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이 소식 듣고 좀 멍하셨을 거예요. MIT 출신 형제가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허점을 파고들어서 단 12초 만에 2,5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40억 원을 빼냈는데, 미국 배심원단이 유죄인지 무죄인지 결론을 못 내리고 재판이 그냥 끝나버렸습니다. '배심원 불일치로 인한 심리 무효(mistrial)'라는 거죠.
아니, 남의 돈 빼갔는데 왜 유죄가 아니냐, 당연히 이상하게 들리죠. 그런데 이 사건,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우리가 DeFi에서 거래하고 투자하는 행위의 근본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아주 중요한 사건이더라고요. "코드는 법이다(Code is Law)"라는 크립토 세계의 오랜 믿음이 현실 법정에서 어떻게 박살 나는지 제대로 보여준 거죠.
야구의 '도루'인가, 명백한 '사기'인가? 법원의 고뇌
이 형제들이 쓴 방법은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해킹'과는 좀 달라요. MEV(Maximal Extractable Value) 봇이라는 걸 이용해서, 블록체인 거래 순서를 조작해 이익을 챙기는 방식의 끝판왕급 기술을 쓴 겁니다. 검찰은 이걸 두고 "미끼를 던져놓고 바꿔치기하는 사기"라고 주장했어요. 정상적인 검증인인 척 위장해서 다른 사람들의 거래를 가로챘다는 거죠.
그런데 변호인 측 주장이 정말 기가 막힙니다. "이건 야구에서 도루하는 것과 같다"라고 말한 거예요. 규칙 안에서 상대의 허점을 파고들어 이득을 취한 거지, 규칙 자체를 깬 건 아니라는 논리죠. 실제로 이더리움 코드를 부수거나 개인 키를 훔친 게 아니라, 공개된 트랜잭션 풀 안에서 벌어지는 순서 경쟁에서 압도적인 기술로 이긴 거니까요.
배심원단이 결론을 못 낸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이게 과연 형법으로 다룰 '사기'의 영역인지, 아니면 그냥 엄청나게 영리한 '거래 전략'인지 그 경계가 너무 애매했던 거죠. 커뮤니티 반응을 좀 찾아보니까, '이게 사기면 DeFi 거래 절반은 사기 아니냐'는 의견이랑 '당연히 범죄지' 하는 의견이 아주 팽팽하게 맞서더라고요. 결국 현실의 법이 블록체인의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만 증명된 셈이에요.
법원 대신 해커와 맞다이 뜨는 DAO의 방식
이렇게 미국 법원이 "아, 이건 너무 어려워서 판단 못하겠네요" 하고 있을 때, 크립토 세계는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바로 '밸런서(Balancer) DAO' 사례죠.
밸런서도 최근에 1억 달러가 넘는 돈을 도둑맞았어요. 그런데 이들은 경찰에 신고부터 한 게 아닙니다. 해커의 지갑 주소로 온체인 메시지를 보냈어요. "우리랑 협력할 기회를 주겠다. 훔쳐 간 돈 돌려주면 일부는 '바운티(포상금)'로 챙기게 해주고, 법적 조치도 안 하겠다. 하지만 마감 시간까지 답 없으면, 기술적, 법적 수단 총동원해서 끝까지 추적하겠다."
법원을 거치지 않고, 블록체인 위에서 직접 당사자끼리 협상하고, 최후통첩을 날리는 거죠. 물론 이게 항상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느리고 복잡한 현실 법보다는 훨씬 빠르고 직접적입니다.
결국 지금 우리는 두 개의 다른 사법 시스템이 충돌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아요. 하나는 기술을 이해하지 못해 쩔쩔매는 '전통적인 법률 시스템', 다른 하나는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집행하려는 '온체인 거버넌스 시스템'이죠.
MIT 형제 사건은 전통 법률의 한계를 보여줬고, 밸런서의 대응은 새로운 시스템의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투자하고 거래하는 이 판의 진짜 법은 과연 어떻게 적용될지, 이 두 시스템이 계속 충돌할 때 우리는 어디에 서 있어야 할지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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