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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 ㅃ 14년과 58년의 교차, 그 사이의 실비아 (긴글주의)

ㅇㅇ(182.211) 2014.09.21 03:17:08
조회 1550 추천 54 댓글 9



필립과 올리버의 첫만남, 그리고 그 주변인 듯 중심인 듯 아슬아슬하게 놓인 실비아.

그냥 여러 번 보면서 생각나는 것들 두서없지만 정리해봤어. 횡설수설, 긴 글 주의.




58년 필립과 올리버의 첫만남으로 극이 시작하지. 문이 열리고, 서로를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필립.

올리버.

...드디어.


58년 실비아는 언제나 필립에게 올리버 얘기를 해. 올리버의 이야기, 작업, 여행에 대해서. 필립이 질투 난다고 할 정도로. 

그리고 올리버의 이야기가 늘 근사하다고도 얘기하지.


14년 필립과 올리버의 첫만남은 나오지 않지만, 중간에 올리버가 뜬금없이 얘기를 꺼내. 처음엔 왜 싸우다가 갑자기 처음 만난 얘기를 하지 싶었는데 보다 보니까 58년과 겹치면서 둘의 연결고리를 나타내는 것 같아.


14년에는 실비아가 올리버에게 필립 얘기를 했지. 


내가 아는 사진작가가 있는데, 늘 여행을 해. 너 그 사람한테 반하게 될 거야. 그 사람 이름은 필립이야. 


둘이 처음 만났을 때, 필립은 (이스라엘이 아니라) 웨스트뱅크에서 돌아왔었지. 둘은 필립의 사진에 대해서, 여행에 대해서, 얘기하고 또 하고... 필립이 찍은 팔레스타인 여자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필립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유롭게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살아. 

그러면서 올리버는 필립을 동경하게 되지. 필립이 가진 마음, 이해심, 그 여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공감 능력. 필립에게서 어떤 프라이드를 느껴. 그리고 감히 자기 따위가 부를 수 없을 만큼 멀리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처음 만났을 때, 필립은 올리버의 이야기를 들어. 머리 두 개 달린 양이 튀어나오는 이야기, 그리스에서 살았던 이야기, 델포이에서 들었던 목소리... 필립의 집을 점령하고 있는 올리버의 이야기. 올리버는 여행을 다니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유롭게 살아. 반면 필립은 하루하루 의미를 잃은 채 아프리카를 꿈꾸면서 브라이튼에 갇혀 있고. 

필립은 그런 올리버를 동경하는 듯해. 두 사람의 직업이 부럽다고 말하고. 아마 필립도 14년 올리버가 그랬듯, 58년 올리버에게서 프라이드를 느끼지 않았을까. 올리버는 세상이 틀렸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강하고,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있는 목소리를 가졌으니까.



첫만남 다음에는 서로에게 기회를 주는 장면들이 나오지.


58년 올리버는 필립에게 기회를 줘. 필립이 진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회. 목소리가 닿으면서 시작되는 변화, 그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 실비아가 당신에게, 그리고 내가 당신에게 그 기회였다고 말하면서. 물론 필립은 거기서도 그저 도망치지만. 


14년에는 필립이 올리버에게 기회를 주지. 올리버가 변화를 믿느냐고 질문하면서... 올리버에게 완전히 미쳐 있는 필립은 주고 또 줬던 기회를 마지막으로 올리버에게 주기로 해. 더 이상 그렇게 살지 않을 수 있는 기회를. 그러면서 올리버는 자기한테 맞지 않았던 (58년 필립에게 부동산 일이 맞지 않았듯이) 일을 포기하고, 동화를 써보기로 하고. 진짜 자신을 찾아가기 위해서.


실비아한테 올리버가 말하잖아. 예전엔 내가 누군지 몰라도 상관없었다고. 그런데 필립을 만나고, 내가 누군지 알게 되면서 행복해졌다고. 아마 58년 필립도 같은 경험을 했겠지... 싶어서 마음이 참 짠함. 올리버가 필립한테서 행복을 엿봤다고 했으니까. 그냥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그대로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필립한테는 필요했던 걸 텐데. 자기가 누군지 생각해볼 시간이...


아무튼 요즘 계속 생각하게 되는 건 그 사이에 있는 실비아. 실비아 덕분에 회전문 훨씬 많이 도는 듯. 내 최애...


우선 실비아는 모든 인물 중에서 극의 메시지와 가장 직접적으로 닿아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함.

실비아는 필립과 올리버를 사랑해. 그리고 그들을 사랑하는 올바른 방법을 알아. 비뚤어진 사랑이 아니라.

58년에도 진짜로 필립을 사랑한다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14년에도 진짜로 올리버를 사랑한다면 어떤 말을 해줘야 하는지 알고. 자기가 부서지더라도 사랑하는 길을 택해.

58년에 올리버가 그렇게 말하지. 내가 필립이라면 당신 같은 선택을 했을 거라고.


사랑, 인생, 어떤 식으로든 의미 있는 것, 아니면 최소한 그걸 찾으려는 노력.

실비아는 그 자체야. ㅠㅠ 실비아는 필립에게도, 올리버에게도 자신을 찾을 수 있게 기회를 주잖아. 특히 프라이드 퍼레이드에서 마지막에 다큐 얘기 하면서 올리버가 했던 말이 난 실비아를 말하는 것 같았음.


인간들은 서로 죽여대기만 하는데, 그래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건 사랑이 있기 때문이라고.

(정확히 대사 기억은 안 나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사랑을 불어넣어주는 것.

실비아는 아이스크림 사러 갔지만... 난 여기서 실비아 생각이 많이 났음.



실비아는 자기 스스로 끝없이 선택을 해. 도망치는 필립, 자꾸 원점으로 돌아오는 올리버와 다르게.

외롭고 무섭지만 그래도 기만의 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그걸 깨고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해서.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어도 실비아는 꿋꿋이 앞으로 나아가고, 그러면서 다 괜찮아질 거라고 자기가 아끼는 사람들을 다독여.

중간에 유일하게 58년에서 14년으로 무대 위에서 바뀌는 게 실비아잖아.

난 거기서 실비아가 결국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그 길을 스스로 찾은 유일한 인물이라는 생각을 했음. 

기만의 세계를 벗어나 거울 속에서 진짜 자기 모습을 들여다보게 된 실비아. 

그렇게 필립을 떠나고 행복했을 거야.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싶어.


마지막으로 다시 필립과 올리버로 돌아가자면...

58년에는 첫만남이 있고 마지막 만남이 없고 (물론 1막 5장이 마지막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ㅠㅠ)

14년에는 첫만남이 없고 마지막 퍼레이드가 있는 것도 뭔가 극의 흐름대로 가는 느낌이 들어.

14년 퍼레이드에서 둘의 결말이 나듯이... 거기서 결국 필립이 올리버에게 기회를 줬듯이,

58년 필립과 올리버도 어쩌면 다시 만나지 않았을까 희망을 가져보고 싶고. 그러면서 필립도 자기한테 맞지 않았던 일을 그만두고, 정말 해보고 싶었던 일에 늦게라도 도전해보고. 그렇게 살다가 프라이드 퍼레이드에 당당히 (레이디가가 머리를 한 올리버와 함께) 나타났던 거라면...

사실 비극적인 상상이 더 쉽게 떠오르긴 하지만 그래도.






보면 볼수록 실비아가 얼마나 이 극에서 중요한지 생각해보게 됨.

실비아가 아니었더라면 이 정도로 깊은 울림을 주지 못했겠지...

물론 실비아를 주변으로, 혹은 주축으로 해서 촘촘하게 짜인 14년과 58년의 교차도 볼 때마다 좋고.

덕분에 회전문 열심히 돈다. 어떻게 끝내야 될지 모르겠으니까 실비아 독백으로...





내가 멀리서 속삭일게요.

내 목소리가 당신에게 닿을 때까지. 당신이 당신에게 닿을 때까지.

괜찮아요. 괜찮을 거예요.

모두 괜찮아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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