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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그리 공평하지는 않다는 건 이미 어렸을 때부터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다. 머리로 아는 것과 직접 눈으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기 마련.
그래도 나는 이 불공평함 속에서도 나름 공평한 부분은 있다고 믿었다.
예를 들어서... 오마는 은근히 여자 팬들이 많다. 애기처럼 생겨서 보호해주고 싶다나?
분명 그 팬들도 이 새끼랑 5분 이상 대화를 나누면 그 생각을 철회할 것이라는 데에 팔 한쪽도 걸 수 있지만, 어쨌든 인기가 꽤나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생각해보면 키가 난쟁이마냥 작고 어린 애 취급 받는 게 녀석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
꼬맹이라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할 때도 있는 걸 보면 오마도 딱히 마냥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아.
그런 것이다, 누구나 완벽할 수는 없다. 장점과 동시에 단점이 존재하고 빛나는 부분이 있을수록 흠결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 사는 게 늘 그렇듯 아주 가끔 그런 법칙에서 벗어난 돌연변이가 발견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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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나 선생님하고 사귀게 됐슴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입에 머금은 커피를 입 밖으로 내뿜었고,
오마는 나처럼 오버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평소답지 않게 진중한 분위기로 우리에게 중요하게 할 얘기가 있다며 하교 후에 우리를 데리고 카페로 끌고 간 이유가 이거였던가.
평상시에는 가벼워 보이는 인상이지만 거짓말을 하는 형은 아니다.
그리고 그 말을 증명하듯 폰을 꺼내 아사히나 선생님과 단둘이 찍은 커플 사진까지 보여주자 이제는 믿지 않을 수가 없던 것이다.
"어떻게 된거야?"
궁금증을 도저히 못 이긴 내가 물었다.
'초고교급 탐정'의 추리력으로도 하루아침만에 교사 여자친구를, 심지어 우리 학교에서 우리를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을 연인으로 맞이했는지 도저히 추측이 되지 않았다.
뭐 서로 술 쳐마시고 눈맞기라도 했나?
그런데 놀랍게도 그게 정답이었다. 솔직히 반 쯤은 즉흥적으로 생각한 거였는데.
정말로 일전에 있던 회식자리에서 끝까지 남아서 즐기다보니 저절로 눈이 맞게 되었고, 그대로 바로 서로 마음을 고백해서 연인이 되었다고 했다.
"잠깐잠깐잠깐... 중간에 뭐가 많이 생략된 것 같은데?"
"하하하... 애들이 들을만한 얘기는 아님다."
"우리도 성인이야, 형. 더 얘기해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하지만 란타로 형은 끝까지 둘이 같이 술마시다가 알코올의 기운을 빌려 자신도 모르게 쌓아왔던 마음을 고백했고,
그 덕에 사귀게 되었다고 얼버무렸다.
결국 그 쪽으로 더 묻기에도 뭐한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주제를 돌렸다.
"근데 진짜 대단하네. 둘이 나이차이도 한 7~8살 나잖아.
나이차이가 많이 나면 조금 어렵지 않아?"
"맞아. 게다가 교사와 학생... 금단의 사랑이라는 느낌 아냐? 니시시싯..."
"뭐, 너네가 어디가서 입을 함부로 놀리지만 않는다면 아무도 모를 거고,
아마 학원장님네 정도말고는 교직원들도 모를검다. 현실적으로 무리가 많다는 건 저도 알지만.. 그런거야 뭐 서로 사랑으로 맞춰가면 되는 거 아니겠슴까."
란타로 형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며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그래, 인생은 공평하지 않다. 아까 내가 말한 돌연변이는 바로 이 사람, 아마미 란타로다.
얼굴도 기생오라비마냥 예쁘장하게 생긴데에다가, 성격도 살갑고 말솜씨도 좋아 인기도 많다.
게다가 '초고교급 탐험가'라는 활동적인 재능으로 입학한 게 과장이 아니라는 듯 몸매도 군살없이 탄탄하다.
키도 적당히 크고, 얼굴도 잘생겼고, 몸매도 좋고 딱히 못하는 게 있지도 않다.
단점없이 완벽한, 인싸라는 말은 이 사람을 뜻하는 것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게다가 언젠가 여동생을 찾기 위해 세계 일주를 했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 적이 있다.
세계를 떠돌다 결국에는 프랑스의 한 대부호의 양녀로 입양되려던 순간에 겨우겨우 빼내와서 다시 감격의 재회를 이루어 행복하게 살고 있다... 라는 훈훈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어째 이야기에서 란타로 형을 도와주는 사람들은 대부분 란타로 형에게 호감을 가진 여성들이라는 것이었다.
아마존에서 식인종들에게 잡아먹힐 뻔했던 것을 족장의 딸이 구해주고,
열차를 타고 다른 나라로 넘어가려고 할 때 소매치기를 당했을 때는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이국의 여성이 도와주고,
무슨 만화도 아니고 항상 위기의 순간마다 그를 구원해주는, 정확히는 란타로 형을 좋아하는 여자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심지어 여동생에 대한 소식을 듣기위해 영국까지 간 적이 있었는데,
부자인 미망인이 대놓고 프로포즈를 해서 거절하느라 진땀을 뺐다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이야기한 적도 있다.
차라리 뻥이였으면 좋았으련만. 또 사진은 엄청 찍어놔서 그 사진들을 증거로 보여주니 믿기 싫어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쯤되면 형 재능은 '초고교급 카사노바'이런 걸로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
"동감이야. 지금까지 사귄 여자 수로 우리 학원 운동장 꽉 채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학원장님한테 얘기해서 재능을 뭐... '초고교급 인싸' 이런걸로 다시 등록하는 거 어때? 내 생각에는 충분히 이해할 것 같은데."
"....제 입으로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저를 좋아한다는 사람은 많았어도 저는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았슴다.
그 때는 여동생을 찾느라 몸도 마음도 지쳐있었을 때라 말임다...
하지만.... 아오이는 다름다."
"와, 벌써 말 놓은거야?"
오마가 기가 찬다는 듯 말했다.
"뭐... 일단 저보다 어른이지만 맹한 모습이 엄청 귀엽슴다.
너희들은 그렇다고 생각한 적 없슴까?"
"우리가 왜 선생님을 보고 귀엽다고 생각하겠냐고."
"하하하... 그렇슴까? 그 외에는 마음씨도 곱고, 항상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이 좋...."
"그만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사히나 선생님을 그런 식으로 얘기하니까 조금 그래, 형."
닭살이 돋을 정도로 여자친구에 대해 찬양을 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왠지 사람들 앞에서 내 자랑을 해서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카에데의 모습하고도 겹쳐 보였다.
"아하하... 그렇슴까? 뭐 아무튼, 저같이 내세울 것 하나 없는 평범한 녀석도 좋아해주는 게 좋다고 할...?"
그 말을 듣자마자 오마와 나는 귀를 의심하며 란타로 형을 쳐다보았다.
평...뭐?
"어라, 왜 그런 눈으로 보고 그렇슴까. 제가 뭐 틀린 말이라도 했슴까?"
란타로 형이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평범이 뭐?"
"엥, 너희들은 저보다 잘생기고... 또 여자들한테 인기도 많지 않슴까?
게다가 나이도 어리고 말이죠."
"형.... 지랄하지 마."
"정의가 살아있다면 형은 거시기라도 작아야 해.
가질거 다 가져놓고 그렇게 기만질을 하면 우리같은 사람은 뭐 먹고 살아야 하나?"
"하하, 역시 농담도... 다들 아닌 척 하면서 저 위로해주는 거 다 암다."
그 때의 형의 모습은 사실상 순수악의 모습에 가까웠다.
차라리 진심으로 우리를 놀리려고 저랬으면 좋았을텐데, 진심으로 자신을 평범하다고 말하니 보는 입장에서는 미칠 노릇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란타로 형의 충격 발표는 대충 그런 식으로 일단락 되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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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이슈 학원.
"야호-! 코키치, 슈이치, 그리고... 아무튼 반가워! 안지를 보러 온거야?"
일단 오마의 제안대로 곤타를 찾으러 학원을 둘러다니다 지나가던 호시에게 '그 녀석들이라면 유메노의 연구교실에 있다, 뭐 깜짝 파티를 준비한다고 하던데...
나도 심심하던 차이니 같이 가주도록 하지.' 라는 말을 들어 '초고교급 매지션'의 연구교실에 들어왔는데,
들어가자마자 언제 친해졌는지 란타로 형이 안지를 목마태우며 놀아주고 있었고,
곤타, 유메노, 챠바시라는 분주히 유메노의 지시에 따라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듣자하니 이미 안지의 포교에 빠져든 유메노가 모두를 즐거워하게 해주기 위한 어떤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자세한 내용은 비밀이라 말해줄 수는 없다고 했다.
"냐하하~ 일손이 모자란 참이어서 곤란하던 참이었는데, 키루미랑~ 료마랑도 같이 도와주면 될 것같아~
신님께서도 그렇게 말씀하고 계신다고?"
"...키보 군이나 하루카와 씨... 같이 여기에 없는 사람한테는 부탁하지 않는거야?"
"음~ 마키는 계속 자기 연구교실만 지키고 있고... 코레키요나 나머지 애들까지는 필요하지 않아서 말이야~"
"그런데 유메노 씨는 뭘 준비하고 있는건데?"
"응아... 비밀이라네. 자세한 건 내일 있을 매직 쇼에서 말해주겠네!"
여기서 '동기 비디오' 이야기를 꺼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우리의 시선은 자연스레 란타로 형의 어깨 위에 앉아서 목마를 타고 있는 안지에게 향했다.
"(둘이 언제 저렇게 친해졌대?)"
"(진지하게 저 형은 구릿빛 피부 페티쉬라도 있는 거 아닌가 싶어.)"
그런데 란타로 형은 분명히 호시를 감시한다고 하지 않았나- 생각했을 때였다.
"여어, 아마미. 너도 꽤나 바쁜 모양이군. 이 녀석들을 돕고 있는 건가?"
"호시 군. 너도 같이 하겠슴까? 나름 빡센 일이라서 그런데... 같이 일하면서 그때 못했던 얘기나 하자고요?"
그때 했던 얘기...?
"좋지. 마침 심심하던 차에 잘 됐어."
분명히 이 살인게임이고 뭐고 염세적이었던 호시가 엄지를 척 내세우며
순순히 란타로 형을 도와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는 걸 보고 있으니 인지부조화가 느껴졌다.
아까 분명히 죽어도 상관이 없다... 삶에 의욕이 없는 티를 팍팍 내던 녀석이었는데, 란타로 형이 어떻게든 설득에 성공한건가?
바로 물어보고 싶기는 했지만 보는 눈이 너무 많다.
게다가 안지도 제 발로 들어온 우리를 보내 줄 생각은 없어보이는데, 여기서는 안지랑 유메노를 도와 마술 쇼의 진행을 돕는 게 맞는 것 같다.
오마도 고개를 끄덕이며 내 의견에 동조했다.
동기의 공유라는 무거운 주제를 지금 이야기하기에는 시기도 상황도 맞지 않는 것이다.
겸사겸사 이 마술 쇼라는 게 대충 어떤 것이지 추측이라도 하려면 도와주는 척이라도 하는 게 맞겠지.
란타로 형도 일하고 있는데 왠지 가만히 있기에도 눈치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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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체육관에 스테이지랑 수조를 설치하는 것으로 마술쇼 준비는 끝이 났다.
분명히 점심 정도에 시작했는데 벌써 저녁인걸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버렸다...
이렇게 오래 걸린 이유를 따져보자면 작업 시간 대부분이 그냥 노가리 까는 게 대부분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사실상 일하는 건 곤타랑 오마, 나랑 토죠 정도였다.
란타로 형이랑 호시는 그래도 그나마 작업에 기여도가 있는 편이었으나
언제 그렇게 친했는지 계속 이야기꽃을 피워서 그리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대충 옆에서 엿듣고 있으니 둘 다 자신이 잃어버린 소중한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란타로 형은 여동생을, 호시는 연인을 잃어버려 어느정도 동병상련을 느낀 거려나.
원래 세계에서는 둘 다 살아있는데.... 학기 중에 재회한 거라 지금은 없다고 생각하는 게 맞겠지.
안지랑 유메노, 챠바시라 사이에서는 기묘한 신경전이 오갔다.
이미 사이비 종교에 포교된 유메노를 되찾기 위한 챠바시라의 눈물겨운 노력과, 그런 유메노를 넘어 챠바시라에게도 신님의 아름다움을 알려주겠다고 포교를 시도하는 안지.
"응아... 고생 많았네. 이제 수조의 설치까지 끝났으니 마술쇼 준비는 끝이구먼."
"고생 많으셨슴다..... 다들 배고플텐데 식사라도 하시겠슴까?"
"...내가 준비할게. 다들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해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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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토죠가 만들어 준 요리를 먹은 뒤 슬슬 헤어지려고 했을 때였다.
"오늘 너무 고생해버려서 내일 마법 쇼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구만..."
"음... 안지도 오늘은 푹 잘 수 있을 것 같네~ 그럼 내일..."
제일 아무것도 안한 녀석들이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 개인실로 돌아가려고 할 때,
내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모두에게 말했다.
"잠깐, 헤어지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사실, 오마랑 나는 너희를 도와주러 왔다기보단... 한 가지 제안을 하러 온 거였거든."
"어라~ 안지랑 히미코랑 친해지려고 도와주러 온 게 아니었어? 뭐~ 어쩔 수 없지. 그래서 그 제안이란 건 뭐야?"
이번에 대답을 한 건 오마였다.
"니시싯... 간단해. 아침 때는 일단 이번 '동기'에 대해서 무시하자고 결론내렸지만... 사이하라 쨩이랑 나는 다른 생각이거든.
그러니까 모두. 이렇게 모인김에... 각자 '동기'를 교환하지 않겠어..?"
동기, 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란타로 형과 토죠를 제외한 모두의 표정이 그대로 굳었다.
"도, 동기? 곤타는... 잘 모르겠어... 모모타 군이 한 말도 있고... 다들 살기 위해서는 위험한 건 피하는 게 맞지 않을까..."
"그렇다네. 혹시 그 비디오를 보고 살인을 결심한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할텐가!"
".....피하는 게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 있어?"
오마가 기분나쁘게 히죽이며 말했다.
"어, 어어?"
"대충 생각해봐도... 동기라는 건 모두의 살인 욕구를 부추기게 하려고 있는 거잖아?
모노쿠마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우리에게 동기를 뿌린 거고 말이야."
"그걸 아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하는 겁니까! 이래서 남정네란...."
"그런데, 모노쿠마의 진의는 단순히 그런 걸까? 내가 이 게임의 흑막이라면, 당연히 동기를 보기 거부할 거라고 생각했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기를 뿌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내 생각은 이래, 언젠가 한 번 말한 것 같지만.... 동기라는 건 그것을 피하려고 할 때 생기는 분열과 갈등을 유발하는 것도 그 기능에 포함되어 있다고... 그렇지, 엄마!"
"나를 엄마라고 부르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오마 군. 하지만 그 생각에 일리는 있다고 말해줄게.
근데 너는 그럼 어떻게 하고 싶은 거지?"
"간단해. 모두가 자기의 '동기'를 시청하게 한다."
"텐코는 싫습니다!"
"응아~ 나도 싫다네!"
"음... 하느님께서는 그래도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이라고 하는데... 히미코가 보기 싫어한다면 나도 그 의견을 존중해줄까~ 하하하하!"
"...일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내 '동기'를 보고싶다만... 그러면 차라리 보고 싶은 놈만 보게 하고, 나머지는 그냥 안 보게 하는 게 맞지 않나, 오마?
괜히 억지로 강요해봤자 역효과만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만?"
호시가 말했다.
"아니... 동기라는 건 차별을 두면 안 돼. 다 같이 보든가... 아니면 그렇지 않든가..
하지만 이미 자신의 동기를 봐 버린 녀석도 있다고 생각하는 걸?
다들 아닌 척 하지만.... 자기의 동기 비디오를 받아버린 녀석도 있을테고 말이야. 그렇다면... 어라, 보는 쪽으로 결정!"
오마가 억지스러운 논리를 설파하며 모두에게 순순히 동기 비디오를 공개하라고 겁박했다.
그러나 그런 논리를 듣고 당연히 이해할 녀석은 없었기에 오히려 저항만 더 심해졌는데,
이 때, 오마는 수조를 설치하는 동안 몰래 포섭했던 '그 사람'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그렇다네~ 곤타~! 아까 내가 한 말 잊지 않았지?"
"...응."
"어라... 곤타 군? 지금 뭐하는 겁니까?"
"미안해, 모두들... 하지만 나는 오마 군을 믿어!"
"꺄, 꺄아아아아아악!"
챠바시라조차도 곤타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곤타는 동기 비디오를 보게 하지 말자는 반대파의 대표, 챠바시라에게 달려들어 한 손으로 챠바시라를 들어 너무나도 간단히 제압해버리자
유메노랑 안지는 감히 곤타에게 대적할 생각을 못하고 순순히 따라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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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교급 곤충박사'의 연구교실.
"과연... 그렇게 된 거였군. 그런데 그렇게 해서 우리까지 잡아버릴 줄이야...
심야의 산책을 택한 내가 나쁜 거였을까, 오마 군."
"미...미안, 나는 그냥 모두를 위해서....
신구지쨩은 모두를 위해서는 가끔 이런 수도 쓸 수밖에 없는 내 마음을 몰라주는 거야?"
"응."
"에~ 신구지쨩, 이럴 때는 이해한다는 식으로 말해줘야 여자한테 인기 많은 남자가 되는 거라고?"
"필요 없어."
신구지가 쌀쌀맞게 대답했다.
"사이하라 군에게 정말 실망입니다! 오마 군이야 원래 근본부터 뒤틀린 불한당이라고 해도,
그래도 사이하라군은 합리성이라는 게 남아있다고 생각했는데요!"
"어... 미안."
아까 식당에 있던 녀석들을 전부 이 연구교실로 쳐박아버린 곤타는,
바로 나머지 친구들도 '데려오겠다'고 말하며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신구지랑 키보까지 잡아왔는데,
아직 안 잡아온 애들이 있어 그 녀석들까지 잡아오겠다고 나가서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는 중이었다.
"응아... 집에 가고 싶다네..."
남겨진 우리가 궁시렁거리며 곤타의 연구교실이나 구경하며 시간을 때우고 있을 때 즈음,
문이 벌컥 열리며 곤타가 돌아왔다.
"어라 곤타, 나머지 녀석들은?"
"미안... 하루카와 씨는 왠지 무서워서 못 데려왔고...
이루마 씨는 왠지 에로에로해서...."
"엥, 애로사항이 있었던 건 아니고? 아무튼 뭐... 그럼 모모타쨩은?"
"아, 모모타 군은 개인실로 도망가버려서 못 잡아왔어!"
곤타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세 명이 빈다라... 그럼 여기 있는 건 어디보자...
사이하라, 아마미, 호시, 토죠, 안지, 유메노, 챠바시라, 키보, 신구지... 이 정돈가?
곤타, 넌 오는 김에 모노쿠마즈 패드도 가져왔지?"
"응, 여깄어!"
"니싯.... 좋아. 이건 잠시 여기에 두도록 하고...
어디보자... 사이하라쨩이랑 토죠 마망은 이미 자신의 비디오를 봤으니까 가도 좋은데... 패드는 두고 가.
다른 아이들이 의심하면 곤란하잖아?"
"응. 여깄어."
토죠가 주머니에 있던 패드를 꺼내 오마에게 건넨 후 그대로 연구교실을 나갔다.
그녀랑 나는 이미 서로의 대한 신뢰의 증표로 패드를 교환했던 것이다.
어디보자, 왠지 오마새끼가 또 이상한 짓을 시킬지도 모르니까, 나도 이만 내 개인실로.....
"어라?"
아... 잠깐, 생각해보니... 내 건 오마놈 개인실에 두고 왔....
뭔가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 나는 오마를 쳐다보며 말했다.
"두고 온 것 같은데..."
"에- 그럼 사이하라쨩도 안 돼! 기회는 공평해야 하는 거니까!
니시싯... 너도 남아있는 게 좋겠네....
뭐 그럼, 이렇게 다들 상영회를 시작하기 전에... 너희들도 지금 패드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
그래서 곤타쨩이 너희들이랑 아주아주 즐거운 '곤충 치유회'를 하고 있는 동안,
나는 너희들의 개인실에 들러야 겠네. 나는 악의 총통이니까 문따기 정도는 문제없다고-"
곤충 치유회..?
자, 잠깐. 저 새끼 설마....
"자, 곤타! 아까 말한대로, 아직 벌레 씨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저 애들을 위해서 벌레 씨의 좋은 점을 알려줘,
나는 그럼 갔다올게, 아마 밤 시간 전에는 돌아오려나."
"응, 알았어!"
"야, 잠ㄲ...."
내가 그렇게 오마를 붙잡으려던 차에, 오마는 일부러 내 말을 무시하고 바로 연구교실을 빠져나갔다.
"...하핫, 사이하라 군. 우리도 당해버린 모양임다."
란타로 형이 웃으며 내 어깨에 손을 짚었다.
이 형도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예상 못한 모양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곤타에게 집중되었다. '곤충 치유회'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몰라도,
이미 그 말뜻을 대충 눈치챈 모양이었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즐거운 곤충 치유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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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 동, 댕, 동....
밤시간을 알려주는 방송이 울렸지만, 거기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난생 처음 보는 곤충들의 향연... 지옥이 있다면 아마 여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모두가 진절머리치며 도망치려 했지만
곤타가 출입구를 봉쇄하고 있어 도망을 칠 수도 없었다.
챠바시라의 무력도 징그러운 벌레를 상대로는 무용지물이었다.
가뜩이나 좁은 연구교실에, 수많은 벌레들이 우리를 덮치려고 달려들었는데...
이건 그저 고문에 가까웠다.
"와- 큰일이다-! 히미코가 곤충들한테 생매장 당하고 있어-!
"유, 유메노 씨! 정신차리세요!"
"우물우물우물...."
"어이, 사이하라.... 너도 오마의 배신은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로군.
너는 친구 보는 눈을 좀 길러야겠어."
호시는 진짜로 축지법이라는 기술을 사용해 곤충들이 호시를 덮치려고 할 때마다
순간적으로 빠르게 다른 지점으로 도약하는 것으로 피하며 느긋하게 우리를 구경하고 있었다.
호시 말대로다. 이 자식, 엿먹일 기회 한 번 잡았다고 이런 식으로 나를 물맥일 줄이야....
"오, 곤타 군. 여기 이 나비의 이름은 뭠까?"
"아, 이건 모포 오로라 나비라고 해!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희귀종인데, 여기서는 잘 살고 있는 모양이야, 감격스러운걸!"
기억은 잃었지만 '초고교급 탐험가'인 란타로 형은 벌레가 달라붙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 곤타에게
이것저것 곤충에 대해 물어보고 있었다.
아니, 곤타가 정말로 곤충하고 대화가 통하는 것 같아 곤충들이 곤타 곁에는 잘 안붙는 걸로 보면... 저건 나름대로 의도한 것일지도....
나는 왜 저 생각을 못했지?
슬슬 여기저기 도망치느라 체력이 떨어져 정신이 아득해져갈 때에,
그제서야 오마가 돌아왔다.
"우와, 벌레 씨 투성이네, 끔찍... 아니 아름다워라!"
오마의 손에는 여러 개의 모노쿠마즈 패드가 들려져 있었다.
"아, 돌아왔구나. 오마 군! 그럼 같이 치유되자!"
"나도 엄청나게 같이 하고 싶기는 한데... 지금은 이만 끝내는 게 좋지 않을까?
벌레 씨들도 지친 것 같고... 무엇보다 이제 동기 상영회를 시작할 거라고?"
대충 열 개 조금 안 되는 모노쿠마즈 패드를 들고 온 오마는
곤타를 시켜 곤충들을 물리고 패드들의 전원을 하나씩 켰다.
토죠의 '동기 비디오'의 경우처럼 전원을 켜자마자 비디오가 흘러나왔다.
'그럼- 대호평 속에서 다시 부활한 '동기 비디오' 시간이야-
너희들의 소중한 사람은 과연 누굴까나? 시작한다 시작한다-!'
"초고교급 미술부" 요나가 안지 씨....'
안지의 동기 비디오의 내용은 안지가 살고 있는 섬의 주민들에게 불길한 일이 생겼다고 암시하는 내용이었다.
...섬?
그 다음은 챠바시라의 경우....
챠바시라는 같이 네오 아이키도에 정진하고 있는 스승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내용이었고....
유메노도 그리 다르지 않다.
영상의 내용대로라면, 스승보다 실력이 뛰어나져버린 유메노를 보며 회의감을 가져서 유메노를 떠난 스승.
청출어람을 보여준 유메노보다 더 나은 실력을 가지고 돌아와 자랑스러운 스승이 되기를 바랐지만.
그 꿈은 영원히 이루어지지 못한다...라는 불길한 내용으로 끝을 맺는다.
그리고 그 다음의 경우는...
'그럼- 대호평 속에서 다시 부활한 '동기 비디오' 시간이야-
너희들의 소중한 사람은 과연 누굴까나? 시작한다 시작한다-!'
"초고교급 로봇" 키보 군!'
"와아-! 키보한테도 소중한 사람이 있구나-!"
"당연한 거 아닙니까!"
유메노랑 챠바시라는 충격적인 내용 때문에 멍하니 아무말도 하지 않는 반면,
안지는 어차피 하느님이 돌봐주실것이기 때문에 상관 없다며 아무렇지도 않아했다.
그 다음은 키보의 경우.
여기서 오마랑 나는 여기서 무조건 이다바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원래 세계에서 키보를 만든 창조주인 '초고교급 로봇개발자'인 이다바시 토오루.
그리고 오마랑 나와 함께 새로운 키보가미네 학원의 1기생인 16명 중에 한 명이기도 하였다.
"키보 군의 곁에는 언제나 자신을 만들어주신 이다바시 박사님이 계셨습니다...
로봇청소기보다 못한 ai를 가진 키보를 끝없이 개량해서 이제는 콩 세척 정도는 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고, 일본어를 가르쳐서
사회화를 시켜주신 아버지 같은 존...."
영상에서 이다바시의 모습은 실루엣으로밖에 비치지 않아 제대로 형체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그나마 화면이 밝아지며 이다바시의 모습을 비춰주려고 하고 있었다.
분명히 우리랑 같은 입장일텐데... 유일하게 여기에 없는 이다바시.
이걸로라도 어떻게든 그의 행보를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안타깝게도 그 이상 우리가 알아낼 수 있던 것은 없었다.
왜냐하면, 영상을 보던 중 키보가 갑자기 동기 비디오에 돌진했기 때문이었다.
-쾅!
격렬한 소리를 내며 동기 비디오를 재생하고 있던 패드가 바닥에 부딪혀 암전되자, 놀란 오마가 키보에게 말했다.
"뭐하는 거야, 키보!"
"...내면의 소리가 말해줬습니다. 더 이상 이 폭로가 계속되게 해서는 안된다고!"
내면의 소리...? 내가 알기로는 그런 기능은 키보한테는 없는데...
아까랑 같이 이상한 소리를 하는 키보를 보며 오마랑 나는 일순 위화감을 느꼈다.
"내면의 소리?"
"이 이상, 당신이 좋을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습니다! 전력 소모가 심해
가능하다면 이 기술을 사용하지는 않으려고 했지만, 제가 여기서 당신의 횡포를 멈추겠습니다! 모두, 뒤로 물러서세요!"
"키보 군? 뭘 하려고?"
직후에, 키보는 오마에게 천천히 다가가 지긋이 노려보며 양 손을 이마 근처에 가져다댔다.
"니시싯.... 고철 로봇이 뭘 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힘 센 노인 정도의 힘을 가진 로봇은 곤타쨩의 상대가 못 된다고?"
"오마 군... 이걸로 일전에 제 코어를 멋대로 뺀 대가를 갚겠습니다.
모두, 눈을 감으세요!"
키보의 다급한 외침을 들은 우리는 바로 그의 말대로 눈을 감았다.
곤타랑 오마는 눈을 감았는지 안 감았는지는 보이지 않아 모르지만...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태양권!"
그 말이 끝나자마자 감긴 눈 너머로도 무언가가 번쩍하는 게 보이더니,
바로 앞에서 그 빛을 두 눈으로 받아낸 오마랑 곤타가 고통에 겨운 비명을 질렀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지금입니다, 모두 패드를 챙겨서 이 곳으로 나가도록 하죠!"
........................
........................
키보의 불빛 때문에 두 눈이 가려진 사이,
우리는 빠르게 바닥에 널부러진 패드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이러면 계획하고는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여기서 다시 동기를 시청하자고 하기도 그렇고...
"크크크... 다시 봤어, 키보 군. 그런 기능이 있는 줄은 몰랐는걸."
"이루마 씨가 새로 개량해준 기능입니다.
그런데 저도 이런 데에 쓸 줄은 몰랐네요....
"....챠바시라 씨, 유메노 씨, 안지 씨... 괜찮아?"
"막상 제 동기의 내용이 뭔지 확인하니, 조금은 후련한 기분이 듭니다..."
"안지네 섬 주민들은 하느님이 돌봐주고 있어서 걱정이 안 돼~"
"....유메노는?"
"어라, 유메노 씨 좀 보세요. 아기천사처럼 잠들어 버리셨습니다!
텐코가 책임지고 업어서 개인실에 모셔다드리도록 하죠!"
"...왠지 너한테 맡기면 안될 것 같은데..."
"일단은 해산하시겠슴까?"
란타로 형이 말했다.
"그러는 게 좋지 않을까... 하지만 이 패드들은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는데..."
"으음.. 이럴 때에 모노쿠마즈가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모노쿠마즈들한테 도움받고 싶어~"
"도움... 필요해...?"
유메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모노담이 불쑥 나타나 우리에게 물었다.
이 자식.. 다 듣고 있었던 건가?
"도와...줄게..."
"어... 이 모노쿠마즈 패드말인데, 오마가 멋대로 가져가버려서..."
"가져다 놓으면... 되는 거지..."
"여기있는 네 녀석들 몫까지... 방으로 갔다놓을 테니까..."
모노담은 그렇게 모든 패드를 들고,
처음에 왔을때처럼 뿅 하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모노쿠마즈들 중에서는 그나마 저 녀석이 신용이 감다."
"하지만, 이것 참 안타깝게 됐구만... 나는 그래도 내 동기를 확인하고 싶었는데 말이지."
"....동기... 필요해...?"
호시의 말에 모노담이 다시 나타났다.
모노쿠마즈 패드를 다시 든 채로.
"그 중에 내 '동기'..도 있나?"
".........."
"........."
"말할...수... 없-다. 우리는... 동기의 내용에는 간섭 못-해. 직접 확인해보고- 가져가라..."
하지만 그럴 시간은 없었다.
눈뽕 때문에 앞이 안 보이던 녀석들이 회복해서 언제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곤타가 다시 '곤충 치유회'를 하자고 난리를 피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이, 곧 저 녀석들이 나올지도 모르니까 묻겠는데... 너희들은 이미 저 비디오의 내용 정도는 확인해봤을 거 아니냐?
그 중에 내 거를 가지고 있던 녀석은 지금 말해주지 않겠나?"
호시가 고개를 돌려 우리에게 말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누가 숨기고 있는건가?"
"우물우물... 쩝쩝..."
침묵 속에 들리는 건 유메노가 잠꼬대를 하는 소리밖에 없었다.
"뭐.. 됐다. 오마나 곤타가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여기에 없는 녀석들이 가지고 있을 수도 있겠지.
어이, 모노담. 다시 이걸 원래대로 가져다두지 그래."
"알았....다..."
"그럼 다들, 내일 마술쇼에서 봐! 기대 하시라~"
그렇게, 우리는 다소 찜찜한 기분을 남긴 채 그대로 흩어졌고...
오마한테도 여러가지 묻고 싶기는 했지만, 이미 시간은 12시가 되어가는 터라 너무 졸렸다.
자세한 건 내일 얘기해도 되겠지. 라고 생각하며 그대로 내 개인실로 발을 옮겼다...
-이어집니다.-
사이하라 슈이치 - 생존
아카마츠 카에데 - 사망
오마 코키치 - 눈뽕
하루카와 마키 - 생존
모모타 카이토 - 생존
토죠 키루미 - 생존
신구지 코레키요 - 생존
호시 료마 - 생존
고쿠하라 곤타 - 눈뽕
아마미 란타로 - 생존
요나가 안지 - 생존
유메노 히미코 - 생존
챠바시라 텐코 - 생존
이루마 미우 - 생존
키보 - 생존
시로가네 츠무기 -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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