나의 외로움도 어느 정도 사라질 것이었다. 오로라의 능력은 이미 안나가 주문한 카탈로그를 완벽히 수행했을 때 드러났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상황 파악 능력은 비서로써 수행하기에 충분했다.


카페에서 검은 정장과 선글라스 차림의 남성들이 나와 안나가 있는 다츠컴뱃을 향해 다가왔다. 그들의 손에 들린 mp5가 겨우 밝아졌던 분위기를 급속도로 얼렸다. 이미 메가라에게 만나자고 스스로 말해 뒀으므로, 안나를 보자마자 죽일 시도를 할 가능성은 낮았다. 그 증거로, 저들은 mp5의 방아쇠에 검지손라락을 올려놓지 않았다. 엘사는 그것을 분간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해, 안나의 옷깃을 꼭 잡고 있었다.

"저 사람들도... 언니와 똑같은 거 가지고 있어요."

"우리 사람들이니까 괜찮을 거야."

이윽고 트리플 2로 보이는 요원 하나가 안나가 탄 뒷좌석 창문 유리를 똑똑  두드렸다. 안나는 스크린 버튼을 눌러 차창을 내렸다.

"인디아 1-1, 패키지들은 모두 챙겨 왔나?"

트리플 2가 mp5의 가늠좌를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말했다.

"2와 3, 그리고 바디캠도 챙겨왔어. 내 누명은 이제 벗어난 건가?"

"그건 우리도 모른다. 혹시 아나, 자네 친구들이 여기에 매복해 있을지."

"지ㄹ.....농담이 지나치네. 내가 그럴 사람으로 보여?"

안나가 미간을 긁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 패키지들을 챙겨서 차에서 내리도록 해. 이 차를 끌고 지부로 가는 건 금지되어 있어."

트리플 2가 문을 탕탕 두드렸다. 엘사가 흠칫 놀랐지만 안나가 등을 쓸어내리며 진정시킬 수 있었다.

"엘사, 오로라, 이제부터 이 차 말고 저 사람들 차를 타고 가야 해요."

안나가 패키지3와 바디캠이 든 가방을 매었다. 엘사가 안나에게 손을 내밀었고, 안나는 엘사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렸다. 고작 몇 시간 밖에 안 되었지만, 차 밖의 공기는 매캐하지만 맛있었다. 보다 안전할 농부들의 경호를 받으며 안전하게 지부로 가 작업을 보고한다. 안나의 다리가 조금 풀렸다. 안나는 자신도 모르게 엘사의 몸에 다리를 기대고 있었다. 엘사가 끙끙댔지만, 아무말도 하지 않고 꾹 참는 모습이 보였다. 안나가 손가락으로 엘사의 볼을 문지르자, 간지럽다는듯 고개를 저었다. 오로라까지 차에서 내리자, 나머지 맨 인 블랙들이 세 사람을 감싸는 위치를 맟추며 자신들의 검은 밴까지 경호하려 했다.

"다... 끝난 거죠?"

"어, 응. 다 끝났으니 안심해도 돼."

"저... 언니."

"응? 왜?"

엘사는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우물쭈물거렸다.

"그...게요...."

"응, 편하게 말해. 다 들어줄게."

"제...."




엘사의 다음 말은 들을 수 없었다. 어디선가 날아온 무언가가 트리플 2의 부하 중 한명의 머리를 관통했고, 대열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엘사의 외침은 총소리로 얼룩졌다. 안나의 귓가를 총알이 스쳐 지나갔다. 쌀쌀한 날씨임에도, 안나의 목을 타고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안나는 곧바로 엘사를 안아 들어 다츠컴뱃의 뒤로 피신했다. mp5를 들어 ACOG 스코프로 코너를 조준하자, 그곳에는 이미 싸늘하게 죽어있는 농부들의 시체 두 구가 있었다. 오로라는 그들과 함께 밴 옆에 숨어 있었다. 안나는 스코프를 움직여 적들의 위치를 파악했다.



150m 거리의 공터에서 안나와 농부들보다 더 중무장을 한 적들이 산발적인 사격을 가하고 있었다. 눈먼 탄이 안나가 거치하고 있는 차의 백라이트에 직격했다. 유리 파편이 안나의 장갑에 쏟아졌다. 하마터면 손이 터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안나는 그 적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세 발 중 한 발이 적의 어깨를 맞췄고, 적은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안나는 그걸 놓치지 않고 쓰러진 적의 머리를 mp5로 날려버렸다. 농부들은 지금 이 상황에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공작국 직속 요원들이 아니었는지, 그들 대부분은 인디아 1-1이 변절한 것으로 믿기 시작했다.



트리플 2는 특히,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작은 농담을 인디아 1-1에게 했었는데, 그 농담이 현실로 다가와 혼란을 겪고 있었다. 그는 mp5를 들어 인디아 1-1이 숨은 다츠컴뱃 뒤를 조준했다. 일단 패키지 2와 3만 회수해도 충분한 상황이었다. 지금 믿을 사람이라곤 그의 직속 요원들 뿐이었다. 적은 당연히 믿을 수 없지만, 인디아 1-1은 그 중간에 있었다. 상부에선 인디아 1-1의 존재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재량권은 트리플 2의 팀에게 달려있었다. 불필요한 희생일지도 모르나, 필요한 희생일수도 있었다. 트리플 2는 인디아 1-1이 고개를 내밀면 머리를 쏠 계획이었다. 생각을 마친 직후, 트리플 2의 팀 쪽으로 총알이 쏟아졌다. 남쪽에서도 적들이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다.



안나는 생각을 재촉했다. 안나에게도 총알 몇 발이 빗발쳤고, 그것은 남쪽에서도 적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안나는 다시 mp5를 조준해 북쪽으로 다섯 발, 남쪽에서 오는 쪽을 향해 6발을 발사했다. 그들 중 한 명이 맞았는지 비명소리가 들렸다. 한시라도 빨리 이 자리를 떠야 했다. 하지만 이렇게 양쪽에서 총알이 날아오면 타기는 커녕 저승길로 가는 조각배를 탈 것 같았다. 안나는 하는수 없이 매고 있던 가방을 트리플 2쪽으로 먼저 던지기로 했다. 빠져나가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안나의 누명을 벗을 증거는 트리플2가 회수해야 했다. 저들 또한 이것들과 엘사를 노리고 있는게 분명했다. 안나는 가방을 푼 다음, mp5로 다시 북으로 7발, 남으로 8발 위협사격을 가한 뒤, 탄창을 한번 갈아끼웠다.

"트리플 2!"

트리플 2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안나는 탄막 때문에 그가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 알 수 없었다. 트리플 2라고 외쳤으니, 그가 죽었다면 남은 요원들이 안나가 던진 가방을 회수해 갈 것이었다. 그런 다음, 엘사를 요원들에게 데려가야 했다.

"받아!"

안나가 가방을 힘껏 트리플 2쪽으로 던졌다. 던지는 순간, 총알 하나가 안나의 손을 궤뚫었고, 날아간 가방은 총알도 아닌, 얼음 비에 갈가리 찢겨졌다. 절박한 상황에 처했는데 어이마저 없어지자, 안나는 울면서 웃어버렸다. 엘사가 그 모습을 보지 못하게 하고 싶었지만, 손에서 철철 흐르는 피는 가릴 수 없었다.

"언니, 어떠, 어떡해요. 잠시만요, 잠시만요..."

엘사가 반쯤 날아간 안나의 손을 부여잡았다. 엘사의 하얀 손이 피로 얼룩졌다. 안나는 웃어버렸다. 더 이상 참기 힘들 정도로 스트레스는 축적되어 버렸고, 안나는 침이 떨어질 때까지 반쯤 실성한 채로 웃어버렸다. 엘사는 그런 스칼렛 언니가 무서웠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듬직했고, 친절한 그 모습이, 지금은 반쯤 부서진 듯한 눈사람이 되어 있었다.

엘사는 눈을 감고 안나의 손에 눈가루를 흘려보냈다. 출혈이 멎어들고, 사라진 자리엔 조금씩 뼈와 살이 돋아났지만, 안나의 실없는 웃음소리는 그칠 줄을 몰랐다. 엘사의 몸은 마치 거대한 납 추를 단 것처럼 눌려지는 기분이었다. 그것이 피곤함이라는 걸 엘사는 몰랐고, 쓰러지기 전에 스칼렛의 머리에 손을 가져가 마음을 치료해야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스칼렛의 손이서 피가 멈추자, 엘사는 바로 스칼렛의 머리에 손을 가져갔다. 스칼렛이 엘사의 손을 잡았다. 스칼렛은 실성한 듯 웃으면서도, 엘사에게 그러지 말라고 손을 저었다.

"쇼콜렛 언니, 제발...."

엘사의 손은 힘없이 무너졌다. 엘사의 몸이 급속도로 차가워지고 있었다. 안나는 그걸 보고 어떻게든 이 웃음과 눈물이 멈추려고 노력했다. 가쁜 숨에 떨려 손은 겨우 mp5의 총을 잡고 있었다. 겨우 아문 손은 뇌의 명령을 거부하고 간헐적으로 움직였다.

'제발, 씨발, 움직여, 제발.'

안나는 겨우 힘을 쥐어짜내 주차된 차들로 숨으려는 적 한 명에게 mp5를 발사할 수 있었다. 적은 쓰러졌고, 안나는 사격이 집중되지 않게 팔로 엘사를 감싸 컴뱃의 오른쪽으로 몸을 이동시켰다. 그러는 와중에도 엘사의 손은 안나의 머리를 향해 뻗어 있었다.

"엘, 엘, 엘, 엘"

웃음에 막혀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 안나는 총을 내려놓고 자신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힘을 조절하지 못해 입 안에서 피 맛이 느껴졌다. 하지만 어느 정도 웃음과 눈물은 잦아들었다.

"엘, 사."

"제발...안 돼요..?"

엘사의 손은 점점 꺾여가고 있었다. 안나의 팔이 드라이아이스를 닿은 것처럼 심각하게 차가웠다.

"위험해. 엘사, 언니가 다 해결할 테니까, 조금만....제발 조금만 너 자신을 챙겨줘..."

안나는 총을 다시 집어 들었다. 이번엔 의탁 파지법으로 사격 자세를 잡았다. 한 손으로 쏘기엔 mp5는 구경만 권총탄이지 기본적으로 권총 크기의 몇 배나 되었고, 반동 제어는 감당할 수 없었다. 다행이도 안나는 그 자세로 차에서 빼꼼 총을 내밀어 두 명을 추가로 사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불행한 사실이 새로 추가되었다. 트리플 2의 팀이 안나를 향해 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단단히 오해하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내가 부른 거, 아니라고!"

안나는 트리플 2팀에게 총을 겨누지 않았다. 만약 다츠컴뱃이 없었다면 안나는 진즉 벌집이 되어 어딘가의 시체로 걸려있을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그만큼 안나는 절박한 처지에 놓여있었다. 여기까지 생각하던 찰나, 안나는 안나가 매고 있던 가방을 총알이 아닌 얼음이 찢는 것을 기억했다. 엘사가 할 행동은 전혀 아니었고, 무엇보다 엘사는 눈보라 내지 눈가루만 만들던 내성적인 아이였다.


그런 즉, 저런 비상식적인 공격을 할 사람은 엘사 말고 또 한 명 존재한다는 사실을 반증했다. 제 정신도 정신병자로 만들 지난 24시간 동안, 가장 미쳐버릴 것 같은 순간이었다. 그 순간은 금방 사라지지 않았다. 안나와 엘사가 마주보고 있는 아파트에서, 작은 꼬마가 뛰어오고 있었다. 머리는 까마귀 부리처럼 삐쭉죽 올라와 있었고, 입고 있는 옷은 적이 입은 장비들을 작게 축소시킨 것 같았다. 안나는 그 아이를 향해 스코프를 갖다대었다. 하지만 쉽게 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두나의 질문엔 쉽게 대답했던, 그 소년병의 딜레마가 다시 안나의 정신을 불안하게 했다.

'무고한 아이면 어떡하지? 저 아이가 얼음을 쐈다면 어떡하지? 그래도 아이인데?'

그 검은 아이에게서 엘사의 모습이 보였다. 더더욱 아이에게 총을 쏠 수 없었다.

"꼬마야, 여기로 오지마! 위험해!"

안나는 그 아이가 맞지 않고, 겁에 질려 도망치게 하기 위해 주변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그럼에도 그 작은 까마귀는 계속 달려오고 있었고, 심지어 두 손에는 가방을 찢은 것과 거의 동일한 개수의 얼음 결정, 아니 얼음 총알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하나라도 맞았다간 그 자체로 치명적이었다. 엘사를 데리고 다츠컴뱃에 올라 타든, 적의 포위망을 뚫고 이 지역을 빠져나가야 했다. 하지만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 있었다. 어떻게든 일어나야 했다. 안나는 엘사를 내려다 보았다. 엘사는 손을 올리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누워 있었다. 하지만 눈빛만은 여전히 살아있어 안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안나는 이번 한 번만 엘사의 도움을 더 받기로 했다.

"엘사, 미안해."

안나는 엘사의 손을 들어 이마에 가져갔다. 엘사는 눈을 감으며 쓰러졌고, 안나의 몽롱했던 정신이 맑아졌다. 안나는 엘사를 보호하려 엘사를 등지고 서 아이가 뛰어오던 곳을 다시 조준했다. 하지만 그곳에 아이는 없었다. 벌써? 라는 의문이 머릿속 경종을 미친듯이 두들겼다.  어딨지? 안나는 mp5를 좌우로 조준해 적을을 쓰러뜨리면서 아이의 존재를 확인하고자 했다.

"나 찾는 거지?"

아이는 먼곳에 있지 않았다. 어느 순간 안나의 옆으로 온 그 아이는, 한 손에 얼음으로 만든 단도를 들고 서 있었다.

"안녕!"

아이는 해맑게 웃었다. 순수한 웃음이었지만, 가방을 산산조각 내고, 칼을 든 것까지 본 안나는 저 아이가 진심으로 안나를 죽이려 드는 걸 알 수 있었다. 저 웃음은 위선이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 상황에서 웃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분명히, 아이들은 연구소에서 모두 죽은 걸 안나가 두 눈으로 확인했다.

"당신이.... 안나, 맞지? 맞지?"

뭐? 안나는 당황했다. 어째서 저 아이가 안나의 본명까지 알고 있는 것인가?

"꼬마야, 너 그거..."

안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이는 칼을 안나의 목을 향해 던졌다. 반사적으로 mp5를 들어 칼을 튕겨냈지만, 칼 한 자루 막아냈다고 상황이 끝나는 게 아니었다. 또 다른 칼 하나가 안나의 어깻죽지를 스쳐 지나갔다. 그 자리에 피가 새어나왔고, 안나는 짧은 신음을 흘렸다. 안나의 등 뒤로 적의 총알이 하나 날아와 박혔다. 발차기를 맞은 듯한 충격에 안나의 몸은 부자연스럽게 앞으로 넘어지려 했고, 아이는 그걸 놓칠새라 칼 하나를 다시 만들어 안나의 목을 겨눴다.



안나는 넘어지기 전 몸을 간신히 틀어 칼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른쪽 귓볼이 잘려나가야 했다. 죽는 것에 비하면 나은 처사였지만, 안나는 조금 더 시간을 벌 수 있게 된 것 뿐이라고 생각했다. 넘어진 안나의 가슴에 올라탄 아이는 아예 두 자루의 얼음 칼을 만들어 양 손에 쥐었다.

"잘 죽어!"

아이가 칼을 안나의 얼굴을 향해 내질렀다. 안나는 두 손으로 아이의 팔을 잡았다. 다행이도 힘은 아이의 것이었는지, 눈앞까지 다가온 칼날은 서서히 멀어졌다. 아이가 애써 힘을 주는 것이 보였다. 마치 무언가 잘 안 되었을 때의 뾰루퉁함과 화가 표정으로 드러났다. 안나는 아이의 두 손을 한 손으로 잡은 뒤, 아이의 목을 쳐 기절시키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이곳을 빠져나간 뒤 뭐라도 캐묻는게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갑자기 아이가 비명을 질렀다.

"아윽! 쏘지..마! 같은 편..아악!...이야!"

아이의 몸이 발작을 일으키는 것처럼 크게 흔들렸다. 등에 총알이 박힌 모양이었다. 아이는 소리 질렀지만, 그들에겐 들리지 않은 듯 안나와 아이 쪽으로 사격을 가했다. 안나는 남은 손으로 아이의 얼음 칼을 주먹으로 부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중심을 잃으려는 아이를 어깨에 들춰멨다. 그리고 엘사를 한 팔로 감아 안아 아파트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넌 뭔데..."

"일단 닥치고 있어. 한 번만 더 나불대면 진짜 죽여버린다."

엘사도 잠들었겠다, 안나는 참아왔던 화를 터뜨렸다. 할 수만 있다면 이 아이의 목 뒤를 손날로 쳐 기절시키고 싶었다.

"야, 꼬맹이."

"왜?"

"넌 지금부터 우리가 총에 맞지 않게 그 빌어먹을 얼음덩이로 보호해. 지금 네 덩치 큰 친구들도 널 적으로 보고 있으니까."

"아니거든? 너랑 같이 있으니까 잘못 맞은 거 아냐."

안나는 아이의 종아리를 힘껏 물었다. 아이가 다리를 바동거렸다.

"내가 너보다 이런 일 더 많이 겪어 봤으니까 죽기 싫으면 잠자코 말 들어."

안나의 목소리는 지난 24시간 중 가장 진지했고, 무거웠다. 아이는 무어라 더 말하려 했지만, 이쪽을 향해 날아오는 총알들이 점점 많아져 공기 중에 작은 얼음 벽들을 띄워 총알들이 빗나가게 했다. 아파트를 넘어서자, 작은 학교, 그리고 그 너머에 큰 도로가 보였다. 안나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달렸다. 등 뒤에서 날아오는 총알이 적들이 쏘는 건지, 아니면 트리플 2팀이 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상황은 파국으로 치닫고 있었다. 여기서 무슨 일이 더 벌어졌다간, 제기불능에 빠질지도 모를 정도로, 안나는 죽을만큼 지쳐왔다. 금방이라도 폐가 터질 것 같았다. 큰 도로로 나오자, 안나는 아이를 내동댕이 쳐놓고 지나가던 차를 향해 총을 겨눴다.

"내려, 내리라고! 당장!"

붉은색 아우디 80에서 중년의 대머리 남성이 문을 열고 헐레벌떡 도망쳤다. 안나는 엘사를 뒷좌석에 눕힌 다음, 아이를 들어 조수석에 처넣었다. 그리고 운전석에 앉아 엑셀을 밟았다. 어디라도 좋았다. 최대한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도망쳐야 했다.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 없었다.

"진짜 애를 이렇게 다루는 게 맞다고 생각해?"

"야."

"뭐, 죽여줘?"

안나의 이마에 얕은 한 줄기의 핏줄이 생겼다.

"마지막으로 말한다. 씨발 좀 닥치라고."

"내가 입 안 다물....아야! 이거 뭐...야."

아이는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안나가 케메로보 세이프하우스에서 가져온 작은 마취총을 아이의 팔에 쐈기 때문이었다. 멀어지는 뒤쪽에서 연달아 총성이 울리긴 했지만, 차의 대열에 섞여든 안나의 차를 찾을 방법은 없었다. 잠시 동안은 모든 이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안나 브라이트는, 머지 않아 CIA의 추격을 받게 될 거라고 확신했다. 더 이상의 변명은 통할지도 의문이었다. 이미 킬리스트  1, 2위는 울프독과 스칼렛 위커라고 정정되었으리라 의심치 않았다. 안나는 앞으로 자신을 쫓게 될 적들을 생각했다. CIA, 아톤의 야수부대, 그리고 최악의 경우엔 러시아군, 특히 스페츠나츠나 FSB들이 추가될 수 있었다. 안나는 지금 새 별명인 리트리버가 얼마나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지 실감했다. 안나는 mp5를 허벅지 사이에 끼워 놓았다.



안나의 마음 속 구름과는 달리, 그날 밤 하늘에 뜬 달은 유난히 맑은 하얀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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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711 청정한 헬요일 ㅇㅇ(223.62) 00:18 10 0
1123709 뒤조심)아 되게 충격적인 짤 봫는데 얘기할데가 여기밖에 없어 [7] ㅇㅇ(110.47) 06.09 64 0
1123708 디시 이미지 왜 깨져... ㅇㅇ(223.62) 06.09 11 0
1123707 누가먼저 보내나 시합! [1] ㅇㅇ(223.62) 06.09 25 0
1123706 일편단심 안개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 24 0
1123705 넘쳐나는 go간 [1] ㅇㅇ(223.62) 06.09 29 0
1123704 축 늘어진 흰 옷에서 꼬물꼬물 기어나오는 아기 [1] ㅇㅇ(223.62) 06.09 23 0
1123703 설갤 단점 ㅇㅇ(223.33) 06.09 15 0
1123702 설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 22 0
1123701 그런가 [2] 설갤러(118.43) 06.09 16 0
1123700 아니 69라고 설갤러(118.43) 06.09 14 0
1123699 크 69가 와버렸다!!!! 설갤러(118.43) 06.09 14 0
1123698 엘산나를 만난게 행운이야 [5] ㅇㅇ(223.62) 06.08 31 0
1123697 배거파 [1] ㅇㅇ(110.47) 06.08 17 0
1123696 오늘막글 ㅇㅇ(223.62) 06.08 15 0
1123695 어 내일이 69잔아 ㅇㅇ(223.62) 06.08 14 0
1123694 쥬미 영화 보러옴 ㅇㅇ(211.234) 06.08 17 0
1123693 안탄절 지나면 엘탄절도 금방 ㅇㅇ(223.62) 06.08 16 0
1123692 모험가 안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20 0
1123691 싯발 언제 비 그친거냐 [1] ㅇㅇ(223.62) 06.08 20 0
1123690 수상하게 칼을 잘쓰는 안줌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31 0
1123689 뭐지? 결혼식인가? [5] ㅇㅇ(211.234) 06.08 56 5
1123688 정령을 잡아다 예쁘게 묶어 공물로 바치기 ㅇㅇ(223.62) 06.08 22 0
1123687 혐퀘후식사 [2] ㅇㅇ(211.234) 06.08 19 0
1123686 오늘은 자동으로 실내활동 [1] ㅇㅇ(223.62) 06.08 19 0
1123685 자연스레 깊어가는 둘의 관계 ㅇㅇ(223.62) 06.08 21 0
1123684 아찜글 ㅇㅇ(211.234) 06.08 15 0
1123683 새벽글 [1] ㅇㅇ(115.138) 06.08 17 0
1123682 다다음주가 안탄절이네 곧 [2] PeopleOfArendell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33 1
1123681 안나가 엘사를 [1] ㅇㅇ(223.62) 06.07 31 0
1123680 엘산나의 금요일 ㅇㅇ(223.33) 06.07 16 0
1123679 여전히 존버중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26 0
1123678 안나vs안나는 기존쎄 대결일듯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34 0
1123677 애틋하게 뺨쓰담 ㅇㅇ(223.62) 06.07 21 0
1123676 눈 깜짝할 새 킹요일 ㅇㅇ(223.62) 06.07 21 0
1123675 원하는 초능력을 얻는 대신 댓글이 부작용을 정해줌 [18] ㅇㅇ(115.138) 06.07 86 0
1123674 크으 모닝갤먹 [1] ㅇㅇ(223.62) 06.07 23 0
1123673 [그림] 원치 않은 신앙 [10] 애호박쥬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105 10
1123672 기억 속에서 지워졌던 창작물 [6] 케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112 11
1123671 세명이서 서로 아래 핥으려면 원을 그려야하냐 [3] ㅇㅇ(223.62) 06.06 53 0
1123670 프로즌 ost는 언제 들어도 좋아 [2] 설갤러(118.43) 06.06 24 0
1123669 크읏 이러다 울룩불룩 설줌이 돼버렷 [1] ㅇㅇ(223.62) 06.06 28 0
1123668 엘사만 만나면 움츠라드는 안줌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36 0
1123667 태어날 때 부터 얀데레 엘사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48 0
1123666 안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23 0
1123665 이럴 때 정신놓으면 갓반인 된다 [2] ㅇㅇ(223.62) 06.06 32 0
1123664 말라간다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25 0
1123663 단편이나 떡밥 내놔!!! ㅇㅇ(211.234) 06.06 2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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