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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복습 - 인어공주 서정후

알약서른알(126.121) 2015.04.30 21:11:01
조회 2534 추천 48 댓글 19
														



어린 시절, 가장 이해가 안 갔던 동화가 인어공주였다. 

예쁜 공주라고 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첨 알았을때의 충격이란. 


게다가

인어공주가 누군지도 못 알아보는,

그런 주제에 넘치게 친절해서 

인어공주를 자기 옆에 계속 머물게하는 밀당의 왕자님이 통 맘에 안들었다.

누가 자길 구해준지도 제대로 모르고

다른 옆동네 공주랑 결혼하려는 것도 완전 열받는데

인어공주는 왜 옆에 둔데?


그렇게 자기를 못알아보는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인어공주가 어린 맘에는 너무 답답했다.

그냥 왕자를 죽이고 자기가 살 것이지.

그 희생이 무슨 의미가 있는거지?

왕자님은 그런 사랑을 받을 가치가 있는 놈인가?

그야말로 물거품 아닌가?




8화의 정후는

인어공주, 아니 인어왕자라 해야하나?

쨌든, 그 동화의 주인공이 될 것만 같아서 조마조마했다.




“여덟살 때.모친이 집을 나간 뒤부터

난 인간 때문에 울어본 적이 없다. 

인간한테 바라는 것도 없다.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인간의 이해와 관심이다.”



물언저리에서 기억을 가라앉혀 보는 정후는

자기를 얽매고 있는 운명을, 

잊을 수 없었던 상처를  확인하고 있었다.

바다를 벗어나고 싶지만

육지로 나갈 수 없는 몸을 가졌던 인어공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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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디야? 

설마 밤새 술집 뒤지고 다닌 거야? 

잠은 좀 잤어? 

너 왜 계속 전화를 안 받아. 

.. 봉숙아. …박봉수”


“너 괜찮아?”


“괜찮습니다.”


“너 목소리 왜 그래. ..봉숙아.”


“예.”


“너 왜 존댓말 해.사람 걱정되게.”



그리고 구원처럼 내려온 영신이의 전화.

햇살보다 더 환한  목소리로,

오롯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만들어진

순수한 관심과 애정을 담아서.

그렇게, 어두운 바다 속에 가라앉아 빛을 잃어가던 정후의 마음을 건져주었다.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건 인간의 이해와 관심...이었다.

내가 그랬었다.”




그치만 그런 영신이의 곁을 맴돌기 위해서

정후는 목소리를 잃은 공주처럼

자신의 정체를 밝힐 수 없는 거래를 했다.




“힐러를 개인적으로 아십니까?”


“몰라.”


“그럼.. 고객으로 의뢰를 하신 겁니까?”


“그래.”


아냐, 틀렸어.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서

아무 생각 없이 움직였던 게 아니야.





“그냥.. 기분이 더러워서요.”


“왜.”


“쪽팔려서그럽니다.

어제 힐러 만났을 때 내가 했던

말을 생각하니까 죽고 싶어서요. 

난.. 그 사람이 나한테.. 나를..

아닙니다.”


“만났다고? 힐러 얼굴을 봤어?”


“봤으면.. 알았겠죠. 

그 사람이 얼마나 날.. 한심하고 황당하게 보고 있었는지...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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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았다고

내가 너를 돕고 싶었다고

너를 지키고 싶었던 마음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내 것이었다고.

내가 원해서 기꺼이 네게 다가간 거라고.



자기 맘 속에서 솟아나는 말들을 옮겼다간

영신이 옆의 자리마저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딜레마.



그래서 영신이가 상처받는 모습을

소리내지 못하고 지켜보는 정후 눈빛이 쓰리고 쓰리다.

영신이가 아파서,

영신이를 아프게 한 게 자신이라서 정후 역시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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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두 사람 사이에 오해가 싹튼다.



세상의 널린 로맨스였다면

자존심에 스크래치 난 영신이가 힐러에게 오해범벅의 선을 딱 그었겠지.


어쩌면 자신에게 호의를 베푼 문호와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을 수도 있겠다.

자신을 총알받이라고 불렀을지언정

결국은 자존심 센 캔디와 좀 짖궂은 키다리 아저씨가 주인공인

흔한 티격태격과  밀당으로 전개되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이야기.




하지만 채영신은

눈치없는 동화 속 왕자님이 아니었다.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짝사랑하는 사람에게 예쁘게 보여도 아쉬울 상황에

내 맘이, 나의 설렘이 착각에 뿌리내린 일방통행이었다니,

부끄러움과 후회가 출렁대지만

아무렇지 않게 노래를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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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1번은 이 여자인간을 총알받이라 부르고. 

2번은 망상 쩌는 관심종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뜻선뜻 잊읍시다.

간밤 꾸었던 슬픈 꿈일랑 

아침햇살에 어둠 가시듯 잊어버립시다. 

없던 일로… 해둡… “


 


내가 강요할 수 없는 타인의 마음에 대한 미련은

선뜻선뜻 놓아버리자고.



애정과 믿음을 건넬 줄 알지만

그 답이 꼭 내가 바란 것이 아닐지라도

묵묵히 받아내려는 영신이의 노래.



그리고 아무 답가도 줄 수 없는 정후.

어떻게 위로를 전해야하는지 배운 적 없는 정후는

영신이와 함께 상처받는 것으로 자신의 미안함을 갈음한다.






“죽을 뻔 했잖아요.미쳤어요? 

암만 돈 받고 하는 일이래도 그렇지.”



나를 설레게 했던, 

어쩌면 나를 의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두근거렸던 그 사람이

여지없이 이번에도 나를 구했다.

아마도, 아니 당연히 그게 그가 해야할 임무라서.



“살려줘서 고마운데. 

덕분에 산 거 아는데요. 

거기서 같이 떨어졌으면 같이 죽었잖아요. 

그게 뭐야.” 



내가 아닌 그 누구일지라도

주저없이 달려와서 구했겠지.

자기 목숨이 위험할 거라는 가능성조차 생각 안하는 사람.



“아직 여기 있어요?” 


나를 부축하는 그의 숨결이 느껴지건만

보이지 않는 그의 얼굴은 아주 저만치에 있을 것만 같다.




“아직 있죠. … 힐러. 맞죠.” 



힐러의 얼굴을 못보는 건 영신이지만

영신이의 얼굴이 무엇이건, 힐러에겐 의미가 없을터.

그런 생각이  자꾸 자신을 보잘것 없게 한다.

그런 사람일지라도,

나 때문에 위험해졌다는 건 견딜 수 없다.



“선배가 얼마나 줬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난.. 목숨을 빚진 거잖아요. 

근데 내가 돈이 없어서 이거류돈으로 갚을 수가 없어요.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부끄러움과 자신의 나약함이 초라해서

아무렇지 않게 감사를 표해보려 하지만

마음은 참담하기만 하다.





인어공주는

잃어버린 목소리로 자신의 용기없음을 변명했다.



왕자님이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어쩌지.

이미 약혼자가 있는데 내가 무슨 소용이겠어.

답이 정해진 것 같은 현실에 멈칫하느라

결국엔 사랑도 자신도 잃어버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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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건 

인간의 이해와 관심…

이었다. 

내가 그랬었다.”


그렇지만 서정후는 인어공주가 아니었다.

영신이의 오해를 풀기 위해,

그녀의 상처받은 마음과 주저하던 자신의 마음을 구하기 위해


발길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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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대신해서

자신의 온 마음을 담아서

두려움과 속상함이 뒤섞여져

아직도 떨고 있는 그녀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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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그런 사람 아니야...

내가 희생해도 아깝지 않을 사람, 그게 너.




나도..

그런 사람 아니야.

용기없어서가 아니라 너를 지키기 위해서 침묵해야 하는 사람, 그게 바로 나.






물거품이 되지 않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로 이어질

두 사람 이야기의 또 다른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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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1. 본 뻘글은 투고알약의 개인적인 견해로 힐갤 전체의 드립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 본문에 언급된 인어공주님, 왕자님, 그리고 저자 ㅇㄷㄹㅅ씨를 공격하거나 비하할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 합니다.

3. 동심파괴, 상상력 손상 등을 비롯한 2차 피해를 입으신 알약들께 먼저 심심한 사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


그래. 인정.

내가 쳐 돌은 본격 8제국 알약이다. 


ㅁㅈㅅ ㅂ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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