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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 하에 했다”, 여친 머리밀고 침뱉은 바리깡 폭행남[김은정 변호

파이낸셜뉴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9.23 09:38:32
조회 13776 추천 19 댓글 161
바리깡 머리 밀고 소변 본 후 피해자 협박
첫 공판에서 가해자 변호사는 "피해자 자유 의지였다" 주장
김은정 변호사 "상대가 폭행한다면 사랑 아냐" 전문가 도움 청해야



20대 초반의 한 여성이 남자친구에게 감금돼 폭행과 강간을 당했다. / MBC 보도화면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얼마 전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의 공분을 샀었던 ‘바리깡 폭행 사건’의 첫 공판 기일이 진행되었다. 바리깡 폭행 사건은 1년 반 정도 교제하였던 남자친구가 가해자인 사건이다. 가해자는 여자친구가 다른 사람이랑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긴 머리를 바리깡으로 무자비하게 밀었다. 그는 피해자를 나체로 무릎 꿇리고 침 뱉고 소변을 본 뒤, 그 모습을 촬영하는 등 잔혹한 행동을 했다.

머리 밀리고, 폭행당했는데...“피해자 자유의사였습니다”
필자는 피해자 변호사 자격으로 공판에 참석했다. 가해자가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절반 이상은 인정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공판 기일 전날까지도 피해자 아버지에게 사죄드린다는 가해자 아버지의 연락이 왔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해자는 거의 공소사실 대부분을 부인했다. 몸에 남은 멍 자국 등 명백한 증거가 있는 일부 공소사실을 인정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인정한 것이 없다고 보아도 될 정도였다. 피해자가 바리깡으로 머리를 밀리고 잔혹한 폭행을 당하였음에도 그 안에서 이루어진 성관계, 감금 등은 모두 피해자 자유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말하였다. 재판장께서 가해자에게 “지금 변호인께서 말씀하신 것과 동일한 의견이냐”고 되묻자, 얼굴 대부분을 마스크로 가리고 고개를 떨구고 있던 가해자는 그렇다고 답하였다. 그 뻔뻔함에 방청석이 술렁였고, 필자도 화가 치밀어 올라 가해자를 바라보았다. 가해자는 짧은 대답을 마치자 다시 처음과 같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피해자 아버지는 법정에서 가해자를 향해 “이건 아니지 않냐”며 분노했다.

“보복 두려워요” 수차례 공황발작 겪는 피해자
현재 피해자는 가족들의 아낌없는 보호 속에 안정을 취하는 중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가해자와 그 가족들로부터 보복을 당할 것만 같은 극심한 공포감에 하루에도 몇 번씩 공황 발작 등을 겪으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자신이 이러한 일을 겪게 된 것이 자신에게 원인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자신이 했던 말들, 행동들을 곱씹으며 괴로워하고 있다. 피해자는 첫 남자친구였던 가해자를 많이 사랑했던 것 외에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었다. 그런데도 피해자는 지난 시간을 되짚으며 필요 없는 자기 단속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가스라이팅의 무서운 후유증이다.

폭행, 협박당한다면 사랑이 아니다, 전문가 도움 청해야
바리깡 사건과 같은 교제 폭력 피해자들의 경우, 대부분 가해자의 교묘한 가스라이팅에 장시간 노출이 되어 심각한 범죄 피해를 당하였음에도 냉정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 행동에 원인이 있지는 않았을지 말도 안 되는 자기 검열을 반복하다가 가해자의 폭행에 정당성을 부여하기도 하고 더 큰 범죄 피해에 노출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반드시 이 한 가지는 기억했으면 한다. 사랑한다면 폭행하지 않으며, 사랑한다는 미명하에 협박하지 않는다.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이 잘못된 것인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면,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며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들에게 걱정을 끼치는 것이 싫거나 가까운 지인에게도 털어놓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전문 상담센터나 변호사 등을 찾아가 최대한 도움을 받는 것이 제2의 바리깡 사건을 막는 방법이다. 교제 폭력, 피해자가 겪은 모든 과정에서 피해자의 잘못은 아무것도 없다. 사랑에는 어떠한 폭력도 수반되지 않는다.

[필자 소개]
김은정 변호사는 성범죄 피해자 사건을 전담으로 하고 있으며, 현재 성범죄 피해자만을 위한 ‘해바라기 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가해자로부터 2차 피해를 염려하는 피해자들의 요청 사항을 고려하여 자체적인 사설 경호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가해자는 일절 변호하지 않는 것이 김은정 변호사의 신념이라고 한다.

해바라기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김은정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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