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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힐러 속 '덕심'에 대한 고찰.

ㅇㅇ(211.215) 2015.02.10 02:12:45
조회 1585 추천 110 댓글 8
														





오늘 윤동원의 조민자를 향한 15년 외길, 그 덕밍아웃의 씹귀스러움에 감탄을 금치 못하며 왜때문에 힐러에 나오는 캐릭들은 이토록 하나같이 사랑꾼들인가, 그리고 그들의 차이는 무엇인가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을 해보지 않을 수 없었음.

채영신 덕후 서정후를 시작으로(pc방에서... 빼박 덕후), 명희 덕후 김문식 김문호 형제, 조민자 선배라는 사람 그 자체와 아마도 그 어마어마한 해킹능력의 덕후 윤동원. 여기서 말하는 '덕심'을, 타자 혹은 어떠한 대상에 대한 강렬한 이끌림, 열정적 관심과 이에 대한 심리적 고착 상태, 정도로 정의하고 가자고. 어떻게 보면 연애감정을 비롯한 온갖 형태의 사랑(집착을 동반하는;), 존경심, 동경 등을 전부 포괄하는 용어이기도 한 거지, 이건 알약들이 가장 잘 알 거야. 우리가 현재 힐러라는 드라마의 덕후이니까.

 

그런데 말이야, 이 "덕심의 발현"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좀 주목할 필요가 있어. 가령 문식과 문호의 경우 둘 다 명희의 덕후인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거야. 가족으로서든, 여자로서든 상당히 집착적인 애정을 보이지, 것도 매우 긴 세월 동안. 그러나 문식의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우리 모두 느꼈잖아?


개취로 오늘 19화가 재밌었던 건, 정후에게 1992년 문식과 똑같은 상황이 주어졌기 때문이었어. 한 여자를 깊이 사랑하고 있는 한 남자에게, 그 여자의 목숨을 담보로, "눈을 감아 봐." 하고 속삭이는 거지. 그럼 너와 네 여자의 안전 확보는 물론,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될 거야, 라고. 실제로 그 속삭임에 넘어가버린 김문식이 사는 걸 봐. 으리으리한 집과 엄청난 권력, 내 여자를 위한 최적의 의료시스템. 김문식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삶이지. 그러나 그게 명희를 위해서도 과연 옳은 선택이었을까?

명희를 위한다는 선택이 명희를 위한 선택이 될 수 없는 아이러니를 너희도 느꼈지? 제 아무리 자기가 발작을 해서 죽을 위기에 처할지 모른다 해도, 단 한 순간을 산다 해도 명희는 자기 딸을 보고, 안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을 거야. 그러니까 문호가 해온 보류 또한 온전히 명희와 영신이를 위한 선택은 아니지, 명희를 오래 보고 싶고 지키고 싶은 자신을 위한 선택이었지. 문호 말처럼, 문호는 그들을 너무 좋아하니까. 그 딜레마적 상황을 이해 못하는 게 아니야. 다만 그 누구도 다른 이를 위한다는 이유로 그 사람의 운명을 멋대로 결정지을 권리는 없어. 그 순간 덕심=이기심이 되어버리는 거지. 이런 이기적 방식의 애정은 쌍방향일 수가 없어. 명희가 그토록 노력했는데도 끝내 문식을 사랑할 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이거라고 생각해.


정후 또한 순탄치 못한 인생을 살아왔어. 사랑하는 이들에게 수차례 버림받았고, 제대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조차 알지 못해. 햌줌과의 사이도 다분히 일적이며 팔년 동안 얼굴 한번 제대로 마주본 적이 없을 만큼이니 말 다 했지. 문식도 추정컨대, 부모님이 없이 컸을 가능성이 크다고 봐.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동생 문호를 그 위험 속에 데리고 다닐 정도이니 가까이서 그들을 돌보아줄 친인척도 없었단 말이 되겠지. 그런데 정후가 영신이를 대하는 것을 봐. 정후 또한 사랑을 주는 것이 서툰 사람인데도 절대 문식이 명희에게 하듯이, 영신이의 운명을 통제하려 들지 않아. 문식 같았으면 영신이가 예전에 엘리베이터 사고를 당했을 때 영신이의 안전을 이유로 어딘가에 감금해두지 않았을까? 오늘도 봐, 영신이가 그런 위험상황에 처했었는데도 영신이의 운신을 간섭하기는커녕 출퇴근을 문호에게 부탁하지. 정후는 사랑하는 이를 가둬서 지키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선택을 지키는 거야. 이건 아주 다르지.  문호도 그런 식으로 사랑을 하려고 노력해. 자기도 모르게 형의 방식을 배워서 제 방식대로 해온 것도 있지만, 영신에게 엘리베이터 사고 이후 선택권을 주지. 너를 지키는 방법엔 이런 게 있는데, 너는 어떻게 하고 싶니.



결론을 말하자면, 누군가에 대한 애착을 갖게 되는 것ㅡ 덕심 그 자체는 나쁜 게 아니야. 오늘 윤형사를 봐, 얼마나 사랑스러워. 동료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으로 (어쩌면..더럽?), 그 모습을 닮으려하기도 하고 비슷한 자를 쫓기도 하면서 스스로의 삶의 동력을 만들어 살아왔어. 이렇듯 덕심 자체는, 누군가를 위하고 사랑하는 마음 자체는, 상당히 사랑스러운 거야.

그런데 사랑이란 것이, 사랑을 받아본 사람만이 줄 수 있는 것이기도 하잖아. 정후와 문식의 근본적인 차이는 주변사람들이 주는 따뜻한 애정에 있지. 자길 떠나보내고 영원히 우는 엄마와 줘 패면서 인생을 가르쳐준 사부와 말은 밉게 하지만 저를 좋아하는 게 다 티 나는 아줌마...그리고 영신이. 근데 힐러 등장인물들 중엔 누구의 진심어린 애정도 받지 못했을 것 같은 쓸쓸한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 그런 사람들은 대개 상대를 향한 삐뚤어진 사랑을 해. 어르신 같은 자들이 이 나라를 농사지을 때는, (백번 양보해서.) 이 나라를 사랑하기 때문일 수도 있어. 그러나 그런 이기적인 사랑은 사절이야. 받는 대상들의 운명을 멋대로 결정짓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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