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와카나 레이는 1월 13일을 맞이하여 15번째 생일을 갱신했다.

 ““레이야 씨, 생일 축하드려요!””

 “생축, 레이.”

 “레이야, Happy birthday. 우리 특별하고 멋진 보컬에게 걸맞은 생일상을 준비했어.”

 학교가 끝나고, 난 츄츄네 아파트에 와서 동료들로부터 나의 생일을 축하받았다.

 거실의 테이블 위에는 마스키가 만든 근사한 생일 케이크가 놓여 있었다. 노란 표면에, 장식으로는 벌집과 같이 생긴 무언가가 있었다.

 “벌꿀 케이크란 거야. 벌꿀의 단맛이 특징인 케이크지. 노란색 벌집은 초콜릿이야.”

 마스키가 케이크에 관해 설명했다. 벌꿀에 벌집이라니, 정말 날 위한 특별한 케이크구나.

 나는 벌꿀 케이크 조각을 접시 담은 뒤, 포크로 한 입 크기를 떠서 입에 넣었다. 그 케이크가 입에 닿자마자 벌꿀의 단맛과 빵의 식감이 행복하게 입 안에서 녹아내리고 있었다.

 “흠~ 마스키, 굉장해. 입 안에서 살살 녹아.”

 나는 마스키에게 진심이 담긴 칭찬을 전했다. 내가 행복하게 먹는 모습을 보는 마스키의 표정은 싱글벙글 그 자체였다.

 “록 씨에게 들었어요. 아침에는 아사히 탕에 방문했다면서요?”

 파레오가 내 아침 일정을 모두 앞에서 공개했다.

 “응. 록이 내 생일이라고 돈을 대신 내주고 공짜로 쓰게 해줬어.”

 “록, 뭐야. 우리도 부르지 그랬어. 생일 주인공도 아니니 공짜로 쓰게 해달라는 염치 없는 소리는 당연히 아니고, 이왕에 다 같이 쓰는 게 더 좋을 거 아니야.”

 마스키는 록의 아침 선물에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그게... 파레오 씨는 아침부터 오기엔 집이 너무나도 멀고, 츄츄 씨는 싫어할 거 같아서...”

 “당연하지. 나의 생일 선물이라고 해도 안 가.”

 츄츄는 록의 생각이 옳다고 말했다. 입으로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뭔가 이런 점이 고양이 같아서 귀엽단 말이지.

 “그리고 마스키 씨는 아침부터 케이크 준비하느라 바빠 보여서 권하기가 그랬어요...”

 “흠... 그렇게까지 눈치 볼 건 없었는데 말이지.”

 마스키는 아쉽다는 듯 팔짱을 낀 채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 보니 마스키, 다음 일정이 있다고 들었는데.”

 “응. 생일 마지막 이벤트로 아리사 짱네 집... 정확히는 창고에서 파자마 파티를 하기로 했어.”

 나는 하나 짱의 권유로 생일 마지막 이벤트를 아리사 짱네 창고에서 파자마 파티를 보내기로 했다.

 “파자마 파티라... 엄청나게 귀엽겠는걸. 록도 함께 가지 그래? 포피파, 좋아하잖아?”

 “네?”

 “난 괜찮고, 포피파 사람들도 괜찮아할 거야. 록, 어때? 같이 갈래?”

 “네?!”

 나와 마스키의 제안에 록은 당황했다.

 “아, 안 돼요! 밴드 간의 친분을 이용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밴드에 접근하는 짓! 그런 만행! 팬으로서 용서받을 수 없어요! 기타로 배를 갈라야 마땅할 파렴치한 짓이라고요!”

 “그, 그렇게까지 표현해야 할 정도로 나쁜 짓인 걸까...?”

 나는 예상 외로 과격하게 부정적인 록의 반응에 당황했다.

 “왜 그렇게 싫어하는 건진 몰라도 기타로 배를 가르지는 마. 내가 준 기타에 감히 피를 묻힐 생각이야?”

 반면 츄츄는 이상한 곳에 태클을 걸었다.

 “록 씨의 말이 맞아요. 반대로 제가 밴드 간의 친분으로 파스파레 파자마 파티에 초대받았다면 거절했을 거예요.”

 파레오가 록의 말을 거들자 록은 고개를 엄청난 기세로 위아래로 흔들었다.

 “어쩔 수 없네. 그럼 파자마 파티엔 나 혼자 갈게.”

 “아니, 데려가는 것 정도는 내 오토바이를 써줘. 모처럼 생일이잖아? 백마 탄 왕자님처럼 목적지까지 시원하게 보내줄게.”

 “그건 거절할 이유가 없지.”

 나는 마스키의 권유를 승낙했다.

 나는 마스키의 오토바이 뒷자리에 앉은 채 1월의 차가운 공기를 정면으로 가로지르며 오토바이의 속도를 체감했다. 운전자를 꽉 붙잡지 않으면 떨어져 나갈 듯한 위험한 자리... 그런데도 차가운 속도의 쾌감이 왠지 모르게 중독될 것만 같았다.

 “기분 끝내주지?”

 “응.”

 마스키는 날 태우고 가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하는 듯했다.

 “언젠가 츄츄도 그 자리에 태우고 싶은걸. 본인이 싫어해서 태우지 못하고 있지만.”

 “후훗. 언젠가 가능할 거야.”

 “이것저것 싫어하는 게 많고 까탈스러운 애지만, 그래도 대단한 아이야. 그 어린 몸으로 카리스마를 내보이며 이 밴드를 더욱 밴드답게 만들고 있잖아.”

 마스키는 츄츄가 지닌 카리스마를 칭찬했다. 확실히 라스라는 밴드는 츄츄가 구심점이다. 츄츄가 없으면 애초에 성립할 수 없는 밴드이다.

 “그래도 츄츄 혼자서는 이 밴드를 유지할 수 없어. 밴드 초창기 때를 봤듯 츄츄가 아무리 대단해도 어려. 불안하고 위태롭지. 그러니 연장자인 우리가 이 밴드를 확실히 지탱해줘야 해.”

 “지당하신 말씀이야.”

 마스키는 내 말에 웃음으로 회답했다.

 “그나저나 우리 외에도 밴드 지인으로부터 축하받은 거 있어?”

 “응. 미나토 씨와 리사 씨에게 축하받았어. 미나토 씨는 목에 좋은 벌꿀 사탕을, 리사 씨는 수제 과자를 줬지.”

 나는 츄츄네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 리사 씨의 연락을 받고, 츄츄네 아파트 가는 길에 미나토 씨와 리사 씨를 만나 선물을 받은 기억을 떠올렸다. 날 프로 세계 선배라고 말하는 게 어찌나 날 쑥스럽게 만들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붉어진다.

 아리사짱네 집에 도착하자 마스키는 날 내려주고 떠났다. 흠, 나도 오토바이 면허와 오토바이를 가져볼까? 돈이 꽤 들 것 같지만, 나에겐 고민할 필요도 없을 지출일 거 같은데.

 나는 마스키의 오토바이를 보며 문뜩 그런 생각을 하며, 아리사짱네 집 마당으로 들어갔다.

 “어라, 아리사의 ‘선배’니?”

 “아뇨... 똑같이 3학년으로 올라가는 학생이에요.”

 나는 마당에 있던 아리사 짱네 할머니에게 아리사 짱의 선배로 오인당하였다. 이젠 뭐... 대수롭지 않은 오해다.

 “레이 씨! 이쪽이야, 이쪽!”

 “레이!”

 나는 멀리서 날 부르는 카스미 짱과 하나 짱의 목소리를 들었다. 파자마 파티라... 파자마는 하나 짱이 선물로 준비했다고 해서 난 파자마를 가져오지 않았는데, 하나 짱은 과연 날 위해 무슨 파자마를 준비했을까?

 나는 창고 안으로 들어간 뒤, 하나 짱이 준비한 파자마를 받고 그 옷으로 갈아입었다.

 “이건 좀... 부끄러운데.”

 하나 짱이 준비한 파자마는 토끼 후드가 달린 토끼 잠옷이었다.

 “레이, 귀여워!”

 뭐, 하나 짱이 기뻐한다면 그것으로 되지 않을까.

 “레이야, 미안해. 레이야에겐 좀 더 어른스러운 게 어울리지 않겠냐고 말렸지만, 오타에가 말을 안 들어서...”

 아리사 짱이 나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괜찮아. 하나 짱이 나에게 어울린다고 판단했다면 그것으로 됐어.”

 “오타에는 그냥 토끼가 귀여워서 그것으로 골랐을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말이지.”

 아리사 짱이 헛웃음을 지었다.

 “아리사, 무슨 소리야. 토끼는 무엇에도 어울리는 만능의 디자인이라고.”

 “맞아, 맞아.”

 “그래, 바보 2인조의 마음을 감히 헤아려 든 내가 잘못했어.”

 하나 짱과 카스미 짱이 단합하여 아리사 짱의 말을 반박했고, 아리사 짱은 토론으로 전개하기 귀찮다는 듯 스스로 두 손 들었다.

 “뭔가 라스와 비교하면 분위기가 많이 가볍지?”

 사아야 짱이 웃으며 지금의 가벼운 분위기가 어떠냐는 식으로 질문을 던졌다.

 “아니, 라스도 표면적인 이미지가 무서워 보일 뿐, 평소에는 대충 이래.”

 표면적으로는 카리스마 프로듀서처럼 보이지만, 평소에는 파레오 수발이 없으면 인간으로서 살아가지 못하는 츄츄.

 표면적으로는 드럼 광견처럼 보이지만, 평소에는 제빵이 취미에 많이 부드러운 마스키.

 표면적으로는 기타 버서커란 별명도 있을 정도지만, 평소에는 연약한 이미지인 록.

 표면적으로는 아니... 파레오는 라스의 어느 때든 파레오네.

 그리고 나 역시 라스로서의 표면적인 모습과 라스의 평소의 모습은 분위기가 다르다. 이미지 관리를 위해 싫은 걸 참고 하는 행동도 있고.

 아무튼 이처럼 라스 역시 표면적으로는 간지 폭풍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일상에선 포피파와 같이 소소한 화제로 웃고 떠드는 여자 모임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연습 때든 칼과 같이 무섭게 변하지만.

 “뭐, 평소에도 대외적인 이미지처럼 묵직하고 쿨한 분위기라면 마음 연약한 록 짱이 버티지 못하겠지.”

 리미 짱이 록의 예시를 들면 내 말을 이해했다.

 “그럼 잡담은 이만하고 지금부터 파자마 파티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러면 우선은...”

 카스미 짱이 잡담 분위기를 몰아내고 본격적인 파타마 파티를 열기 시작했다.

 “레이, 즐거워?”

 “응. 하나 짱, 즐거워.”

 “그거, 다행이네.”

 하나 짱의 미소. ...다시 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다시 만나서 정말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