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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W는 미국 정치적으로 흥미로운 혼종 같습니다

ㅇㅇ(61.255) 2019.05.28 13:37:19
조회 3744 추천 75 댓글 16

미국 정치를 접하신 분이라면 다들 잘 아시겠지만, 미국은 한국 못지 않게 지역감정이 극심한 나라입니다. 누군가가 말하길, 미국 안에는 최소한 '붉은 나라'(=공화당)와 '푸른 나라'(=민주당)라는 두 나라가 있다는 얘기도 있죠. 근 10년간 이런 정치적 양극화는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AEW의 배경은 기묘합니다. 이 양 극단이 모인 것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텍사스, 조지아 등으로 대표되는 남부 바이블벨트의 유산, 그리고 '정치적 올바름'으로 대표되는 21세기 미국 진보 문화라는 두 조류가 기묘하게 혼종을 이루고 있다는게 제 견해입니다. 어떤 시각에서는 낙동강과 한강이 함께 만난다는 것만큼이나 기묘한 일입니다.


그리고 이 두 조류의 공동의 상징적인 대적자는 '빈스 맥맨'으로 대표되는 동북부 뉴욕의 콧대높은 '양키'들입니다.



종종 간과되는 사실입니다만, 같은 미국 공화당/보수라고 하더라도 남부인들과 북동부 상류층의 차이는 극명하게 차이가 납니다. 어찌보면 남북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요. 동북부 상류층이 보기에 남부인들은 '촌 것들'입니다. 남부인들이 보기에 '양키'들은 '경건하지 못한 졸부놈들'입니다. 둘다 '보수'지만, 그 배경은 전혀 다릅니다.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을 근거지로 삼은 맥맨 가문이 미국을 정복해나간 20세기 후반 미국 프로레슬링의 역사는 이를 극명하게 드러냅니다. 북미 곳곳의 레슬링 단체들이 '뉴욕 양키'인 빈스 맥맨 주니어에게 하나둘씩 쓰러지는 와중에 마지막까지 저항을 멈추지 않았던 곳은 남부 단체들, 그중에서도 노스 캐롤라이나, 조지아 등을 중심으로 했던 짐 크로켓의 단체였습니다. 그리고 90년대에 그 단체는 미디어 재벌 테드 터너에게 인수되었고, (번역 투로 말하자면) 그 이후의 일은 모두가 아는 역사입니다.


(해당 내용을 다루는 한국어 자료로는 공국진 님이 번역하시는 사이토 후미히코의 글을 추천합니다.)


AEW가 이런 남부 레슬링의 전통을 염두에 두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오클라호마 출신의 짐 로스가 그 뒷배로 앉아 있으며, 테리 펑크를 비롯한 남부 레슬링의 옛 전설들이 AEW의 앞길에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코디 로즈는 그 풍채부터 말투까지, 남부의 상징과도 같았던 '아메리칸 드림'의 아들입니다. 그리고 단체 챔피언 결정전을 앞두고 있는 다크호스, 애덤 "행맨" 페이지는 조지아 출신의 건실한 청년이며 그 외양, 기믹, 입장곡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출신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빈스 맥맨 주니어 본인이 노골적으로 괄시한다고 알려진 '남부'의 영향을 AEW가 계승하고자 함은 분명해보입니다.



그와 동시에 AEW는 뚜렷하게 '정치적 올바름'의 흐름에 발맞춰가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케니 오메가는 그 상징적인 인물입니다. 단체 최고의 선수인 케니 오메가는 캐나다인이며 (하여튼, 미국 사람들은 이게 큰 차이라고 본답디다), 일본어를 능숙하게 구사할줄 알며 (이 시점에서 미국인 입장에서는 이미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본인은 노코멘트라고 하지만 성소수자 담론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메가-이부시 서사는 최근 미국 문화계 일각에서 상당히 주목한 현상이기도 합니다. 더욱이 아예 트랜스 여성 선수인 나일라 로즈를 영입하기까지 하는 대담한 행보를 보이고 있기도 합니다.


더불어 코디는 '남부의 적장자'임과 동시에 정치적으로는 매우 진보적인 입장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복잡합니다. 총기규제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기도 했으며, 아직도 보수적인 지역에서는 수근거리는 얘기가 나오는 인종간 결혼의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이번 AEW 흥행 후 인터뷰에서 전 WWE 슈퍼스타이기도 했던 마크 헨리의 질문인 '로스터의 인종 다양성'에 대한 코디의 대답은 벌써 널리 회자되고 있습니다.


한번은 브랜디한테 난 피부색 같은건 보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브랜디가 말하길, "그래? 그러면 내가 겪은 경험도 보이지 않겠네"라더군요.

현재 미국 진보 정치계의 떠오르는 신성인 (혹자는 '미국 정치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또 다른 한 쪽에서는 '미국을 재앙에 빠뜨릴 극좌 인물'이라고 보기도 하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가 코디 로즈의 이와 같은 발언을 직접 트윗하며 상찬한 것에 대해서 미국의 주류 언론 또한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AEW는 기묘합니다. 도저히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정치적/역사적/사상적 조류가 기묘하게 모인 것 같은 모양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상술한 바와 같이, 이들은 '맥맨'으로 대표되는 또다른 하나의 조류에 맞서 공동 전선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막대한 돈을 보고서 사우디 아라비아에 경기를 뛰러가는 것'은 두 조류 모두가 (서로 다른 이유에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보입니다. 


저는 이런 측면에서 AEW의 향후 행보 그 자체 뿐 아니라, 현재 미국 사회의 한 단면으로서 AEW가 어떤 의의를 가지게 될지에 대해서도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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