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잘 나간다지만 소니 기술력에 아직 뒤져 <매일경제> [속보, 경제, 산업/기업, 세계] 2004년 02월 18일 (수) 17:00 ◆부활하는 일본경제 (上)◆ 디지털카메라와 카메라폰이 날개 돋친 듯 팔리기 시작한 지난해 상반기 일이다. 생산에 여념이 없던 업계를 긴장시키는 뉴스가 날아들었다. 소니가 이들 디지털 기기의 핵심인 고체촬상소자(CCD) 공급을 줄이겠다 고 통보한 것. 소니는 폭발적인 CCD 수요를 맞추지 못해 공급을 줄였다. 삼성테크윈 삼성전자 등은 황금시장을 눈 앞에 두고도 생산량을 줄이는 사태가 벌 어졌다. 소니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잘 나간다고 하지만 제조능력에서 우위를 보이기 때문이지 원천기술력에서는 아직 소니와는 상당한 차이 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평가는 한ㆍ일간 일종의 분업 체제라는 측면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한국의 주력 산업분야마저 일본의 핵심기술에 의존한다는 측면 에서 업계는 씁쓸하기만 하다. 국내 전자업계는 최근 높아진 기술력으로 수출도 큰 폭으로 늘리고 있 는 상태. 그러나 핵심기술만큼은 여전히 일본에 종속돼 있다. 이에 따 라 \'재주는 한국이 넘고 돈은 일본이 벌어간다\'는 게 업계의 자조 섞 인 목소리다. 디지털 가전과 관련한 국내 기술은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 가된다. 하지만 핵심기술이나 부품 등에서는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 다. LCD가 대표적이다. 액정물질은 유럽과 일본, 기타소재 부품 장비는 일 본에서 수입해 쓰고 있다. 한국디스플레이연구조합에 따르면 LCD 액정 재료 국산화율은 10%에 불과하다. 지난해 1억4670만달러어치를 수입했다. 또 다른 핵심부품인 편광판 국 산화율도 30%에 그친다. 대표적인 수출제품으로 알려진 반도체 역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표면적으로는 반도체 강국이지만 지난해 이 분야에서 20억달러의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비메모리칩 대부분은 일본에서 수입해 쓰고 있다. 한 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반도체 주요 부품인 감광액의 국산화율은 3 0.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LCD PDP 등 대표적인 디지털TV 제품 생산을 위한 장비도 거의 모두 일 본산이다. 이에 대해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은 \'디지털TV는 생산장비가 모두 외국 산이라 장비 개발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핵심기술 확보없이 는 수익성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전기ㆍ전자기기 국산 화율은 2000년 기준으로 55.4%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한국 전체적으로 도 상품 1000원어치를 팔면 그 중 367원은 수입을 통해 외국으로 내보 내고 있다. 외형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휴대폰이 "속빈 강정"이라는 지적을 받는 것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의 핵심인 칩과 관련해 이미 막대한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끄는 카메라폰 역시 핵심 부품이 100% 일본산이다. <김진환 기자> ◆ 반도체의 극적인 부활＝요즘 일본 국내 반도체 공장은 풀가동 상태 다. "만들어도 만들어도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게 반도체 업계의 설명이다. 90년대 정보기술(IT) 산업의 거품 붕괴로 지옥을 경 험하며 92년 미국에 추월당한 후 11년 만인 2003년 다시 세계 1위를 실 현했다. 도시바는 데이터저장(NAND)형 플래시메모리 세계 1위 탈환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미국의 샌디스크와 함께 일본 중부 요카치에 2000억엔을 투 입해 합작공장을 설립했다. 오이타 현에도 별도로 2000억엔을 들여 새 로운 라인을 건설한다. 반도체의 재기에는 디지털가전 시장이 확대되는 외부환경도 있지만 반 도체 업체의 재편과 통합, 여기에 각 반도체 회사의 수천 명씩에 달하 는 인원 감축 등 내부 효율화가 한몫을 했다. D램의 경우 히타치와 NEC 가 2002년 공동출자해 만든 \'엘피다 메모리\'사가 유일한 일본의 D램 생 산업체다. ◆ "액정개발 기술 차이는 한국과 2년 이상"＝액정기술에서 주목할 점 은 유리기판의 크기. \'제6세대\' 한 장의 기판에서 32인치 액정TV 8대분 , 37인치 TV로는 6대분의 액정이 나온다. 한국과 대만 업체들이 요즘 주력하고 있는 \'제5세대\' 유리기판은 32인치 액정TV 3대분, 37인치는 2 대분밖에 사용하지 못하며 나머지 부분은 버려야 한다. 샤프의 최신 기판은 한국ㆍ대만의 제품에 비해 3배에 가까운 생산성을 보여준다. 마치다 가쓰히코 샤프 사장이 자신감을 갖는 이유다. 마치다 사장은 "\'온리 원(오직 하나뿐인)\' 기술로 액정분야에서 인정 받는 단 하나의 기업이 아니라면 그것은 샤프가 아니다는 의미"라고 말 한다. 세계적으로 호황인 디지털가전 분야에서 일본 기업들이 차지하는 점유 율은 \'석권\'에 가깝다. 지난해 초 기준으로 디지털카메라는 93%, PDP T V는 85%, DVD플레이어는 62%. 카메라 부착 휴대폰에서도 일본 기업은 세계시장의 75%를 차지한다. 디지털카메라와 휴대폰에 쓰이는 영상표현 반도체인 CCD는 전세계에서 100%가 일본제다. <도쿄 = 김웅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