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픽]청혼하러 가는 길(10)

ㅇㅇ(125.129) 2020.03.09 22:15:43
조회 812 추천 64 댓글 14


그 뒤로 며칠이 지났다.

하지만 안나는 도서관에서의 일을 도저히 잊을 수 없었다.

일상 생활을 하면서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공주는 좀처럼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도서관에서 왜 엘사를 안았냐고 물어본다면 안나는 제대로 대답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도 왜 그랬는지 이유를 모르겠으니까.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엘사가 고개를 숙이기 전, 아주 찰나의 순간 그 사람의 눈동자 너머에 넘실대는 깊은 슬픔을 보았을 때 안나는 그저 엘사를 안아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했다.

비록 짧은 순간이었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엘사의 어깨가 안나에게 고맙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엘사는 실례했다면서 곧장 도서관을 떠났지만 안나는 그 강렬했던 순간을 잊을 수 없었다.


“안나!”


복도 끝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니 한스와 크리스토프가 제게 오고 있었다.

크리스토프의 표정을 보아하니 한스와 꽤나 쿵짝이 잘 맞는 모양이었다.


“크리스토프, 한스. 두 분이 같이 다니는게 심상치 않은데요?”


“너야 말로 축제 준비는 잘 되어가?”


“음, 뭐 그럭저럭.”


“폐하께서 사냥에 초대해 주셨어요. 공주님도 가실 건가 해서요.”


“사냥?..아!..”


한스의 말에 안나는 그제서야 잊고 있던 것을 깨달았다는 듯 팔을 긁적였다.

축제가 시작되기 전, 왕가의 사람들이 사냥을 해서 잡은 동물로 음식을 준비하는 전통이 있었다.

물론 결과가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에다가 일종의 여흥이었으므로 크리스토프와 안나는 매년 참가했었다.


“안나, 너도 갈 거지?”


“음..글쎄..”


“글쎄?”


안나는 대답을 얼버무렸다.

사냥이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어째서인지, 이번에는 가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축제 준비도 해야 했으니까 시간이 여의치 않은 이유도 있었다.


“엘사도 가나요?”


안나의 질문에 한스는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공주의 질문을 들으니 속이 상하는 건 한스도 어쩔 수 없었다.


“엘사는 몸이 좋지 않아 쉬겠다고 했습니다.”


“..그럼 저도 그냥 여기 있을게요. 어차피 축제 준비도 해야 하니까..”


“뭐? 말도 안 돼! 작년에는 그렇게 가고 싶어하더니..”


“그렇지만 손님을 두고 왕궁을 비우기도 그렇잖아. 게다가 올해는 나 혼자 준비하느라 바쁘다구..”


“그렇지만..”


“거기다 사냥 다음날이 축제인데 오랫동안 자리를 비울 순 없어.”


크리스토프의 타박에 안나는 볼멘 소리로 대답했다.

그 말에 크리스토프는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안나의 말을 사실이었다.

말이 좋아 사냥이지 사실 왕궁 밖을 나가 노는 것에 더 가까웠고, 주인 없는 왕궁에 엘사 혼자 두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흠, 그럼 이번에는 나와 한스만 가야겠네.”


“잘 다녀와. 이왕이면 큰 사슴이라도 잡아오면 더 좋고!”


“노력해볼게.”


“한스도 잘 다녀와요. 크리스토프의 실력이 워낙 안 좋아서 아무 도움도 안 되겠지만..잘 부탁해요!”


“안나! 하하핫, 한스. 저 소리를 믿는 건 아니겠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세 사람의 웃음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안나는 그 와중에도 엘사가 같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에 씁쓸한 표정이 묻어나왔다.

그리고 그것을 놓칠 리 없는 한스는 애써 모른 척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번 사냥에서 그는 더 늦기 전에 담판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엘사는 도서관의 일 이후로 어지간해선 방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식사도 전부 방 안에서 해결하고 설령 나갈 일이 있더라도 아주 잠깐이었다.

가끔 안나와 한스가 엘사의 방문을 두드렸지만 엘사는 돌아가란 말만 했을 뿐이었다.


해가 한창인 낮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엘사의 방은 어두웠다. 커튼이 쳐진 방은 마치 밤처럼 깜깜했다. 밤인지 낮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오전에 한스는 방문 밖에서 크리스토프와 사냥을 간다고 알려주었다. 얼마 전 크리스토프가 자기와 엘사를 초대했다는 한스의 말이 생각났다. 하지만 엘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한스는 한 동안 방문 밖에 서 있는 듯했다. 그것도 잠시, 멀어져가는 발소리를 들으며 그 어두운 방 안에서 엘사는 소파에 홀로 앉아있었다.


고요한 침묵 속에서 엘사는 할 수만 있다면 생각을 멈추고 싶었다.

온통 암흑이었다.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괜찮아요, 엘사. 다 괜찮아요.’


안나의 그 말이 자신이 믿고 있던 유일한 끈을 잘라버린 느낌이었다.

엘사는 절대 행복해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의 죽음은 자신의 탓이었기 때문에. 부모의 죽음과 맞바꾼 자신의 목숨은 절대로 편해서도, 행복할 자격도 없다고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그 사람은, 그 공주는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나를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지금까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어떤 사람들을 만나오고 어떻게 자랐는지 모르면서.

당신이 대체 뭘 알고 나에게 그런 말을 한 거야?

엘사의 푸른 눈이 점점 생기를 잃어갔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차라리 안나에게 찾아가 묻고 싶었다. 왜 그런 말을 했냐고.


엘사는 눈을 감고 어둠 속에 몸을 내던졌다.

아득해져가는 정신의 끝에서 살짝 열린 문 틈 사이로 들어오는 희미한 빛을 보며 정신을 잃었다.






“엘사! 정신이 들어요?”


엘사를 부르는 다정한 목소리에 신음 소리를 내며 겨우 눈을 떴다.

눈을 뜨자 자신이 침대 위에 있다는 것을 알기도 전에 갈색 머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갈색 머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자 짙은 눈썹이, 주근깨가, 녹색 눈동자가 보였다.


“다행이다...걱정 많이 했어요.”


“…… .”


엘사는 대답하려 했으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왜 당신이 여기 있는 거야?


“의사 말로는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서 그렇대요. 좀 쉬면 나을 거라고 했어요.”


엘사는 기억이 없었다. 분명 자신이 소파에 앉아 있던 것은 기억했지만 그 이후는 떠오르지 않았다.

단지 열린 문 사이로 희미하게 빛이 들어오던 것 외에는.

자신의 손에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에 엘사는 안나가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것을 알았다.

이번에도 당신이 나를 구해줬구나.


“엘사..미안해요. 만약에 당신이...당신이 여기 있는 게 불편하다면..”


“…… .”


“...축제까지 있지 않아도 괜찮아요. 크리스토프가 돌아오면 말해서..바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할게요..”


“..안나.”


“내..내 욕심인 거 알아요. 당신은 여기 있는 걸 원한 적도 없었는데...바보같죠?  


안나의 목소리엔 눈물이 서려 있었다. 아무리 정신이 없는 엘사라도 그걸 모를 수는 없었다.

엘사는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억지로 쥐어짜가며 안나를 불렀다.

비록 갈라지는 목소리였지만 침묵하는 것 보다는 나았다.


“안나.”


안나는 차오르는 눈물을 참으며 엘사를 바라보았다. 엘사를 보내주겠다는 말은 많은 고민을 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정신을 잃고 누워있는 엘사를 보면서 여기에 계속 잡아 두는 것은 욕심이란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 일 이후로 방 밖으로 나오지 않는 엘사를 보면서 안나는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계속 고민해봐도 엘사가 왜 그런지 도통 알 수 없었다. 

한스에게 물어볼까 생각도 했지만 어쩐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고민 끝에 차라리 엘사에게 직접 물어보자는 심정으로 찾아왔다. 방문을 두드려도 반응이 없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을 살짝 열었던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엘사..무리하지 말아요. 난 당신이 힘든 건...싫어요.”


“…… .”


엘사는 뭐라고 할지 한참을 망설였다. 자길 바라보는 저 눈이 심장에 닿는 느낌이었다.

순간 또다시 떠오른 한스의 말은 엘사를 벼랑 끝에 몰아 세운 것 같았다.


‘넌 네 감정에 좀 더 솔직할 필요가 있어. 엘사.’



안나는 아무 말 않고 엘사의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손은 놓지 않았다. 이 사람을 무슨 말을 하든 지금 이 순간만큼은 놓고 싶지 않았다. 정원에서 당신을 안았던 그 때처럼.


“..지금 당장 떠나지 않을거에요.”


“그렇지만 엘사..”


“알고 싶은 게 생겼어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안나.”


“…… .”


안나는 불안한 눈으로 엘사를 바라보았다. 엘사는 이미 마음을 정한 듯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이건 행복해지기 위해 하는게 아니었다. 그저 대답을 찾고 싶었다.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이 사람을 위해서. 


“...알아야겠어요. 내가 뭘 원하는지, 지금 이 감정이 뭔지.”


“엘사?..”


“당신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


엘사가 겨우 힘겹게 토해낸 그 말을 꺼낸 순간, 온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안나는 엘사의 방을 나오자 마자 문 앞에서 그대로 주저 앉았다. 뜨거워진 볼을 양손으로 부여잡으며 쿵쾅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애쓰고 있었다. 자신에게 한 번도 별 다른 표현을 한 적이 없던 엘사의 갑작스러운 말에 안나는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 같았다.

엘사는 어떻게 표정 하나 안 바뀌고 그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한 순간에 공주의 마음에 들어온 엘사는 안나의 마음속을 헤집어 놓고 있었다.


안나는 처음으로 엘사의 마음을 살짝 엿본 기분이었다. 안나를 더 알고 싶다는 엘사의 말 뒤로 무언가가 더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곳은 함부로 볼 수도, 다가갈 수도 없는 곳인 것 같았다.

엘사의 눈에 살짝 비쳤던 그 깊은 어둠에 오히려 자신이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안나는 살짝 고개를 들어 창 밖을 바라보았다. 어느 덧 노을이 지고 있었다. 산 너머에 걸린 해는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마치 엘사를 좋아하는 자신의 마음처럼.


“안나 공주님! 폐하께서 돌아오셨습니다.”


복도 끝에서 들려오는 시종의 외침에 안나는 그제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발걸음을 옮기기 전, 다시 엘사의 방문을 바라보았다. 약간의 두려움과 기대감이 섞여 마음 속을 어지럽혔다.

안나는 깊은 곳에 있는 엘사의 손을 잡아주고 싶었다. 엘사의 옆에서 언젠가 자신이 마주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안나의 눈동자는 태양처럼 빛나고 있었다.


살짝 열린 창문 사이로 저녁을 알리는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이제 곧 축제의 시작이었다.




추천 비추천

64

고정닉 12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공지 음란성 게시물 등록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163] 운영자 14.08.29 167255 509
공지 설국열차 갤러리 이용 안내 [2861] 운영자 13.07.31 439691 286
1123622 오후갤먹 ㅇㅇ(223.38) 12:54 6 0
1123621 잠이깬 거시애오 ㅇㅇ(223.38) 05:44 8 0
1123620 격하게 밤샌 다음날 [1] ㅇㅇ(222.233) 00:07 27 0
1123619 일요일이야 ㅇㅇ(110.47) 06.01 11 0
1123618 이거 몬가 떠난 설쥬미와 설갤 같음 [4] ㅇㅇ(110.47) 06.01 43 0
1123617 눈이 퀭~ [1] ㅇㅇ(110.47) 06.01 14 0
1123616 안줌 술버릇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1 27 0
1123615 엘사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1 20 0
1123614 오타쿠짓하다 발견 [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1 56 1
1123613 구케엘 이제 디아블로4 하냐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1 26 0
1123612 안나는 평생 공주하고 엘사는 여왕하자 [1] ㅇㅇ(223.38) 06.01 31 0
1123611 맨날 카멜레온 같이 아이피 바뀌더니 ㅇㅇ(223.38) 06.01 18 0
1123610 설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1 19 0
1123609 설...하... [1] ㅇㅇ(211.234) 06.01 15 0
1123608 왜 6월임 ㅇㅇ(221.143) 06.01 13 0
1123607 엘산나 언제까지 애틋할거야 ㅇㅇ(223.38) 06.01 19 0
1123606 아 미친 6월 첫글을 잊다니 ㅇㅇ(110.47) 06.01 17 0
1123605 6월첫글 차지해 ㅇㅇ(223.38) 06.01 17 0
1123604 이러다 뽀뽀할거같음 [5] ㅇㅇ(110.47) 05.31 70 11
1123603 정신 차리니까 벌써 금요일 ㅇㅇ(223.38) 05.31 16 0
1123602 엘산나갤입니다 ㅇㅇ(223.38) 05.31 17 0
1123601 맛점해러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1 26 0
1123600 내 5월 어디감 [1] ㅇㅇ(106.101) 05.31 20 0
1123599 하 혐퀘 [1] ㅇㅇ(211.234) 05.31 21 0
1123598 5월도 안녕 ㅇㅇ(223.38) 05.31 19 0
1123597 5월 마지막의 첫글이노라 ㅇㅇ(110.47) 05.31 18 0
1123596 능력 혐오하는데 능력 없는건 싫은 엘사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70 5
1123595 아 맞다 쥬미들아 인스타펌글 올릴 때 조심해 [1] ㅇㅇ(110.47) 05.30 69 3
1123594 누가 이거 1이 안나고 2가 엘사랬는데 [2] ㅇㅇ(110.47) 05.30 58 0
1123593 설갤만큼 엘산나에 진심인 커뮤가 있냐 [1] ㅇㅇ(223.38) 05.30 40 0
1123592 모든 삶이 엘산나야 ㅇㅇ(223.38) 05.30 30 0
1123591 우중충한 날엔 빠와가 있는 노래를 들어야 해 [3]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41 0
1123590 설갤 덕분에 글도 써보고 [1] ㅇㅇ(223.38) 05.30 32 0
1123589 크으 이틀만 견뎌 ㅇㅇ(223.38) 05.30 20 0
1123588 그래서 대체 왜 목요일에는 다들 없는거임??? [2] ㅇㅇ(112.157) 05.30 38 0
1123587 핵정전의 목요일 ㅇㅇ(112.157) 05.30 20 0
1123586 설하 [1] ㅇㅇ(106.101) 05.30 21 0
1123585 소설이란걸 써본게 설갤이 처음인디 [3] 설갤러(221.145) 05.30 50 0
1123584 크윽 늦었다 [1] ㅇㅇ(223.38) 05.30 25 0
1123583 첫글접수 ㅇㅇ(110.47) 05.30 20 0
1123582 고요한밤 설갤러(118.43) 05.29 19 0
1123581 막글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9 20 0
1123580 코피 철철철 ㅇㅇ(110.47) 05.29 22 0
1123579 저 밑에 새의상 [1] ㅇㅇ(223.38) 05.29 34 0
1123578 후 빡센 오늘이었따 [1] ㅇㅇ(223.38) 05.29 28 0
1123577 엘사가 사라지는 꿈꾸는 안나 [2] ㅇㅇ(223.38) 05.29 46 0
1123576 설하 [1] ㅇㅇ(115.138) 05.29 18 0
1123575 오늘 유익한 악몽을 꿈 [2] ㅇㅇ(211.234) 05.29 33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