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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단편] 엘사 미행하기 -1

LibreSoy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6.11 21: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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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 언니를 미행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년이면 스물 두 살이 되는 다 큰 성인이, 그것도 한 나라의 국왕이라는 사람이 미행질을 일삼기란 주변에서 손가락질 하는 것은 물론 스스로도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잠자코 낙관적인 추측만 하다가는 나부터 지쳐 쓰러질 판이었다. 내가 엘사를 미행해보고 싶은 이유는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가장 먼저, ‘결벽증’이다. 청소라면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족하지 않을 아렌델의 시녀장 겔다조차 똑소리 못하게 할 정도로 결벽증적인 모습을 보이는 언니가 무턱대고 노덜드라에 건너가 살겠다는 것부터가 큰 걱정거리다. 먼지 한 톨도 책상 위에 얹히는 꼴을 못 본다며 아예 자신의 방 안에 간이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배치해놨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베게와 이불을 침상 끝단에 오차 하나 없이 정밀하게 맞춰 정리해놓기를 단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그 뿐인가? 언니의 서재는 종류, 년도, 이름, 저자 등등 수많은 책들이 기준별로 쫘르륵 꽂아져 있었고 청소도 자신이 직접 책장 틈새 구석구석을 빠짐없이 닦으면서 주기적으로 책 내부 상태가 양호한지 검사했다. 그리고는 누구도 서재의 책들만큼은 절대로 손대지 못하도록 엄포를 놓았다. 광장을 아름답게 장식한 얼음 분수대도 매일같이 요리조리 살피고는 조금이라도 금이 가거나 탁해졌다 싶으면 곧바로 다시 만들어낼 정도였다. 



그 결벽증 끝판왕인 상왕 엘사께서 무턱대고 흙더미 위에 텐트를 치며 하루하루 유목과 채집으로 연명하는 야생 생활에 빠져든다? 그것도 이름도 모를 벌레들이 득실득실한 숲에서? 일종의 캠핑 비슷한 기분을 내는 사나흘의 시간대라면 모를까 일주일이 넘으면 노이로제에 시달려 눈 밑에 다크써클이 쫘악 진하게 쳐졌을 지도 모른다. 아, 물론 이 부분은 엘사가 잠자리만큼은 아토할란에 둔다면 그나마 안심이 되긴 한다. 아토할란에 건너가서 얼음성 만들었을 때처럼 마법으로 자신에 취향에 맞게 만들면 될 일이니까.



둘째로, 엘사는 청소 말고도 음식에 대한 기준과 평가가 아주 깐깐하다. 크리스토프가 만든 플레밍스튜를 향해서 대놓고 ‘이런 음식은 앞으로 절대 내 궁성에 가져오지 말아요’ 라고 말한 건 그저 약과에 불과하다. 스테이크가 조금이라도 미디엄 레어의 이상적인 빛깔을 띠지 않거나 샐러드의 소스 배합이 살짝이라도 다를 때면 곧바로 카이를 불러 다시금 만들어올 수 없냐며 요청하곤 했다. 여기까지는 다시 제대로 만들어 바치면 끝날 일이다. 하지만 언니가 가장 즐겨먹는 루테피스크의 색깔이나 향, 맛이 미세하게나마 달라지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얘기가 180도 달라진다. 이때는 카이는 물론 주방장 여럿을 즉시 식당으로 소환해서 왜 맛이 평소와 다른지 추궁하기 일쑤였다. 문제는 차라리 화를 내거나 날카롭게 명령을 하는 편이 낫지, 처음엔 눈썹을 팔자로 찌푸리며 하다가 마지막에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위로를 가장한 경고를 날리는 식의 빙빙 돌리는 화법을 십분 활용한다는 것이었다.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에 빠져 미쳐버릴 노릇이었다. 실제로, 전임 주방장 홀란드는 무려 세 번이나 그와 같은 패턴에 당하고는 극심한 불안 증세에 시달리다 끝내 사직서를 내고야 말았다. 



그런 엘사가 순록이나 토끼 따위의 날짐승으로만 가득한데다 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조차 쉽게 선별하기 어려운 야생 채소들을, 아렌델에 비하면 원시적인 조리라 해도 과언이 아닌 노덜드라에 가서 살겠단다. 궁정 요리에도 깐깐하게 구는 엘사가 과연 노덜드라 사람들의 요리를 별 탈 없이 먹을 수 있을까? 택도 없지. 카이와 겔다가 정령이 된 엘사의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둘은 엘사가 정령이 되었다는 사실보다 귀하신 몸이 그런 오지에서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러나 몹시 걱정했다. 딱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오지에 나간 손주를 걱정하는 잔걱정 부류였다. 심지어 카이는 아예 간이용 포장마차를 직접 노덜드라에 보내려고까지 해서 뜯어말리는 데 깨나 고생했다.



정 노덜드라의 식습관을 따르지 못한다 하면 자신이 직접 요리하면 해결되긴 한다. 그런데....가장 큰 세 번째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언니....나보다 요리 훠얼씬 못한단 말이지.”



내가 생각해도 난 요리를 영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엘사와 비교하면 정말이지 요리사라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다. 요리를 평가하는 능력은 최상이지만 요리를 하는 능력은 그 인지구조에서부터 뭔가 손상이 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될 정도로 엘사의 요리 실력은 형편없는 수준을 넘어 재앙이었다. 작년 내 생일날, 사랑하는 동생을 위해 준비했다며 솜씨를 부린 언니의 루테피스크 비슷한 생선요리를 포크에 찍어 입에 가져간 순간, 굳어진 입꼬리를 방긋하게 올리느라 얼굴 근육에 애써 힘을 줘야 했다. 가까스로 배부르다고 핑계를 대며 겨우 남긴 언니의 요리를 주방에서 우연히 맛본 크리스토프조차 대체 왜 자신의 플래미 스튜를 그렇게 아니꼽게 봤냐며 불평을 늘어놓을 정도였으니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까...



정리하자면, 결벽증 그 이상의 깔끔쟁이에다가 입맛마저 까다로우신, 청결의 여신이자 미각의 여신이요 곧 아렌델의 고귀한 왕족 엘사 아그나르스또띠에께서 야생 활동과 원시적 조리방법이 일상인 노덜드라를 생존 방법도, 요리 방법도 모르고 무작정 갔다는 말이다.



사실, 난 언니가 얼마 못 이기고 다시 아렌델 생활로 복귀할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내 자리를 찾았다느니 나한테 왕위를 물려주겠다느니 폭탄선언을 해도 난 내심 언니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분명 아렌델이 그리워질 것이다 하며 줄곧 기다렸다. 



그런데, 생각 이상으로 정말 오래간다. 무려 벌써 삼 주째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골치를 썩이게 만드는 요소가 있었으니, 바로 엘사는 특정 부분에서는 정말 세계 최고의 고집쟁이라는 점이다. 누구보다도 나를 사랑하고 걱정해주는 하나밖에 없는 언니였지만 그런 내가 울고불고 무릎을 꿇고 사정해도 어느 영역에서는 기어코 양보하지 않고 쭉 밀고 나간다. 특히나 그 고집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수록 세기 또한 더더욱 강해진다. 속된말로 ‘똥고집’의 극치다. 



그냥 단순한 똥고집이면 제풀에 지칠 때까지 기다리겠지만 이 언니는 옛날부터 남에게 걱정 끼치는 걸 질색해서 숨기고 또 숨긴다. 누가 봐도 얼굴에서 나 뭔가를 숨기고 있어요~ 하는 표정이 역력하게 드러나는데도 기어코 속내를 안 털어놓는다. 정작 그 태도가 더더욱 남들에게 걱정 끼치는데 말이다. 뭐, 이건 언니가 갇혀 살던 시절을 보냈으니 내가 이해해줘야 하는 측면이라 양보할 수 있다. 그러나 본래 타고난 똥고집 성격과 감정을 숨기려는 후천적 습성이 합쳐진다면....최악이다. 만약, 언니가 노덜드라 생활을 버티지 못할 정도로 힘들어 하지만 자존심과 고집 때문에 억지로 버티고 있는 거라면? 이러니 걱정을 안 할 래야 안 할 수가 없다. 



지난 3년간을 떠올려 보자. 대관식 날 도망가서 얼음성으로 숨바꼭질 한 건 아렌델의 새로운 전설로 등극했을 정도로 두말하면 입이 아플 지경이다. 2년 전 여름에는 또 어땠는가? 처음으로 내 생일파티 해주겠다며 감기 걸린 몸으로 여기저기 쏘다니다가 시계탑에서 낙사할 뻔 했다. 최근 있었던 마법의 숲 사건 때는 더하다. 분명 안개를 뚫고 들어가기 전에 같이 해 나가기로 약속해놓고는 난파선에 다다르자 자기 혼자만 가야한다며 옹고집을 내보이더니 얼음쪽배에 태워 냅다 쫓아내버렸다. 혹시나 내가 까딱 잘못해서 바위거인한테 깔렸더라면, 크리스토프가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아렌델은 그 날로 지도상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유독 엘사가 ‘과하게’ 고집을 피우는 때마다 뭔가 좋지 않은 일들이 꼭 터졌다. 아토할란께서 내려주신 선물이라 그런지 인간과 자연을 잇는 정령이라서 그러신지 이쯤 되면 가히 자연법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었다. 잠자코 있다가 또 무슨 국지적인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아닌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간담이 서늘해졌다. 



“도저히 못 참겠어. 내일 몰래 노덜드라에 가 봐야지.”



굳게 결심을 세우며, 내일 하루만 특별히 일정을 비우기 위해 카이를 불렀다. 




 

-------------------------------





“저기...안나? 꼭 이래야만 해요?”



“대놓고 가면 분명 괜찮다면서 거짓말 칠 게 뻔해요. 내 눈으로 직접 언니가 잘 지내고 있나 확인해야겠어요.”



“아니, 별 소식 없는 거면 잘 살고 있는 거잖아요. 언니를 믿는다면서 갑자기 또 왜-”



순박하고도 믿음직한 내 연인이라지만 이럴 때만큼은 바위보다 무심하고 눈치가 없어서 본의 아니게 쏘아보게 된다. 



“잔말 말고 따라와요! 솔직히 당신도 엘사가 산 속에서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잖아요.”



“그 녹카인가 뭐시기 얼음말 타고 다니면서 노래를 부르던지 노덜드라 사람들이랑 이야기하거나 같이 스튜 만들어 먹으면서 지내겠죠. 여차하면 자기가 직접 움막 짓고 살 수도 있는 건데 도대체 왜 그리 걱정하는데요?”



이것이 남자와 여자의 근본적인 사고방식 차이인가...예전에 어머니께서 남자들이란 모두 눈치 없이 낙관적이기만 한 늑대들이라고 아버지 뒷담을 맛깔나게 하시던데 이제야 그 말의 의미를 알 것 같으다. 어머니의 고충, 조상님들의 경험어린 교훈이란 실로 잘 귀담아들어야 한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나랑 같이 안 가겠다는 거예요?”



“아니, 가기야 같이 가는데 그냥 만나면 될 걸 굳이 미행을 왜 하냐는...거죠.”



너무 쏘아붙인 탓일까. 크리스토프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하지만, 지체 없이 빨리 데려가려면 강경한 태도가 필요한 법. 



“크리스토프. 언니 성격 잘 알잖아요? 힘들고 싫다 해도 내색 한 번 안하고 꾹꾹 참는다구요. 말로는 성격 차분하다 인내심 좋다 하지만 그것도 도를 넘으면 고집이지. 안 그래요?”



“그러니까, 분명 엘사는 적응을 못하고 힘들어하는데 체면이 있어서 계속 버티는 거다 이 말인가요?”



“바로 그거예요. 여자로서의 직감이랄까? 며칠 전부터 계속 거슬렸거든요.”



“....안나 당신 어렸을 때도 성 안에서 엘사가 밥먹거나 잠 자는 모습 막 훔쳐보고 그랬-아얏!!”



짝- 소리가 숲 전체를 울릴 정도로 그의 등을 세게 때렸다. 때린 오른손이 얼얼해서 나도 모르게 손을 비볐다. 채빙으로 단련된 건장한 몸이라지만 이 정도로 튼튼할 줄이야...다음부터는 그냥 옆구리를 꼬집는 식으로 해야겠다. 



“자꾸 이상한 소리 하면 나 정말로 화낼 거예요!”



“읏, 그럼 말로 해요 제발 말로! 손은 또 왜 이리 매운 건지 아오 따가워라-”



흥, 됐어요. 오늘 겨우 일정 비웠으니까 그만 궁시렁대고 특별한 데이트라고 생각해요."



등짝 스매싱의 여파로 얼굴을 찌푸리는 그의 손을 잡아 끌며 성문 밖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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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한 엘사를 미행하기 위해선 최대한 눈에 띄지 않는 철저함이 필요하다. 그래서 일부러 올라프와 스벤은 물론 썰매도 타지도 않고 직접 도보로 노덜드라까지 왔다. 항상 썰매로만 다니던 산길을 몸소 걸어서 그런지 다리가 좀 쑤셨지만 별 무리 없이 노덜드라에 도착했다. 여차여차해서 옐레나한테 겨우 노덜드라 복장도 빌릴 수 있었고 그 결과, 지금 나와 크리스토프는 평범한 노덜드라인 1과 2로 변장한 상태다. 순록들 먹이 주려고 가는 라이더를 잠깐 불러 세워 엘사가 주로 어디 있는지 물었더니 북쪽 길을 따라 10분 정도 걸어가면 아마 볼 수 있다고 한다. 무슨 목적으로 그 주변을 돌아다니는지는 자신이 물어봐도 계속 얼버무리는 식으로 넘어가서 잘 모른단다. 중요한 제보를 건네준 라이더에게 감사를 표시하며 나무가 무성한 북쪽 숲을 향해 움직였다.



한마디로, 엘사는 지금 남들에게도 알리지 않은 ‘은밀한’ 행동을 몰래 혼자서 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이러니까 더 의심을 안 할 수가 없지. 습관 한 번 들이면 고치기 힘들다더니 노덜드라에서도 막 뭐 숨기나보네.”



“엘사가 물건을 막 숨기고 다녔어요? 예를 들면, 먹다 남은 고기를 몰래 헝겊에 싸서 자기 방에 가져간다든지?”



“당신 대체 무슨 삶을...아, 그러고 보니-”



환경의 차이에 따른 절망적인 인식차를 애써 무시하려던 찰나, 예전 엘사와 떨어져 지냈던 때를 떠올렸다. 언니도 사람인지라 하루 종일 방 안에만 지내지는 않았고 식사 시간이나 필요한 외부절차가 있을 때면 방문을 열고 나왔다. 기분이 내킬 때는 홀로 왕궁 정원을 거닐기도 했던가? 이건 기억이 좀 모호하다. 그러던 어느 날, 언제나처럼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가던 언니는 내가 나타나자 황급히 자리를 피했고 나 역시 언제나처럼 언니에게 조금이나마 관심을 끌려고 이것저것 얘기하면서 꽁무니를 쫓았다. 



그런데 유독 그 날따라 언니는 뭔가를 숨기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몇 년 동안 꾸준히 관찰한 결과, 엘사는 겉으로는 엄청 냉정하게 보여도 감정의 기복이 은근 심해서 티가 확 난다는 확실한 결론을 도출했다. 방문에 가까워질수록 의심은 확신으로 변했다. 언니가 눈치채지 못하게 늘 하던 식으로 혼잣말을 떨었지만, 이미 나의 눈매는 사냥감을 찾은 독수리처럼 매섭게 엘사의 몸을 이리저리 살폈다.



엘사가 방문을 열려 손을 문고리에 뻗은 그 순간, 뭔가를 포착했다. 분명 보았다. 뭔가를 기필코 숨기려고 가슴팍 위에 꽉 얹은 두 손, 그 손가락 마디 사이로 내비치는 탐스러운 물체 하나.



그것은 냅킨으로 감싸진 뭉특한 닭다리 한 조각이었다.



어이가 없어서 문이 닫힌 후에도 그 자리에서 얼마 동안 서 있었는지 모른다. 배고프다면 그냥 배고프다고 말하고 더 먹지 몰래 숨겨 가는 건 도대체 무슨 사고방식인지 내 머리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 체면상 문제라면 오히려 숨기다가 들키는 게 더 체면에 손상이 가지 않을까? 아무튼, 엘사가 뭔가 숨기기를 좋아한다는 의구심은 그 때부터 생겨났다. 



‘.....아무리 그래도, 이걸 남에게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되겠지..’



나야 뭐, 겔다의 잔소리를 무릅쓰고 위풍당당하게 케이크를 방 안으로 가져가 먹던 세월만 몇 년이었지만 언니는 왕위 계승자이기도 하니까 좀 상황이 다르겠지. 그래, 이건 언니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라 생각하자. 



“갑자기 왜 실실 웃어요? 뭐 웃긴 일이라도 생각났어요?”



“아, 아뇨! 그냥 잠깐 딴 생각을-”



가볍게 넘기려던 사이, 시야 끄트머리에서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매우 익숙한 옷차림이 눈에 띄었다. 



“엘사다!!”



“어? 진짜로 엘-우아앗!”



들키지 않게 크리스토프를 큼지막한 나무 뒤로 홱 잡아챘다. 우거진 나무들 틈 사이로 보이는 금발, 그 아래로 길게 늘어뜨린 하얀 드레스. 확실하다. 엘사 말고 저 복장을 소화할 사람이 없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하아...진짜. 등짝 때린 것도 그렇고 진짜로 말로 좀 하면 안 돼요?”



크리스토프는 내 옆에 내동댕이쳐 있었다. 깜짝 놀란 나머지 힘조절을 제대로 못했나. 손을 내밀어 그를 일으켜주었다.



“미안해요, 엘사를 발견하니까 나도 모르게 당황했어요. 괜찮아요?”



“다친 데는 없어요. 그런데, 엘사는 성에서도 막 자기가 땔감 직접 옮기고 그랬어요?”



그의 말을 듣고 다시 엘사에게 시선을 향했다. 확실히 뭔가 이상했다. 신성하게끔 느껴지는 복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많은 양의 나뭇가지들을 한 아름 품으며 어딘가를 향하고 있었다.



“그, 그게...왕궁 수도시설 고장 났다니까 자기가 공구 들고 고치려 했다고는 시종들에게서 들었지만 저건 나도 처음 봐요.”



크리스토프는 색다른 장면이라며 신기해하는 표정이었지만 나는 그야말로 충격에 빠졌다. 언니는 착하고 배려 많은 사람이었지만 엄연하게 위치를 의식하고 그에 맞는 행동을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선의를 베풀었다 한들, 위치에 어긋나는 행동이라면 안하느니만 못하게 되는 게 인간 사회였다. 자애로운 군주를 싫어할 사람은 없지만 무턱대고 사소한 선의를 남발한다면 나사 빠진 국왕이 되기 십상인 법이다. 국왕이란 베풀기 이전에 일단 떠받들어져야 하는 존재였다. 물론, 아렌델 최초로 도입한 수도시설이었고 최신 기술일수록 전문가는 극소수이기에 데려오는데 시간이 꽤나 소요되는 터라 ‘답답하니 내가 직접 고친다’ 식의 마인드였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나뭇가지들을 모으는 건 그와는 전혀 다른, 누구나 빠르고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 굳이 엘사가 나서지 않아도 될 영역이지 않은가. 



“땔감인가? 한창 겨울준비를 할 때라지만 언니는 추위 하나도 안타는데?”



“나뭇가지 굵기랑 생긴 걸로 봐선 땔감은 아닌 거 같고, 누구 보금자리라도 만들어 주나 본데요?”



“보금자리요?”



“보통 새로 태어난 동물들이 많이 연약하거나 아픈 상태면 편안하게 해 주기 위해서 얇은 나뭇가지들을 깔고 그 위에 건초 더미를 얹어서 푹신하게 만들거든요.”



“많이 만들어 본 말투네요?”



“당연하죠. 스벤은 물론 다친 동물들을 발견할 때마다 만들어줬는걸요? 고통에 차 있는 모습 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요.”



인생이 순록 그 자체인 남자라지만 그만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가짐은 다른 누구보다도 넓었다. 하긴, 저번에 다리를 다친 다람쥐 한 마리를 정성스럽게 치료해주는 모습을 보면 큰 덩치와 대비되는 세심함 속에 나름 귀여운 구석이 있었다. 



“근데, 저 보금자리를 편하게 만들어 주는 게 생각보다 좀 까다롭거든요? 그래서 노덜드라에서도 깨나 익숙한 사람들이 하겠다 싶었는데...혹시, 성에서도 동물들 먹이 주거나 헛간 가서 보살펴 주는 거 좋아했어요?”



“글쎄요...정작 엘사의 모든 면을 다 파악한 건 3년 정도밖에 되질 않아서 확신은 못하겠지만, 언니도 저만큼 동물들을 좋아하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직접 먹이를 주거나 헛간에 간다니, 하늘이 두 쪽 나도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흠...일단은 계속 따라가 보죠.”



“여기 오기 전까지만 해도 싫은 티 팍팍 내더니, 이제는 저보다 관심 더 많아졌나 봐요?”



“한 나라의 왕이었던 사람이 만든 보금자리는 어떤 생김새일지 갑자기 궁금해졌거든요. 엄청 고풍스럽게 색다른 디자인으로 만들지 않았을까요? 소문 들으면 엘사는 예술가 기질이 엄청나다던데 엄청난 작품 하나 만들었을지도 모르잖아요? 하긴, 얼음성 짓던 그 감각이면 또 하나 예술품을 만들었을 게 분명해요.”



‘......에휴, 그럼 그렇지.’



잠깐 동안이나마 듬직하게 여기던 스스로의 착각에 입맛을 다시며 조심스럽게 우거진 숲을 헤쳐 갔다. 풍성한 나뭇가지들을 들고 주체 없이 쭉 걸어가는 것으로 보아 엘사는 전혀 눈치 채지 못한 모양새였다. 



목소리에 주의하면서 계속 이 거리를 유지한다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미행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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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급자족 노덜드라 라이프 엘시세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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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868 지하철 좌석 웨이팅 ㅅㅂ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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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867 줌 하니까 사람들 얼굴 다 보이네요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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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866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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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865 이거 진짜에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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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32 32 0
5511864 저도 정리떡밥에 끼어도 되나요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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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2 33 0
5511863 오늘 오후까지 코구 글 금지입니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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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862 프갤은 제가 살렸지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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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861 화력뭐고...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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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860 저도 깔끔하게 정리했습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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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859 가짜 [1]
ㅇㅇ(22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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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858 제 깔끔한 정리 상태 어떤가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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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857 JLPT는 공부하고 시험보는게 수치인 시험입니다.. [6]
ㅇㅇ(22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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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856 주식 진짜 필수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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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855 올해 극장 23번 갓는데 저보다 많이간분 계신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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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854 내 청춘은 프갤로 시작돼서 프갤로 끝나는걸까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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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853 영화 백룸 보실건가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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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852 오늘 진욱신 성적 뭔가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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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851 이만 원주민들한테 그냥 자리나 양보하죠 뭐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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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850 광고 씨발련아 한판 붙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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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849 대부분 아이돌물 빠는게 존나 웃기네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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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848 갑자기 우울해짐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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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847 오랜만에 학교 권위가 살아났네요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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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846 전공이란 참 어려워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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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845 쥬디님 에임 좀 가르쳐드려요?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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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844 밥벌레식충이는 이만 자러갑니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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