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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대는 사드세요... 제발
동아리 비품으로 쓰던 2인용 족대가 있습니다.오래되어서 굉장히 너덜너덜합니다.후배들 쓰라고 찾아줄 겸 저도 가볍게 쓸 거 찾아볼까 싶었습니다.구피천 정모에서 쓸 생각도 있었구요.암만 찾아봐도 이젠 파는 곳이 없습니다.원래 4만원 선에서 구해졌던것 같은데 20만원씩 하는 고급형을 사긴 좀...고급형은 동아리 비품으로 둘 수 없는 가격이기도 하거니와, 저도 2인용족대 써야하는 상황이면 이미 윗분들이 가지고 오시기때문에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소형족대도 같이다닐땐 제꺼 안 씀)하지만 갖고싶어졌죠? 목이 마르면 우물을 파야 합니다. 제 인생은 늘 그랬습니다.만들어보기로 합니다. 행동해야 뭐라도 되는 법이죠.그리고 이 결심이 오늘 일어난 비극의 서막이였습니다.동아리 작년 회장이였던 후배에게 연락해서 구멍나서 못 쓰는 족대를 가져가겠다고 허락을 받습니다.동아리 창립부터 졸업까지 5년간 어류 담당이였기 때문에, 2인용 족대는 3개 다 어떤 상태인지 얼추 기억합니다.
여담이지만 창립할땐 임원은 2년쯤 하고 후배들한테 맡기고 뒷짐지고
구경하다 졸업하고 싶었는데 졸업할때까지 아무도 물고기를 안 해서 일만하다 졸업했습니다. 이런 배은망덕한
녀석들같으니.주문들어온 물고기들을 다 보내고, 2시반쯤 택배상자와 족대를 들고
옥상으로 뛰어올라갑니다.별로 안 커보인다고요? 바닥에 깔린 그물의 길이는 3m입니다.
이것이 동아리방에서 받아온 2인용 족대입니다.사진으로는 잘 안 보이는데 주먹이 들어갈만한 구멍도 있고 자잘한 구멍이 엄청 많아 쓰다보면 열받는 족대입니다.오래되었다보니 그물도 다 삭아서 대나무랑 추 정도만 회수하고 그물은 버리기로 합니다.작아보여도 저 대나무가 제 키 정도 됩니다. 진짜임.2인용인 이유는 붙잡으려면 좌 우 한명씩 붙어야하니까 2인용이라고 표현합니다.쓰려면 몰아줄 사람까지 최소 3명 있어야 합니다. 좋긴 좋습니다. 교육다닐때 저거 대놓고 10명씩 몰아달라고 하면 진짜 엄청 들어옵니다.
새 그물을 길이에 맞게 잘라줍니다.이런 매듭부분은 미리 찍어놔야 나중에 참고할 수 있습니다.
조립은 분해의 역순이기 때문입니다.추가 줄이랑 분리되는 구조인 줄 알았는데 안 됩니다.
족대들 보면 추를 줄로 엮어놓은 구조가 있고, 추가 줄과 그물을 아예
찝어버린 구조가 있는데 후자입니다.다시 엮으면 되겠지 하고 사놓은 실을 풀었는데 굵기를 보니 아무리봐도 잘못 산 것 같습니다.
또!!!!!!!!!! 돈을 허공에 쳐 버렸구나!!!!!!!!!!!!!이땐 몰랐습니다
이건 약과였다는 것을집근처의 무인철물점으로 뛰어가 최대한 비슷해보이는 실을 사옵니다.엮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좀 헤메다가 적응하니까 금방 됩니다.끝부분도 안 풀리게 단단히 묶어줍니다.
사실 묶을때 좀 헤매긴 했는데우리는 지금 손가락 몇번 튕기면 남들의 지식을 날로먹을수 있는 개꿀 세상에 살고있습니다.
찾으면 다 나오는 세상이라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다 되었습니다.이제 슬슬 족대의 모양새가 나오는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뒤쪽 줄 매듭을 지으려다가 깨달은게 있는데 이렇게 가면 멀쩡히 완성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좋은 족대는 뒷부분이 깊어야 합니다. 그래야 들어온 물고기가 못 나가고
걸리기 때문인데요.작은 족대들이야 그물 사이즈를 여유롭게 잡고 작업했으면 한장으로 해결했을 것 같은데
그물 원단 높이가 고정이라, 이 사이즈는 한장으로 해결이 불가능했던겁니다.좋은 족대의 조건을 충족하려면 저부분도 다 그물로 막혀있어야 된다는 소립니다.쉽게말하면 그물 두 장 필요하다는 소립니다. 위에 예시로 든 검은
족대도 2장 붙어있죠?
심지어 원래 붙어있던 그물도 박음질처리된 2장이였습니다. 이걸 왜 못봤지 진짜...그물 하나 더 붙인다뭐라고요?
그물 하나 더 붙이게 됐다고!잘한 것: 그물을 넉넉하게 주문한 것못한 것: 그거 빼고 다.남는 그물을 갖다대보니 얼추 될 것 같습니다.가격이 납득되지 않아서, 쉬워보여서 등의 이유로 만들거나 따라해보면다 인건비였구나 내지는 저사람이 겁나 고였구나를 느끼는 순간이 여렷 있습니다.지금 이 순간도 그렇습니다.물론 겪어보고도 할만한데 싶으면 하는겁니다.지금은 수족관이 그렇습니다.수족관은 빈말로도 쉽다고는 못하겠는데요 아무튼 할만합니다.님들도 하쉴?
예전에 동아리에서 살 때 4만얼마 줬을텐데
너 저거 만들래 살래 하면 저는 살게요... 왜 아무도 안 팔아주는거야...솔직히 이때 하지말까 라는 생각을 잠깐 했었는데요.그래도 이왕 시작한거 누더기골렘같은 족대라도 완성하면아니 설렁 완성을 못하고 실패한다고 하더라도그 과정에서 뭐라도 배우지 않을까 싶어서 꾸역꾸역 진행합니다.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오늘의 실패도 결국 수많은 도전 중 하나일 뿐입니다.실패하지도 않았는데 오늘의 실패같은 소리를 하고 있네요.
정신이 나간게 분명합니다.얼마전 보고 엄청 웃었던 짤인데요.딱 오늘의 저와 같습니다.
대 AI시대를 역행하는 유기농 멍청이의 등장...초점이 왜 이렇게 찍혔는지 모르겠는데유기농 멍청이답게 이제 사진도 제대로 찍지 못합니다.
아무튼 공구함에 굴러다니던 클립을 피고 구부려서 일회용 대바늘을 만들었습니다....지옥 바느질을 시작합니다.이 때 누군가가 제게 초중고 12년간 배운것 중 가장 유용한게 무엇이였냐고
물었다면저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실과시간에 배운 바느질이라고 답했을 겁니다.길어도 두세시간이면 다 하겠지 싶었는데 저때 이미 세시간이 넘은 상태였습니다.
슬슬 정신이 나갑니다.옆면을 다 연결했으니, 이제 과하게 긴 아래부분을 다듬고 아래부분도
바느질해줄 차례입니다.아오 실 너무 짧게 잘라서 모잘라잖아날개통발식 매듭법으로 해결합니다.
저러고 케이블타이로 묶어서 안 풀리게 해뒀습니다.해가 슬슬 넘어가려하는데, 더는 환수를 미룰 수 없어서 일단 집으로
돌아옵니다.물 빼는것 자체는 길어도 2시간을 넘지 않고, 리셋이나 여과기청소등의 부가적인게 없는 날은 물만 빼고 끝인데, 물량이
많기때문에 빠진 물이 다시 차려면 거의 7~8시간을 잡아야 합니다.
물론 채우는건 볼탑이 하기 때문에 저는 중간에 선 바꿔주기만 하면 되는데, 다
차기 전까지 잘 수가 없다는게 문제입니다.환수하는데 제 축양장을 무단으로 점거한 발칙한 거미를 발견했습니다.
주거칩입죄 고소를 위해 내용증명을 보내려고 했는데 이름을 몰라서 실패했습니다.물 빼고 잠깐 쉬다가 다시 올라왔습니다.뒤쪽 줄까지 연결하니 제법 족대스러워졌습니다.
뒷쪽은 반쯤 오무린 복주머니마냥 어느정도 쪼그라들어있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적당한 각도를 유지하며 잘 묶어야합니다. 족대가 한손으로 잡을수가 없는 사이즈라 벽에 기대놓고 묶었습니다.이제 진짜 좀 족대같습니다.발로 뒷부분을 땡겨서 잘 작동(?)하는지도 확인합니다.흐름이 있는 곳에선 그물이 받는 부하가 상상이상이라 한번씩 땡겨봐야합니다.묶을때마다 땡기면서 안 풀리는거 확인하긴 했는데 얼마나 버틸진 모르겠습니다.물론 저 그물 재질이 오래갈 재질은 아니기도 하고, 애초에 자주 쓰는걸
상정하고 만든건 아닙니다만...Q. 잡다가 끊어져서 물고기 놓치면 우째요?
A.깨장창.그래도 한번 만들어봤으니 끊어진다한들 그물이나 줄 교체는 금방 하지 싶습니다.오래 써야할 것 같으면 붉은색 고급그물로 바꿔볼까 싶습니다.왜 그걸로 안 했냐고요?가격이 저 그물의 5배라서요.
붉은그물로 샀다가 말아먹으면 제 열흘치 밥값이 하늘로 날라간답니다~ 전기테이프로 마감해줍니다.충격을 많이 받는 끝부분은 대나무가 쪼개지는경우가 왕왕 발생합니다.
전기테이프를 둘러주면 확실히 덜합니다. 이왕 하는거 줄 부분도 덮어버렸습니다.중간부분 하중 받는 부분도 간단히 마감해주고그렇게 우당탕탕 누더기골렘 족대 만들기가 완료되었습니다.
개판이지만 그래도 사랑한다 내 족대야...오른쪽 족대가 원래 쓰는 소형 족대입니다.무슨 족대 하나를 일곱시간을 걸려서 만드나요?묻지 말아주세요 저도 모르겠으니까요.물론 그물 사이즈만 잘 맞춰서 주문한다면다음번에 만들땐 저 사이즈도 2~3시간 내외로 가능할 것 같습니다.처음이라 많이 헤맨게 좀 치명적이네요.소형 크기는 한시간컷 내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근데 또 하고싶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한번은 해볼만한 경험이였다고 생각합니다.족대는 사서 쓰세요.
이상입니다.
작성자 : 동자개고정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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