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리우스 트릴로지 3권. 로드 하이 커맨더 솔라 마카리우스를 수행하며 수많은 전투를 겪은 레오 레뮤엘은 로키라는 행성에서 처음으로 패전을 겪고 철수해 마카리우스의 부장들이 대기하는 아케론이란 행성으로 따라와 수행함. 하지만 병참 부족에 찌들었던 로키에서의 악전고투와는 달리 엄청난 규모의 병력과 장비, 무한에 가까워보이는 물자가 집결된 모습을 보고 이질감을 느낌. 비번일때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익숙한 목소리를 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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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레오 레뮤엘! 어떻게 지냈어?"

벨리알의 하이브에서 들리던 사투리였다. 이 행성의 도시에서 듣게 되리라곤 결코 예상할 수 없는 말이었다. 안톤도, 이반도, 내 목소리도 아니었다. 

고개를 돌리자 익숙한, 아니 익숙했던 얼굴이 보였다. 벨리알 7연대에서 함께 복무했던 세르게이 크리모프였다. 물론, 녀석의 옛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평범한 병사들에게 생명 연장 시술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 녀석은 내가 기억하던 그의 부친과 흡사해졌다. 머리칼은 가늘어지고 탈색되기 시작했으며 얼굴에는 주름이 졌다. 전투복 어깨에는 부사관 계급장이 달려 있었다. 나 역시 벨리알의 사투리로 답했다.

"세르게이 크리모프, 너냐?"

"그럼 누구겠냐!"

녀석이 내게 다가와 등을 두드렸다.

"카라스크 4에서 불의 천사 놈들과 싸운 뒤론 처음인걸. 하나도 안 변했다야. 네가 한 잔 살래?"

"왜 안 그러겠어?"

옛 전우와의 재회가 너무나 기뻤다. 그리고 고향의 사투리로 이야기를 나누자, 모든 것이 단순했던 옛 시절이 떠올랐다. 세르게이가 내 팔을 잡고 지하의 바로 이끌었다. 민간 주점이었고 낮이라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녀석이 마실 것을 주문해 탁자에 내리치듯 놓고 한 모금 음미한 다음 바로 잔을 비웠다.

"그러고보니 아직도 네 동네 친구들이랑 붙어다니냐? 이반하고....누구였더라?"

"안톤이야."

"그래, 안톤. 걔들 살아있지?"

나는 씩 웃으며 답했다. 

"물론, 둘 다 팔팔하지."

"우리들 다 운이 끝장나게 좋은거야. 어떻게 신병 훈련을 받은 날이 30년도 더 전이겠냐? 우리가 이 먼 곳까지 나아가며 무수한 행성을 정복했다고 누가 상상이나 할수 있겠어? 우리가 그걸 살아서 목도하리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겠냐고?"

녀석의 말이 옳았다. 평범한 가드맨이 우리처럼 살아남을 가능성은 극도로 희박했다. 물론 우린 평범한 가드맨이 아니었다. 나는 마카리우스의 호위였고, 세르게이는 기갑부대의 장갑차량 승무원이니까.

"아직 베인블레이드 모냐?"

"그래. 어떻게 움직이는진 모르겠지만 말이야. 연료와 탄약 보급은 점차 빠듯해지는데, 그 녀석들은 기름 먹는 괴물이잖냐. 요즘엔 모든 게 부족한 모양이야."

나는 로키에서의 패전에 대해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우린 제국의 중심부에서 너무나 멀리 왔어."

"확실히 벨리알에서부터 존나게 멀리 왔지."

세르게이가 잔을 들어 다음 주문을 했다. 나도 마찬가지로 더 시켰다.

"젠장, 여기까지 닿으려고 존나게 힘들고 긴 고생을 했어."

"말 좀 해봐."

"넌 로드 하이 커맨더를 직접 수행하니까 잘 된 셈이지. 너희 셋이 뽑혔을때 연대 전체가 열광했어. 아마 그게 원인이 되었던 모양이야."

녀석의 목소리 톤에서 그것은 예전의 일이지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음을 직감했다. 나는 그런 느낌을 무시하고 계속 들었다. 옛 자대의 소식이 그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