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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힐러

나만을위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2.11 01:16:55
조회 1644 추천 48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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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힐러를 마주했을 때와 지금 힐러를 모두 본 나는,
솔직히 많이 부끄럽다.
사회, 정의 따위 어떻게 되든 나 또한 잊고, 모른 척 하며 지내왔으니까.
그나마 현 정부에 대한 욕을 할 자격이 가지려면 반드시 투표권은 행사해야 한다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의 말씀을 지켜왔던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때로는 정후처럼, 때로는 영신이처럼.
사회, 정의는 관심 없었고, 그저 나의 일이 중요했고,
당장 눈앞에 보이는 흥미 위주의 연예계 이야기들에 더 관심을 가졌다.
나 또한 마찬가지 였다.
정치 쪽에 사건이 하나 터지면, 연예인들의 사생활 관련된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사건이 터지고.
문호의 말대로 나도 그 안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진실보다는 쓰레기에 재밌어 하고,
그 쓰레기 기사에 눈이 멀고 귀를 닫는.
나 살기 벅차서 어려운 사회이야기는 보고 싶지 않았고,
내가 힘든데, 정의가 무슨 소용이야 싶었고.

 

근데 이 드라마는 그러면 안 된다 이야기 하고, 미안하다 이야기 한다.
그래서 창피했다. 너무 쪽팔렸다.
투표권 하나 행사하고 ‘나는 그래도 투표는 하잖아’ 라며 같잖게 내 스스로를 위로 했던 게.
더 부끄러웠던 건...
내가 글쟁이라는 사실이었다.
그 사실이 너무 쪽팔리고 부끄러워서 드라마를 보고나면 내가 너무 비참하기도 하고, 초라하기도 했다.


드라마에서 이상하게 내 모습이 보일 때가 많았다.
문식이처럼 현실에 타협해버린 나,
정후처럼 남 일에 상관 않고 사회, 정의 따위에 관심두지 않는 나,
영신이처럼 꿈은 언젠가 이루어 질거다 생각하면서도 정작 꿈에서 좀 멀리 떨어져서 사는 나,
문호처럼 모든 것에 침묵을 하고 있는 나.
저 모든 보이는 모습이 나와 너무 닮아 있었다.


그리고, 정후와 영신이의 아픈 어린 시절은 어떻게 보면 무관심한 내가 만든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이해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말로 정후를 다치게 한건 사실 ‘나’라는 사람들 일지도.
입양과 파양의 반복과 학대로 영신을 다치게 한 것도 마찬가지다.
무관심.
진짜 이 아이들이 어땠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으니까.
눈에 보여지는 모습만 보고 판단했던 ‘나’의 이런 무관심들이 이 아이들을 다치게 한거다.
지금도 여전히 그 아픔이 남아서 이 아이들은 아팠다는 거다.
물론, 이제 정후와 영신인 서로가 서로의 곁에 있음으로서 치유 되었겠지만.
그 아픈 아이들이 만나 서로에게 치유가 되고 사랑이 되었다는 건 당연한 거였다.

 

그런데 더 무서운 건, 제2의 정후, 제2의 영신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들도 똑같이 ‘나’ 라는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아플 것 이라는 것이고.
어쩜 나의 아이들이 될 수도 있고, 나의 아이들의 친구가 될 수도 있는데.

 

 

참 무서운 말이다. 무관심이라는 것은.

 

 

드라마가 너무 많은 이야기를 나에게 건네 와서 사실 내가 아직 깨닫지 못 한 것들이 참 많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기 전에 봤던 기획의도를 다시 읽어봤다.
그 때에는 이해되지 않았던 그 말들이 지금에서야 이해가 된다.
결국, 이 모든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다.
‘나’ 라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 이야기.
그 과거의 매듭을 풀지도 못 하고 여전히 눈을 가린 채 지금 세상을 살고 있는 ‘나’의 이야기.

 

그런데 문호와 정후, 영신이가 말한다.
그 일이 너의 일이 되면, 그 때도 가만있을래?
억울한 일이 생겨도, 니가 하지 않은 짓을 했다고 해도 가만있을래?
너의 부모님이, 너의 형제가 그런 일을 당했다고 해도 가만있을래?
억울하다 그렇게 징징 대고만 있을래?
사람들이 들어주지 않는다고, 뒤에서 울면서 외치기만 할래?

 

그리고 보여준다.
알려줘야 한다고, 이렇게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는 거라고.
움직이고 소리 높여 말해야 한다고.
이상한 건 이상하다고, 나쁜 건 나쁘다고.
무관심한 상태로, 내 일이 아닌 것처럼 눈을 가리고 귀를 닫고 있으면 안된다고.
한 사람이 나서면, 그 사람을 말리는 게 아니라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패기와 열정을 가지고 소리를 높이고, 자꾸 들추어내야 한다고.

 

그래서 나는 자꾸만 부끄러워졌다.
현실에 안주해 있는 내가.
당장에 눈앞에 있는 현실에서 내 꿈만 꾸는 내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서, 사람들을 제대로 보지 않고 있는 내가.
거짓 증언을 했던 문호처럼, 결국 미쳐버린 문식이처럼,
안 보이는 척, 안 들리는 척, 모르고 싶었다. 그런 내 모습이 너무 부끄러웠다.

 

그랬던 나였어도,
문호가 그랬던 것처럼, 정후가 그랬던 것처럼, 영신이가 그랬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과 함께라면 할 수 있다고, 그러니 해보라고 자꾸만 말을 해주는 것 같았다.

 

참 많은 드라마를 보면서,
한 번도 내 모습이 부끄러웠던 적은 없었는데, 힐러는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
부끄럽게 만들면서도 자꾸만 나를 더 많이 생각하게 만든다.
지금 뭔가 마음 안에 가득 있는데, 이 마음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울컥하기도 하고, 부끄럽고, 진짜 너무 많은 이야기를 본 것 같다.
그 이야기라는 게, 사실은 내가 많이 외면해 오던 것들이라 더 많은 생각이 든다.
마지막까지 보면서, 부모님과 내내 공통적으로 해온 말은
‘그래, 이게 우리 진짜 현실이지. 여전히 이렇게 살잖아.’


꿈을 꾸지 않길 바라면서 내일이 오길 바랬던 문호가,
친부모를 찾고 자신을 찾고, 폼나고 섹시한 기자가 되기를 바란 영신이가,
도덕이나 정의를 따지지 않고, 가족이나 친구의 필요성을 모르고 숙제처럼 하루를 살던 정후가,
이제는 내일이 오는 게 즐겁다고 이야기하고, 폼나고 섹시한 기자로 발로 뛰고, 더는 혼자가 아닌 곁에 함께 웃으며 살아간다.
나도 그 세 사람처럼 변할 수 있다고, 힘을 합한다면 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이 글을 쓰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되도록 마음을 진정시키고 글을 쓰려고 하고는 있지만 좀처럼 마지막의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아
글이 두서가 없고 왔다리 갔다리 해도 넉넉한 마음으로 이해해주길.
그저 이 마음을 어딘가에 전하고 싶었을 뿐.
부끄럽고 또 부끄러웠던 나를 솔직하게 이야기 하고 싶었을 뿐.
그래서 다짐처럼 더는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쓰는 글이니, 너무 차갑게 대해주지 않기를.

 

마지막으로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 작가님께 감사하다는 인사 꼭 전해드리고 싶다.
이런 멋진 작품으로 날 부끄럽게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앞으로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보고 나아가야 할지
새로운 시각을 선물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싶다.
나의 이 마음이 제대로 전달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작품을 통해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내 마음 속에 작은 다짐과

세상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더는 모른 척을 하거나 귀를 닫지 않고 나쁜 건 나쁘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패기와 열정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결심을 새겼다.

 

내 자식한테 명희가 영신에게 울면서 했던 미안하다 라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하자고 말이다.
무언가 거창해 보이지만, 이 작은 시작이 더 커다란 움직임으로, 그 움직임은 행진으로 발전하기를 바래보면서 글을 마친다.

 

오늘 밤, 아무래도 잠이 잘 오지 않을 것 같다.

 

 

 

 

 

 

 

 

 


p.s
힐러님에게 의뢰합니다.
힐러 블루레이 DVD 하나만 구해주세요.
넘버링 이런거 없어도 상관없으니, 힐러 블루레이 DVD로 모든 특전들이 다 들어있는 걸로.
사례는 충분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행복하길. 서정후 채영신.


굿바이 힐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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