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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2016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SKT1에 대한 소고(小考)

ㅇㅇ(182.230) 2017.01.01 10:00:04
조회 3693 추천 29 댓글 128


올해는 유독 다사다난(多事多亂), 사고가 많았던 한 해입니다.

정국이 어지러운 작금의 상황 속에서도 올 한해 이스포츠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SKT에 대한 짧은 감상을 해볼까 합니다.

필자는 소위 SKT의 광적인 '안티(주:반대하는, 좋아하지 않는)'에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이스포츠 팬입니다.

전형적인 평범하고 라이트한 일개 이스포츠 팬이라고 할 수 있죠.

아실 분들은 아시다시피 라이트한 이스포츠 팬들이라면 독재자의 위치에 서 있는 SKT T1은 그다지 반가운 존재가 아닙니다.

경기 중 감정이라는 요소를 마치 거세한듯한, 승리를 위해서라면 영혼도 팔 듯한 독기가 서린 모습들은 분명 일반인들이 감정 이입하며 주인공으로 삼기엔 부족한 요소가 너무나도 많았지요.

오히려 SKT T1은 주인공을 괴롭히며 시련과 고난을 끊임없이 안겨주다 마지막에 결국 꺾여버리는 강력하면서도 멋진 최종 악당에 더 어울리는 존재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존재가 되려 모든 상대를 꺾어버리고 주인공이 된 모습에서 저는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을 느꼈습니다.


첫째는 경외감이었습니다. 사실 올해 SKT가 최종 승리자가 되길 바랬던 이들은 SKT 본인과 일부 그들의 팬들 뿐이었습니다.

대부분은 극성인 그 팬들 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사실 누구보다도 SKT가 빛나는 조연의 자리에 위치해주길 바라고 있었습니다.

OGN의 경기 전 영상 편집은 물론이거니와 커뮤니티의 전반적인 여론 추세등이 이를 부정할 수 없는 근거로 뒷받침 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안티팬이 보기에도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 속에서도 SKT는 꿋꿋히 그들의 목표를 달성시켜버립니다.

만화나 영화로 따지자면 모두가 숨죽이고 응원하는 가운데 최종 보스가 주인공의 머리를 쪼개버리고 최후의 승자가 되버린 것이죠.

(물론 SKT 팬들 입장에서는 SKT가 주인공이었겠지만, 다른 이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최병훈 감독이 4강전을 승리로 이끈 뒤 했던 인터뷰는 경솔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그들이 얼마나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는 지 대변해주는 좋은 근거가 됩니다.

저는 그러한 고난 속에서도 꾸역꾸역 승리를 거둔 그들에게서 경외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둘째는 위의 이유와 비슷한 점에서 오는 실망감이었습니다. 저 개인적인 입장에서 올해 SKT는 최종 승리자가 되선 안 되었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입장입니다만 상술했다시피 라이트한 이스포츠 팬들에게 있어 SKT는 무너져야하고 몰락해야할 악당입니다.

이들이 무너지지않고 끝까지 버티면서 SKT를 응원하지 않는 대다수의 팬들은 또 한번 좌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노력해도 안된다, 저들처럼 감정을 거세하고 승리를 위해서라면 영혼까지 팔아야하는 걸까 라는 식의 공유되는 감정들 말입니다.

올해 SKT는 결국 무너지지않았고, 그들의 건재한 모습은 다른 팬들에게 있어 넘을 수 없는 벽을 느끼게 했습니다.

열심히 해서 안될 거 없다는 신조와 기조는 현실에서 수저론으로도 충분한 것인데 이걸 게임판에서까지 느끼게하니 많은 이들이 더더욱 SKT에 대한 반감이 커질 수 밖에 없었죠.


그래도 긍정적인 결과는 있었습니다.

페이커의 모가지를 따버리기위한 페이커 사냥 특공대의 팀이 꾸려졌고, 그 잔혹한 악당들과 대등하게 싸웠던 팀은 현 챌린저 2위 정글러를 추가 영입하였고,

과거 최정상의 위치에 올랐었던 그들의 동료는 다른 팀으로 돌아와 그들에게 비수를 꽂을 준비를 마쳤습니다.

악에 받칠대로 받친 그들과 그들의 팬들은 내년 SKT를 결단코 용서하지 않고 철저히 박살내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칼을 갈고 있습니다.

올해 전무후무한 위대한 금자탑을 쌓은 SKT는 조금만 발을 삐끗해도 몰락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며 그들을 괴롭힐 것이고, 과거의 화려했던 영광들은 그들에게 망령이 되어

침체된 분위기를 장기전으로 끌고 갈 수도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고난과 시련이 닥치게 될 SKT가 이를 어찌 극복해낼지 호기심이 드는 동시에 내년에야 말로 그들이 몰락하여 다른 팀과 팬들에게 노력하면 안될게 없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훌륭한 기폭제가 되기를 바라는 기대감을 동시에 가져봅니다.


2017년은 SKT가 철저히 무너져내리기를 간절히 바라며..

2016년 마지막 날 강남 모 카페에서.



출처: LOL_SKT T1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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