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컬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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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라는 속담이나 초심(初心)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절대 그런 일 없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회사가 커지고 유명해지다보면 구성원들이 자연스레 건방지게 변하는 것은 인지상정일 지도 모른다.
닷컴 열풍이 한창였던 1999년, 코스닥 시장에서 큰 공모자금을 모았던 모 회사의 경우는 직원 개개인들이 갖고 있던 주식의 평균 가치가 7억 원에 달하기도 했다. 한 직원은 “회사 출근은 취미 생활” 이라며, “프랑스나 오스트리아의 고성을 매입하여 호텔이나 운영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힌 적이 있었다. 부부가 같이 회사에 근무하는지라 두 사람의 가진 주식 가치의 합은 15억 원이 넘었다. 아닌 게 아니라 그 회사에 있는 대부분의 모니터에는 주식관련 사이트가 떠 있었다. 그러나 회사 직원들 중 주가가 높았을 때 회사를 떠나 현금을 만진 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회사를 그만두면 주식을 팔 수 있었으나 그만둔 사람은 단 두 명뿐이었고 그들도 주식을 팔지는 않았다고 했다. 현재 그 회사는 주가는 고점대비 1/13 정도다.
한 외국계 포털 사이트 직원들도 건방짐을 이야기할 때는 빼놓을 수 없다. 워낙 잘 나간다는 의식이 배어 있어서 인지 심지어 안내를 맡은 안내데스크 직원들도 건방졌다. 미팅을 하러 가면 안내데스크 직원이 턱 짓으로 사람을 부렸다. 지금은 사이트 순위가 아래로 확 떨어져서인지 몰라도 상당히 친절하고 상냥한 직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2년 전쯤에는 모 포탈 사이트의 여직원이 필자의 회사로 전화를 걸어온 적이 있었다. 담당자가 용무를 말씀 하시라고 해도 꼭 사장하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해서 필자가 전화를 받았다. 그 여직원은 다짜고짜 “저희와 협업하시죠?”라고 말했다. 어떤 비즈니스인지 제안서를 보내달라고 했더니 기막히다는 말투로, “저희는 xxxx인데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xxxx는 그 포털 사이트의 이름이다. 멍한 필자가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묻자,
“저희가 협업하자고 하면 다 제안서를 만들어 가져오는데요?”
“.....”
필자의 머리 위에서 열이 모락모락 났다. “아니 협업하자고 하신 건 그쪽이신데 저희가 무엇을 어떻게 알고 제안서를 씁니까?” 라고 반문했더니 “기막히네. 어쩌네.”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한동안 국내 웹 사이트 순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던 어느 포털 사이트의 직원은 디시인사이드에 콘텐츠를 제공해 달라고 전화를 걸어왔다. “저희에게는 무엇을 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하고 물었더니 “우리 사이트에 콘텐츠를 공급한다는 의미는 TV에 광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예요!”라며 화를 냈다. 그만큼 대형 사이트이니 콘텐츠를 올려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하라는 뜻이었다. 그러면서 무상으로 콘텐츠 제공해 달라고 하는 정도를 넘어 뭔가 바라는 눈치였다. 거절했더니 불쾌함이 가득한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다.
인터넷에서 영원한 1등이란 있을 수 없다. 설사 1인자라 하더라도 스포츠처럼 단기간의 승리자일 뿐이다. 오프라인 30년의 변혁 기간은 인터넷에서는 불과 2~3년 정도다. 인터넷 붐이 일던 ’99년 이후 유명했던 PC통신 업체들, 동창회 사이트, 채팅 사이트, 주요 포털 등 유명 사이트들 중에서 현재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은 손에 꼽는다.
필자의 경험상 국내 웹 사이트 순위에서 상위에 있던 회사들의 구성원 일부는 틀림없이 건방졌다. 원래부터 구성원들이 건방진 것이 아니라 회사의 위치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건방짐이 자신들의 회사 위치를 빠르게 정상에서 끌어내렸다. 인터넷에서 유명 회사가 정상에 있는 기간은 길어야 몇 년이지만 그 회사에 대한 이미지와 그 구성원에 대한 인식은 회사가 사라져도 남는다. 송 팀장, 최 대리, 김 이사 어디 두고 봅시다. 불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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