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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세대가 잃은 것, 그들이 꿈꾼 국가 또는 자식모바일에서 작성

tim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12.27 17:00:52
조회 1839 추천 57 댓글 13
														

나 역시 이 드라마를 볼 때 로맨스에 집중해 보기는 한다만 반복해 보고 나면 꼭 이런 글만 쓰게 되는 듯. 다양한 읽기가 가능한 드라마라고 생각해 주라.

채영신이라는 인물을 보고 있으면 80년대 세대가 잃어버린 그 무엇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게 된다. 그 무엇이 무엇이든간에 그들이 그토록 꿈꾸고 아끼고 그리고 너무도 고통스럽게 박탈당한 그 무엇.

명희의 발작씬을 보면서 이런 이미지가 더 강화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일을 준비하면서도 아이에 대한 애틋한 기억과 상냥하게 억제된 슬픔만을 미소로 승화시키던 명희가, 그 아이의 생존 가능성에 대해 묻는 문호의 질문에 죽을만큼 힘들게 발작하던 것이 참 기억에 남아. 한때 꿈꾸고 내 품에 있었음을 추억하고 말하는 것보다 지금 이 시대에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그렇게 뒤흔들릴 수 있는 것, 그게 채영신의 의미를 드러낸다고 생각해. 문호의 질문, 그 아이가 살았다면 지금 어떤 모습일까?는 온몸을 뒤흔드는 정말 중요한 질문이었던 것이다.

(덧 1: 영신이 80년대의 그 트럭에서 마이크를 직접 들었던 길한과 명희의 딸이라는 점도 상징성을 강화하고, 명희의 발작을 일으킨 문호의 질문이 문식이 없는 사이 이루어졌다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덧2: 서정후 역시 잃어버린 아이이긴 함. 하지만 그 운동에 직접 투신했던 아버지는 사망했고 어머니는 그 운동에 대한 직접적인 기억이 없는 인물이어서 약간 차원이 다르다. 다만, 정후의 어머니가 아직 전 남편의 물건들을 가지고 있다는게 기억에 남아. 물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들에게 이를 전하기보다 회한인지 추억인지 모를 미소만을 보이고 말았던 장면이 의미하는 바가 있을거라고 생각해. 모든 80년대의 청년이 운동권은 아니었으니.)

아무튼 그들이 잃어버린 그 무엇은, 그들이 그렇게 원했던 국가일수도 있고 그러한 국가안에서의 그들의 미래일수도 있고, 결국 그러한 국가안에서의 그들의 자식 세대의 미래일수도 있다. 채영신은 잃어버린 자식이기도 하고 그 자식이 체화하는 민주와 자유의 국가 안에서의 우리 모두의 미래이기도 하다.
(문식이 문호에게 넌 내 자식이라고 하자 문호가 그걸 부정하는 장면은 이 드라마에서 한 세대가 자신의 자식세대에 대해 품는 희망을 잘 드러내는 장면이라고 본다.)

그런 80년대 세대가 채영신을 잃게 된 것이 90년대의 어떤 사건이 계기인듯 한데 앞으로 이에 대한 추가 장면이 나오리라고 생각해. 아무튼 우리가 잃어버린 채영신은 학대와 버림받기를 거듭하여 겪고는 지금의 아버지를 만나게 된다.(이 아버지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음;)

채영신의 학대의 기억은 누군가를 연상시키게 한다. 너무 멀리 가는 걸수도 있겠으나 여명의 눈동자의 여옥. 여옥이 위안부로서 겪어야 했던 고난, 그 뒤로도 인생의 구비 구비마다 시대가 안겨준 좌절과 고난은 영신이라는 인물에 와서는 아동학대로 치환되어 있다. 여옥 역시 당시 세대가 잃어버린 민족 또는 국가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두 인물은 유사점이 있어. 우리가 그토록 사랑하고 찾고자 한 민족이 여옥이라는 여성으로 상징되고 북을 상징하는 최대치와 남을 상징하는 장하림은 시대의 격변을 통과하면서도 여옥을 사랑한다. 그녀를 구하고 보호하려 하지만 시련도 많이 주었고;;;

아무튼 영신으로 돌아와서. 영신에게는 같은 세대를 대변하는 서정후와 바로 전 세대를 대변하는 김문호가 있다. 한 사람은 어린 시절 자는 영신에게 팔을 내어준 아이, 다른 한 사람은 영신에게 생애 첫 입맞춤을 남겨준 소년이다. 한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떠남을 겪으며 행복이나 인생이나 인간이나 심지어 자기 자신에 대한 기대나 관심을 끊고 살아왔고, 다른 한 사람은 기자로서 성공하였지만 좌절하고 있고 자신이 미지근하게 살아왔다고 자평한다. (그가 기자로서 살아온 과거는 그의 명성 그리고 그런 명성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실패하고 침묵해왔다고 생각하는 좌절의 간극에서 짐작할 뿐이다. 다만, 김문호가 자신의 좌절을 직면하게 된 시점은 그 아이의 관에 돌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그 시점일 것이다.) 한 사람은 도시의 허름한 건물 한 귀퉁이의 큐브에서 햇반과 배달음식을 먹고 살아가고, 다른 한 사람은 와인에 카프레제 샐러드를 곁들이는 삶을 산다. 그러나 두 사람은 모두 이 나라 밖에서의 삶을 꿈꾼다.

재미있는 것은 피동적이었던 여옥과는 달리 21세기의 영신은 양다리 짝사랑으로 그들을 먼저 찜했던 것이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가 끝까지 지금 시대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러브스토리를 잘 그려주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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