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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 카페인 - 17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1.01 21: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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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긴…”


  나는 브루니의 꼬릿짓에 담긴 의미를 순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얼빠진 표정과 함께 브루니를 다시 보자, 브루니는 재차 꼬리로 커튼을 가리켰다. 


  저기는 엘사의 방인데. 


  왜 저기를 가리키냐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브루니를 바라보았다. 브루니는 내가 한심하다는 듯이 앞발을 들어 자기 얼굴을 팍 쳤다. 


  왜… 왜 그러지?


  “안나, 여기서 뭐 해?”


  때마침 들어온 데이지는 나와 브루니를 보며 말했다. 나는 브루니의 등을 잡고 집어 올리며 말했다. 


  “아니, 브루니가 저기를 가리켜서.”


  “저 커튼이 쳐진 방?”


  “응.”


  “음… 저게 누구의 방인데?”


  “엘사.”


  “엘사의 방? 그러면, 음… 안에 들어가 보라는 소리가 아닐까? 엘사를 찾는다며. 엘사의 방이니까 무슨 단서라도 나오지 않을까?”


  “아?”


  그제야 브루니의 행동이 이해가 갔다. 나는 브루니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모습을 애써 못 본 척하며 커튼을 제쳤다. 


  “... 여긴 변한 게 없네.”


  폭풍이 몰아치고 간 것 같은 바깥과는 다르게 엘사의 방은 아무런 차이도 없어 보였다. 내가 마지막으로 누웠던 그대로 구겨진 이불, 그리고 가지런히 놓인 펜과 수첩은 이 방에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여기가, 엘사의 방…”


  뒤따라 들어온 데이지는 방 안을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아마도 그녀는 이 방에 처음 들어와 본 듯 싶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가만히 두고 방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과연 이 방에 엘사의 행방을 찾을 수 있을만한 단서가 있을까? 제발. 나는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고, 방 한구석에 놓인 책상을 천천히 뒤졌다. 


  “이런.”


  책상은 이상할 정도로 깔끔했다. 책상 위에 놓인 것도, 책상 서랍에 든 것도 아무것도 없었다. 먼지만 조금 쌓였을 뿐, 새 책상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결국 나는 책상에서 눈을 돌렸다. 어디 찾아볼 만한 곳이 없을까, 방을 둘러보던 나는 문득 데이지가 멍하니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뭘 하고 있는 거지?


  데이지에게 말을 걸어보려 하는 찰나에 보인 데이지의 옆모습이 누군가와 많이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내게 들었다. 그래, 맞아. 데이지의 저 모습은 예전 내 생일날 하늘에 수 놓인 오로라를 보던 엘사의 모습과 조금 닮아 있는 것 같았다. 


  “데이지? 뭐 하고 있어?”


  “아, 안나.”

  

  데이지는 화들짝 놀라며 내게 대답했다. 나는 데이지가 보던 시선을 따라갔다. 그러자 벽에 걸려 있는 내 사진이 담긴 액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데이지가 봤다고 생각하니 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사진 잘 나왔네.”


  “... 그러지 말아 줘.”


  어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웠다. 데이지는 그런 내 모습을 보며 나를 달랬다. 


  “에이, 예쁘게 잘 나왔는데 왜 그래. 언제 찍은 거야?”


  “... 고마워. 저건, 어…”


  나는 말을 흐리고 벽에 걸린 내 사진을 깊게 들여다보았다. 


  “어?”


  사진을 보는 순간 알 수 없는 위화감이 내게 느껴졌다.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그 액자에 걸린 사진의 주인공은 나였다. 하지만 사진을 보면 볼수록 생기는 이질감은 감출 수가 없었다. 


  “이 사진, 뭔가… 이상한데.”


  데이지도 내 말을 듣고는 다시 사진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그렇게 서로 사진만 보며 시간이 지나고, 무언가를 알아차린듯한 데이지가 내게 말을 걸었다.


  “안나! 이 사진 말이야, 좀 어려 보이지 않아?”


  “응? 잠시만…”


  나는 한 눈을 감아가면서 사진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사진에 담긴 내 모습은 조금 어려 보였다. 


  “응, 그런 것 같아. 얼굴도 조금 작은걸 보면 십 대 후반 때 찍은 것 같은데… 잠깐.”


  내가 저런 사진을 찍은 적이 있었나?


  십 대 후반, 내가 특별 채용으로 통제부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될 시기였다. 그런 시기에 내가 저런 사진을 찍을 리가 없었다. 


  “... 언제 찍은 거지?”


  아무리 생각을 해도 저런 사진을 찍은 기억이 없었다. 복장도 평소 내 옷차림과는 많이 달랐다. 


  “이상해.”


  사진을 볼수록 내 의구심은 줄어들기는커녕 더 늘어나기만 했다. 엘사는 내 저 사진을 어디서 구한 걸까? 나는 의문만 가중시킨 채 사진에서 시선을 돌렸다. 


  “... 데이지?”


  시선을 돌려 보니 데이지가 사라져 있었다. 바깥을 둘러보고 있는 걸까? 나는 별 다른 내색 않고 다시 방 안을 둘러보았다. 


  그렇게 시선을 돌리는 와중에, 침대 옆에 있는 작은 테이블 위에 있는 무언가가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이건…?”


  낡은 수첩이 그 옆에 놓인 펜과 함께 고풍스러운 느낌을 잔뜩 풍기고 있었다. 나는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이 수첩을 급하게 집어 들었다. 들었다. 혹시 이 안에 엘사를 찾을 단서가 있지 않을까? 나는 떨리는 손으로 수첩을 열었다. 


  이런. 


  그런 내 기대가 무색하게도 수첩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열심히 종이를 넘겨가며 봐도 한 글자도 찾을 수가 없었다. 나는 실망스러운 기색과 함께 수첩을 닫았다.


  혹시 모르니까 가져갈까?


  수첩을 품 속에 넣었다. 언젠가는 쓸 일이 생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더 이상 엘사의 방에선 찾을만한 것이 없어 보였다. 나는 엘사의 방에서 나와 주방으로 다시 돌아갔다. 


  이제 어떡하지?


  카페를 샅샅이 뒤져봐도 별다른 소득을 얻을 수가 없었다. 나는 한숨을 푹 쉬면서 데이지를 불렀다. 


  “데이지.”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나는 또다시 피로가 가득 담긴 한숨을 쉬고 주방 바깥으로 나갔다. 


  “데이지?”


  그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휴게실에도, 주방에도, 심지어 먼지폭풍 휘날리는 바깥에도 데이지는 없었다. 설마.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내 주위를 감돌았다. 


  “데이지!!!”


  목소리를 높여 소리를 질러 봐도 데이지는 나오지 않았다. 내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쿵쿵 뛰었다. 손과 발, 등을 포함한 온 몸에 식은땀이 가득했다. 


  어떻게 하지? 어떡하지? 어쩌면 좋지?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고민이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답은 없었다. 온몸에 힘이 빠지기라도 한 듯, 나는 바닥에 쓰러졌다. 손으로 얼굴을 부여잡으며 나는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나 때문이야. 내 잘못이야. 내가 또 뭔가를 잘못한 거야. 그래서 데이지도 엘사처럼 나를… 


  “안나, 뭐 찾은 거 있어?”


  그 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엘사와 비슷하면서도 약간 더 활기찬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은 데이지뿐이었다. 


  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뒤돌아서서 그녀의 팔을 덥석 잡았다. 그러자 데이지는 깜짝 놀라 하며 내게 물었다. 


  “왜, 왜 그래!?”


  “다행이다, 다행이야.”


  나는 데이지를 품에 덥석 끌어안으며 홀로 되뇌었다. 데이지는 아무 말 없이 나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비록 엘사에게서 느꼈던 그 포근함은 없었지만, 위로를 받는 것만으로도 내겐 큰 힘이 되고 있었다. 


  그렇게 짧은 소란이 지나갔다. 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데이지에게 물었다. 


  “데이지, 어디 갔다 온 거야?”


  “어? 그게, 어… 아, 이곳저곳 둘러봤어. 뭐, 아무것도 없더라.”


  “... 그렇구나.”


  나는 작은 탄식과 함께 빈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제, 어떡하지…”


  멍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하늘로 치켜들었다. 얼어붙은 샹들리에가 나를 반겨주었다. 철푸덕, 그와 동시에 바닥에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잘못 들었거니 생각하고 멍하니 샹들리에를 응시하면서 고민에 빠져들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거지?


  마음이 심란스러웠다. 엘사가 남기고 간 흔적이라곤 얼음 무더기와 편지 한 장, 그리고 칩 한 개 뿐이었다. 아무리 카페를 뒤져 본다고 한들 더 이상 나올 것은 없어 보였다. 


  “... 안나?”


  쿡쿡.


  조금 떨어진 곳에서 데이지가 나를 불렀다. 나는 그녀에게 허탈한 듯 들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왜?”


  쿡쿡쿡. 


  “그, 엘사에 대해서 아는 게 뭐가 있는지 좀 알려주면 안 될까?”


  “... 그건 왜?”


  “일단 아는 것부터 정리해 보는 게 어떨까 해서. 그러면 뭔가 단서가 나올 것 같아.”


  데이지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 좋아. 내가 아는 건…”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을 정리했다. 


  “엘사는 엄청나게 예뻐.”


  “... 알아. 다른 건?”


  왠지 모르게 데이지의 얼굴이 살짝 붉어져 있는듯 했다. 


  “음, 그리고 엘사에게도 초능력이 있는 것 같아.”


  "초능력…? 지금 난리 난 그거 말하는 거야?"


  “응. 엘사 주위에서 얼음이 막 솟구치더라고.”


  “얼음… 알겠어. 이거 말고 아는 건 없어?”


  “끙, 잠시만… 아, 맞아! 엘사는 나랑 이름이 똑같은 동생이 있어.”


  “... 안나, 너랑?”


  쿡쿡쿡쿡. 


  데이지는 내 말을 듣고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얼핏 본 그녀의 눈빛에는 알 수 없는 우울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다시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는 어느새 표정을 바꾸고 의문스러움을 표하고 있었다. 


  “응, 나랑. 아주 오래전에 헤어지게 됐다고 하더라.”


  데이지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걸까? 나는 말을 하면서도 잠깐 생겼던 의구심을 놓지 못했다. 


  "아, 맞아. 엘사는 황궁이랑 연관이 있어."


  "황궁이랑!?"


  "응. 저번에 황궁에 자주 갔었다고 말했었어. 브루니 때문이었다는데. 그리고 어떤 군인들이 엘사를 둘러싸고 제국의 앞잡이라느니, 황제의 앞잡이라느니 그런 소리를 했었어."


  쿡쿡쿡쿡쿡쿡. 무언가가 내 발을 계속 찌르고 있었다. 


  “데이지, 잠깐만. 대체 무슨… 응?” 


  아래를 내려다보니, 브루니가 머리에 큰 혹이 난 채로 내 발목을 자기 발로 찌르고 있었다. 나는 몸을 숙여 브루니를 내 손 위에 얹었다. 


  “무슨 일이야, 브루니?”


  브루니는 잔뜩 심통이 나 있어 보였다. 펄쩍 뛰어 내 머리 위에 올라탄 브루니는 다시 내 머리카락에 몸을 파묻고 잠을 청했다. 


  “... 뭐지?”


  “안나, 무슨 일이야?”


  “아, 브루니가 머리 위에 올라온다고 해서 올려줬어.”


  아하. 데이지는 짧은 감탄을 표했다. 


  “흠… 안나, 혹시 더 아는 건 없어?”


  “글쎄, 나도 이게 전부인 것 같은데…”


  아무리 용을 쓰고 생각해봐도 이 이상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좋아, 그러면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야.”


  “진짜?”


  데이지의 말을 듣고 나는 한껏 기대감에 설레었다. 엘사에게 다가갈 방법이 있다니, 내게는 그 무엇보다 값진 희소식이었다. 그러나 데이지는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뭔데, 왜 그래? 뜸 들이지 말고 말해 줘!”


  나는 데이지를 급하게 재촉했다. 데이지는 계속 머뭇거리다가 끝내 입을 열었다. 


  “... 황궁에 가는 것.”


  나는 얼굴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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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길 온... 언제 행복해지는지 따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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