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갤러들 있다면 정말 미안해.
넌씨눈짓이라 고민했는데...
그래도 후기가 필요한 횽들이 있을 거 같았어.
혹시 불편한 횽들은 스킵해줘.




제작사에서 각종 병크 낭낭하게 터뜨려준 덕분에
나도 자체적으로 보이콧하는 중이었어.
(심지어 특공날 캐스트 변경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일까지 있었지.
사실 초연 때도 병크 없던 건 아닌데...
가능성 희박하지만 제발 다른 데에서 작품 좀 사갔으면 좋겠다ㅠㅠ)

그런데 지난해 내 최고 애정작이었던 제싸를
이대로 보내기는 너무 아쉽더라. 내가 호갱이지, 나도 알아...
작품이 인질이라더니 딱 그 꼴.
정말 고민 많이 했는데 결국은 특공 한 번만 보고 오자고 생각했어.



초연에 비해서 바뀐 부분이 꽤 많더라.
쿵짝쿵짝거리는 MR 이야기는 많이 나왔던 거니까 제외하고
일단 아쉬웠던 점을 이야기하자면-

2막 체제에서 단막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개취로 여운이 많이 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어.

조금만 더 톡, 하고 건드려주면 펑펑 울어버리겠다- 싶은 지점에서
갑자기 확 장면 전환이 이뤄지는 경우가 몇 번 있었는데
지금 기억나는 건 ‘김일성이 죽었다’에서 다음 씬으로 넘어가는 부분이랑
암전된 상태에서 수혁이가 쏜 열여섯 발의 총소리가 들려온 후
다음 씬으로 넘어가는 부분.
나는 막 울고 싶은데 누가 머리통에 확 찬물을 끼얹는 느낌이었달까.

막 벅차오르던 감정을 갑자기 가라앉히고
다음 씬의 스토리 진행을 따라가려다 보니 집중이 잘 안 되더라.

근데 이거 말고는 다 좋았어.
말주변이 없다보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배우들의 연기, 소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분위기,
그리고 초연에 비해 좀 더 명확해진 메시지까지 정말로 다 좋았어.

기억에 남는 몇몇 장면을 추려보자면
초반에 성식이가 울먹울먹한 목소리로 진술하는 부분도 되게 좋았어.
초연 때는 딱딱하게 굳어서 긴장한 탓에 목소리가 높았던 반면
이번에는 정신착란이 의심될 정도로 중얼중얼 혼잣말하듯이 진술했는데,
‘문제의 장면’을 직접 볼 수밖에 없었던 성식이가
어린 나이에 어떻게 그 상황을 감당할 수 있었을까 싶어 먹먹해지더라.

요미우진이 부르는 ‘엄마’도 오랜만에 들으니까 정말 좋았어.
결말을 알고 있어서 그런지
‘엄마 보고 싶다’라는 말이 더 가슴 아프게 와닿았고.

석준경필도 두 말하면 입아프고.
포근한 아빠 혹은 큰형같은 그 느낌을 정말 좋아하거든.

‘누나를 위해’가 없어진 건 조금 아쉽긴 했지만 자연스럽게 녹아났던 거 같아.
러닝타임을 줄이기 위해 선택을 해야했다면
완전히 빼버려도 이야기 진행하는 데에 문제없는 유일한 넘버니까.

베르사미도 정말 좋았어.
임베르는 초연 때에 비해 훨씬 감정이 격했는데
덕분에 ‘한국’과 ‘아버지’에 대한 애증이랄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더 절절하게 느껴졌어.

특히 수혁이가 하늘을 향해 총 쏠 때
사실은 그게 빈 총이었다는 이야기가 추가되니까 보는데 미치겠더라.
‘자동반사’의 순간이 더 극적으로 그려지는 듯했어.
탄창을 빼버리는 그 순간부터 주체할 수 없게 울어버렸거든.



사실은 나름대로 실수도 좀 있었어.
초반에 총 들고 장난치던 토로수혁이
총...이 아니라 탄창(수정했어!!ㅎㅎ) 떨어뜨리는 바람에 웃음도 터졌고-

나중에 손가락에 총 끼우고 돌리는 씬에서도
실수로 멈칫하더니 본인이 민망했는지 현실웃음 터졌더라.

그리고 이거 원래 대사인지, 토로수혁 디테일인지 모르겠지만
성식이가 수혁이 장난에 너무 놀라가지고 수혁이한테 총 들이밀 때였나?
그때 수혁이가 “야, 이거 규정 위반이야!”하는데 고래지뢰... 또르륵...

이날 유독 토로 목소리가 작게 느껴졌던 걸 보면
목상태가 별로 좋진 않았던 거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 진짜 좋았고 이건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


집에 오는 길에도 훌쩍거리면서 울었을 정도로 정말 좋았어.
이렇게나 좋았지만, 여기에 글을 남겨도 될지는 한참이나 고민했어.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가 하루가 지났는데 결국은 용기내서 올려봐.

나보다 훨씬 말주변 좋고 기억력 좋은 개롤들이
하고 싶은 말 참 많은 작품일 텐데 이렇게 돼서 안타깝네.



불편했을 개롤들에게 다시 한번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