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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엘송 엘리펀트송 자둘 후기(전문이 스포)

ㅇㅇ(210.90) 2015.11.18 10:00:08
조회 2030 추천 36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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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엘송은 초연이고 나는 이제 겨우 자둘을 했을 뿐이므로 여기에 쓰인 모든 대사들은 전부 부정확. 내용만 통하고 비슷하지도 않을듯.

*의도치 않았으나 오글거릴 수 있음.

*오타 봐줘.... 

*자첫은 1114, 자둘은 1117. 그러나 자첫보다 자둘이 좋았다는 건 순전히 내 개인적인 이해도 측면에서지 배우 비교가 아니며 난 엘송 모든 배우를 애정함



1. 나는 ‘하얀 코끼리’, 당신은 ‘왜 사는지 몰라’. 

   코끼리가 사라져도 그렇게 슬퍼해 줄 거예요?


지난 주 토요일. 

공연이 끝나면서 조명이 꺼지고 트리만 고요하게 반짝이다가, 커튼콜에 다시 무대가 밝아지고, 은마이클이 옷장문(...)을 닫고 들어가면 다시 조명이 약해져 안소니 부근만 밝았다가, 다시 관객 퇴장을 위해 완전히 공간이 밝아지는, 

- 그 반복되는 밝음과 어둠 속에 앉아서 나는 마이클이 왜 죽었나 생각하고 있었어. 마이클이 어머니의 아리아를 들으며 그린버그에게 했던 말 “사랑이 아니면 죽음이 달라”가 그가 죽음을 선택한 이유를 단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건 알지만, 왜 지금? 왜 뜬금없이 처음 보는 그린버그 박사 앞에서?

(물론 가장 큰 이유는 그린버그가 마이클의 견과류 알레르기을 모르고 그래서 초콜릿을 줄 수 있는 상대였기 때문이지만, 그냥 심적으로 그 상황이 뜬금없어 보이고 납득이 안됐었어)


어제 자둘을 하고서야 눈치 챘어. 그린버그 박사 앞, 그게 어쩌면 답이라는 거. 

그린버그 박사만 있으니까. 로렌스가 없으니까. 로렌스가 자기 누나가 아프다는 말에 눈물을 흘리며 쪽지만 남기고 바로 자리를 비워버리는 걸 마이클이 봐버렸기 때문에. 

부모에게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랑을 로렌스로부터 알게 되고, 그를 사랑하게 된 마이클은, 로렌스가 홀연히 떠나는 걸 보며 어떤 박탈감을 느꼈겠지? 로렌스는 나도 사랑해주지만 그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의 가족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절대적인 사랑을 주는 가족이 내게는 없다는 것. 그래서 열다섯 살 때부터 계속했던 고민을 또 하게 됐겠지. 내 가치는 얼마 만큼일까? 


로렌스의 부재로부터 제 가치에 대한 의문을 또다시 갖게 된 마이클은, 자기 자신의 부재-소멸로써 그 답을 찾으려고 맘을 먹어. 


그리고 로렌스가 어디로 갔는지 말하라는 말만 늘어놓는 그린버그 박사에게 흘리듯이 말하지. 


코끼리가 사라져도 그렇게 슬퍼해 줄 거예요?


마이클 아버지가 코끼리 사냥을 할 때 우선 차를 가까이 대서 무리를 분산시키잖아. 그리고는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코끼리에게 총을 겨눈 거라고 나는 이해했는데, 마이클도 그런 것 같아. 가족이라는 무리에서 떨어지고 혼자 남아 늘 위태롭고, 사라지기 쉬운 코끼리. 

마이클은 자기가 거짓말을 할 때는 아주 커다랗게 과장한다고 했는데, 실제로 가진 게 없는 사람이 자기를 과대포장 하는 거잖아. 친누나에게로 한 걸음에 달려가 버린 로렌스에게 느낀 박탈감을 밀어 넣고서, 우리는 섹스를 하는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코끼리는 엄마 뱃속에 22개월이나 있는 다면서 “부럽다.”고 말하는 모습이 정말 너무 안쓰럽더라. 




2. 로렌스, 울...어요? 


그리고 로렌스가 자기 누나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그랬던 것처럼, 제가 견과류가 든 초콜릿을 먹었다는 소식에 우는 것을 확인하고서 눈이 반짝이던 두 마이클의 표정이 잊히지가 않는다. 알레르기 때문에 괴로워하면서도 안도하고, 행복해하던 얼굴. 자신을 향한 애정의 확인, 그게 마이클이 바라던 진정한 자유였단 생각이 들었어. 단순히 죽음 그 자체를 원했던 게 아니라 자살이라는 그 행위를 통해 입증되는 자신의 가치, 제 생명의 무게. 그거야 말로 마이클을 오랜 트라우마로부터 해방시켜주는 자유구나. 


약간의 지루함을 느끼며 매우 덤덤하게 수현재를 나섰던 자첫과는 다르게 마이클의 죽음은 어제 나에겐 너무나 슬픈 일이었는데, 마이클에겐 그 무엇보다 명백한 해피엔딩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어. 음정 3개보다 별 거 아니었던 자기를 위해서 로렌스도, 피터슨도 울어주었으니. 


그 우냐고 묻는 고통과 희열이 뒤섞인 얼굴을 보기 위해서 만이라도 난 수현재를 몇 번 더 찾을 의향이 있다. 치였어... 자첫과 자둘의 감상이 이렇게 다를 줄이야.




3. 마이클은 엄마가 죽어가던 그 순간에 울었을까. 


근데 나는, 로렌스가 우는 것을 확인하며 기뻐하는 마이클을 보면서, 정작 그 애는 자기 엄마가 죽을 때 울지 않았을 거라는 이상한 확신이 들었어. 마이클이 극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슬퍼해줄 것인지, 울 것인지를 물어보고 로렌스의 눈물에 행복해했던 것으로 봤을 때 마이클에게 그 눈물은 사랑의 반증인데, 그런 인식이 왜 생겼을까 생각해보면... 엄마가 음정 3개보다 자기를 중요히 여기지 않는다는 걸 알았을 때에 자기는 울지 못했기 때문 아닐까? 엄마가 죽었다는 사실만으로 눈물을 흘리기엔 아이는 벌써 열다섯이었고, 울고 싶지만 눈물은 나지 않는 채로 숨이 잦아드는 엄마 옆에서 그저 덤덤히 ‘엘리펀트 송’을 부르고 있는 소년의 모습이 상상돼. 그 눈물은 절절한 감정이 뒷받침 되어야만 흘릴 수 있는 소중한 것임을 마이클은 제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던 것 같아. 눈물을 흘릴 수 있는 동물, 사람과 코끼리. 

여덟 살 마이클은 아버지가 죽인 코끼리 앞에서는 많이 울었을 텐데. 


이건 잠깐 딴 소리린데, 내가 예정부터 좋아했던 시/바/타/준의 ‘미성년’이라는 곡에 보면 이런 가사가 나오거든. 


우리들은 그저 깨닫기를 원했을 뿐, 아무도 아무 것도 망칠 생각은 없었어요.

아플 정도로 안아주세요, 고통을 느낄 정도로 강하게. 

귀를 기울여 마주봐요. 우리의 영혼의 비명을 들어봐요.

이곳을 향해주지 않으니까 마음이 비뚤어지게 둘 수밖에 없었어요.

이끌어줘요. 어디라해도. 고독이 없는 따뜻한 곳에서 

사랑하고 있어요, 언제라해도. 눈물을 흘리는 방법을 가르쳐줘요. 

생각해내고 싶은 외로움을 울 수 없는 우리에게 돌려줘요. 


이 노래 생각이 많이 나더라.

로렌스랑 통화하면서 마이클이 흘린 눈물이 열다섯 이후로 8년 만에 처음 흘린 눈물일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어.  

누가 이 아이를 ‘돼지소리’가 아니면 웃지도, 울지도 못하게 만들었나..ㅠㅠㅠㅠㅠㅠㅠㅠ






자첫은 은마이클, 자둘은 얀마이클로 했는데 둘의 표현 방식이 많이 다름에도 난 둘 다 비할 바 없이 정말 좋았고, 그래서 햇마이클도 굉장히 기대돼. 이제 극이 좀 더 이해됐으니까 은마이클도 다시 찬찬히 봐보고 싶고, 나한텐 의미 있는 자둘을 선사해준 만큼 얀마이클도 또 보고 싶고. 

그린버그, 피터슨 배우들 내 기준 다 믿보배지만 아직 전캐를 못 찍어서 수희배우 원조배우도 빨리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 


음. 나 망한거니? 


개취는 당연히 늘 언제나 존중하고 싫다는 횽들 억지로 공연 또 보라고 할 맘 전혀 없지만, 자첫하고 지루했는데 며칠 지나니까 좀 생각나고 이대로 끝내도 되나 싶은 찜찜한 기분이 남는 횽들 있다면 자둘 해봐도 괜찮을 것 같다고 아주 조심스레 권해볼게.  

반전을 알고 봐도 과연 재미가 있을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댓글 몇 개 봤었는데, 나는 자둘하니까 좋았어! 비로소 거의 모든 대사가 다 의미 있게 들리더라. 


아, 참 좋은 자둘이었어....(뿌듯)(만족)(토..통장...아....)

 






출처: 연극, 뮤지컬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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