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김영우 기자] 본지 편집부에는 하루에만 수십 건을 넘는 보도자료가 온다. 대부분 새로운 제품, 혹은 서비스 출시 관련 소식이다. 편집부는 이 중에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 몇 개를 추려 기사화한다. 다만, 기업에서 보내준 보도자료 원문에는 전문 용어, 혹은 해당 기업에서만 쓰는 독자적인 용어가 다수 포함되기 마련이다. 이런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를 위해 본지는 보도자료를 해설하는 기획 기사인 '뉴스줌인'을 준비했다.
출처: 삼성전자(2025년 10월 22일) 제목: 삼성전자, 새로운 AI 경험을 제공하는 헤드셋 '갤럭시 XR' 출시
삼성 갤럭시 XR 출시 이미지 / 출처=삼성전자
요약: 삼성전자가 구글, 퀄컴과 공동 개발한 '안드로이드 XR' 플랫폼을 탑재한 헤드셋 형태의 모바일 기기 '갤럭시 XR'을 22일 국내 출시했다. 제품은 4K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해상도 3552 x 3840)와 퀄컴 스냅드래곤 XR2+ Gen 2 플랫폼을 탑재했으며, 545g의 무게로 설계되었다. 구글 제미나이 AI가 탑재되어 음성, 시선, 제스처를 통한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가격은 269만 원이며, 삼성닷컴과 전국 7개 삼성스토어에서 구매 및 체험할 수 있다. 구매 고객에게는 제미나이 AI 프로, 유튜브 프리미엄 등 10종의 구독 혜택이 제공된다.
해설: XR(Extended Reality, 확장현실)은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MR(혼합현실)을 아우르는 통합 개념이다. 최근 몇 년간 XR 헤드셋 시장은 메타(구 페이스북)의 '메타 퀘스트' 시리즈가 주도해 왔다. 그리고 지난해 애플이 499만 원(256GB 기준)의 고가 제품인 '비전 프로(Vision Pro)'를 출시하며 프리미엄 XR 시장에 진입했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 XR'은 269만 원이라는 가격으로 애플 비전 프로 대비 절반 수준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두 제품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주요 사양을 비교해보면 흥미로운 점들이 드러난다.
독자 생태계 vs 연합 생태계
가장 큰 차이는 운영체제와 생태계다. 애플 비전 프로는 애플이 독자 개발한 '비전OS(visionOS)'를 탑재해 아이폰, 아이패드, 맥과의 긴밀한 연동을 강조한다. 애플 특유의 폐쇄적이지만 최적화된 생태계를 XR 기기로 확장한 것이다.
삼성 갤럭시 XR / 출처=삼성전자
반면 갤럭시 XR은 삼성전자, 구글, 퀄컴이 공동 개발한 '안드로이드 XR' 플랫폼을 탑재했다. 안드로이드 기반의 개방형 플랫폼이라는 점이 특징이며, 기존 안드로이드 앱을 지원해 구글 지도, 유튜브, 구글 포토 등 익숙한 서비스를 XR 환경에서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iOS와 안드로이드가 경쟁하던 구도가 XR 헤드셋 시장에서도 재현되는 셈이다.
하드웨어 사양은 애플 비전 프로가 상대적 우위
디스플레이 측면에서 두 제품 모두 마이크로 OLED를 채택했다. 갤럭시 XR은 눈당 3552 x 3840 해상도를 제공하며, 시야각은 수평 109도, 수직 100도다. 애플 비전 프로는 눈당 3660 x 3200 해상도로 가로 해상도에서 약간 앞서지만, 세로 해상도는 갤럭시 XR이 더 높다. 두 제품 모두 4K 수준의 고해상도를 자랑하므로 화질 측면에서는 큰 차이를 체감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애플 비전 프로 / 출처=애플
무게는 갤럭시 XR이 545g으로, 애플 비전 프로(600~650g, 밴드 종류에 따라 상이)보다 가볍다. 장시간 착용 시 편안함을 추구하는 사용자라면 갤럭시 XR의 가벼운 무게가 장점으로 다가올 수 있다.
프로세서의 경우, 갤럭시 XR은 퀄컴 스냅드래곤 XR2+ Gen 2를 탑재했으며, 애플 비전 프로는 M2 칩과 R1 칩을 동시에 탑재했다. 애플의 M2 칩은 맥북에도 사용되는 고성능 칩이며, R1 칩은 센서 데이터 처리 전용 칩이다. 순수 성능 측면에서는 애플 비전 프로가 우위에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갤럭시 XR 역시 XR 전용으로 최적화된 칩셋을 탑재해 실사용 환경에서는 충분한 성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AI 기능으로 차별화한 삼성 갤럭시 XR
갤럭시 XR의 가장 큰 특징은 '멀티모달 AI'에 최적화되었다는 점이다. 멀티모달 AI란 텍스트, 음성, 이미지, 영상 등 여러 종류의 정보를 동시에 이해하고 처리하는 기술을 말한다. 구글의 제미나이 AI와 제미나이 라이브가 탑재되어 사용자가 보는 것과 듣는 것을 동시에 인식하며, 음성 명령으로 유튜브 영상을 찾고, 시선으로 선택하고, 제스처로 실행하는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애플 비전 프로 역시 시선 추적과 손 제스처를 통한 직관적인 조작을 지원하지만, AI 어시스턴트 기능은 시리(Siri)에 의존한다. 시리는 최근 AI 기능이 강화되고 있긴 하지만, 구글 제미나이의 멀티모달 AI 역량과 비교하면 아직 차이가 있는 편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시점에서 애플의 AI 솔루션이 구글에 비해 덜 성숙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갤럭시 XR은 '서클 투 서치' 기능을 지원해 패스 스루(현실 투과) 모드에서 눈앞에 보이는 사물을 즉시 검색할 수 있다는 점도 실용적이다. 이는 갤럭시 스마트폰에서 호평받던 기능을 XR 환경으로 확장한 것이다.
배터리와 휴대성
갤럭시 XR의 배터리 사용 시간은 일반 사용 시 최대 2시간, 동영상 시청 시 최대 2.5시간이다. 애플 비전 프로 역시 일반 사용 시 약 2시간, 동영상 시청 시 약 2.5시간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두 제품 모두 외장 배터리를 케이블로 연결해 사용하는 방식이며, 충전 중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다만 갤럭시 XR은 헤드셋(545g)과 배터리(302g)를 합쳐도 애플 비전 프로(헤드셋 600-650g + 배터리 353-362g)보다 전체적으로 가벼워 장시간 착용 시 피로도가 낮을 수 있다.
가격과 타겟 시장
애플 비전 프로의 499만 원(256GB 기준)은 고급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PC를 구매할 수 있는 가격대다. 애플은 이를 '공간 컴퓨팅(Spatial Computing)'의 미래라고 강조하며 얼리어답터와 전문가 시장을 겨냥했다.
반면 갤럭시 XR은 269만 원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대에 해당한다. 여전히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XR 기기 치고는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높은 편이다. 삼성전자는 제미나이 AI 프로 12개월권, 유튜브 프리미엄 12개월권 등 총 10종의 구독 혜택을 제공하며, 삼성카드 결제 시 최대 36개월 무이자 할부도 지원해 구매 부담을 낮췄다.
실용성과 콘텐츠
현재 XR 헤드셋의 가장 큰 과제는 '킬러 콘텐츠'의 부재다. 아무리 하드웨어가 훌륭해도 사용자들이 매일 착용하고 싶어 하는 콘텐츠가 없다면 결국 서랍 속에 들어가기 마련이다.
애플 비전 프로는 애플TV+의 3D 콘텐츠, 몰입형 영상, 그리고 맥과의 연동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강조한다. 하지만 출시 후 1년이 지난 지금도 실사용자들의 평가는 "기술적으로는 놀랍지만 일상적으로 쓰기엔 무겁고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갤럭시 XR은 안드로이드 기반이라는 점에서 콘텐츠 확보에 유리할 수 있다. 유튜브, 넷플릭스, 디즈니+ 등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를 지원하며, XR 전용 게임도 즐길 수 있다. 어도비 펄사(Adobe Pulsar)를 통한 3D 영상 제작, MLB 및 NBA와 연계한 스포츠 콘텐츠, 국내에서는 네이버의 '치지직'을 통한 XR 콘텐츠 제공도 예정되어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중공업과 MOU를 체결해 가상 조선 훈련 솔루션 같은 B2B 활용 사례도 개발 중이다. 단순히 소비자 시장뿐 아니라 기업용 솔루션 시장도 노린다는 점에서 실용적인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제품을 선택해야 할까?
애플 비전 프로는 최고 수준의 하드웨어와 애플 생태계 연동을 원하는 사용자에게 적합하다. 맥, 아이폰, 아이패드를 이미 사용 중이라면 생태계 연동의 편리함을 누릴 수 있다. 다만 499만 원이라는 가격이 큰 진입 장벽이다.
갤럭시 XR은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269만 원)에 AI 기능이 강화된 XR 경험을 원하는 사용자에게 적합하다. 구글 제미나이의 멀티모달 AI, 안드로이드 기반의 다양한 앱 생태계, 그리고 가벼운 무게는 실용성 측면에서 장점이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익숙한 인터페이스와 서비스를 XR 환경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다만, 두 제품 모두 아직은 '얼리어답터'를 위한 제품이라는 한계가 있다. 일상적으로 매일 사용하기엔 무게, 배터리, 그리고 무엇보다 콘텐츠 부족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XR 헤드셋이 스마트폰처럼 대중화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갤럭시 XR의 등장으로 XR 시장에 경쟁이 본격화되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삼성전자는 향후 구글, 젠틀몬스터, 와비 파커와 협력해 차세대 스마트 글라스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XR 기술이 지금보다 훨씬 더 작아지고, 가벼워지고, 저렴해져서 일상적으로 착용 가능한 안경 형태로 발전한다면, 그때야말로 진정한 대중화 시대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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