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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 저 손학규, 믿어주세요

손학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12.12 13:22:01
조회 2102 추천 0 댓글 14


“저 손학규를 믿고 투자해주세요.” MOU를 체결하기까지 내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다. LG필립스는 마지막까지 대만과 한국을 놓고 저울질하면서 판단을 유보했다. 마침 LG그룹 최고 경영진 중에 잘 아는 사람이 있어 그룹 회장이나 LCD 사장을 내가 직접 만나보겠다고 했더니, 자기가 충분히 얘기하고 뜻을 전달할 테니 참으라고 말렸다. 도지사가 직접 회장이나 LCD 사장을 만나게 되면 불공정 게임이란 꼬투리를 잡힐 수 있으니 조심하자는말이었다. 만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을 성사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도리어 나를 설득했다. 나는 그래도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를 해서 진행상황을 물어보고, 내가 직접 LCD 사장을 만나겠다며 고집을 부리곤 했다. 그러나 대답은 “잘 알고 있다. 조금만 참고 기다려라. 뜻은 충분히 전달되었고 그룹 전체에서 손 지사의 의지를 잘 알고 있다. 저쪽(필립스)과의 관계도 있고 하니 결코 도움이 안 된다.”며 한결같았다. 대만과의 줄다리기는 치열하게 계속되고 있었다.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수험생의 심정이랄까. 나는 매일같이 상황을 체크하며 조금이라도 LG필립스의 결정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이 없을까 고심했다. 이때 나는 LG필립스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감춰진 이유가 있다는 걸 알았다. LG필립스는 우리가 유치를 추진하자 중앙 정부의 인맥을 통해 정황을 알아본 모양이었다. 그랬더니 파주 일대가 군사보호지역으로 묶여 있고 공배법(공업배치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되지 않는 한 ‘손학규와 경기도의 희망’일 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한 마디로 ‘파주 입지가 어렵다’는 얘기였다. 당시 공배법은 수도권에 대기업의 공장 신설과 증설을 아예 금지하고 있었고 외국인 투자지분이 51%가 넘는 기업에 한해 2001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한 일이 있었다. 이런 사정인데 경기도가 한시적 허용 기간이 한참 지난 2003년에 LG필립스를 파주에 유치하겠다니 그 회사로서도 우리가 못미더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LG필립스로서는 MOU 체결과 함께 전 세계에 파주 입지가 공개될 텐데 만약 일이 잘못될 경우 기업 신뢰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물론 이후 대만이나 중국 쪽으로 가려고 해도 ‘경기도에서 하다가 안 되니까 다시 온다’는 식이 되어 협상력에 치명적 결함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어떻게 경기도를 믿죠?”하는 식의  의문은 당연했다. 나는 실무자를 통해 “경기도, 아니 나 손학규를 믿어 달라.”는 뜻을 강력하게 전했다. 공배법이나 군사보호지역 문제로 LG필립스 투자유치가 좌절된다면 나는 정치 생명까지 걸 각오였다. LG필립스의 유치는 경기도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문제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나 손학규와 경기도를 믿어 달라.”고 강력하게 설득하자 그제야 다소 안심하며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MOU 내용에 ‘공배법 시행령이 개정되지 않으면 이 협약은 무효로 한다.’는 단서조항을 삽입하길 희망했다. 너무 이례적인 요구이기는 했지만 LG필립스의 불안감을 해소해주기 위해 조항 삽입에 동의했다. 심지어 MOU 체결 행사에서 LG필립스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일단 경기도를 믿고 우리는 사업을 추진하게 됐습니다.”라면서 은근히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이 말은 결국 장애요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MOU를 철회하고 발길을 돌릴 수 있다는 의사표명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자신이 있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공배법 시행령을 고치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니 나라를 위해 올바르고 필요한 일이라면 당연히 규정은 고쳐질 수 있다고 믿었다. MOU가 체결된 후 나는 청와대와 직접 담판하여 공배법 시행령 개정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낼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03년 7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외국투자지분 50% 이상의 25개 첨단업종에 한해 수도권 입지가 가능하다’는 단서조항을 넣어 공배법 시행령을 개정함으로써 한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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