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은 긴 호흡으로 정극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드덕이거든?

그래서 미니시리즈 길이의 사극들 보통 잘 안봄.  퓨전도 별로 안 좋아하고....

어제 다른 수목 드라마들이 워낙 취향이 아니라

왕얼 1회이기도 해서 한 번 볼까 했지.

 보통 사극은 타이틀 뙇 보면 줄거리나 연출 분위기가 감이 잡히기에

시간 맞혀서 대기하다가

 타이틀 영상  제대로 봤는데.............똻!! !!!!!!  

 진짜 숨도 안 쉬어지더라.

 저런 타이틀은 내 살다살다......... 

 ㅈㄷㅈ 이 좀 타이틀이 인물간 구도 확실하고 다른 사극에 비해 파격적이라서 좋아라 했거든...

이 드라마는 분명 퓨전은 퓨전 같은데,

타이틀부터 정통 사극 덕후의 뭔가를 건드리는 울림이 있더라.

굳이 비교하자면(좀 오버를 하자면)  "왕좌의 게임" 같달까.

왕좌의 게임 보면 배경과 소재는 완전 판타지인데, 진짜 그 연출이나 내부의 촘촘한 서사는  엄청 리얼하고 치밀해서 진짜 사극 같잖아.

허구 인물들이지만, 그 갈등관계나 권력싸움은 다층적으로 잘 그려서 보통 사극들보다 더 정통 사극 같은 면이 있거든.

 왕얼을 내가 좋아하는 정통사극만큼 좋아할 것 같지는 않지만,

  일단 실제 역사에 기록된 선조-광해 이야기니까 막 나가진 않을 것 같고. 둘 사이의 관계가 주요 갈등이니까 말이야. 

로맨스나 비의적인 요소나 액션이 좀 과장되게 가미되어도

 이 정도 선명한 연출선에 확고한 주제의식이라면, 정말 흥미진진하게 본방사수해볼 만한 것 같아.

배우들 연기가 일단 다 좋음.  그냥 정통 사극에 나와서 정면ㅇ로 정극연기 해도 될 배우들임.

나는 특히 서인국과 김규리가 좋았음.  

서인국은 정말 신선했음. 정말 뉴페이스!여서 신선했고,  

첫 프롤로그 씬에서 무게감 있게 진중하게 잘 해서 바로 호감됨. 

나중에 어린 왕자 광해 연기는 사극에서 저렇게 해도 되나? 싶다가도 다 납득이 되고 진짜 광해가 저랬을 것 같고 그렇더라.

 졸신기...저 캐릭터에 저런 액션은 좀 과하지 않나 싶었는데, 이건 극 분위기나 연출 포인트가 그러니 뭐 거기 맞게 잘한 것 같고...

 암튼 앞으로 서인국 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음.  (광해 말고 사극 또 하면 다른 역 뭐가 어울리나 계속 생각해볼 듯.)

김규리는 짧게 나왔지만, 그 짧은 순간이 나무랄 데 없이 임팩트있고 어떤 캐릭터인지 확실하게 전달한 것 같아.

왕비나 비 역할 잘 하는 젊은 여배우가 의외로 별로 없는데,

김규리는 이야....서늘한 기품이 깔린 교활함과 영민함에 치명적인 매력을 다 표현하는데 진짜 좋았음.

시선이나 대사 처리가 마치 한땀 한땀 수를 놓는 것처럼 정교한 연기임. 

암튼 말이 길어졌는데,

사극 빠로서 어제 좀 흥분되어서 어디다 칭찬 좀 하고 싶었는데,

왕얼갤 있다 해서 찾아와 봤음.

(이제 속이 좀 시원 ㅋㅋㅋ)

 아..... ㅈㄷㅈ 끝나고 사극 기근이라..... 말라죽어가고 있었는데..

 주말도 아닌 주중에 볼 드라마가 생겨서 좋음.

일단 사극팬으로서 반갑고 제작진 & 배우들 추운 날씨지만 더 분발해주시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