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잘 지내고 있는 암탉 꼬꼬 입니다.

늘 잠만 집에 와서 자고, 아침 일찍 놀러나갔다가 밤에 돌아오곤 했는데

어느날 제가 늦잠을 자느라 문을 못 열어줬더니 자던 곳에 알을 낳았더군요.

그 전까지는 박스에 잠자리를 만들어주곤 했는데, 알 낳는거 보곤 제가 덮던 모포를 바닥에 깔아주었습니다.

가끔 초저녁에 문을 못 열어주고 그러면 집에 안 들어오고 어디선가 외박을 한다 싶었는데

알고보니까 집 앞 나무에서 잠을 자더군요.

자려고 자리를 잡고있는 암탉

알을 낳기 시작하자 아침에 외출을 조금 늦게 하더라도 알을 낳고 놀러나가더군요. 보통은 9~10시 쯤 낳는거 같습니다.

예전에 닭장에서 다른 닭들과 같이 키웠을 때는 닭들이 알을 낳으면 "내가 알을 낳았다!!" 하듯 큰 소리로 울어서 수탉에게 마중나오라고 부르곤 했는데

지금은 혼자 지내다보니까 딱히 알을 낳아도 그걸 알리고 그러진 않더군요.

조용하게 낳고 놀러 나갑니다.

겨울에는 암탉이 알을 품어도 온도 때문에 병아리가 잘 깨지 않고 설령 깨더라도 살리기가 무척 힘듭니다.

엄청나게 더웠던 저번 여름에도 어미 품에서 벗어나자 추위에 떨며 서서히 죽어가는 병아리를 낯선 곳에 병아리와 암탉만 놔두어 암탉이 병아리를 보호하도록 강제로 품게 하여 살렸던 지라

겨울 병아리는 키울 자신이 없더군요.

그래서 알을 낳기 시작한지 4일째 되던 날, 알 3개를 치웠습니다.

다음날 외박을 하고 알을 낳으러 돌아온 암탉이 집에 들어오자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습니다.

알이 없어진걸 본 암탉이 이불을 뒤적거리며 알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위 사진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평소엔 얌전하게 이불 위에서 알을 낳고 앉아있었거든요.

한참을 뒤적거리며 알을 찾던 암탉은 창 너머로 제 얼굴을 보자

"내 알이 어디갔냐며" 추궁하는듯 성나게 울어댑니다.

한참을 울던 암탉은 터벅터벅 걸어나갔고 그 날은 돌아오지 않고 외박을 했습니다.

외박중인 암탉

다음날 알이 마려워진 암탉이 다시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그 날 저는 수퍼에 가서 달걀을 몇 개 사왔고

암탉이 너무 속상해 하는거 같아서 둥지에 수퍼에서 산 달걀을 몇 개 올려두었습니다.

그러자 "여기 있었넹!" 하면서 암탉이 와서 알을 낳곤 기분이 좋아져서 밥을 달라고 조릅니다.

평소에는 대면대면 한 녀석이지만 (저와는 사이가 안 좋은 편이에요)

밥을 조금 적게 주면 다 먹고나서 다가와 갸웃거리며 더 달라고 보챕니다.

저 일이 있고 난 뒤 암탉은 잠을 집에서 자지 않습니다.

집에서는 알만 낳고 늘 나무 위에서 자곤 하네요.

슬슬 날씨가 엄청 추워지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좀 걱정되네요.

밤에 잠을 잘 못 자는지

알을 낳고 나면 저렇게 고개를 묻고 한숨 자곤 해요.

어제는 암탉이 알을 낳으러 집으로 들어오자

암탉을 따라 토끼가 집 앞에 와서 알 낳는걸 구경하더군요.

토끼는 잠시 알 낳는걸 구경하다가 제가 좀 더 찍으려하자 숲 너머로 사라졌습니다. 

저 일이 있은 뒤로는 알을 치우지 않아서 매일 매일 알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혹시나 몰라서 이번엔 부화기도 준비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겨울에 병아리를 부화시키는건 안 좋을꺼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