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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내 룸메이트가 이렇게 귀여울 리 없어 8

엘산나비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7.17 13: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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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미쳤어? 얘가 갑자기 왜 이래.”



엘사는 동기의 걱정 어린 말을 흘려들으며 연신 술을 들이켰다. 시선은 역시 안나에게 고정. 그룹을 나눠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시고 있는 와중에 안나는 한스 무리에 섞여 신나게 부어라 마셔라 하고 있다. 따가운 시선이 느껴질 법도 한데 엘사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고 오히려 보란 듯이 한스 옆에 찰싹 달라붙어 하하 호호하고 있는 꼴이라니.



“왜~ 냅둬~ 엘사, 드디어 오늘 날 잡았구나! 마셔, 마셔, 더 마셔! 먹고 죽자!”



그 와중에 메가라는 또 옆에서 부채질을 해댄다. 이미 본인의 주량을 훌쩍 넘도록 마셔댄 탓에 엘사의 세상은 핑핑 돌아가고 있었다.



“분위기 좀 봐라. 게임이나 할까? 우리 진실 게임 하자 진실 게임!”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말없이 술만 퍼마시는 엘사 덕분에 어색한 분위기가 지속되자, 보다 못한 메가라가 게임을 제안했다.



“갑자기 웬 진실 게임? 유치하게. 그리고 난 너네한테 궁금한 것도 없어.”

(현재 엘사는 혀가 완전히 꼬여버려 어눌하게 말하고 있지만 독자 여러분의 가독성을 위해 정상적으로 표기했습니다.)



“와~ 너무 하네~”



“...저는 궁금한 거 있는데.”



엘사가 메가라에게 핀잔을 주자, 맞은편에 앉아 있던 카산드라가 끼어들며 말했다. 옆자리 라푼젤이 카산드라의 옆구리를 찌르며 눈치를 줘보지만 꿈쩍도 않는다.



“봐봐~ 너 빼고 다 하고 싶어 하거든? 그럼 술병 돌린다~”



엘사가 대꾸할 틈도 없이 메가라의 손을 떠난 술병이 빙글빙글 돌아가다 카산드라의 앞에 멈춰 섰다.



“워후~ 1번 타자! 내가 돌렸으니까 내가 질문한다? 애인이랑 스킨십 진도 어디까지 빼봤어?”



“야, 처음부터 너무 센 질문 아니냐 큭큭.”



“넌 성인 된 지 얼마 안 된 애한테 무슨 그런 질문을 해?”

(현재 엘사는 혀가 완전히 꼬여버려 어눌하게 말하고 있지만 독자 여러분의 가독성을 위해 정상적으로 표기했습니다.)



“얘가 요즘 동양 사학 공부하더니 유교인가 뭔가에 심취했나. 대답하기 싫으면 마시면 되지~ 자자, 선비는 빠지시고~ 빨리빨리 진행합시다!”



“엘사 선배 말대로 저도 성인인데 할 건 다 해봤죠, 뭐.”



이 정도면 답변이 된 거겠죠? 메가라가 가볍게 엘사를 제지하며 대답을 재촉하자, 카산드라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대꾸했다. 라푼젤과 카산드라는 비밀 연애 중이었기에 그 상대가 바로 옆에 있다는 건 다들 몰랐겠지만, 애인의 능구렁이 같은 대답에 라푼젤의 얼굴이 점점 붉어졌다.



“그럼 이제 제가 돌릴게요?”



노련한 손짓으로 술병을 돌리자, 빠르게 돌아가던 술병이 운명의 장난처럼 엘사를 향해 멈춰 선다. 메가라는 손뼉까지 치며 엘사를 놀려대고, 카산드라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는다.



“자자, 우리 후배님. 빨리 질문해 봐. 아주 센 걸로다가 부탁해?”



“엘사 선배, 우리 과에 좋아하는 사람 있죠?”



메가라의 부추김에 카산드라는 고민하는 척하더니,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여기저기서 비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후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뻔하디뻔한 재미 없는 질문이었지만, 엘사에게는 꽤나 치명타였다. 엘사는 우물쭈물하더니 제 앞에 놓인 술잔을 들어 입에 털어 넣었다. 아아, 순진한 엘사. 오히려 대답을 피하는 바람에 YES라고 말한 꼴이 되어버린 걸 알기는 알까. 카산드라의 한쪽 입꼬리가 더할 나위 없이 올라갔다.



이젠 정말 한계였다. 엘사의 얼굴은 이제 곧 터질 것 마냥 시뻘겠다. 만취녀가 메가라의 어깨에 기대어 가쁜 숨을 내쉬고 있는 현장 근처를 화장실을 가기 위해 지나던 안나가 메가라에게 붙잡힌다.



“거기, 엘사 룸메! 얘 좀 데려가서 재워라. 이런 건 룸메가 챙겨줘야지?”



선배의 부름에 안나의 시선이 자신의 룸메이트에게로 가 닿자, 후배의 입에서는 대답과 함께 자동으로 한숨이 섞여 나왔다. 아까의 실랑이 때문에 불편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었지만, 저대로 뒀다가는 또 무슨 난동을 피울지 몰랐기에 안나는 별수 없이 엘사를 부축해 나섰다. 카산드라와 라푼젤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해 보지만 두 사람 다 요지부동. 안나는 이를 부득부득 갈며 속으로 저 커플이 부디 지옥으로 떨어지길 간절히 빌었다.



“선배, 조심, 조심.”



안나는 엘사의 머리를 받쳐주며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혔다. 머리맡에 앉아 이미 두 눈을 감고 꿈나라를 여행할 준비를 마친 듯한 발간 얼굴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겨있던 안나는 돌연 엘사를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선배..선배...! 렌즈, 렌즈 뺐어요?”



“우웅...으으...으아니...”



“하... 렌즈 빼고 자요. 빨리요.”



엘사의 상체를 일으켜 보지만 손을 놓자마자 바람 빠진 풍선처럼 픽 하고 쓰러지고 만다. 으아아, 진짜! 안나는 자신의 머리칼을 마구 헝클어뜨리며 괴로워하다 플랜 B를 실행하기로 한다.



“선배, 렌즈 통 어딨어요? 네? 그것만 말해주고 자요.”



“으어어... 즈어기... 눼 가방 앞 주뭐니에...”



그 와중에 대답할 정신은 있었는지 겨우 반쯤 뜬 눈으로 자신의 가방을 가리키는 엘사였다. 안나는 가방을 뒤적거려 렌즈 통을 찾아내곤 다시 엘사의 머리맡에 자리 잡고 크게 심호흡했다. 그리고 검지와 엄지로 하늘 같은 선배의 눈꺼풀을 벌려 강제로 눈을 뜨게 만든 다음, 손수 렌즈를 빼내 주었다. 선배의 위엄 따위는 애 진작에 바스러진 지 오래였다. 선배의 추한 몰골을 내려다보며 집중하던 안나는 이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믿기지 않아 실소를 터뜨렸다. 후배들을 벌벌 떨게 만들던 엘사 선배가 이젠 하나도 무섭지가 않았다. 무섭긴 개뿔. 곧 양쪽 렌즈를 다 빼낸 뒤 이불까지 곱게 덮어주고 뒤돌아서려는 찰나, 안나의 손목이 무언가에 턱 붙잡혔다. 으아 깜짝이야! 반사적으로 돌아보자, 엘사가 눈을 감은 채 안나의 손목을 꼭 붙잡고 웅얼거리고 있었다.



“미...앙해...”



미안하다는 말이 가슴 어딘가를 저릿하게 만들었다. 뭐가 미안하다는 건지. 아까 다툰 게 미안하다는 건가? 그건 오히려 선배한테 대든 자신이 미안해할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건... 이미 볼꼴 못 볼 꼴 다 본 사이에 무슨... 왠지 모르게 손을 뿌리칠 수 없었던 안나는 쓴웃음을 흘리며 엘사가 깊게 잠들 때까지 옆을 지켰다.





*





엘사를 재우고 다시 방 밖으로 나오자 여전히 술판이 한창이었다. 처음보다 인원은 많이 줄었지만, 주당들은 아직까지 자리를 지키며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다. 하지만 그 남아있는 사람들마저도 이미 다들 제정신은 아닌 듯했다.



“우리 안나~ 못난 룸메 때문에 고생이 많아~?”



한스가 안나를 위로한답시고 건넨 말에 안나의 표정이 순간 굳는다.



“엘사랑 룸메이트라니. 끔찍하구만.”



분위기 파악을 못 하고 한 마디 더 얹는다. 주변에 앉아 있던 이들도 동조하며 안나에게 동정 어린 눈빛을 보내왔다. 안나는 욱 튀어나오려는 성질을 애써 죽이며 엘사를 변호하기 시작했다.



“하하, 끔찍할 것까진... 같이 사는 거 나름 재밌는데요.”



거짓말은 아니었다. 크고 작은 사건 사고와 엘사의 의외의 모습들을 발견하는 건 안나에게 분명 즐거움으로 다가왔으니까.



“에이~ 솔직히 말해도 돼, 안나. 난 엘사 동기라고. 너보다 엘사에 대해 잘 알지.”



한스가 거드름을 피우며 말하자 주변에서는 그럼 엘사에 대한 얘기들 좀 해보라며 부추기기 시작했다.



“그럴까? 흠, 뭐부터 얘기해 볼까... 일단, 생각하면 안타깝지. 원래부터 저렇게 지랄 맞은 성격은 아니었거든.”



엘사의 과거 이야기에 안나 역시 주의를 기울인다.



“옛날엔 말이야. 엄청 순둥했다고. 순둥순둥한 정도가 아니지. 완전 호구였어 크하하.”



“정말요? 상상도 안 간다!”



폭발적인 주변 이들의 반응에 한스는 더욱 신나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거절도 잘 못 하고, 맨날 뜯어 먹히기나 하고. 아, 너네, 엘사가 금수저인 건 다들 알고 있지? 성질은 좀 더러워도 친해져서 나쁠 것 없으니까 알아둬.”



한스의 조롱 섞인 말에도 관중들은 그저 낄낄거리며 동조할 뿐이었다. 그걸 지켜보는 안나의 속이 점점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지금처럼 까칠한 것도 섹시하지만 예전엔 귀여운 맛이 있었는데 말이야.”



안나는 같이 살며 봐왔던 엘사의 모습들을 떠올렸다. 선배가 귀여운 구석이 있긴 하지. 근데 그랬던 사람이 왜 갑자기 변한 거지?



“아쉽다, 아쉬워~ 그때처럼 순진할 때 확 꼬셔버렸어야 했는데. 아까워 죽겠네. 아니면 지금이라도 꼬셔볼까? 그동안 실패한 놈들뿐이었지만 난 자신 있거든. 크크큭. 저렇게 완벽해 보이는 여자를 확 자빠뜨려 버리는 것도 재밌겠어. 그렇지 않아? 침대 위에서는 어떨지 궁금하구만. 저렇게 점잔 떠는 애들이 오히려 더 밝히는 법이거든.”



그때였다. 안나의 주먹이 한스의 면상을 강타한 건. 순간 현장은 경악한 표정으로 상황을 그저 지켜보는 무리와 흥분해 날뛰는 안나를 저지하는 무리, 그리고 코를 부여잡고 안나에게 달려들려는 한스를 막는 무리로 나뉘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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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의 정령 불주먹 짱나 넘 좋고ㅎㅎ


오늘도 읽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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