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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비트코인'과 '인공지능'이 남긴 전력 비용 딜레마

KHGAME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6.03.27 11:14:23
조회 1421 추천 2 댓글 6
디지털산업의 핵심 자원이 데이터에서 전력으로 전환되고 있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가상서버), 비트코인 채굴 등 3대 디지털산업은 대규모 연산을 기반으로 전력 수요를 급격히 늘리고 있다. 과거에는 비트코인이, 현재는 인공지능이 디지털산업 전력 소비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비트코인 채굴은 '비효율적 연산'이라는 본질적 특성 때문에 오랜 시간 기후 논쟁의 중심에 자리해 왔다. 가장 먼저 정답을 찾은 단 한 명의 승자를 결정하는 방식 때문에 비트코인 채굴 업계의 전력 사용 방식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매몰 비용'으로 평가돼왔다.
인공지능 모델 학습에도 막대한 전력량이 소비된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비트코인 채굴보다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인공지능이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가 비트코인 보다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각국 규제 당국은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인공지능 산업에 재정 지원과 정책적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미국 행정부의 경우 정권 성향과 관계없이 인공지능 산업 육성에 협력적인 법안과 행정명령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INTELDIG


하지만 일각에서는 화석 연료 기반 전력망이 구조적으로 한계에 직면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각국 정부가 한정된 전력 자원을 어떤 산업에 우선 배정할지 결정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라섰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전력 소모 중심에 선 '인공지능'과 '비트코인'
2026년 현재 기술 산업의 핵심 자원이 데이터와 석유에서 전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3대 디지털산업인 인공지능 모델 학습, 클라우드, 비트코인 채굴은 모두 물리적으로 전력을 소비하는 대규모 연산을 토대로 가동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인공지능과 비트코인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축이 디지털산업의 엔진이 되면서 전력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기후 위기 극복과 탄소 배출 감축이 인류 최우선 과제로 거론되는 가운데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은 '전력 괴물'이 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케임브리지대학교 대안금융센터(CCAF) 등 주요 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디지털산업으로 인해 글로벌 전력망 부담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기술 산업이 개별 기업 규모를 넘어 중형 국가의 에너지 소비량 수준의 거대한 주체가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 국제에너지기구는 오는 2030년까지 전력 소비가 전체 에너지 수요보다 최소 2.5배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 중이다(사진=국제에너지기구)


특히 인공지능은 전통적 전력 포식자였던 비트코인이 규제와 기술 전환으로 주춤하는 사이 전력망의 새로운 지배자로 올라선 상황이다. 흥미로운 점은 두 산업 모두 전력망을 압박하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함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시선과 정책적 잣대가 극명하게 엇갈린다는 점이다.
케임브리지대학교 대안금융센터 보고서(Cambridge Digital Mining Industry Report 2025) 기준 연간 비트코인 채굴 전력 소비량은 약 138테라와트시다. 인공지능 소비량은 국제에너지기구가 전망한 올해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960테라와트시)에 카본브리프(Carbon Brief) 등 연구기관이 집계한 인공지능 비중(약 30%)을 적용할 경우 288테라와트시로 추산된다.
숫자상으로 보면 두 기술은 모두 전력망을 압박하는 공범과 같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전력 소비는 '투자'로, 블록체인은 '위협'으로 표현되고 있다. 

'비효율적 연산'으로 비판받는 비트코인
기후 논쟁에서 비트코인 채굴 전력 사용이 인공지능과 비교해 크게 공격받는 배경에는 작동 구조의 본질적 특성이 있다.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산의 대부분은 경제적 부산물 없이 그대로 버려지기 때문이다.
 


▲ 사진=foto.wuestenigel


비트코인 채굴 과정에서 전 세계 채굴기(ASIC)들은 복잡한 해시(Hash) 계산을 반복하며 정답을 찾기 위한 수학적 경쟁을 벌인다. 문제는 정답 도출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이 소비되며, 가장 먼저 정답을 찾은 단 한 명의 승자만이 블록을 생성하는 유의미한 결과를 거둔다는 것이다.
즉, 비트코인 채굴 연산의 목적은 새로운 정보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 보안을 유지하는 데 있다. 네트워크 보안 유지를 주목적으로 하는 비트코인 채굴 전력 사용은 전문가들에 의해 무의미하게 태워지는 매몰 비용으로 규정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연합(UN) 등 국제기구의 경우 비트코인 채굴 전력 사용에 탄소 비용을 반영하는 과세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비트코인 채굴 전력 사용에 세금을 부과해 탄소 배출을 감소시키고 기후기금을 조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국가는 전력 소비 상한선을 강제하거나 신규 허가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가상화폐 채굴장 시설로의 전력 유입을 규제 중이다. 비트코인 채굴 업계는 설비 효율 향상과 친환경 에너지 도입에 힘쓰고 있으나 기본 구조상 대량 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 국제통화기금에서느 비트코인 채굴 전력 사용에 탄소 비용을 반영하는 과세 방안을 제안되기도 했다(사진=국제통화기금)


인공지능은 '경제 효과 창출'로 긍정적 평가
반면, 인공지능은 전력 소모에 있어 최근 3년간 일종의 '성역'을 누려왔다. 인공지능 연산의 결과물이 투자의 대상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관 보고서에서는 인공지능이 전 산업 군의 경제적 생산성 혁신으로 직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Mckinsey Global Institute)는 지난 2023년 보고서를 통해 인공지능이 전 세계 경제에 연간 2조 6천억 달러(한화 약 3,900조 원)에서 4조 4천억 달러(한화 약 6,600조 원) 규모의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공지능 연산이 신약 개발 단축, 산업 연구개발(R&D) 가속, 소프트웨어 제작 자동화 등을 지원할 것이라는 관점이었다.
인공지능이 에너지 인프라 비용 절감에도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은 지난 2025년 기고문을 통해 인공지능이 건물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하고 전력망의 피크 수요를 줄이는 방식으로 비용 및 전력소모를 낮출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비트코인 채굴 전력 사용이 블록체인 생태계 내부와 갇혀 있다면, 인공지능 연산은 전력망 최적화 등의 외부 경제 효과를 창출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비트코인 채굴과 인공지능 기술을 둘러싼 전력 소비 논쟁의 본질은 절대적 소비량이 아니라 계산의 목적과 가치에 귀결되고 있다. 
 


▲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인공지능이 전 세계 경제에 연간 2조 6천억 달러(한화 약 3,900조 원)에서 4조 4천억 달러(한화 약 6,600조 원) 규모의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사진=맥킨지 글로벌 연구소)


각국 규제 당국의 경우, 전력을 사용하더라도 인공지능 연산이 높은 부가가치를 낳는다는 실용주의적 논리에 입각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규제를 완화 중이다. 일례로 미국에서는 정치적 기반이 다른 전·현직 대통령이 모두 인공지능 산업에 법안과 행정명령을 통해 우호적인 입장을 취했다.

문제는 '한정된 전력'과 '연료 지속 가능성'
분명한 것은 인공지능과 비트코인 모두 현재의 화석 연료 기반 전력망에 의존하는 구조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아무리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해도 물리적인 전력망의 한계와 기후 위기라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디지털산업의 미래 경쟁력은 한정된 에너지를 어떻게 배분하고 활용하느냐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기술 혁신과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확대, 전력망 효율화, 친환경 데이터센터, 채굴 구조 개선 등의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탄소 절감을 위해 인공지능 모델의 에너지 효율 등급을 공개하도록 강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 인공지능 신생기업인 허깅페이스(Hugging Face)에 의해 제기되기도 했다. 혁신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물리적 탄소 발자국(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직시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사진=istockphoto


사샤 루치오니(Sasha Luccioni) 허깅페이스 수석 윤리 연구원은 "기술 효율 향상이 수요 폭증을 불러와 에너지 소비를 심화시킬 수 있다"라며 "인공지능 모델에도 가전제품과 유사한 '에너지 효율 등급'을 적용해 비용을 투명하게 확인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의 경우 각국 정부가 어떤 산업에 전력망 우선권을 제공할지 결정하는 '에너지 트리아지(Emergency Triage, 응급 처치 우선순위 결정)' 상황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에너지 트리아지' 국면은 전력망 이슈가 기술의 영역을 넘어 정치적 과제로 대두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디지털산업의 화려한 결과물에 가려진 막대한 전력 소모는 더 이상 '성역'으로 남을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했다. 기술 발전 속도가 에너지 인프라의 확장 속도를 추월하는 시대 속 에너지 소비에 대한 책임이 공정하게 분담되고, 전력 정책과 환경 규제가 재설계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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