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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공주와 해적 57화 - 출병의 날

ㅂ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9.03 16:48:12
조회 159 추천 16 댓글 9

링크 모음: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928443



57화 - 출병의 날



그렇게 야속하기만 한 세월이 바삐 흘러가고……. 어느새 출정의 날이 밝았다.

 


***

 


이 배가 여왕님의 기함…….”


매티어스와 나란히 아렌의 창에 승선하는 한나의 마음 속엔 실로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그중 가장 알기 쉬운 건 역시 낯섦이었다; 온 바다를 제 집마냥 누비고 다닌 한나였지만, 엘사의 것이 아닌 배에 타는 건 처음이었다. 태어나서 타보는 세 번째 배…… 그게 일국의 여왕의 기함이 될 줄이야.


복잡한 마음도 있었다; 자신은 그 자리에 없었지만, 엘사의 원래 배인 노스 윈드를 격침시킨 게 바로 아렌의 창이다. 물론 상황상 어쩔 수 없었지만, 오랜 세월 배의 보수를 직접 해가고 각종 설비를 점검해왔던 한나의 마음이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건 무리였다. 하지만 이제 엘사에게는 어엿한 새 배가 생겼고, 게일과 아렌의 창 모두 그녀가 새롭게 벼려낸 기술의 정수가 녹아들어 있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아렌델 시민들의 환호 소리도 한나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살면서 이런 환대를 받아본 적이 있나 싶으면서도,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만약 멜리사가 그녀와 엘사를 버렸다면 이 사람들은 전쟁의 위협에 처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 그녀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한나의 가슴을 떨리게 한 건…… 저 위에서 눈을 빛내며 자신을 향해 손을 내미는 멜리사의 모습이었다. 처음으로 이 사람과 같은 배를 타고, 같은 입장에서 싸우게 되는 것이다…… 그 사실이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지는 아무도 알지 못하리라.


너와 함께 이 배에 오르는 날이 오게 될 줄이야……”


그렇게 느낀 건 멜리사도 마찬가지였는지, 갑판에 올라온 한나의 손을 잡으며 감회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괜찮으신가요?”


하고 싶은 말은 너무나도 많은데, 입 밖으로 나오는 건 고작 그 한마디였다. 안 괜찮은 걸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는데…… 아무것도 잃지 않겠다고 했지만, 앞으로 벌어질 전장에서 뭘 잃을 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너무 불안할텐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한나는 알 수 있었지만, 이어지는 멜리사의 대답에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괜찮게 만들어야지; 너와 함께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보다 더한 신뢰의 표현이 존재할까? 순식간에 붉게 물든 한나의 얼굴을 보며 귀여운 듯이 쿡 하고 웃음을 흘리는 멜리사였다.


“…… 전장에선 그러시면 안돼요. 저 집중 못해요.”


괜찮다, 그만큼 내가 더 집중하면 되니까.”


“………………”


할 말이 없어진 한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던 멜리사가, 그녀의 손을 잡은 채로 배의 후미로 함께 걸어갔다. 거기서 밑을 내려다보니…… 굳은 표정으로 시립한 마시멜로 곁에 엘사와 안나가 나란히 서있었다. 군주인 멜리사가 출정하는 지금, 아렌델의 통수권자는 자연스레 계승 1순위인 안나가 이어받게 되는 것이다.


“…… 이번엔 내가 언니를 떠나보내네. 이제서야 언니 맘을 좀 알 것 같아.”


어딘가 서글픈 표정으로 멜리사에게 말하는 안나. 같이 말하진 않았지만, 한나를 향하는 엘사의 시선도 같은 걸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때와 지금은 다르다; 엘사를 보내고 아렌델에 홀로 남았던 한나는 (적어도 그 당시에는) 두려움과 외로움에 갇혀있었지만, 지금 남겨진 엘사 곁에는 사랑하는 이와 지켜야할 이들이 잔뜩 있으니까.


“…… 너희들에게 맡기겠다.”


그런 엘사와 안나를 짙은 눈으로 내려다보며 조용히 말하는 멜리사. 짧은 말이었지만, 그 안에 모든 게 들어있었다.


“… 저도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여왕님.”


부드럽게 말하는 엘사 또한 같은 걸 말하고 있었다; 어쩌다 보니 두 사람 모두 서로의 동생과 지켜야 할 사람들을 상당수 서로에게 맡기게 된 셈이다.


걱정 마, 한나! 너희 언니가 바보 같은 짓 안 하게 내가 옆에서 잘 붙들어 매고 있을 테니까!”


그 와중에 언니만 믿으라는 식으로 한나에게 엄지를 척하고 들어보이는 안나. 가끔 타인을 위해 무모해지는 엘사의 습성을 완벽히 꿰뚫은 발언이었지만, 글쎄……


“…… 언니, 혹시나 공주님이 무모한 짓 하면……”


걱정 마, 한나. 그 땐 내가 붙잡을 테니까.”


너무해, 한나! 미래 시누이를 좀 믿으라고!”


또 만담을 시작하는 세 사람을 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젓던 멜리사가 히죽 웃으며 다시 시선을 엘사에게 보냈다.


이쯤 되면 너희들도 자신에게 가혹하게 구는 게 서로에게 상처가 된다는 것 정도는 알겠지. 울리면 가만 안 둔다, 엘사?”


장난스러운 협박이라도 그 말을 한 사람이 여왕이라면 무게가 다르게 마련이지만, 엘사는 낯빛 하나 바뀌지 않고 태연하게 받아쳤다:


물론입니다, 여왕님. 저는 그저 여왕님과 동생이 무사히 귀환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에잇, 능구렁이 같은 녀석. 한 마디를 안 지는구나.”


어쩌다 자기도 만담에 참여한 꼴이 된 멜리사가 피식 웃으며 한나를 바라보았다. 저 미소를 다시 보기 위해선 이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한나의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지만…… 새삼 그건 모두가 마찬가지 아닌가. 애써 내색하지 않고 역시 미소와 함께 말했다:


다음 번엔 저한테 맡겨요; 언니도 공주님도 말싸움으로는 저 못 이기니까.”


대답이 돌아오진 않았지만, 기특하단 표정으로 바라봐주는 멜리사의 표정으로 족했다; 지금 여왕이 해야 할 일은 그런 게 아니라 저 밑에 운집한 아렌델의 시민들을 향해 외쳐주는 것이니까:


오늘, 아렌델은 우리의 것을 빼앗으려 하는 약탈자들에게 고한다: 온 세상이 다 그들 앞에 무릎 꿇어도 우리는 그러하지 않을 것이니! 용맹한 아렌델의 아들 딸들이여, 나는 이제 그 무도한 자들을 치는 창이 될 터이니, 그대들은 이곳에 남아 소중한 이들을 지킬 방패를 보좌하라! 무기를 들어라!”


아렌델을 위하여!”


내 목숨을 아렌델에!”


사방에서 피어오르는 함성소리를 듣는 한나의 가슴이 웅장해졌다. 이 사람들이 자신이 지켜야 할 사람들이고, 그 곁이야말로 자신이 돌아와야 할 곳이다.


돛을 올려라! 출항이다!”


 

***

 


떠나네요……”


부두에서 멀어져 가는 함대, 특히 그 선두에 선 아렌의 창을 바라보며 복잡한 표정을 짓는 엘사. 항상 떠나는 쪽이었던 그녀였기에, 누군가를 떠나보내며 안전을 기원하고 기다리는 역할은 상당히 낯설었다.


이젠 우리가 저들이 돌아올 땅을 지켜야죠.”


옆에서 가만히 그런 엘사의 손을 잡으며 속삭이는 안나. 그래, 항상 지키는 입장이긴 했지만…… 항상 선제로 공격하던 해적 시절과 달리, 이번엔 쳐들어오는 적들을 막아내는 게 자신의 일이었다. 한 번의 실패가 곧 지켜야 할 땅과 사람들의 상실의 의미하는……


하지만 어째서일까, 할 수 있다는 기분이 충만하다…… 이 사람이 내 곁에 있어주는 한.


그럼 우리도 준비하러 갈까요…… 우린 우리들의 싸움이 있으니까.”


엘사의 말에, 뒤에서 준비하고 있던 마시멜로와 라푼젤, 크리스토프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치만 13척으로 300척이라…… 처음 널 따라나설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극한직업이 될지는 몰랐는데.”


그 와중에 성질 못 버리고 한마디 하는 크리스토프를 보며 피식 웃는 엘사와 안나.


그 정도 일은 해내야 내 선원이고 아렌델의 시민이죠, 크리스토프. 안 그래요?”


“…… 할 말 없구만.”


엘사의 말에 쓴웃음을 지으며 수긍하는 크리스토프로부터 저 앞에 보이는 피오르드로 시선을 돌린 엘사의 얼굴은, 어느새 전사의 그것으로 돌아가 있었다.


저 웅장한 아렌델의 관문이, 며칠 뒤면 위즐튼 함대의 통곡의 벽이 될 것이다.

 


- 작가의 변 - 


출병하는 그 순간까지 꽁냥대는 네자매...... 너네가 레전드다...... 이제 본격적으로 전쟁나면 한동안 저짓도 못할테니까 쥬미들이 이해해줘 ㅎㅎ


그나저나 다음주면 60화를 찍겠구만..... 근데 그래도 안 끝남 ㅋㅋㅋ 최초로 70화까지도 노릴 수 있을듯 ㅋㅋㅋ 미쳤지 ㅋㅋㅋ 1화 연재한게 6월 중순이니까 벌써 3달이 다되가도록 이 픽만 붙잡고 있는 내가 레전드다 ㅋㅋㅋ


다음화부터는 본격적으로 전쟁 시작이야! 노덜드라와 아렌델 양면에서 전투가 벌어질 예정인데, 두 장소를 왔다갔다하면서 비출 예정이라 좀 정신없을 수도 있어. 아마 내일은 사정상 못 올리고 토요일 오전에 올라올텐데, 우선 예고를 보자!



- 58화 예고: 빗속의 포성 -



어떻게든 늦지 않았군……. 적들이 접근하려면 얼마나 걸리겠는가?”


...


“…… 그러지 말고 같이 가요, 여왕님.


...


, 아렌델 놈들, 우리가 이렇게 빨리 당도할 줄 몰랐겠지! 더구나 해류를 탄 지금은 더더욱 빠르고 말이야!”


...


, 저 정도 화력으로 이 대선단을 전부 저지할 수 있을까보냐! 이대로 돌파한다!”



지금 원고는 이미 60화를 넘겼는데 아직도 전쟁중이더라..... 언제 끝나냐 ㅋㅋㅋㅋ 암튼 건필건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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