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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공주와 해적 69화 - 재회의 선물

ㅂ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9.20 08:06:24
조회 209 추천 13 댓글 14

링크 모음: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928443



69화 - 재회의 선물



“…… 끝났어요.”


아직 총구에서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르는 저격총을 내려놓으며 중얼거리는 한나. 솔직히 이 정도로 자신의 분노가 풀렸을지는 모르겠지만…… 언니나 여왕님이었다면 분명 이걸로 만족했을 것이다. 그럼 됐다; 이 분노는 자신을 위한 게 아니었으니까.


고생 많았다…… 그리고 고맙고 미안하구나.”


적을 척살한 거긴 하지만 어쨌든 사람을 이렇게나 무정히 죽이고 나서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망루에서 내려오기가 무섭게 따뜻하게 말해주는 매티어스와, 말없이 그녀를 품 속으로 당겨 강하게 끌어안는 멜리사의 존재만으로 왠지 가슴이 한켠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 이 승리의 영광을 네게 바치고 싶구나.”


이미 절 품어주신 것만으로도 과분해요.”


한나의 말에 피식 웃은 멜리사가, 다시금 그녀의 손을 잡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마 엘사와 안나도 분명 승리의 깃발을 올리고 우릴 기다리고 있을 거다. 분명 널 자랑스러워하겠지.”


멜리사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한나가 그녀의 팔에 머리를 기대며 속삭였다:


그럼 이제 돌아가요…… 아마 모두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요.”


힐끗 올려다보니 멜리사의 미소가 한층 커져 있었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한나의 집은 이곳 노덜드라지만, 이젠 자연스럽게 여기가 아닌 아렌델을 돌아가야 할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걸 알려준 셈이다.


그래, 그러자꾸나…… 안 그래도 네 언니에게 보여주고 싶은 선물이 있으니까 말이다.”

 


***

 


며칠 뒤, 아렌델에선…… 의무실에 누운 안나는 벌써 며칠째 라푼젤의 폭풍 잔소리에 시달리고 있었다.


세상에, 이 상처들 좀 봐! 이런 걸 자꾸 숨기고 말을 안 하시면 어떡해요, 덧나면 어쩌려고! 제독님께 매일 이런 걸로 잔소리 들으시면서도 그러시네!”


끄응, 너한테 말하면 이렇게 나올 게 뻔하니까 숨겼지……”


투덜거리면서도 얌전히 라푼젤의 시중 및 간호를 받는 안나. 마음 같아선 엘사의 몸에 난 흉터가 훨씬 많다고 해주고 싶었지만, 그걸 자기가 어떻게 알았는지를 생각하면 왠지 부끄러워서 말하기가 어려웠다. 까짓 잔소리 조금 더 듣고 말지 뭐, 어차피 다 걱정해줘서 하는 말인데.


제독님도 위즐튼의 패잔병 처리가 거의 끝났다고 하셨고…… 이제 진짜 여왕님이 돌아오시기만 기다리면 되네요.”


지난 며칠 동안, 엘사는 조금도 쉬지 않고 여왕 대행인 안나를 보필하며 일을 도왔고, 지금처럼 안나가 전쟁에서 얻은 상처를 치유하는 동안엔 잠깐이나마 정무를 직접 맡기도 했다. 아무리 전쟁 영웅이라도 원래라면 그렇게까진 못하겠지만, 멜리사의 공표로 인해 일단은 안나의 약혼녀 신분이라 가능한 것도 있다.


엘사와 결혼이라…… 상상만 해도 좋고 부끄러워져서 괜히 얼굴이 홧홧해지는 안나. 정작 그 결혼을 발표하고 주선해준 언니는 아직 돌아오려면 시간이 좀 남은 모양이다. 떠날 때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던 것 같은데, 무슨 볼일이 있길래 늦어지는 거지?


전에 온 편지에선 엘사에게 줄 선물을 챙긴다고 늦어진다고 했는데…… 얼마나 대단한 걸 가져오길래 일정이 미뤄진 걸까? 혹시…… 우리 혼수?”


스스로의 말도 안되는 소리에 킬킬대는 안나와 함께 웃던 라푼젤이 문득 말했다:


이상하네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왕님이 그렇게 낯간지러운 일을 하리라곤 상상조차 불가능했는데 말이죠.”


그러게…… 사랑하면 사람이 변한다더니 진짠가봐.”


물론 자신 또한 언니에게 사랑받은 사람 중 하나라는 걸 이젠 아는 안나지만, 제 언니와 한나 사이를 보고 있으면…… 그 둘 사이엔 정말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왠지 자신이 없는 동안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보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워지는 찰나…… 자신을 살짝 묘하게 바라보는 라푼젤의 시선이 걸렸다.


글쎼요…… 공주님이 하실 말씀은 아닌 것 같은데.”


? 난 그대로인 것 같은데……”


고개를 갸웃거리는 안나를 보며 쿡쿡 웃는 라푼젤.


말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달라졌어요; 예전의 공주님은, 뭐랄까, 가끔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거나 쫓기는 느낌을 많이 받았지만, 제독님을 만난 이후로는 그러지 않고 오히려 맞서게 된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가……”


아니,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이전의 안나는 자기가 생각해도 행복하진 않았다; 언니는 자신을 냉대하는 듯했고, 궁전에서의 생활은 그저 답답하기만 해서 맨날 몰래 나가기 일쑤였다; 그러다 거리에서 한나를 만나 모든 게 바뀌긴 했지만.


하지만 엘사를 만난 이후로 삶의 모든 부분이 한층 충만해진 기분이 든다. 언니의 진심도 확인할 수 있었고, 처음으로 바깥 세상의 즐거움과 험난함을 모두 겪으며 성장했고, 아렌델을 노리는 위협으로부터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겠다는 사명감을 처음으로 제대로 느꼈고, 무엇보다 엘사라는 멋진 사람과 함께하며 얻은 것이 너무 많다.


부우웅


잠시 상념에 빠져있던 안나의 마음을, 갑자기 멀리서 들려오는 아주 작은 소리가 방해했다.


? 방금 소리 들으셨어요, 공주님?”


들었어. 뭐지? 약간 뿔피리 같기도 했는데…….”


두 사람이 서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


똑 똑 똑


안나, 저에요. 들어가도 되나요?”


엘사, 들어와! 치료 다 끝났어!”


아직 안 끝났어요!”


라푼젤의 항의를 가뿐히 무시한 채로 엘사를 안으로 들이는 안나. 평소보다 약간 빠른 걸음으로 들어오는 엘사의 모습이 왠지…… 게다가 얼굴이 살짝 상기된 게, 혹시 여기까지 뛰어왔나……?


안나, 움직이는 데 불편함은 없나요? 지금 밖으로 나올 수 있죠?”


묘하게 들뜬 모습의 엘사 앞에서 서로 시선을 교환하는 안나와 라푼젤. 이 정도로 눈에 띄게 기뻐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닌데. 게다가 미묘하게 재촉하는 것 같기도 하고……


무슨 일 있나요, 엘사?”


조심스레 묻는 안나에게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엘사.


직접 나와서 확인해보는 게 좋을 거에요. 아마 좋아서 아픈 게 다 날아갈 거라고 확신합니다.”


 

***

 


안나가 대강이나마 엘사가 보여주고 싶은 걸 눈치챘을 때는, 마구간에 있던 크리스토프에게 스벤과 수레를 뺐….아니, 빌려서 항구까지 도달했을 때였다. 지금 시점에서 항구에서 기대할 수 있을 만한 일이 뭐가 있겠는가.


드디어…….!”


환희에 가득 찬 안나가 외쳤을 때는, 이미 수많은 아렌델의 시민과 군인들이 항구에 운집해 있었다; 모두가 외적의 침입에 맞서 조국을 지킨 자랑스러운 이 땅의 자식들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이 하나 되어 외지에서 마찬가지로 고생했던 여왕을 맞이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오오, 저기 보인다! 아렌의 창이야!”


멜리사 여왕님 만세! 아렌델 만세!”


모두의 환호 속에서 당당히 피오르드로 입장하는 아렌의 창 뒤로, 좀 상하긴 했지만 아무튼 대체로 무사한 아렌델의 함대가 줄줄이 따라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장관을 잠시 지켜보던 안나가 시선을 엘사 쪽으로 돌려보니…… 어라, 기쁜 걸 넘어서 울려고 하는데……?


그렇게 좋아, 엘사?”


“…… 그저 이 순간을 안나와 함께 보고 싶었어요.”


엘사의 말에 묘하게 가슴이 떨리는 걸 느낀 안나가 괜히 부끄러움을 감추며 다시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가장 앞서 들어오는 아렌의 창 위에서 당당히 서있는 멜리사의 표정은…… 자신이 없이도 훌륭히 외적을 격퇴한 제 나라를 바라보며 뭉클하면서도 대견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곁에는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한나가 있었고.


그리고 그 뒤에는……?


, 엘사……………?!”


그제서야 엘사가 어째서 그렇게 감격하고 있었는지 깨달은 안나가 크게 놀라 중얼거렸다. …… 이건 눈물나지. 엘사가 저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까 자신의 마음도 함께 뭉클해졌다.


여왕님께서 제 바램을 기억해주셨군요……”


멜리사의 뒤에, 그리고 뒤이어 들어오는 함대를 가득 채운 건 엘사의 부모님을 필두로 한 노덜드라의 모든 사람들이었다.



- 작가의 변 - 


아, 역시 마무리는 해피해야 제맛이지. 노덜드라 사람들을 모두 아렌델로 받아들이는 건 전쟁 직전 회의에서 지나가듯이 언급됐었는데, 아무래도 멜리사도 그게 약간 맘에 걸렸던 모양이지? 미래의 시부모? 처가?가 될 사람들이니 이참에 아예 모셔온 거지 ㅋㅋㅋ 잘했다!


아, 이제 다음화면 진짜 완결이네 ㅋㅋㅋ 지금까지 길고긴 픽 따라오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내일 아님 화요일에 마지막화 에필로그가 올라올테니, 지금은 예고로 만족해주십쇼!



- 70화 예고: 에필로그 - 공주와 제독 - 



내가 짓궃었구나. 하지만 건강해져서 기쁜 건 진심이란다.”


...


공주님께 아렌델은 너무 작죠; 언니와 함께 더 넓은 세상을 맘껏 누비는 게 어울려요.”


...


곧 있으면 만나겠구나, 멜리사 여왕…… 안나의 언니분이라니, 기대되네요. 어떤 분이려나?”


...


“… 좋은 말씀 감사드려요, 공주님. 말씀대로, 평생 이 기적 같은 인연을 소중히 할 생각입니다.”



살짝 스포하자면, 마지막에 살짝 뜬금없는 인물이 까메오로 등장할지도....ㅋㅋ 건필건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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