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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혁명]Praying prey 65

개구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4.19 23:18:11
조회 339 추천 52 댓글 7

공약:Praying prey 61~63화 쪄오기,  

추가)64화+@ 쪄오기






1~60화 링크

https://sulgal.tistory.com/m/2109



61~62화 링크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893263




63~64화 링크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893272











164.






"즐거워 보이네요."



방 안에서 제인은 하얀 수면원피스를 입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맞은 편에는 검고 하얀 줄무늬의 실내복과 핑크색 긴팔셔츠를 오로라가 침대에 걸터앉아 가볍게 홍차를 마시며 티타임을 즐기고 있었다. 사건에 휘말린 비관련자와, 아톤의 정보를 가지고 온 내부고발자의 관계는 의외로 잘 맞물려 떨어졌다. 처음엔 경계하던 두 사람이었지만,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서로 맞는 구석이 존재했다. 제인은 특히 민트초코로 만들어진 모든 음식을 싫어한다는 오로라의 주장에 격하게 공감했다. 바깥의 아렌들은 얘기할 수 있는 공통 주제가 있었지만, 두 사람에겐 거의 없다시피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두 사람이 같이 있는 시간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어서 빨리 일이 끝났으면 좋겠어요."


제인이 찻잔 속의 홍차를 조금 마시며 오로라에게 말했다.


"제인은 나중에 무슨 일 할 거예요? 아톤으론 못 돌아가잖아요."


"벌어둔 돈이 있으니까 일평생 소일하며 살려고 해요. 오로라는 어떡할 거죠?"


제인의 물음에, 오로라는 손가락으로 턱을 받치며 고민했다. 사장인 이두나가 과연 복귀 이후로 어떤 직책과 일을 맡길지 궁금했다.


"블루라운드에서 뭐든 일할 것 같아요. 전 제인하고 다르게, 돈을 좀 많이 날렸거든요....헤헤."


심각한 말과는 달리 쉽게 웃어버리는 오로라를 보며, 제인은 저렇게 웃어보았던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해보려 애썼다. 한스란 사람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품었을 때, 입으로나마 웃어보았던 것 같았다.


"얼마나 날렸는데요?"


"좀 많은데..."


"그러니까 얼만데요."



오로라는 양 손의 손가락들을 서로 톡톡 부딪치며 우물쭈물 말하지 못했다.


"말하기 싫으면 말하지 마요. 혹시 몰라 도와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20억이요."


그 순간, 제인은 크게 기침할 수밖에 없었다. 트렁크에 마약을 가득 실은 승용차를 바다에 빠뜨리지 않고서야 나올 수 없는, 제인 기준에서도 적지 않은 금액이었기 때문이었다.


"괜찮아요?"



오로라가 책상에 놓여진 곽티슈를 세 장 뽑아 제인에게 가져갔다. 티슈들을 받아든 제인은 한참 동안 폐에 들어간 홍차 방울들을 빼려 연신 기침을 했다.


"아니, 도대체 뭘 어떻게 날린 거예요?"


"회계 장부를 조금 바꿔 개인 소비에 써버려서요. 아, 지금은 괜찮은 거 같아요. 사장님이 절 좌천시키면서 카페를 하나 열어주셨는데, 돈을 좀 많이 저축했거든요!"


"저축 자금은 얼만데요?"


"환율까지 고려한다면 12억 정도?"


오로라는 제인에게서 받은 구겨진 티슈들을 휴지통에 던져 넣었다. 하늘하늘 움직이던 쓰레기들은 정확히 통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8억 정도면 나쁘지 않겠네요."


"도와주시는 거예요?"


제인은 코를 훌쩍이면서 찻잔에 손을 가져갔다.



"그래요. 어차피 제 돈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불어나고 있으니까요."



"무슨 일을 하시는데 그러세요?"


"유망한 펀드 몇 개 가입해서 돈을 굴리고 있죠. 한스도 모를 거예요."


오로라는 주변의 사람들이 하나같이 특출나단 사실을 깨달았다. 제인은 현재 실업자여도, 이미 비축해둔 돈을 계속 굴리며 불려나가고 있고, 이두나는 한 기업체의 사장이었다. 그리고 안나는 베테랑 킬러이자, CIA와 샐리맨더에서 벌였던 작업들로 재산을 많이 축적해 두고 있었다. 그나마 비교해볼 사람이라면 한나가 있겠지만, 한나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무엇보다 이두나의 새 딸이자 안나의 동생되는 사람이었다. 보이지 않는 빈부격차에 오로라는 저도 모르게 회계 장부 비리를 했던 과거의 오로라에게 속으로 욕을 했다.


"씨발."


정확히는, 욕을 하려고 했다. 제인은 오로라의 갑작스러운 욕설에 두 눈을 크게 떴다.


"아뇨, 아뇨아뇨아뇨! 그냥 혼잣말이예요. 갑자기 부러워서랄까.."


오로라는 상황을 수습하려고 두 손을 휘휘 저으며 제인에게 해명했다. 하지만 제인은 그것을 변명이라고 생각했다.


"제가 짜증나서 예의 그 '씨발'을 외친거 아니예요?"


"무슨 소리예요, 그냥... 제 주변에 돈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랬어요. 당신만 봐도 엄청 부자잖아요."


제인은 오로라의 말을 곱씹었다. 12억을 모아둔 오로라의 카페 수완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모두 블루라운드에게 상환해야될 금액들이었고, 오로라는 사실상 무일푼이나 다름없는 삶을 이루고 있었다. 제인은 오로라가 욕을 내뱉은 이유가 나름 합당하다고 생각했다. 단순한 인류애가 아닌 동정심에서 나온 결론이었다.


"듣고 보니 그래요. 이번만 봐줄게요."


"정말이예요?"


"10억 정도 드릴까요? 2억은 생활 지원금이라고 생각해요."


"주신다면 저야 땡큐죠! 아, 안나도 도와준다고 했었는데... 어떡하지."


오로라는 행복한 상상에 젖어 있었다. 안나와 러시아에서 카자흐스탄까지 총알과 폭탄이 오가는 사지에서 살아남은 보상이, 지금 한꺼번에 몰아 들어오는 것 같았다.



"안나 씨가 얼만큼 가지고 있을지 모르지만, 오로라의 양심에 따라 받아 둬요. 그리고 그 은혜를 잊지 말아요."


제인은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조언을 오로라에게 해주었다. 막연하게 따져보면, 명령이어도 이두나의 납치를 주도한 사람은 제인 자신이었다. 오로라의 빚을 탕감해주어 간접적으로나마 블루라운드에게 지은 죄를 씻어낼 것이었다. 어쩌면 두 아이가 살아났을 때, 가까운 곳에 머물며 용돈이라도 쥐어주어야겠다고 제인은 생각했다.






165.


한 가지 더 해줄 말이 있어요.

뭔데요?

낭비벽 좀 줄여요. 다음에 이런 일 있으면 절대 안 도와줄 거고, 줬던 돈 다 갚으라고 할 거니까요.

무울론이죠!











166.





"아직도 그러고 있어요?"


메가라에게 쫓겨난 필립스는 기왕 나온 김에 직원에게서 펜과 수첩을 빌려 기지 곳곳을 돌아다니며 직원들의 불만사항을 받아적었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단 추가, 총기에 부착할 광학 장비의 단가 절약 등 구체적인 것들을 모두 적은 다음, O와 X를 쳐가며 실현 가능성들을 모두 따져보는 시간을 가졌더니, 어느덧 서쪽 하늘은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필립스는 문득 자신과 메가라가 아무것도 먹지 못했음을 알고, 기지 내 매점이 문을 닫기 전 허둥지둥 포장된 케밥 네 개와 맥주 네 캔을 사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 밖에서 본 2층은 불빛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숙소에 들어왔을 때, 내부는 에어컨의 실외기의 소리가 소음을 대부분을 차지했다. 필립스는 벌써 메가라가 잠이 들었나 의심했다. 대면한지 처음이었고, 싫든 좋든 서로를 알아가야 했다. 필립스는 조용히 계단을 올라가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메가라의 공간을 보았을 때, 의자에 앉아 헤드셋을 끼고 스탠드의 불에 의지해 랩톱의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메가라가 보였다. 메가라의 배경을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단순하게 게임 중독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필립스는 조용히 다가가 메가라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톡 톡 두드렸다. 그 순간, 메가라는 고슴도치처럼 화들짝 놀라 필립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깜짝 놀랐잖아요."


헤드셋을 벗으며 메가라가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또 다시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카니보어를 이용해 러시아에서 오가는 이메일들의 키워드를 분석하던 도중, ASIC에서 갱신시킨 정보들이 있어 잠깐 보고 쉬려고 한 것이, 저녁이 지날 때까지 계속 확인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벌써 저녁이예요?"


"저녁이예요. 그리고 안 더워요? 이동식 에어컨은 왜 안 틀어놓고 있던 거예요?"



필립스는 턱으로 메가라의 뒤에 놓인 1미터 크기의 직육면체 에어컨을 가리켰다. 직원이 가져다 준 사실을 메가라는 알지 못할 정도로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필립스는 맥주캔을 따 메가라에게 건넸다.



"좀 쉬면서 해요. 밥도 안 먹었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여기, 케밥도 샀으니까 좀 들어요."



필립스가 호일에 싸여진 케밥 하나를 건넸다. 맥주를 한 모금 마신 메가라는 필립스의 손에서 낚아채듯이 케밥을 가져가 포장을 벗겨 한입 크게 베어물었다. 메가라가 씹던 케밥을 삼키는 사이, 필립스는 창문을 닫고 불을 켰다. 메가라가 손을 뻗어 에어컨의 전원을 눌렀고, 이내 찬 공기가 방안에 메꿔지기 시작했다.


"이제 좀 살 것 같네."


"평소에도 그러고 살아요?"


필립스가 손수건을 메가라에게 건넸고, 메가라는 손수건과 필립스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땀 좀 닦아요. 보는 사람도 더울 정도예요."


메가라는 턱 밑의 땀을 손등으로 훔쳤다. 손등은 메가라의 땀에 흥건히 젖어 있었다. 메가라는 말없이 필립스의 시선을 피하며 손수건으로 목과 얼굴의 땀을 닦았다.


"기다렸던 정보들이었거든요. 원래는 안 그래요."


"오늘은 좀 쉬어요. 쉬지 않고 달렸으면 머리 식힐 때도 있어야죠. 안 그래요?"


메가라는 어느새 케밥 하나를 모두 먹어치웠고, 손가락 끝에 남은 소스들을 핥고 있었다. 필립스는 측은하게 바라보며 케밥 팩을 하나 더 주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정보들은 마음에 들어요?"


"네, 한스가 어디로 도망칠지 경로가 정해진 듯 보여요. 한스의 별장은 여러 곳이 있는데, 그 중에서 자체 벙커가 있는 곳은 알래스카의 코북 강에 위치한 곳밖에 없더라고요."


"거긴 국립공원 아니예요? 어떻게 그곳에 건물을 지을 수 있죠?"


필립스는 침대에 걸터 앉아 케밥을 감싼 호일을 깠다.


"돈이면 뭐든 못할까요?"


"아 돈, 돈이면 뭐든지 할 수 있죠."


필립스는 메가라가 내세운 근거를 금방 수긍했다. 그는 메가라의 CIA가 표적을 두는 사람이 거대기업의 회장임을 잠시 잊고 있었다.


"최근에도 그쪽에 차량들이 이동한 모습이 위성 사진으로 찍혔고, ASIC에서 보내 줬어요."


"거 진짜 유능한 집단이네요. 언제 한번 그쪽하고도 컨택 한번 넣어보고 싶네요."


"제가 다리를 이어드릴게요. 경험자가 있어야 일이 수월해질 거 아니예요?"


"제 투자에 대한 보답입니까?"



메가라는 캔을 쭉 들이켰다. 잠깐의 휴식에 스며드는 맥주 속 탄산이 가려웠던 근심을 시원하게 긁어주었다.


"그렇다고 해둘게요."



분위기는 훈훈해졌다. 대가 계산에 철저한 두 사람에게 대가가 오가면, 결국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선물이나 다름 없었다. 필립스도 나름 만족하며 맥주 캔을 하나 따 손에 들었다.


"건배라도 할까요? 저희 계약이 계속 지속되길 바라면서."


메가라는 싫지 않은 듯 맥주캔을 뻗었다. 탱, 스프링 끊어지는 소리가 나면서 두 사람은 조용히 목을 축였다. 그 때, 메가라의 전화기가 요란스럽게 울렸다. 이름이 기억나는 클래식 음악이 방 안에 울려퍼졌다. 메가라는 허둥지둥 맥주캔과 케밥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메가라의 표정은 잔뜩 긴장되어 있었다.


"왜 그래요?"


"국장님이예요."


"예?"


"잠깐만 조용히 해봐요, 메가라입니다."


[메가라, 지금 시간 되나?]


"예... 됩니다만."


메가라는 필립스를 잠시 쳐다보았다.


{신경쓰지 말고, 하던 전화 계속 해요.}


필립스가 숨소리를 섞어가며 메가라에게 말했다.


[지금 하는 작업, 당장 멈추게.]



"예?"



[다시 듣고 싶은가? 아톤을 향한 공작들을 전부 멈추란 말일세.]



매티어스는 뜻밖의 말을 메가라에게 통보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메가라의 의견에 지지를 표했던 그가, 이제와서 메가라에게 작업 취소를 명령했다.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메가라는 알고 싶었다. 이번 적은 국가 러시아가 아닌, 러시아 제약기업의 숨겨진 행태를 고발하는, CIA의 이미지를 개선시킬수 있는 작전이었다. 마약은 합법인 곳도 있고, 불법인 나라도 존재했다. 미국은 대마초를 합법화 해도, 여전히 멕시코와의 국경에서 벌어지는, 불법 이민자들이 유통하는 마약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현 지침에도 어긋나지 않는, 정당성의 성격을 띄고 있는 작전은 안나를 위한 명분이 없어도, 충분히 제거해야만 하는 감자의 싹과도 같았다.



[나도 알고 싶네만, 백악관에서 지침이 떨어졌어. '국가 간 상호 협력을 위해 불필요한 공작을 자제하라'더군.]



"하지만 이 작업을 성사시킨다면 마약의 주요 유통 경로 하나를 없앨 수 있습니다. 아시잖아요."



[자네 마음, 나도 이해해. 하지만 우린 모든 사람이 독자적인 기관이라 하여도, 결국 조직 체계는 존재하기 마련이야. 우리 위에는 백악관이 있어. 그분들이 하는 말은 시간이 지나면 평가가 되겠지만, 지금으로썬 절대적인 명령이야.]



메가라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지금껏 벌여온 일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버리는 순간이었다. 국장 급이라면 어떻게든 말과 증거로 설득을 해 마음을 돌릴 수 있겠지만, 그 위의 집단을 설득시킬 재간은 부족했다. 아니, 설득시킬 수 없었다. 마땅한 보고서가 있어야겠지만, 마약 경로 차단이라는 매혹적인 성과가 앞에 있음에도 작전을 취소하란 명령이 하달되었다면, 메가라는 그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침묵은 긍정으로 해석하겠네. 아, 그래도 연구는 계속 진행하게. 그것은 취소하란 말이 나오지 않아서 말이야. 그리고 그곳에서 당분간 좀 쉬다 오는게 어떤가? 요즘 밤낮 안가리고 전쟁 막느라고 고생했지 않은가? 자네 계좌로 보너스를 입금할 테니, 그곳에서 실험 감독만 계속 하다 왔으면 좋겠네.]



일종의 좌천과도 비슷한 통보였다. 돈이 들어온다는 기쁨보단, 안나와의 약속을 타의적으로 어겨버린 것에서 나온 미안함, 그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이 더 컸다. 메가라는 그대로 휴대폰을 꺼 책상 위에 두었고, 맥주캔을 집어 그대로 바닥이 보일때까지 들이켰다.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겼나 봐요."


필립스가 걱정하자, 메가라는 지금껏 참아온 스트레스를 풀고 싶었다.


"네, 맞아요! 다 터졌어요. 그냥 씨발 아오!"


갑자기 태도를 바꾼 메가라를 보며, 필립스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괜찮아요? 지금 취한 거 같은데, 일단 자두는 게 어때요?"


"나 안 취했어! 그냥 빡친 거예요. 왜 씨발 다들 나한테만 지랄이야, 지랄이!"


메가라는 필립스에게 손짓했다.


"그거 줘봐요."


"네?"


"맥주! 더 달라고!"


필립스는 남은 두 개의 맥주캔을 메가라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맥주캔이 책상에 닿기가 무섭게, 메가라가 빠른 속도로 따개를 열어 벌컥벌컥 소리가 날 정도로 거칠게 마셔댔다.


"저러다 체할 거 같은데."


필립스의 예언은 그대로 적중했다, 숨이 막혔는지, 메가라가 거칠게 기침을 해대었고, 필립스는 메가라를 화장실로 데려갔다. 변기에 얼굴을 대고 구토를 하는 메가라를, 필립스는 주먹으로 메가라의 등을 노크하듯 두드렸다.


"괜찮아요?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요."


구토를 마친 메가라가 변기의 물을 내리며 수도꼭지에 입을 가져가 안을 헹궈 뱉었다.


"하아... 미안해요. 일이 취소되어 버렸거든요."


"스칼렛과 관련된 일인가요?"


"네, 맞아요. 그 애한테 약속까지 했는데, 저항도 못하고 끝나버렸어요. 백악관 지침이라 반항할 수도 없고... 그냥 죽고 싶어요."


필립스는 화장실 찬장에서 향수를 꺼내, 정장의 목 부근에 뿌려 주었다.


"어떡하면 좋죠."


"어떡하면 좋냐라... 어떻게 하길 원하시는데요?"


필립스는 휘청거리는 메가라를 침대에 앉혔다. 메가라의 두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겨우 맥주 두 캔에 이 드세보였던 CIA 사무관은 금세 취기가 올라 고개를 보블헤드 인형처럼 사방으로 휘두르고 있었다.



"한스 그 씹색...기를 조져버리고 싶어요. 그리고 내 앞길 막는 사람들 싹 다! 조져버리고 싶다구요!"



"그래요? 음... 당신이 CIA였죠. 지금 백악관이 당나귀였나?"




"맞아요....저희 기관도 당나귀...같이 멍청해 보이는 새끼들이 가득....해요오."


메가라는 아예 침대에 드러누워 버렸다. 훌쩍이며 흐느끼는 소리도 들렸지만, 필립스는 내버려 두기로 했다. 울거나 고성을 지르는 술버릇은 쉽게 진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아아안...느아아아아... 내가 망나니라 미안해애애."



맥주캔은 여전히 메가라의 손에 들려 있었다. 메가라는 차츰 잠에 들려는 듯 흐느낌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메가라, 진짜로 스칼렛 도와주고 싶어요?"


"웨요, 뫄법이라도 부려주시게요?"


슬픔으로 일그러진 메가라가 필립스를 쳐다보았다. 필립스는 씁쓸하게 웃었다.



"마법? 난 마법 안 믿어요. 하지만 마법 같은 일을 만들 가능성이 있는 행동을 할 순 있죠."


"그럼...해애..."



메가라는 말도 마치지 못하고, 그대로 곯아 떨어지고 말았다. 무휴식 업무와 직장 상사의 작업 취소에 따른 스트레스를 맥주의 힘을 빌려 풀어버렸고, 그 끝은 숙면이었다. 필립스는 메가라가 들고 있는 캔맥주를 조심스럽게 빼 책상 위에 놓았고, 남은 케밥 하나를 냉장고에 넣었다. 3층으로 올라가기 전, 그는 그녀가 추위에 떨지 않게 담요 하나를 위에 덮어주었고, 에어컨의 온도를 조정했다.




전등이 꺼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필립스는 3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랐다. 문을 열자, 어둠이 그를 맞이했고, 그는 손을 더듬어 바로 옆에 둔 금고를 보지도 않고 키패드에 비밀번호를 입력해 열었다. 손을 뻗어 두꺼운 책 한 권을 꺼낸 그는, 책끝으로 스위치를 눌러 불을 켰다. 피곤이 몸을 짓눌렀지만, 그는 책을 펴 페이지를 천천히 넘겼다. 이름과 단어들의 옆에 전화번호가 빼곡히 차 있었고, 그는 그 중 하나에 시선을 고정시키며 휴대폰을 꺼내 전화 창에 번호를 입력해 통화를 시작했다.




네 번의 신호음이 오간 뒤에야, 상대방은 필립스의 전화를 받았다.










167.


누구시죠?

퀸메이커, 접니다.

필립? 무슨 일인데 핫라인 번호로 전화를 건 거죠?

별 거 아니고, 코끼리들의 힘을 빌리고 싶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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