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여기에 글 남긴다고 달라지는 거 없어서 굳이 귀찮게 적진 않았는데, 오늘 위키드 공식 페북에 위키드 명대사 써 달라는 거 보고 그냥 열 받아서 글 씀. 물론 위키드 번역이 웃음 포인트도 굉장히 잘 살렸고 몇몇 부분에선 초월적인 센스를 보여줬지만(밥맛!), 저런 말을 공식 페북에 올리러면 번역된 가사 전체에 대한 자부심이 넘쳐야 하는 거 아니야? 난 처음에 공연 보러 가서 내 귀를 의심할 정도였어. 갤러들도 다들 알겠지만, 그 중 몇 개만 꼽으라면

'내 미래는 언리미티드~' (My future is unlimited)

'원 숉 데이, 여긴 에메랄드 시티!' (One short day in the Emerald City)

'나는야 센티멘탈 맨~' (I am a sentimental man)

발번역이면 차라리 어휴 ㅉㅉ 하고 말 텐데, 이건 아무리 봐도 번역을 하려는 노력 자체를 안 한 거잖아? 나만 그렇게 생각해? 마치 방학숙제 안 한 초등학생이 개학 전날에 몰아 하다가 새벽에 나가 떨어지는 것처럼, 웃음 포인트는 굉장히 신경써서 번역하다가 심각한 부분에선 왜 저렇게 (쉬운 것도 아닌) 번역을 포기한 듯이 영어가 넘쳐나는 거야?

그런 의미에서 Popular가 파퓰러가 된 것도 굉장히 마음에 안 듦. 물론 popular라는 단어에서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몇몇 한국어 단어들이 전부 노래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건 동의해. 그렇지만 그게 영어 가사를 그대로 써야 한다는 뜻은 아니잖아. 그럼 대체 뭐라고 번역하냐고? 내가 그걸 알면 내가 직접 번역하고 있겠지. 그렇지만 전문 번역가는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냐?

아, 그렇다고 발번역이 괜찮다는 건 아님. 레 미제라블의 '귀에 재잘대는 유혹 소녀' 이후로 내 어이를 그 이상 안드로메다로 날려 버리는 번역 대사가 나올 거라곤 상상도 못 했어. 

I feel... wicked → 나쁜 여자가 된 기분이야!

다시 한번 말하지만 웃음 포인트는 굉장히 잘 살렸을 뿐더러, For Good 등 번역한 거 보면 절대 능력이 없는 건 아냐. '너라는 중력이 손을 내밀어' 같은 건 굉장히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생각해. 다만 그런 면을 신경써서 번역하다가 사소한 (그리고 개그씬이 아닌) 장면에서 저런 터무니없는 번역이 나왔고, 그게 거의 1년동안 고쳐지지 않고 계속 사용됐다는 게 믿을 수 없을 뿐이야. 부디 재연 올라오면 전부 고쳐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