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없는 유형의 징계를 부과한 경우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근로자가 사전에 예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징계 범위가 확대될 경우 자의적 권한 행사가 가능해진다는 취지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진현섭 부장판사)는 지난 2월 노동조합 간부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징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A씨에 대한 징계가 부당하다 보고 취소했다.
A씨는 B사에서 생산관리 업무를 담당하면서 전국금속노동조합 대구지부 산하 지회 사무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2024년 5월 문서 조작 및 허위보고, 사문서 유출, 승인 없는 발주(월권), 정당한 업무지시 거부 등을 이유로 정직 1개월과 보직변경 징계를 받았다. 이후 회사는 같은 해 6월 징계를 이유로 A씨를 사무직에서 현장 생산직으로 변경하는 인사 명령을 냈다.
A씨는 징계가 부당하다며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지만, 일부 징계사유만 인정되지 않았을 뿐 나머지는 정당하다고 판단됐다. 특히 보직변경은 징계가 아닌 인사명령으로 봐 구제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에서도 같은 판단이 유지되자 A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자료 전달 행위가 분쟁 해결을 위한 것이었고 허위나 조작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승인 없는 발주 역시 업무 수행 범위 내 행위라고 강조했다. 또 보직변경은 수당 감소 등 실질적 불이익이 발생하는 만큼 징계에 해당하며, 규정에 없는 징계를 추가로 부과한 '이중징계'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일부 징계사유 자체는 인정했다. 자료 유출과 승인 없는 발주 행위는 회사 규정 위반으로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징계 수위와 방식은 재량권을 벗어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특히 보직변경의 성격에 주목했다. 보직변경이 징계 통보서에 포함돼 있고 직책 상실과 수당 감소 등 불이익이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단순 인사조치가 아니라 징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회사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에 보직변경이 징계 종류로 규정돼 있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징계규정에 징계종류로 규정돼 있지 않은 징계 처분을 인정하는 경우 근로자로 하여금 징계의 종류를 전혀 예상할 수 없게 하고, 징계권자의 자의적 징계를 허용하는 결과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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