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갤을 눈팅한지는 얼마 안됐지만 나름 독학으로 야매 양조 경력 6년차에 접어들고 있는 학생입니다. 얼마전에 눈팅하다가 어떤 갤러분이 올려주신 kilju 레시피를 보니 어렸을때 설탕으로 술을 담그던게 기억나서 양조 경험이 전혀 없는 분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겠다 싶어 한번 글 싸 봅니다.

제 첫 양조는 중학교 1학년때였는데 식객에 나오는 청주 장인이 너무 간지나서 양조에 로망이 생겨 도전했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때 생긴 술에 대한 로망 덕에 그라가스만 천판 넘게 하기도 했죠. 어렸을때부터 술을 좋아했던건 아버지의 영향도 꽤 있었던것 같은데요

아버지께서 주류업계에 종사하시는 분이라 이 때 술을 접할 기회도 많았던게 기억나네요. 참 좋았었던건 아버지께서 해외 출장을 다녀오시면 쉽게 못구하는 각지의 술들을 잔뜩 사오셔서 제게 맛볼 기회를 주셨던 거였습니다. 덕분에 다른 아이들이 음복으로 처음 술을 접할 때 위스키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그 후론 아버지께서 국내에서만 일하셔서 자연스럽게 그런 술과는 멀어졌지만요.

각설하고, 이 방법은 제가 중학교때 주워들은 지식으로 술 담그던 방법입니다. 한마디로 쌩 야매입니다. 당연히 나오는 술 맛도 형편없죠. 그래도 집에 양조 기구 하나 없고 뭐 잡다한것 주문하기도 귀찮은데 한 번 양조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으신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 부끄럽지만 이런 병신같은 방법이라도 공유해 보려 합니다.





kilju는 핀란드 전통술입니다. 핀란드는 술 관련해서 워낙 엄격한 나라라 밀주로 kilju를 많이 담갔다고 합니다. 발음은 낄유? 킬유? 정도라고 하네요. 게임 my summer car 를 해보신 분들은 익숙하실 술이죠.

만드는 방법은 미드에서 벌꿀을 설탕으로 대체했다고 보면 됩니다. 미드를 만들때 꿀값으로 돈이 장난아니게 깨지는걸 생각하면 굉장히 큰 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진리의 마트 생수입니다. 살균소독이 전부 되어있는 상태여서 발효조 소독하거나 하는 귀찮은 과정을 거칠 필요도 없고 가격도 500원밖에 안합니다.

1.5L 쓴다 생각하고 물을 따라냅니다. 사진보다 좀 더 따라내는편이 좋습니다. 저는 재료를 다 넣으니 꽉 차서 나중에 좀 덜어냈습니다.

설탕을 들이부어줍시다. 가격이 벌꿀과는 비교가 안됩니다. 물:설탕 비는 3:1~4:1정도로 넣어주면 적당합니다. 500g짜리 하나 사서 다 넣으면 간편합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너무 많이 넣으면 효모까지 뒤져버리고 너무 적게 넣으면 효모가 비실비실해져서 좆망하는데 보통 적게 넣어서 좆망하는 경우가 많이 넣어서 좆망하는 경우보다 많습니다. 쫄지 말고 넣어줍시다.

설탕을 들이부은 다음에는 뚜껑을 닫고 거품이 날 정도로 흔들어 설탕을 녹여줍시다.

사실 양조 입문할때 제일 귀찮은게 효모 구하는겁니다. 제가 중학교 1학년 처음 양조에 도전했을때는 효모를 구할 방도를 못찾아 식빵에 요구르트를 부어서 술을 담갔던게 생각나네요. 당연히 실패했습니다.

국민 효모 ec-1118을 사용하는게 베스트지만 싸고 마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적당한 드라이 이스트로 퉁칩시다.

일회용 숟가락입니다. 번거롭게 숟가락 소독할 일 없이 이걸로 저어줍시다.

페트병에서 설탕물을 조금만 따르고 렌지에 30초만 뎁혀서 뜨뜻하게 만들고 드라이 이스트를 반스푼만 풀어줍니다. 저렇게 물 많이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휘적휘적 저어서 공기를 좀 먹게 하고 따뜻한곳에 30분간 방치해줍시다.




이스트를 방치해 놓는 동안 에어록을 만들겁니다. 물론 에어록 얼마 하지도 않는거 사서 쓰는게 최고지만 그마저도 귀찮은 사람들이 있으니 간이로 만들어 봅시다.

야매로 양조할때는 면으로 감싸고 고무줄 감기, 풍선 씌우고 바늘로 구멍 뚫어놓기가 제일 많이 쓰이는 방법입니다. 둘 다 미세한 구멍으로 가스가 빠져나가면서 공기의 유입을 막는 방법이죠. 간편하긴 하지만 안정성이 떨어져서 술 조지기에도 안성맞춤인 방법입니다.

귀찮으시면 그냥 위에 말한 방법을 써도 되지만 효모마저도 제빵용 이스트 썼으니 2리터짜리 쓰레기 만들 확률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그나마 그럴싸한 에어록을 만들어봅시다.

호스는 아무 마트나 들러서 물고기 파는 코너에 가보면 길게 묶은게 천원 정도해서 팝니다. 한바퀴 돌려서 중간부분을 테이프로 묶어줍시다.

이제 저기에 물을 조금만 따라서 둥그런 부분의 반만 물이 차게 해주면 시판되는 에어록과 똑같은 원리의 간이 에어록이 완성됩니다. 물이 외부 공기의 침입은 막아주고 가스만 보글보글 빠져나갑니다.

글루건으로 페트병 중앙에 조그맣게 구멍을 뚫어줍시다. 송곳을 살짝 달궈도 되고 그냥 힘으로 뚫어도 됩니다. 보통 글루건으로 5초정도만 대고 있어도 예쁘게 뚫립니다.

호스를 꽂아주고 공기가 새지 않게 글루건으로 접합 부분을 메꿔주면 완성입니다. 호스가 좁은 관계로 대량 양조할때 이딴걸로 막으면 가스를 감당을 못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웬만하면 에어록 삽시다.

그새 적당히 풀어진 이스트 용액을 페트병에 들이붓고 잘 섞어줍니다.

페트병은 입구가 좁아서 숟가락이 안들어갑니다. 내용물을 밖에서 다 섞고 페트병에 들이붓기도 하는데 귀찮잖아요? 그냥 일회용 빨대같은걸로 적당히 휘적휘적 해줍시다.

어제 얼려놓고 해동한 사과와 귤입니다. 설탕만 쳐넣고 만드는 kilju는 효모가 먹을 영양소가 없어서 높은 확률로 죶망합니다. 이게 영양소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마는 과일 집에 굴러다니는거 대충 넣어줍시다.

한번 얼리는 이유는 세포벽도 파괴해주고 자체 살균 효과도 있다고 어디서 주워들었는데 확실한 정본지는 모르겠습니다. 암튼 전 이렇게 합니다.

다 때려넣은 사진. 좀 과하게 때려넣은거 같긴 한데 야매로 만든거니까 그냥 그러려니 합시다.

에어록에 물 넣을때는 뚜껑을 분리한 채로 넣어줍시다. 뚜껑 낀 상태로 물을 집어넣으면 페트병을 조금만 건드려도 에어록 안의 물이 분수처럼 나옵니다.

에어록에 물까지 넣었으면 수건으로 돌돌 감싸서 방구석에 쳐박아둡시다.

발효 3일차까지는 하루에 한번씩 뚜따해서 저어주는 방법으로 효모가 먹을 산소 넣어주기도 하는데 이러다 좆망하는 경우도 꽤 있다고 하니 알아서 합시다. 저는 그냥 방치하는편을 선호합니다.





여기까지 30분이 채 안걸립니다. 재료비도 10000원이 안들죠. 죶망하면 마음고생없이 갖다버릴수 있는게 야매 양조주의 최대 장점입니다. 발효 경과를 지켜보다가 죶망한거같으면 쿨하게 처분해줍시다.

이제 남은 과정은 대기 후 2차발효, 청징입니다. 발효가 성공적으로 되면 2차발효를 하겠지만 이 술이 좆망할지 성공할지는 저도 모르는 관계로 이후 경과가 안올라오면 좆망해서 그냥 내다버렸구나 생각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