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팬픽] 공주와 해적 66화 -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ㅂ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9.16 17:04:51
조회 191 추천 16 댓글 10

링크 모음: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928443



65화 -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


잠시 할 말을 잃고 제 손에 쥐어진 파괴적인 도구를 내려다보는 안나. 총은 한 번 쏘면 한 발이 나간다는 상식을 깨부순, 상대를 죽이는 걸 넘어 완전히 박살내기 위해 만들어진 흉기. 대신 거리가 조금만 멀어져도 위력이 급감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근거리에서 상대하려고 했다가는…… 제 발 밑에 고깃덩이가 되어 널브러진 프랜시스처럼 되는 것이다.


농담으로라도 보기 좋지 않은 꼬라지에 매스꺼워진 안나였지만, 죄책감은 가지지 않았다; 그를 쏘아서 그녀는 가까이는 스스로의 목숨을 구했고, 멀리는 그녀가 사랑하는 모든 걸 위협하는 적국의 장교를 없앴다. 거기에 대해 죄의식을 가지는 건 아렌델에, 엘사에 대한 모독이었다. 그래도…… 이성적으로 어떤지를 떠나, 그냥 마음이 좋지 않았다. 전쟁이란 그런 거겠지.


안나, 고생했어요…… 내게 기대요.”


그래서 엘사가 조용히 제안했을 때, 사양하지 않고 말없이 엘사의 어깨에 고개를 묻는 안나였다. 이미 게일 위로 진입했던 적들은 모조리 소탕한 뒤고, 저 앞에 발이 묶인 위즐튼의 함대는 낙석과 포격, 그리고 앞에서 격침된 그들의 배들 때문에 아직도 뒤엉킨 상태에서 쉬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잠깐…… 잠깐이면 되니까……


그녀의 복잡한 심경을 위로하듯, 저 뒤에 어렴풋이 보이는 왕성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간지럽혔다. 잠깐, 바람이……?


엘사, 바람 방향이……!”


잠시 멈칫한 엘사였지만, 이내 안나의 말을 알아듣고 눈이 빛났다; 아렌델은 대체로 풍향과 해류의 방향이 일치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해류가 피오르드에서 아렌델 안쪽으로 향하던 지금까지는 바람이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는데, 그 방향이 바뀌었다는 건……!


드디어……!”


피투성이가 된 채로 몸을 일으키는 엘사였지만, 그 환희에 찬 표정은 마치 전쟁의 여신처럼 살벌하고 아름다웠다.


선장! 이제……”


고개를 들어보니, 엘사뿐만 아니라 그들을 바라보는 크리스토프, 카산드라, 오큰, 알라딘의 눈빛도 모두 기대감에 가득 차있었다; 마침내 길고 길었던 인내의 시간이 끝난 것이다.


흐름이 바뀌었습니다……. 돌격 개시!”


 

***

 


퍼엉


이번엔 또 뭐냐……!”


계속되는 이변에 머리를 싸쥐고 있던 위즐튼의 공작이, 날카롭게 울려퍼지는 신호탄 소리에 다시 고개를 들었다. 저 앞, 적 대장선이 있을 자리에서 기이한 푸른색 섬광탄이 하늘로 솟구치다 막 사라지고 있었다.


공작님, 대기하고 있던 적선들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 제놈들이 알아서 온다고?!”


깜짝 놀라 선수로 뛰어나가는 공작. 과연, 저 멀리서 길을 틀어막고 포만 쏴대던 아렌델 함선 열두 척이 돌출되어있던 대장선 주변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적선 총 13, 이쪽으로 전진합니다!”


콰앙


퍼엉------!!!


마치 부하의 말에 응하기라도 하듯이, 진격을 시작한 아렌델의 배들이 일제히 불을 뿜기 시작했다; 어느새 포탄을 갈아끼웠는지, 아까 해안포로 쏴대던 폭발하는 포탄을 마구 쏴제끼며 앞길을 가로막던 배의 잔해들을 마구 폭파하기 시작한 것이다.


, 멍청한 놈들! 알아서 접근전을 벌이러 와주다니! 물길은 우리의 편이다! 놈들이 바라는 대로 들어쳐주자!”


, 공작님!”


오랜만에 뭔가 뜻대로 돌아가는 기분을 받은 위즐튼의 공작이 신나서 외치자, 크로스보우의 선원들 역시 의욕적으로 달려들어 노를 젓기 시작했는데…… 어째선지 아까에 비해 영 속도가 나지를 않았다.


다들 뭣들 하는 거야! 왜 이렇게 느린 건가!”


답답해진 공작이 불호령을 내렸지만, 들려오는 대답에 이내 또다시 아연해지고 말았다:


…… 그 사이 해류가 바뀐 것 같습니다! 이젠 아렌델로 진입하려면 역류를 해야……!”


아무리 공작이 막무가내라고 해도 그 말뜻까지 못 알아들을 바보는 아니었다. 흐름이 바뀌었다는 건, 이제 오히려 저쪽에서 돌격해오는 속력이……


, 퇴각하라! 퇴각해야 한다! 최대한 빨리 이 피오르드를 벗어나야……!”


안 그래도 이미 남은 함대는 사기가 꺾일대로 꺾여 서둘러 후퇴하려고 하고 있었지만…… 이번엔 아까 진입할 때와는 반대 양상이 되고 말았다. 안쪽에 있는 함선들이 돌진해오는 적들에게 기겁해 도망치려는 반면, 아직 상황 파악이 안된 뒤쪽 배들은 머뭇거리다 오히려 그 배들의 진로를 막아버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방향만 반대가 되었지 또다시 거의 전 함대가 좁아터진 피오르드 길목에서 뒤엉켜버리고 만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쫓아오는 아렌델 함대는…… 뒤바뀐 물살을 타고 그야말로 모두 갈아마셔버릴 기세로 들이닥치고 있었다.


, 으아악……! 오지 마, 오지 말라고……..!”


다시 말하지만, 전장에서 사기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그렇게 당해놓고도 아직 100척 이상, 즉 적 전력의 거의 10배를 보유한 위즐튼 군이었지만, 연이어서 적의 계책에 휘말린 결과 사기가 죽을 대로 죽어버린 바람에, 10분의 1도 안되는 적이 다가오자 몹쓸 공포에 질려 정신을 못 차리고 도망치기 바쁜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네 이놈…… 끝까지 내 발목을 잡고 늘어지다니…… 엘사 드레이크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위즐튼의 공작이 절규하거나 말거나, 마치 거스를 수 없는 파도처럼 그들을 향해 육박해오는 아렌델의 전함들이었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만신창이가 되었으면서도 선두에 서서 공격을 이끄는 엘사 드레이크의 기함, 게일이었다.


 

***

 


우지끈 콰직


와우, 여기 위에서 보니까 더 멋진데?!”


플린…… 무슨 감상하냐고……”


피오르드 위쪽, 전장에 어울리지 않게 휘파람까지 불며 밑을 내려다보던 플린에게 한숨을 쉬는 라푼젤이었지만…… 솔직히 장관이라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지끈 콰직


멀리서 봐야 아름다운 게 있다고 들었다; 처음엔 부정한 라푼젤이었지만, 저 아래에서 단 열두 척의 우리 함선들이 10배는 많은 적선들을 호쾌하게 들이받으며 전진하는 모습은…… 실로 가슴이 웅장해지는 장관이었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엘사와 공주님을 태운 게일이, 당당히 앞장서서 위즐튼의 함대를 박살내고 있었다.


아렌델의 전함은 거친 북쪽 바다와 맞서기 위해 육중하게 튼튼하게 설계되는 게 관례이고, 이는 배의 속도를 어느 정도 희생하긴 하지만 대신 해전에서 무시 못할 내구도를 보장하기도 한다. 물론 위즐튼의 군함도 튼튼한 편이긴 했지만, 워낙 아까부터 일방적인 포격과 낙석에 잔뜩 상해있던 데다가 도망치려고 우왕좌왕하다가 뒤나 옆에서 들이받혀버리니 속절없이 부서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으지직 으직


안나 공주님 만세! 엘사 제독님 만세!”


피오르드에 배치되었던 병사들이 눈앞에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대승리에 환호하기 시작했다. 분명 시작은 절망적일 정도로 열세인 싸움이었는데, 용기와 기지를 통해 그 압도적인 전력차를 극복하고 오히려 아군의 피해조차 거의 없이 완벽히 그 무적 함대를 궤멸시킨 것이다.


이놈들아, 아직 싸움은 끝이 아니다! 우리가 할 일이 남아있지 않은가!”


죄송함다, 대장님!”


느닷없이 떨어진 마시멜로의 불호령에 구경하다 말고 화들짝 놀라 제 위치로 돌아가는 병사들과 플린, 라푼젤. , 역시 이 양반이랑 다니면 꼭 뭔가 문제가 생긴다니까!


그래,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바로 자신들의 손으로 끝내야 할 테니까.


다시 진지하게 돌아온 라푼젤의 눈빛이, 어찌어찌 살아남아 허겁지겁 피오르드를 벗어나는 크로스보우에 꽂혔다.

 


- 작가의 변 - 


위즐튼..... 어 딜도 망가...... ㅎ......


누누히 말했지만 엘산나 vs 위즐튼은 명량해전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했지? 이 부분도 마찬가지야. 실제 명량해전에서 조선 수군도 해류가 바뀔 때까지 존버하다가 들이닥쳐서 충각으로 왜선들을 박살내버렸거든. 물론 왜선이 삼나무로 만들어서 빠르지만 허약한 재질이라 가능했지만 뭐 아무튼.


자, 이제 이쪽 전선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됐고.... 이제 슬슬 통스도 보내버릴 때가 된 거 같지? 다음화 예고를 보자:



- 67화 예고: 원한을 담은 흉탄 - 



으아악! 퇴로, 퇴로를 찾아야……!”


...


여왕님, 적들이 대형을 변경했습니다! 전력으로 이쪽을 향해 돌진할 기세입니다!”


...


“…… 제 어리광을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왕님.”


...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녀에게 더 나은 미래를 선물해주는 것뿐이다.”


...


저 계집은……!”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선.... 앞으로 4화만 더 쓰면 된다, 크하하! 힘낸다! 다들 건필건독!


추천 비추천

16

고정닉 8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공지 음란성 게시물 등록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163] 운영자 14.08.29 167255 509
공지 설국열차 갤러리 이용 안내 [2861] 운영자 13.07.31 439691 286
1123622 오후갤먹 ㅇㅇ(223.38) 12:54 6 0
1123621 잠이깬 거시애오 ㅇㅇ(223.38) 05:44 8 0
1123620 격하게 밤샌 다음날 [1] ㅇㅇ(222.233) 00:07 26 0
1123619 일요일이야 ㅇㅇ(110.47) 06.01 11 0
1123618 이거 몬가 떠난 설쥬미와 설갤 같음 [4] ㅇㅇ(110.47) 06.01 42 0
1123617 눈이 퀭~ [1] ㅇㅇ(110.47) 06.01 13 0
1123616 안줌 술버릇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1 26 0
1123615 엘사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1 20 0
1123614 오타쿠짓하다 발견 [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1 55 1
1123613 구케엘 이제 디아블로4 하냐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1 25 0
1123612 안나는 평생 공주하고 엘사는 여왕하자 [1] ㅇㅇ(223.38) 06.01 30 0
1123611 맨날 카멜레온 같이 아이피 바뀌더니 ㅇㅇ(223.38) 06.01 17 0
1123610 설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1 19 0
1123609 설...하... [1] ㅇㅇ(211.234) 06.01 15 0
1123608 왜 6월임 ㅇㅇ(221.143) 06.01 13 0
1123607 엘산나 언제까지 애틋할거야 ㅇㅇ(223.38) 06.01 19 0
1123606 아 미친 6월 첫글을 잊다니 ㅇㅇ(110.47) 06.01 17 0
1123605 6월첫글 차지해 ㅇㅇ(223.38) 06.01 17 0
1123604 이러다 뽀뽀할거같음 [5] ㅇㅇ(110.47) 05.31 69 11
1123603 정신 차리니까 벌써 금요일 ㅇㅇ(223.38) 05.31 16 0
1123602 엘산나갤입니다 ㅇㅇ(223.38) 05.31 17 0
1123601 맛점해러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1 26 0
1123600 내 5월 어디감 [1] ㅇㅇ(106.101) 05.31 20 0
1123599 하 혐퀘 [1] ㅇㅇ(211.234) 05.31 20 0
1123598 5월도 안녕 ㅇㅇ(223.38) 05.31 19 0
1123597 5월 마지막의 첫글이노라 ㅇㅇ(110.47) 05.31 18 0
1123596 능력 혐오하는데 능력 없는건 싫은 엘사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69 5
1123595 아 맞다 쥬미들아 인스타펌글 올릴 때 조심해 [1] ㅇㅇ(110.47) 05.30 68 3
1123594 누가 이거 1이 안나고 2가 엘사랬는데 [2] ㅇㅇ(110.47) 05.30 57 0
1123593 설갤만큼 엘산나에 진심인 커뮤가 있냐 [1] ㅇㅇ(223.38) 05.30 40 0
1123592 모든 삶이 엘산나야 ㅇㅇ(223.38) 05.30 30 0
1123591 우중충한 날엔 빠와가 있는 노래를 들어야 해 [3]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40 0
1123590 설갤 덕분에 글도 써보고 [1] ㅇㅇ(223.38) 05.30 32 0
1123589 크으 이틀만 견뎌 ㅇㅇ(223.38) 05.30 20 0
1123588 그래서 대체 왜 목요일에는 다들 없는거임??? [2] ㅇㅇ(112.157) 05.30 38 0
1123587 핵정전의 목요일 ㅇㅇ(112.157) 05.30 20 0
1123586 설하 [1] ㅇㅇ(106.101) 05.30 21 0
1123585 소설이란걸 써본게 설갤이 처음인디 [3] 설갤러(221.145) 05.30 50 0
1123584 크윽 늦었다 [1] ㅇㅇ(223.38) 05.30 25 0
1123583 첫글접수 ㅇㅇ(110.47) 05.30 20 0
1123582 고요한밤 설갤러(118.43) 05.29 19 0
1123581 막글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9 20 0
1123580 코피 철철철 ㅇㅇ(110.47) 05.29 22 0
1123579 저 밑에 새의상 [1] ㅇㅇ(223.38) 05.29 34 0
1123578 후 빡센 오늘이었따 [1] ㅇㅇ(223.38) 05.29 28 0
1123577 엘사가 사라지는 꿈꾸는 안나 [2] ㅇㅇ(223.38) 05.29 46 0
1123576 설하 [1] ㅇㅇ(115.138) 05.29 18 0
1123575 오늘 유익한 악몽을 꿈 [2] ㅇㅇ(211.234) 05.29 33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