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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돌갤문학] 센진,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며.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18.41) 2016.02.07 17:00:02
조회 7908 추천 125 댓글 39

센진이 정신을 차렸을 때, 주위에는 오직 어둠밖에 없었다.

"여긴... 도대체 어디지? 내가 무엇을 하다가 이곳에 오게 되었지?"

그는 의문을 품으며, 얼른 정신을 차리고는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 때 그의 눈에 밝은 빛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저기로 가면 무엇이든 알게 되겠지."

센진은 아직 움직이기 힘든 다리를 이끌며 빛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는 그곳으로 움직이면서 자신의 마지막 기억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후... 갓갓-갓갓갓 녀석, 그 때 이후로 잘 지내는지 모르겠군."

그가 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 기억을 되살리며 터벅터벅 계속 걸어나갔다. 걸을 때마다 흑기사한테 당한 상처가 욱씬거려왔지만, 언제나 늒비의 명치를 지켜주기 위해 고군분투 해왔던 센진에게 이 정도 상처는 아픈 축에도 끼지 못했다.

태양같이 크고 아름답던 빛은 그가 걸으면 걸을수록 점점 가까워졌고, 한참을 걸은 센진 방패대가는 그 속에 있는 존재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그 곳에는, 안경을 끼고 이마를 깐 한 중년 남성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게 센진, 내 이름은 벤 브로드일세. 자네에게 전해줄 말이 있어 부득이하게 이 곳으로 부르게 되었네."

계속해서 생글생글 웃으며 쳐다보는 그 남성에게 센진은 의문을 품었다.

"최근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왜 나를 이곳에 부른거지?"

"흠.. 하긴, 그동안 방패병에서 늒비와 함께 썩고 있었으니 바깥 물정에 대해 잘 모를만도 하군. 이번에 여관에 적용될 패치 내용에 대해 말해주겠네."

BB가 웃으면서 앵무새처럼 조잘조잘 거리는 것을 센진은 한참동안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한참 후, BB는 이런 말을 하며 그의 설명을 마무리했다.

"자네 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는가? 자네가 다시 쓰일 수 있는 기회가 온다네! 확장팩에서 새로운 도발 하수인이 나올지 모르지만, 자네의 채용률을 낮추는데 일조했던 누더기골렘과 죽음의 군주는 더 이상 정규전에서 쓸 수 없다는 말이야! 자네는 더 이상 늒비의 명치만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그의 말을 끝까지 듣던 센진은, 그건 생각치도 못했다는 듯 벙찐 표정으로 BB를 쳐다보았다. 세상에, 자신이 다시 주류덱에 자주 채용될 수 있다니!

"하지만 말이야.. 자네는 억울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가 씨익 웃으며 새로 던진 질문에, 센진은 그가 또 무슨 말을 할지 의문를 품을 수 밖에 없었다.

"왠만한 유저들은 그동안 자네를 없는 하수인 취급하고 있었네. 낙스라마스가 발매된 이후, 그들은 더 좋은 성능의 도발 하수인들을 보고 자네의 가치는 더 이상 없다고 판단했지. 직설적으로 말해서, 그들은 자네를 가차없이 버렸다는 말일세. 그런데 말일세, 이번 패치가 감행된 후 확장팩에서 더 좋은 도발 하수인이 나오지 않는다면 남아있는 유저들은 자네를 높은 확률로 채용할거란 말일세. 이런 그들의 명치를 지키기 위해 일해야 한다니, 정말 억울하지 않은가?"

BB의 말이 끝나고, 센진은 눈을 감았다. 그의 모습을 외부에서 본다면 깊은 고뇌에 차 있는 어린 영혼과 같다고 평가했을 것이다. 한참 동안 지긋이 감겨 있던 그의 눈은, 몇 분 후에 다시 떠졌다. 하지만, 이 때 그의 눈빛은,  방황하는 어린 양의 눈빛이 아닌, 마치 용맹한 맹수의 그것과 같았다.

"...나는 아직 당신이 꼭 그런 방향으로 패치를 감행해야했는지 이해하기 힘드오."

"......"

"그래.. 그럼 내 아들은 더 이상 여관에서 보지 못하는건가? 이것 참 아쉽군. 하지만, 나는 계속 싸우겠소."

"...자네는 억울하지 않은건가?"

BB의 다시 반복되는 질문에, 그는


"내가 아니면, 누가 유저의 명치를 지키겠소. 나는 옛날부터 유저의 명치를 지켜왔고, 낙스라마스가 출시된 이후에도 늒비의 명치를 지켜왔으며, 앞으로도 수많은 유저들의 명치를 지켜낼 것이오. 내가 아니면, 누가 이 역할을 하겠소? 낙스마라스가 출시 되었을 때 내가 처음 느낀 감정은 억울하기보단 더 이상 유저의 명치를 지켜주는 사명을 잇지 못한데서 온, 죄책감이었소. 이런 내가, 억울함이라고? 억울하다고 징징거리기 전엔 나는 늒비 한명의 명치를 더 지켜내겠소."


라고 말하며, 씨익 웃었다.

잠시 후 그는 빛으로 감싸져, 마치 성자와 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그곳에는 센진이 사라진 자리를 재밌다는듯아 쳐다보는, 한 남성만이 남겨져 있을 뿐이었다.






몇 달 후, 결국 정규전 패치가 감행되었다. 수많은 유저들이 하스스톤을 접었지만, 황금방밀덱이 아까웠던 김아재(46)는 오늘도 열심히 하스스톤을 하고 있었다.

"오.. 4코에 딱 센진이 드로우 되어주는군. 좋았어!"

어느덧 필드로 나오게 된 센진은 주위로 둘러보았다. 적 필드에는 비밀지기가 있었고, 그 뒤로는 흉악하게 생긴 우서가 머리에 파마를 돌돌 말고 있었다.

센진은 그 끔찍한 모습에도 굴하지 않고, 방패를 적 진영을 향해 세우며, 자신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음을 알리듯이, 크게 외쳤다.



"타즈딩고."





출처: 하스스톤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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