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98군번 2중대 작업병이었는데 2중대 막사 옆에 탁구장 아직도 있냐?
여름에 수해복구 나가서 무너진 돼지막사에서 깨진 보로꼬 실어다가
형 혼자 보로꼬 쌓고 미장하고 기둥세우고 철판 지붕 올리고 피스박고 용접해서 지은 건데
그거 아직도 있냐? 나 근무하는 동안 태풍 몇번 맞아도 안 무너지고 살아 남은 건데 말이다
여름엔 모기장 치고 겨울엔 비닐칠 수 있게 설계해서 나름 사계절 전천후였는데
작업병의 특권알지? 행보관님 빽 덕분에 상병 달때부터 윗 고참들 터치 안받고 편하게 군생활했지
내가 지은 탁구장에 짱박혀서 라면도 끓여 먹고 말이다..
병장들 뽀글이 해드실때 난 바나에 물 올려서 짜파게티 끓여 먹다 지나 가는 병장한테
와서 한 젖가락 하시지 말입니다? 하면 좋다고 띠와서 얻어 먹던 그 병장 이름은 생각이 안난다
탁구장 말고도 2중대에 내 손 안 거친 게 거의 없지 싶다
무기고도 적벽돌 쌓아서 나름 예술성 돋게 만들었던 것 같고
소일거리로 탄박스 분해해서 장식장 만들어서 관물대 대신 쓰고,,  지금 생각하면 그 탄박스가 사포질 몇 번하면 보들보들한 게
참 좋은 나무였다는 생각이 드네..

근데 좆같은 게 사회에서 군대 얘기 나올 때 군대에서 작업했던 얘기 하면 훈련 열외받고 존나 편하게 군생활 한 줄 알더라.
평일 교육훈련 다 받고, 큰 훈련 당연히 열외 없고 진지공사는 당연히 내가 빠지면 안되니까 좆뺑이 치게 일하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난 투잡이었던 거다.... 덕분에 포상 휴가는 셀 수 없이 나왔지만 말이다..
진짜 땡보는 내 밑에 후임 대대 테니스병 김영구였는데, 김영구 보고있나?

군생활의 기억이 이젠 추억을 지나 서서히 희미해져 가는데
갑자기 그 탁구장 안부가 궁금해 진다..
00년 이후에 1대대 근무했던 후임들 이글 보거든 탁구장 안부좀 전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