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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밤/문학/2번] 아주 조금, 특별한 날

LibreSoy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6.22 23:42:01
조회 468 추천 37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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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은 여태까지 안나가 지내던 날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산등성이 너머에서 솟아오른 해가 따사로운 햇살을 창문에 내비치는 것도, 언제나처럼 8시가 넘어서까지 늦잠을 푹 자다가 비몽사몽한 낯으로 세면장에 들어가 씻고 나오는 것도, 그리고 식탁에 앉아 자명종 시계를 쳐다보면 시곗바늘은 9시 10분 전을 가리키고 있는 것도 똑같았다. 


다만, 차이가 하나 있다면 어제보다 접시의 갯수가 한층 풍성해진 아침의 식탁이었다. 


“얼레? 카이? 오늘 무슨 날인가요? 평소 먹던 아침식사 메뉴가 아닌데요.”


“저...공주님? 정말 모르시겠습니까?”


세상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안나의 똘망똘망한 눈망울을 쳐다본 카이는 한숨을 짧게 쉬었다. 


“오늘은 안나 공주님의 생신이십니다. 하늘의 태양이 가장 높게 뜨는 날이죠.”


“아-”


그제서야 떠올랐다는 듯, 안나는 얕은 탄성을 내질렀다. 


“본인 생일 정도는 기억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사정 상 저희가 다양한 행사들을 해드리지 못해서 지루하신 건 죄송스럽습니다만, 범위 안에서는 공주님께서 이것저것 요청하셔도 됩니다.”


“그런가요...카이, 원래 생일에는 막 이것저것 하나 봐요?”


“작년에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카이는 씁쓸하게 입맛을 다셨다. 아렌델의 공주들이 ‘생일’이라는 개념과 동떨어져 살아간 지가 어언 13년 가까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가 기억하기로 두 자매의 생일다운 생일축하는 엘사가 8살, 안나가 5살을 먹었을 무렵이 마지막이었다. 그 날은 국왕 부부가 자매들을 사랑스럽게 끌어안고 노래를 부르며 행복한 식사를 즐긴 마지막 날이기도 했다. 안나와 엘사가 서로 방을 따로 쓴 날부터 생일 역시 따로 지낼 수밖에 없었고 그마저도 국왕 부부의 주검조차 찾지 못할 지경에 이르러서는 일상과 딱히 다를 게 없는 평범한 날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너무나도 멀어져버린 한 때의 추억. 이제는 그 추억의 주인공들마저 깨져버린 기억의 조각들을 점점 잃어 버리고 있었다. 


“혹시, 공주님께서는 뭐 특별히 드시고 싶은 요리나 디저트가 있으신지요?”


“네? 네? 아뇨, 뭐 우리 요리사들 솜씨야 워낙 좋아서 딱히 바라는 건....”


“원래 생일에는 먹고 싶은 요리를 맘껏 먹는 법입니다. 그러니 부담 갖지 마시고 얼마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정 원하신다면 오늘만큼은 공주님께서 원하시는 케이크를 전부 만들어 드릴 수도 있습니다.”


케이크. 그러고 보니 안나는 요즘 간단한 푸딩 정도만 먹었지 달달한 케이크를 먹은 지가 좀 오래됐다. 


“그러면, 혹시 저번에 겔다가 건강에 안 좋다면서 당분간 못 먹게 했던 크란스카케랑 크룸카케 좀 부탁해도 될...까요? 요즘 따라 단 게 땡겨서요.”


“그 정도야 식은 죽 먹기지요. 점심 때 바로 내올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카이는 예를 갖춘 공손한 인사를 보이며 자리를 떠났다. 


“그렇구나...오늘이 내 생일이었구나...”


포크와 나이프를 접시에 내려놓고 기억을 더듬어본다. 언니와 같이 놀던 한창 어렸을 때의 기억은 이제 거의 떠오르는 장면이 없다. 그나마 생각나는 거라고는 빗속을 헤집고 잡기놀이를 하던 때와 사력을 다해서 맞붙은 눈싸움, 그리고 트롤이 키스하는 꿈 정도였다. 지금 안나의 머릿속을 차지하는 기억 대부분은 굳게 닫힌 문이었다. 결코 열려지지 않는 문, 일체 마주하지도 않고 상대조차도 하기 싫다는 직사각형의 형체는 이제 안나의 일상과 늘 함께 하는 존재였다. 


“언니는...오늘이 내 생일이라는 건 알까? 혹시라도-”


그래도 생일이라면 말대답 정도는 해 주지 않을까? 무미건조한 말투라도 상관없다. 그저 반응이라도 한 번 해주기만 해도 안나는 한없이 기쁠 것만 같았다. 의자에서 일어나 응접실에서 이어지는 복도를 빠른 걸음으로 가로질러 언니의 방으로 향하더니


갑자기 발걸음을 뚝 멈췄다. 


“...그래. 그럴 리가 없지.”


심장을 날카롭게 찌르는 기억의 파편이 이제야 떠오르고 말았다. 왜 좀 더 빨리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것도 오래 되지 않은 고작 작년의 일이었다. 그 때도 지금처럼 카이에게서 생일 소식을 깨닫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언니의 방으로 가 문을 두드리며 모처럼의 생일에 밥이라도 같이 먹자고 물어봤었다. 하지만...


“제발 좀 안나, 난 네 생일을 챙겨줄 수가 없어. 부탁이니까, 혼자서 즐겁게 보내면 안 되겠니?”


신경질적인 목소리와 함께 무언가 광풍이 휘몰아치는 기묘한 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렸다. 안나는 경직된 채로 한동안 멍하니 서있더니, 끝내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복도를 떠났다.


그 날, 안나의 16번째 생일은 마음을 떠받치던 기둥 하나가 완전히 무너진 날이었다. 


“그래, 뭐 어쨌다고 그래 안나야. 항상 그래왔는데 오늘만 또 특별해야 한다는 법도 없잖아? 달다구리한 것들이나 먹으면서 평소대로 재밌게 보내자구. 좋아, 오늘은 간만에 정원에 가서 아기 오리들이랑 피크닉이라고 할까나~”


금세 명량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씩씩하게 움직이는 안나였지만 목소리에는 촉촉한 물기가 새어나왔다.





※          ※          ※





점심 식사 때 크란스카케를 비롯한 다양한 케이크들이 식탁이 화려하게 놓인 것을 제외하면, 6월 21일의 오후 역시 평일의 오후와 크게 다른 점이 없었다. 점심식사를 마친 안나는 정원의 연못가에서 새끼오리들과 실컷 놀다가 홀로 산책로를 걸으며 오후의 느긋함을 즐겼다. 성 바깥으로 나갈 수가 없는 안나에게 궁성 내 정원의 산책로는 갑갑한 밀폐생활을 버틸 수 있게 만드는 활력의 충전소였다. 


산책로를 한 바퀴 돌고 나서 다시 정원 한가운데로 가면 언제나 3층에 높다랗게 자리 잡고 있는 언니의 방이 눈을 사로잡았다.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고개를 쳐들고 바라보는 언니의 방은 언젠가 책에서 보던 철옹성같이 높다란 성벽을 마주하는 것만 같은 아득한 거리감만이 느껴졌다. 아무리 닿으려고 해도 닿을 수 없는 그곳을 쳐다보면 밑바닥에서 어떻게든 도달해보려는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착각마저 들곤 했다.


높이도 높이거니와 거리도 상당했기 때문에 여기에서 엘사의 모습을 파악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혹시나 언니를 몰래 염탐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정원에서 제일 큰 나무를 올라가 봐도, 사다리를 가져와 봐도 헛수고였고 겔다에게 귀청이 떨어져 나갈 잔소리만 한가득 들었다. 


한 번이라도 언니는 자신이 정원을 거닐던 모습을 보긴 했을까? 탁 트인 창가라면 분명 한 번쯤 봤을 법 했겠지만 억지로 쳐다보지 않는 거라면...하긴, 생일날에도 말상대 하나 안 해주는데 정원에서 자신을 쳐다볼 이유는 더더욱 없겠지 싶었다. 안나는 고개를 내리깔며 터벅터벅 성문으로 돌아갔다.





“카이네 집에서는 생일 때 주로 뭘 하나요?”


“예..?”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저녁 식사 때의 질문에 카이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안나는 카이의 저런 모습을 좀처럼 볼 수가 없던 터라 흥미롭게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 


“카이도 애들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러면 주로 생일 때 어떤 걸 해 주나요?”


“글쎄요...저희 집은 정말 평범하게 보내는지라 들으시면 실망하실 겁니다.”


“괜찮아요. 저는 사람 사는 이야기라면 웬만해선 다 좋아하거든요.”


어느새 안나는 깍지를 낀 두 손에 턱을 괴며 카이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흠...정 그러시다면 짧게나마 얘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카이는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는 말을 이어갔다. 


“보통 아이들은 생일날에 가지고 싶었던 선물을 받고 싶어 합니다. 크리스마스이브 때 산타로부터 선물을 받고자 하는 거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저에게는 나이차가 두 살 나는 큰 딸과 작은 아들이 있습니다. 재밌는 것이, 각자 받고 싶어 하는 선물이 확 다르더군요. 작년 생일에 큰딸은 연애소설을 하나 사달라고 하는 반면 사내놈은 장난감 머스켓 총을 사 달라고 하지 뭡니까? 어렸을 때는 같이 소꿉놀이도 하고 종이접기도 하던 애들이 열 살쯤 되니까 확연히 달라지는 모습을 보니 마냥 재밌더군요.”


“선물...생일에는 선물을 받는 거였군요.”


“물론 선물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파티 비슷한 것도 하지요.”


“파티요?”


안나의 눈이 번뜩였다. 파티는 책이나 갤러리에서만 접할 수 있는 낯선 단어요, 환상의 풍경이었다. 그런데 기계처럼 철저하고 똑 부러진 카이에게서 파티라니? 그녀는 내심 놀랜 마음을 품었다. 


“공주님께서 생각하시는 그런 화려한 파티는 아닙니다. 그저 가족끼리 모여서 특별한 음식이나 음료를 먹으면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즐겁게 오순도순 떠드는 거지요. 가장 최근에 있었던 게 어디보자...네 달 전 아들 생일이군요. 그 놈이 워낙 바닷가재 요리를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서 그 날은 돈 깨나 썼습니다.”


“그래도 많이 즐거웠겠네요...?”


안나는 카이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항상 마주하던 집사장으로서의 근엄한 모습이 지금 이 시간만큼은 푸근하고 인자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아버지의 모습이라...생김새도, 얼굴형조차도 달랐지만 저 얼굴에서 풍겨지는 자상한 미소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아버지들의 미소였다. 험한 세상 풍파에 맞서 얼굴에 주름이 더해지고 피로가 겹겹이 쌓였어도 자식들 앞에선 힘든 모습을 일체 보이지 않으려던 아버지의 얼굴. 언니와 떨어져 지내면서 자주 울먹이는 자신을 향해 늘 따스한 위로와 함께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아버지의 넓적한 손. 그 때는 억지로 뭔가를 숨기는 미소라고만 생각해서 속으로 못된 마음을 품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 미소를 단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직접 보고 싶기만 하다. 


“다음 달 봉급까지 허리를 좀 싸매긴 해야 했지만, 맞습니다. 공주님 말대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절로 웃음이 지어졌습니다. 제 몫의 스테이크 절반을 떼서 그 놈 접시에 덜어줄 정도였으니까요. 다음에는 또 얼마를 저축해서 무슨 선물과 요리를 해 줘야 할까 벌써부터 고민을-”


미묘한 분위기를 감지한 카이의 얼굴이 삽시간에 낭패의 기색으로 변했다. 부모님을 여의고 언니와는 얼굴조차 제대로 쳐다보지 않고 살아가는 공주 앞에서 자기 자식 자랑을 늘여놓다니, 왕실을 보좌하는 자로서 뼈아픈 실추였다. 즉시 허리를 굽혀 안나에게 사죄를 구했다. 


“무, 무례를 용서하소서 공주님. 주책없이 앞에서 실례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네?? 아, 아니에요! 제가 말해달라고 했는데 무례라뇨. 정말 고마워요 카이. 덕분에 카이네 집안 얘기도 들을 수 있었고 저도 지루하지 않은 저녁식사였어요.”


“공주님...”


“아이 참, 그런 눈으로 보지 마요. 저 정말 별 생각 없다니까요? 오늘 저녁식사는 카이네 집 이야기로 감칠맛이 더 돋아났는걸요. 나중에 심심할 때면 또 말해주기에요. 알았죠?”


안나는 활짝 핀 해바라기와도 같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지만 카이는 알고 있었다. 저 화려한 해바라기 꽃의 뿌리는 차츰 썩어가고 있다는 것을...누구보다도 곁에서 보좌하고 있던 그였기에 미소의 일면에 담긴 어둠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충실히 두 공주의 처신을 보좌하면서 부디 서로 사이가 원만해지기를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원하신다면 언제든지 말동무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처음부터 왕실에 뼈를 묻을 몸이기에 얼마든지 불러주십시오.”


“고마워요. 역시 카이밖에 없다니까.”





※          ※          ※





저녁식사를 마치고 응접실을 나와 방으로 가려면 언제나 성의 끝과 끝을 잇는 긴 복도를 가로질러야 했다. 안나는 저녁 식사 후의 이 통로를 지나야만 비로소 하루가 온전히 끝났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항상 이 시간대에 복도를 걸어가는 사람은 안나 한 명 뿐이었지만 벽면에 걸려 타오르는 촛불은 오늘도 일상의 끝을 향해 걸어가는 안나를 은은하게 비춰주고 있었다. 하루의 시작과 끝이 연결되어 있는 길다란 복도를 걸을 때면 그녀는 문득 시간의 흐름 한가운데 놓여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정신없이 복도의 끝과 끝을 뛰어다니던 조그만 아이 한 명, 자전거를 한 발로 타는 기상천외한 짓을 내보이는 열두 살 남짓 되는 장난꾸러기 한 명, 그리고 쓰라린 심장을 움켜쥐고 문 앞에서 쓰러져 내린, 검은 상복을 입은 열다섯 살의 소녀...


그 시간의 흐름에는 언제나 문 하나가 변함없이 우두커니 놓여 있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적어도 내일까지는 열릴 리가 없는 원수 같은 문이지만 자신과 언니의 단절된 시공간을 미약하게나마 이어주는 마지막 연결고리이기도 했다. 어쩌면, 자신은 이 모순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성인이 되어도, 30대가 되어도 한 쪽은 문을 잠그고 다른 한 쪽은 끊임없이 두드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나는 노크를 그만둘 수가 없었다. 이마저도 그만둬 버린다면, 정말로 언니와의 접점이 영영 사라져 버릴까봐 두려웠다. 느낄 수조차 없는 무감각한 다리를 가지느니, 차라리 잘라내는 한이 있더라도 통각을 호소하는 다리를 평생 달고 사는 편이 나았다. 


그 때문이었을까? 자신도 모르게 복도 한가운데에 위치한 언니의 방문을 향해 발걸음을 움직이고 있었다. 별다른 기대를 품지도 않았고 화를 내려고 온 것도 아니다. 그저 휑한 마음을 어떻게든 털어놓고 싶었다.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해서였는지는 몰라도, 안나가 엘사의 방문을 두드리는 데에는 평소와는 달리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똑 또독 똑 똑-



항상 그래왔던 대로 대답은 없었지만 안나는 미세하게 들리는 기척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언니? 오밤중에 노크해서 미안해. 그냥...잠깐 뭐 말하고 싶어서 그래. 문 열어 달라는 부탁 같은 거 아니니까 그냥 들어만 줘.”


문 너머에는 방 전체가 싸늘하게 얼어붙은 것 마냥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사실은...음, 오늘이 내 생일이라더라? 나 전혀 몰랐거든. 그냥 오늘도 해가 떴구나 아침식사 하러 가야지 하고 식당에 갔는데 카이가 말해줘서 알았어. 나 정말 머리가 나쁜가봐. 자기 생일이 언제인지도 모르는 동생이라니, 언니가 날 멀리하는 이유를 좀 알 법도 해.”


말문이 트인 안나는 곧 늘상 하던 대로 보이지 않는 언니를 향해 혼잣말을 일삼았다.


“방금 저녁 먹을 때 카이네 집 이야기를 들었어. 남자애랑 여자애가 한 명씩 있는데 둘 다 어찌나 다른지 선물 살 때마다 자기도 신기하다면서 웃더라구. 나 카이가 그렇게 입이 찢어져라 웃는 모습은 처음 봤어. 아, 맞아. 언니 그거 알아? 생일에는 선물을 받는 거래. 그마저도 까맣게 잊고 있었지 뭐야...분명 나도 옛날에 선물을 받았던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좀처럼 기억잘 떠오르지가 않네. 아마 너무 어렸을 때 받아서 그렇겠지?”


“아, 막 언니한테 뭐 받고 싶다고 떼쓰는 건 정말 아니야! 오해하지 말아줬으면 해. 그냥...그냥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아서 푸념한 거야. 진짜 왜 이리 기억력이 안 좋을까, 헤헤. 언니는 똑똑하니까 옛날에 있었던 일들 다 기억하고 자기 생일도 기억하는 거-”


불현 듯 대화가 끊어지더니 안나의 피가 차갑게 식었다. 




‘언니 생일이....언제였더라...?’




분명 언니를 쏙 빼닮은 겨울이었는데, 겨울만큼은 확실했는데 날짜가 정확히 기억나지를 않는다. 


자신의 생일도 모자라 이제는 언니의 생일조차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참혹한 현실. 단 몇 센티미터의 두께밖에 되지 않는 이 얇은 막 하나가 또렷하던 기억을 갉아먹고 소중한 추억을 저 멀리 흩뿌리며 잃어버린 가족과 단절된 언니를 연결하는 유일한 끈을 점점 가늘게 만들고 있다. 흔들리던 목소리에 힘이 풀리더니 안나는 코끝이 매워져 그만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미안, 언니. 나 갑자기 졸려서 방으로 돌아갈게. 밤중에 말 걸어서 미안했어.”


안나는 도망가듯이 그 자리를 박차고 달렸다. 달리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려 목 놓아 울 것만 같았다. 이미 시야는 뿌옇게 흐려져 있었고 저도 모르게 코를 몇 번이나 훌쩍이고 있었다. 방문을 거칠게 열어 제껴 쾅 내닫은 안나는 그대로 침대로 뛰어들어 베게에 얼굴을 거칠게 파묻었다. 훌쩍이는 소리만이 어두운 방 안에서 애처롭게 울려퍼졌다 


소리죽여 울던 와중에도 안나는 속으로 스스로를 설득하려 노력했다. 내일이면 다 괜찮을 거라고, 실컷 눈물을 쏟고 정신을 잃으면 언제나처럼 별 생각 없이 똑같은 일상을 살아갈 거라고. 




그 날은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아주 약간은 다른 날이었다. 





※          ※          ※





다음 날, 잠에서 깬 안나는 여태까지 지내던 날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조금은 달랐다. 퉁퉁 부은 눈가는 여느 아침때보다 더욱 초췌해 보였다. 잠결에 취한 상태로 배게를 내려다보니 물기로 구겨진 자국이 보기 흉하게 져 있었다. 


눈물샘이 닳도록 울었는지 창가로 스며드는 아침햇살에 눈은 따가웠고 현기증이 들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머리칼을 부여잡고 침대에서 기어 나와 간신히 일어선 후, 반쯤 감긴 눈으로 항상 보이던 책상을 지나 세면장까지 비틀거리며 움직였다.


그 찰나의 순간, 안나는 책상에서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잠결에 취한 눈이 생기를 되찾으며 책상으로 후딱 다가섰다. 


널브러진 책더미와 잡동사니들 사이에 예쁘게 접힌 엽서가 하나 놓여 있었다. 안나는 두 손을 살짝 떨며 엽서를 조심스레 펼쳤다. 


엽서에는 선물을 들고 축하해주는 올라프의 그림과 함께 간단한 문구가 쓰여 있었다.




Happy 17th Birthday, my sister


p.s) 내 생일은 너랑 반대로 밤이 가장 긴 날이야.




안나는 눈을 수차례 깜빡였다. 문구는 그대로였다. 이번에는 두 손으로 눈을 싹싹 비비고 볼을 몇 번 세게 두드린 다음 다시 쳐다봤다. 여전히 올라프 그림과 문구는 한결같았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세면장으로 후다닥 뛰어들어 재빠르게 씻고 나온 후,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엽서를 들췄다. 틀림없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그 시절 언니가 그렸던 올라프 그림도, 예전에 카이가 정리하던 문서를 몰래 훔쳐보며 눈에 익힌 언니의 글씨체도 맞았다.


안나는 가슴에 손을 얹었다. 심장이 마치 1초에 두 번 넘게 뛰는 것처럼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숨소리가 저도 모르게 거칠어지고 몇 번이나 얼굴을 두 손으로 싹싹 비볐다. 울다가 지쳐 잠들어버린 도중에 방에 몰래 들어와서 살며시 놓고 갔을까? 아무튼, 엘사가 자신에게 손수 엽서를 써 줬다는 사실은 꿈이 아닌 현실이었다. 


최종결론이 내려지자 간신히 붙잡고 있던 이성의 끈이 놓아지며 안나의 입꼬리가 배시시 올라가더니, 결국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엽서를 집어 들고는 재빠르게 방문을 열었다. 곧이어 성 안이 떠내려갈 정도로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성 전체에 울려퍼졌다. 



“카이!!!!! 겔다!!!! 이것 좀 봐요~~!!!”




그 날, 태양의 고도가 최정점에 위치한 때로부터 하루가 지난날은 안나에게 아주 조금, 특별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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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탄절 예밤 세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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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735 쥬디랑 붕슨이 둘다 제 제자이긴합니다만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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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0 34 0
5511734 모든 십덕곡들은 서사가 중요하죠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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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733 날이 좋아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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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732 자꾸 로긴실수를 하네여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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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731 スーパースター!!는 러브라이브 최고의 결승곡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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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8 47 0
5511730 제 프사 휭77ㅏ负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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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1 27 0
5511729 이거 귀엽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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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728 지금 겨울왕국 보면 재밌을라나요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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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5 34 0
5511727 갓근 1시간 전 ㅋㅋㅋㅋㅋ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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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726 엘-시
ㅇㅇ(118.235)
12:22 12 0
5511725 올해로 디시10년차네요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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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724 디시는 홍홍님한테 겨울왕국은 sael님한테 배웟죠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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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723 프력으로 또 개소리 진압해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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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722 난 왜 아직 음전인거죠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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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721 2주 동안은 숨좀 돌리겠네요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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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719 프력 상위권 형님들은 올벤쳐 좋아할수가 없음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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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718 솔직히 프2 안나 모델링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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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717 엘샤가 올벤처 개쳐싫어하지 않았나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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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716 오랜만에 겨울왕국 어드벤처 보고 울었네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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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715 붕슨아 이어폰 추천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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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714 교양시간에 전공 과제 야미ㅋㅋㅋㅋ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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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713 ANG JOAT님을 왜 자꾸 언급하시나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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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7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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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711 버즈4 프로랑 갤워치 어디서 젤 싸게 파냐 붕슨아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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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710 출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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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708 유튜브 얘 나랑 기싸움 하네ㅅㅂ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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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707 좀 특이한 짤들 [3]
ㅇㅇ(183.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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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706 최고기록이다 [1]
ㅇㅇ(118.235)
01:33 35 0
5511705 가짜
ㅇㅇ(220.76)
00:46 28 0
5511704 저는 겨울왕국을 많이 조아하는것 같아여 [1]
ㅇㅇ(118.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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