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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번역] 한 발짝 옆에 24-1 (five feet apart)

믇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3.06 15: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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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짝 옆에 24


138일차 - 닭 싸움


라푼젤이 수면 위로 올라올 때 크게 물장구를 치며 그 긴 머리로 내 얼굴을 거의 칠 뻔했다.


“악, 다음에 그럴 때는 미리 경고라도 해주지그래?” 내가 씩씩거리며 말했다.


“아, 미안해 안나.” 그녀가 씩 웃으면서 대답했다. “너도 내가 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잖아. 우와, 여기 진작에 올걸.”


내가 물을 그녀 쪽으로 튀겼다. ”뭐, 나는 계속 오라고 했는데, 니들이 일하고 학교하고 남친 때문에 바빠서 그런 거잖아. 윽.”


“그리고 짜증 나는 남동생도 있지.” 릴로가 우리 사이에서 둥둥 떠다니며 더했다. “그걸 잊으면 안 되지.”


햇볕이 쨍쨍한 9월 중순의 오후였고, 이제 드디어 쪄죽지 않을 정도의 날씨가 된 아렌델이었다. 그때 이후로 삶에 안정이 찾아왔고, 드디어 친구들과 함께 수영장에 올 시간을 찾았다. 씨발, 딱 넉 달이 걸렸긴 했지만, 어쩌겠어.


그러고도, 오늘은 라푼젤하고 릴로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 곧 다른 누군가가 오기로 했다.


우리는 꼬마 애들하고 그 엄마들에게 인기가 많은 거대한 수영장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회원제로 돌아가는 수영장에 있었다. 회비를 내야만 입장할 수 있는 곳이었다. (주최 측에서 받은 블랙카드에 감사를 표한다. 그것 때문에 여길 들어올 수 있었다.)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 빼고는 평화롭고 고요했다. 아마 밥을 먹으러 가기 전에 한두 시간 정도는 이곳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좋았다. 그 보다 훨씬 좋았다. 엄청난 호텔에서 살고 있었고, 내 친구들도 나를 싫어하지 않고, 내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마음을 산산조각낼 여자를 내가 버렸고, 엘사와 나는… 괜찮았다. 우리 둘 사이에 모든 게 괜찮았다. 어떨 때는 괜찮은 것보다 훨씬 나았다.


나는 절대로 엘사를 친구로 볼 수는 없지마는, 일반적인 룸메로 보지도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 둘을 적절히 형용하는 단어가 없어서, 나는 그녀를 그냥 엘사라고 불렀다. 그것이 내게 있어 그녀의 의미였다. 그녀는 엘사였다. 나의 삶 중간에 있는 그녀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미로였고,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나은 곳에 그녀는 있었다.


그녀는 엘사고, 우리는 괜찮았다. 나는 그녀가 좀 빨리 이곳으로 내려오기를 바랐다.


내 뺨에 물이 튀김과 동시에 나는 움찔했다. 내가 라푼젤 쪽으로 돌아보니, 그녀는 아주 자연스럽게 손을 다시 자신 쪽으로 가져갔다. “언제 내려온다고 했어?”


나는 있지도 않은 손목시계를 보는 척 한 뒤 어깨를 으쓱했다. “아까 한 10분 쯤 달라고 했는데.”


“그래서 지금은 둘이 괜찮은 거야?” 릴로가 물었다. 나도 모르는 새에 내 뒤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어… 이 정도로 괜찮을 수 없다고 해야 하나?”


아마 섬사람의 피가 흘러서 그런 것이겠지만, 그녀는 물 위를 굉장히 빠르게 둥둥 떠다녔다. (이거 인종차별인가? 헉, 안 그러기를 바란다.) 내가 대답을 하려고 할 때는 이미 저만치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뭐라고 알아들을 수 없게 중얼거리는 것을 보았다. “뭐라고?”


“‘두고보자’ 라고 했어!” 릴로가 외쳤다.


그게 도대체 뭔 소리지? 나는 뭔지 몰라 라푼젤을 바라봤지만, 그녀 역시 아무것도 모른다는 눈치로 내게 물었다. “너네 진짜로 괜찮은 거 맞아?”


“그래. 오로라에 대해 말하고 나서 그러지 않을까 봐 무서웠는데, 그러고 나니까 훨씬 잘 지내지게 되더라고. 이상한 일 없이 남은 일 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라푼젤이 눈썹을 올렸다. “그게 뭔 소리야?”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그녀를 볼 때마다 주기적으로 심장이 빨리 뛰었다. 아무 의미도 아니고, 아무 의미도 아니어야 한다. 아무 의미도 아니기에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했다. 아무 의미 아니기도 했고, 이것이 계속 아무 의미 아니게 유지하는 방법을 나 혼자서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것이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알잖아, 막 모든 게 괜찮아지고 그런 거. 그럴 때 내가 긴장을 풀고 있으면, 또 바보 같은 일이 일어나서 삶의 불안을 가져오지.”


“음, 그래도 조금은 필요한 것 같은데.”


내가 코웃음 쳤다. “오로라가 뭐?”


라푼젤이 눈을 굴렸다. “조금은. 그리고 네가 제 발로 그 시궁창으로 들어갔잖아.”


“내가 다시는 얘기하고 싶지 않은 시궁창, 기억해?” 하, 걔에 관한 생각만 해도 열이 받는다. 수영장이 끓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다행히도, 우리는 이제 그녀에 관한 얘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내 또 다른 전여친이 문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아… 안 돼. 다행이 아니다.


다행에 가깝지도 않았다.


내 말문을 막을 수 있는 건 이 세상에 몇 가지 없었다. 술집에서 누가 뻗은 모습, 수족관에 있는 수달, 청테이프, 내 목 뒤에 있는 어떤 부분 등이었다. 하지만 그 목록에서 중에 더이상 걱정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 것이 있었다.


… 그리고 그건 엘사가 수영복을 입고 있는 것이었다.


엘사는 옷을 항상 수수하게 입고 다녔다. 그래서 노출이 심해 입이 떡 벌어지는 비키니가 아니어도, 이런 라벤더 원피스를 입고 있어도 그녀는 잘 어울렸다. 이봐, 그녀가 얼마나 예쁜지 말해도 상관없잖아? 내가 뭐 마음씨만 보고 사귄 것도 아니고.


적어도 그녀를 보자마자 내 심장이 빠르게 뛰지 않았으면 상관없었을 것이다.


“기다려줘서 고마워.” 엘사가 수영장 가 쪽에 발을 담그며 내 옆에 앉았다. “뭐 입을지 몰라서.”


“네 수영복 하나밖에 없는데?” 내가 농담을 던졌다.


엘사가 미소를 지으며 나만 들을 수 있도록 부드럽게 말했다. “내가 뭔 말 하는 지 알면서.”


알지.


나는 추근덕대는 와중에도, 지금이 백여 일 만에 엘사의 맨다리를 보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다리는 멀쩡해 보였다.


약간.. 씨발, 나 자신을 설명할 필요는 없다. 허벅지 윗부분에 약간 분홍빛 선이 있었는데, 진짜 가까이 가지 않는 이상 그것이 흉터라는 것을 알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나는 그 짓을 하지 않을 거다.


엘사에게 있어 이건 큰 발자취일 것이다. 나는 그런 엘사가 자랑스러웠고, 그걸 그녀에게 말해줘야 할 것이다.


“잘 어울리네.” 아니, 안나, 그런 거 말고. 너 도대체 왜 이러는 거니?


고맙게도, 그녀는 이 말을 좋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내 심장에 도움을 주지는 않았다.


“엘사! 올 수 있어서 다행이야!” 라푼젤이 소리쳤다. 동시에 내가 병신 짓 하는 것에서 구해줬다.


엘사가 내게서 시선을 돌리고--- 이제 내 심장이 다시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평소 목소리로 대답했다. “고마워! 다시 봐서 좋네.”


“뭐 안나가 너를 좀 그만 보호하면 훨씬 자주 볼 텐데.” 릴로가 엘사 곁으로 흘러가며 끼어들었다. 다아아아아시 내 심장이 말썽이다, 씨발.


나는 릴로에게 엿 먹으라고 하고, 이상한 말을 더 하지 않기 위해 혀를 깨물었다.


엘사가 웃었다. “그건 아니야. 내가 좀 내성적이어서, 집 안에만 있는 걸 더 좋아해.”


“중요한 건 지금 네가 우리랑 여기 있다는 것이지.” 라푼젤이 말했다. ”네가 없으면 안 돼. 맞지, 안나?”


“어, 머, 뭐?” 나는 엘사 칭찬 릴레이에 전혀 준비되어있지 않았다. 나는 엘사에 집중을 하지 않기 위해 물속에서 까치발을 유지하는데 온 정신을 쏟았다.


“아니, 얘 룸메 잖아.” 라푼젤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너도 엘사가 우리랑 같이 여기서 시간 보내는 거 좋지?”


왜 라는 것을 생각하기도 전에 내가 “어, 당연하지,” 라고 대답했다. 내 입은 이미 내게서 등을 돌린 심장보다 더 심각하게 내게서 등을 돌렸다. 아마 지금 나와 한 편은 내 정신밖에 없을 거다. 우리는 지금 나하고 엘사에 대해 말하는 거 이외에 다른 것을 해야 했다.


“이제 여기 다 모였으니까, 게임 하자.” 릴로가 끼어들었다.


그래, 그런 거.


“닭싸움* 해본 적 있어?”


*한국에서 하는 한 발로 뛰어다니면서 상대와 부딪혀 상대의 다리를 풀리게 하는 그 닭싸움이 아님.


아, 씨, 그런 거 말고.


“어… 들어 본 것 같은데?” 엘사가 나를 향해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지만, 내 공허한 표정이 나 역시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그녀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그 같은 팀 어깨에 올라가서 다른 사람 물에 빠뜨리게 하는 게임 있잖아.” 릴로가 설명했다. “딱 짝수로 맞아떨어지고. 그래서 어쩔래?”


라푼젤이 어깨를 으쓱했다. “너네도 하고 싶으면 나도 할게.”


또 다시, 엘사가 나를 쳐다봤고, 나는 이제 있을 몇 분간의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봤다. 그녀와 내가 아마 짝이 될 거고, 당연히 그녀가 게임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내가 그녀의 어깨에 올라탈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역할을 바꿔야 하고, 그 말은 그녀가 내 어깨에 올라탈 것이라는 얘기였다.


아 젠장, 이제서야 내가 이 수영복을 본 적이 있단 사실을 깨달았고, 그 느낌을 알았다. 그리고 그녀 역시 내 수영복을 본 적이 있고, 무슨 느낌인지 알 것이다.


… 안 한다고 얘기해야 했다.


하지만 그때 그 표정을 봤다, 그 망할 표정. 나만 볼 수 있었지만, 그 망할 눈이 물을 쳐다보면서 입술을 살짝 깨물고 있었다. 엘사는 진심으로 하고 싶어했고, 나는 거기다 대고 안 하겠다고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냥 말했다. “그래, 하자.” 물론 환한 엘사의 미소는 덤이고.


“우! 좋아!” 릴로가 주먹을 쥐고 두 손을 하늘 위로 들어 올렸다. “난 라푼젤하고 한 팀 할래!”


응, 아까 내가 예측했지? 엘사가 수영장에 몸을 담그더니 잠수를 하자마자 몸을 떨었다.


“추워?” 내가 그녀에게 물었다.


“음, 아니 그냥 처음이어서… 이런 적이.” 그녀가 재빨리 물 아래를 내려다봤다. “밖에서.”


과거의 나 자신을 비참하게 만든 망령에 몸을 지배당했고, 그는 내 손을 엘사의 어깨에 얹졌다. 바로 손을 떼고 싶은 생각이 듦과 동시에 우리의 관계가 좋았을 적의 기억이 물 밀듯 떠올랐다. 그리고 계속 엘사를 만지고 싶은 생각이 들게 했다.


… 그런 좀 이상한데. 다시는 그런 소리하지 마, 안나.


하여튼 아무 말 없이 어깨를 만질 수는 없으니까, 내가 엘사를 보고 부드럽게 말했다. “네가 자랑스러워.” 아까 말했어야 하는 것을 이제서야 말했다.


진심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엘사의 어깨에 손을 얹은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내가 병신같은 말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힘들어진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특히 지금 그녀가 내게 미소를 짓고 있으니… 나도 이제 모르겠다.


내가 재빨리 대화 주제를 바꿨다. “그래서 내가 먼저 할까?”


엘사가 눈을 깜빡였다. “뭘 먼저해? 아! 어, 내 어깨 위에 올라가는 거? 그래, 머, 뭐 네가 상관없으면? 일단 어떻게 하는 건지 보고 싶기도 하고.”


아니 그걸 내가 지금 물었잖아. “난 상관없어, 그래서 내가 물었잖아.”


우리가 수영장 중간으로 다다랐을 때 라푼젤은 이미 릴로의 어깨 위에 올라가 있었다. 나는 내가 올라갈 수 있게 엘사보고 자세를 낮추라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그녀의 어깨 위에 올라타자, 그녀가 힘겨운 소리를 내며 일어섰다.


“야! 나 들어 올리는데 씨발 그런 소리 내지마.”


“안나야, 넌 성인이잖아! 그리고 난 스쿼트 많이 하지도 않는단 말이야...” 엘사는 자신의 머리를 내 허벅지에 기대기도 전에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 했다. 물론 그것 역시 내게 많은 문제를 불러일으켰지만, 지금 그런 것에 신경 쓰지는 않을 것이다. 아님 평생.


“야.” 라푼젤이 끼어들었다. “그만 떠들고, 이제 시작하자.”


내가 자리를 잡고--- 그러는 중에 엘사의 머리를 좀 세게 손바닥으로 누른 것 같다--- 라푼젤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까딱했다. “들어와, 금발 아가씨.”




대충 여기서 끊으면 될 거 같다. 그래도 기다리는 것 보다는 뭐라도 올리는 게 나을 것 같아서. 한 2/3 정도고 나머지 1/3은 내일 가져올게.

근데 쟤들이 하는 게임 이름 있지 않냐? 그 수영장에서 누구 어깨위에 올라타서 상대방 물에 빠뜨리게 하는 거. 이름이 뭔지 까먹었네. 아는 쥬미 있음 좀 알려줘.


항상 읽어주는 쥬미들 고맙고, 지적은 환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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