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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식당.
오마랑 곤타는 아직도 키보의 태양권을 당한 후유증이 남아있는지 계속 눈의 통증을 호소했다.
"앞이 안 보여...."
"곤타도 곤충 씨처럼 더듬이가 있으면 좋았을텐데... 깜깜해서 무서워."
"흠... 갑작스럽게 눈에 조명이 쬐여저서 눈이 놀란 거려나. 실명은 아닌 것 같은데.... 둘 다 일단 이 얼음 패드를 눈에 대고 있어.
키보 군. 너도 상황은 이해하지만 너무 심했어."
"아니.. 그래도 제 덕에 그 때 모두 빠져나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정말로 실명이 될 수도 있었다고.
나도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해는 하지만, 다음에는 좀 더 온건한 방법을 택해줬으면 해, 키보 군."
"네... 알겠습니다."
그 날 아침식사 자리에는 이루마, 하루카와랑 모모타가 보이지 않았다.
"하루카와 씨는 여전히 자신의 연구교실에서 눌러 지내고 있고...
이루마 씨는 개발에 열중하고 있는 모양이던데, 하지만 모모타 군은 잘 모르겠네."
"응아... 긴장되느니라..."
유메노는 긴장감 탓인지 손을 덜덜 떨며 음식도 제대로 못 먹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둘은 곧 마술쇼를 할텐데 리허설 같은 거는 안해도 되는 검까?"
"원래라면 어제 하려고 했다만 네놈들이 멋대로 납치하지 않았느냐."
"괜찮아 괜찮아~ 분명히 신들린 쇼가 될테니까!"
그날 아침은 그나마 조용하게 끝난 편에 속했다.
특히 소란을 피우던 오마가 눈의 통증 때문에 얌전히 있어서 그런 점이 더욱 컸다.
란타로 형은 말동무가 되던 호시가 없어서 심심하다고 생각했는지, 토죠랑 함께 병든 오마를 간호했다.
"오, 이거 너무 편한데 둘이 우리 엄마 아빠 해주면 안 돼?"
"...엄마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을텐데, 오마 군."
"저는 형이면 됨다."
오마랑 곤타가 어제 피운 분탕짓은 어제 키보한테 참교육을 당한 것으로 퉁치는 듯한 분위기였다.
특히 오마한테 할 말이 많기는 해도 장님이 되어버린 녀석한테 해코지를 하기에도 뭐하지 않은가.
이러면 키보가 대신 원수를 갚아준 셈이 되려나.....
.....................
시간은 지나고 지나.... 어느덧 유메노와 안지가 약속한 마법 쇼의 시간이 되어 대부분의 학생들은 쇼를 구경하기 위해 체육관으로 모였다.
다들 안지와 유메노를 따라갔지만, 모두가 간 것은 아니었다.
"...마술 쇼를 시작한다고 한 것 같은데... 넌 여기서 뭐하는 거야?"
"어라, 이 듣기만해도 구역질이 날 것 같은 목소리는 하루카와 쨩이구나! 아직도 본인의 비밀을 들키기 싫어서 여기에 머물고 있는거야?"
"제 발로 찾아와놓고 개소리는... 용건이 뭐야?"
마술 쇼 관람을 거절한 오마가 찾아간 곳은 '초고교급 암살자'의 연구교실의 입구였다.
하루카와 입장에서는 그래도 이벤트가 하나 있으니 여기에 찾아오려는 바보는 없겠지- 라고 생각하며 한 숨 돌리려던 차에,
그런 자신이 쉬는 걸 싫어하는 총통이 찾아와 또 귀찮게 하는 것이었다.
"말이 심하네, 나는 환자라고. 그래서... '초고교급 보육사' 행세를 하고 싶어하는 누구 씨에게 간호를 받으러 왔는데, 생각 있어?"
"나...?"
"응. 그러니까 일단 들여보내주는 게? 자꾸 그렇게 쌀쌀맞게 굴면 내가 어떻게 될 지 모르잖아~"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이 귀찮은 새끼는 정말로 폭로를 하고도 남을 새끼니까.
"...들어와."
오마는 안대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아 하루카와의 연구교실의 광경을 눈에 새기지 못해 아쉬웠지만 그 대신,
문을 열고 안을 들어가자마자 느껴지는 싸늘한 한기와 희미한 화약 등의 냄새 등을 느끼며 확실히 이 곳은 '초고교급 암살자'의 연구교실이 맞다고 생각했다.
"무릎베개 해줘! 안 해주면 폭로해버릴거야!"
"...가지가지한다."
.......................................................
.......................................................
"하루카와쨩은 겁이 많네? 제 입으로 살인을 저지른 놈도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니고 있는데 말이야. 뭐가 그리 무서워서 아직도 꽁꽁 숨겨두고 있는거야?"
"...말 조심해. 지금이라면 충분히 너를 죽이고 증거인멸까지 할 수 있으니까. "
"죽여봐. 자신 있으면."
오마는 살기를 내뿜는 하루카와에게 전혀 겁먹지 않고 대꾸했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자의로 사람을 죽일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암살자 주제에 말만 험하고, 행동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아카마츠쨩의 부탁을 들어주고, 협박을 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제멋대로 연구교실로 쳐들어온 주제에 무릎베개까지 요구하는 자신에게 전혀 제재를 가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오마의 마음속에서도 복잡한 감정이 교차했다.
저번에 만취했을 때 사이하라에게 고백했던 것이 있다.
'그래서 여기에서라도, 나랑 추억도 없으니까 마음 편하게, 그냥 아무 생각없이
그동안 쌓인 화를 내뱉는 욕받이로 쓰면서 그냥 미워하고 싶은데, 같은 사람이니까 자꾸 겹쳐보여.'
'그리고 우는 거 보니까 괜히 이상한 생각도 들고... 그냥 서로 욕하면서 미워하는 게 좋은데...
나도 싫어할 수 있게 걔가 그냥 나를 엄청 싫어했으면 하는데, 여기에서도 알게 모르게 죄책감을 느끼는 게 보이니까,
100% 나쁜 애로 보이지가 않으니까 짜증이 나.... 그냥 다 개같아.... '
술 기운 탓에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한 거라며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오마는 합리적인 사람이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저것이 자신의 속마음이고, 하루카와 마키를 미워하고 싶고, 그녀도 자신을 미워해서 둘 다 헐뜯으며 원래 세계에서 그 동안 그녀가 자신을 속여 온 - 자신의 부모를 죽인 암살자들과 같은 신명구제회 소속이었다는 것을- 것에 대한 배신감을 해소하고 싶었다.
그런데 하루카와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언제나 말뿐이었다. 욕하는 것도, 죽이겠다는 것도.
"하루카와 쨩."
"왜."
오마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루카와는 그런 오마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하루카와는 아직도 무릎을 치우지 않고, 오히려 환자인 나를 배려해서 일부러 자세를 맞춰주는 것 같은 착각까지 든다.
얘는 대체 왜 이럴까. 내가 이렇게 너를 싫어하고, 헐뜯고, 비난하고, 협박하는데. 왜?
....오마는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뛰어났다.
다른 사람의 심리를 읽어서 허를 찌르거나 놀리는 것을 즐겨하는 '초고교급 총통'이었고, 마치 독심술을 쓰는 것 같다는 칭찬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가 눈치가 빠른 건 후천적인 재능이었다.
어렸을 적 암살자들의 습격으로 부모를 여의고, 홀로 남은 오마는 살아남기 위해 폭력조직의 말단으로 일했어야 했고...
그 곳에서는 일을 못해도 맞았다. 말 한마디만 잘못해도 맞았다. 가만히 입을 꾹 다물고 있어도 맞았다.
그 지옥에서 어린아이였던 오마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눈치를 기르는 것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대가가 따른다. 어린 오마 코키치는 극한의 환경에서 타인의 마음을 읽는 재능을 터득했다.
그러나 그런 그가 그 재능을 얻기위해 포기해야 했던 것은 자신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었다.
아이러니의 극치가 아닐 수 없었다. 뛰어난 관찰력과 눈치를 기르는 대신, 정작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오마는 언제나 가면을 쓴 듯이 모두를 대했고,
사이하라와 그의 백부랑 같이 살게 된 날부터는 그래도 평화로운 환경에서 자란 덕에 그런 그의 마음의 병이 어느 정도 호전되어 정상인 아이와 그리 다르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그는 결정적인 부분에서는 서투른 면이 있었다.
그는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모른다.
하루카와가 자신을 진심으로 혐오하고 있지 않듯, 자신도 하루카와 마키를 진정 혐오하지 않는다는 것을.
부모님을 죽인 건 다른 암살자이고, 하루카와는 그저 같은 조직, 그것도 강제로 입단하게 된 것 뿐. 자신에 대한 원한따위는 없다는 것을.
그것은 너무나도 갑작스러웠다. 어떤 부분이 트리거였는지는 확실치는 않지만,
지금 이 하루카와 마키와 같이 있는 상황이 그의 어떤 점을 자극시켰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리고 그는... 뜬금없이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시작했다.
"옛날 옛날~ 평화로운 가족이 살고 있었어요~"
".....뭐 하는 거야?"
하루카와가 다소 뜬금없다는 듯 오마에게 물었지만 오마는 여전히 제멋대로였다.
"평화롭게 지내고 있던 가족은, 어느 날 이유 없이 일어난 '절망'에 휘말려 버렸고....
오로지 자식을 위해서 그 '절망'을 피해 이리 도망치고 저리 도망치다가,
어떤 보육원장의 배려 덕에 안전한 곳에 집을 하나 구해 지내게 되었답니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어요. 그 보육원장이 사이비라는 걸 말이죠!"
"너...."
그 순간 하루카와는 오마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어렴풋이 이해했다.
보육원, 사이비. 그 둘의 조합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녀가 모를 리가 없던 것이다.
"원장, 아니 교주는 아무 것도 모르고 불구덩이에 제 발로 뛰어든 가족을 포교하려고 했지만, 자식을 사이비로 자라게 하고 싶지 않았던 부모님은 도망을 결심했어요.
밤을 틈타 몰래 도망치려고 계획을 세워놨지만... 안타깝게도 그 사이비 조직은 보통 조직이 아니었답니다.
이미 다 알아 챈 교주는 지금 내가 누워있는 어떤 사람처럼 검정 옷을 입은 손님들을 몰래 보냈거든요!"
"그만...."
하루카와의 목소리가 점점 떨렸다. 이미 더 듣지 않아도 이야기의 결말이 대충 예상이 갔기 때문이었다.
자기가 알던 하루카와 마키는 아니지만, 결국 그녀와 다를 바 없는 하루카와에게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다는 것은 오마에게 있어서도 큰 충격이었다.
그는 겁쟁이었다. 누구보다 사람의 마음을 아는 척 하면서 정작 솔직하게 고백할 용기는 없었다.
어떤 사람은 후련하게 털어놓고 이야기하는 것을 병적으로 피하는 소년이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 그 누구보다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처음 맛보는 진실적인 이야기라는 자극 탓에 그는 점점 걷잡을 수 없어갔다.
그리고 그런 오마의 광기어린 고백은 기승전결의 형식을 따랐다. 방금까지는 기,
"어떻게든 문을 걸어 잠그고 버티려고 했지만 검은 옷의 손님들은 집에 불을 놓았고....
화염이 모든 것을 집어 삼키기 전에 부모는 한 가지 선택을 했어.
밖으로 나가면 암살자, 안에 있으면 불에 휩싸여 사망, 그러니 자신들은 밖으로 뛰쳐나가 암살자들의 주의를 끌고,
이제 막 자라나고 있었던 아이만큼은 살리기 위해, 다락방에 쳐박아뒀다고!"
여기는 기승전결 중 승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
"다락방의 문 틈새로 엄마랑 아빠가 죽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
엄마랑 아빠는 그래도 마지막까지 나를 살리려고 시간을 끌어주었고, 나는 그 덕에 다락방에 있던 창문을 떠나 도망쳤지.
끔찍한 기억을 품고 도망치고 도망쳐서 겨우겨우 살아남았는데, 여기 또 신명구제회의 암살자 년이 있네?"
오마는 이제 연극인 척 하는 컨셉도 집어 치우고 직접적으로 하루카와에게 말하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미 눈은 나아서 앞이 훤히 보였다. 안 보이는 척 안대를 쓰고 있었지만 이제 그럴 필요조차 없었다.
오마의 눈빛은 평소에 하루카와가 보여줬던 것보다 더 살기어린 눈빛이었다.
하루카와조차도 아주 잠시지만 그 눈빛에 담겨있는 악의 탓에 움츠러들정도로.
"................"
오마는 '지금 이 이야기에서 하루카와는 관련이 없잖아. 우리 엄마 아빠 죽을 때 쟤는 이제 막 훈련 받기 시작했을걸?'
이라고 말하는 듯한 마음 속의 목소리를 최대한 무시하고 있었다. 그는 이럴 때 만큼은 정말 아이처럼 단순했다.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자기 감정 때문에 짜증이 나 억지를 부리고 있다.
지금부터는 이야기의 절정에 해당하는, 기승전결 중 '전'의 부분이다.
"세상 사는 게 참 웃겨. 나는 그래도 과거를 잊고 살아보려고 노력했는데...
내 앞에 있는 사람이 하필이면 우리 엄마 아빠를 죽인 암살자라니."
"난... 아니야..."
하루카와가 애써 떨리는 목소리로 부정했다.
그러나 그건 역효과였다. 그 말 때문에 오히려 자극받은 오마가 있는대로 표정을 뒤틀리며 하루카와를 압박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아, 그러셔? 하지만 네가 죽인 사람 중에 나랑 같은 경우도 있었겠지?"
"........"
"우리 엄마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무슨 말을 했는지 말해줘? 제발 아이만큼은 살려주세요... 라고 두 손을 싹싹 빌었지. 죽을 때까지."
"그...."
"너는 이미 질리도록 들어봤을 거야. 이미 네 두 손은 피로 흠뻑 젖어 있잖아.
그 피의 주인은 누군가의 엄마 아빠이자, 누군가의 친구이자 자식이었는데... 그걸 자비없이 죽인 건 바로 너야. 암살자 씨."
오마는 두 손으로 하루카와의 양 팔을 잡아 지긋이 자신의 목을 조르도록 그녀의 손을 자신의 목을 가져다댔다.
"왜 그래, 목 졸라서 죽인 적도 있었을 거 아니야?
한 두번 해본 것도 아니면서 왜 울 것같은 표정을 짓고있어?"
하루카와의 손이 미친듯이 부들거렸다.
지금 그녀의 두 눈으로 비춰지는 한 사람의 얼굴은. 사람보다는 악마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 악의의 원동력은 스스로의 상처라는 점이 너무나도 아이러니였다.
"자, 내 입을 다물게 하고 싶으면. 그냥 손에 힘을 주면 돼.
마침 이 자리에는 너랑 나 말고 아무도 없네? 다들 지금 유메노쨩의 마술쇼를 보고 있으니까 증거인멸할 시간도 충분할테고.
마음대로 해. 난 저항하지 않아."
"................................................."
자신의 추악한 과거를 있는대로 헤집어대는 오마를 보며 하루카와는 생각했다.
오마의 분노도, 자신을 싫어하는 이유도 이해가 갔다. 왜 자신을 그렇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는지 충분히 설명이 되고도 남는 사연이었다.
오마는 진심이다. 눈은 이미 나았지만, 그는 그의 감정 때문에 다시 한 번 눈이 먼 꼬마에 불과했다.
평소의 그답지 않게 뒷일이 어떻게 되든 눈 앞의 사람을 상처입힐수만 있다면 자신이 상처입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런 오마를 제압하는 것은 간단하다.
손에 힘을 주면 된다.
죽지는 않아도 딱 기절시킬 정도로 목을 조르는 것도 '초고교급 암살자'인 그녀에게는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그리고 정신을 잃은 뒤에 일어나면 다시는 자신을 건드리지 말라며 고문을 하거나 협박을 할 수도 있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마가 시키는대로 하지 않고, 목을 조르고 있던 두 손을 풀었다.
"어...?"
사람은 격한 감정을 느끼면 자신도 모르는 새에 눈물을 흘린다.
지금의 오마 코키치가 그 예였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하루카와의 두 눈에서도 눈물이 흐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 이유는 오마처럼 감정이 격해진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두 번째 재능, '초고교급 보육사'. 하지만 이 재능은 그저 암살자의 재능을 숨기려고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루카와는 정말로 보육원에서 아이들을 돌보면서 자랐다.
임무가 없는 날에는 칭얼거리는 어린 아이들을 보살피는 것이 그녀의 일이었고,
그 덕에 '보육사'로서의 재능도 상당히 발달되어있던 것이다.
"뭐하는 거야...?"
하루카와는 오마의 목을 조르는 대신 두 팔을 벌려 그를 껴안았다.
"이거 놔!"
갑작스러운 포옹에 소름이 확 돋은 오마가 당황해하며 발버둥을 쳤지만,
단련될대로 단련된 그녀의 힘을 이겨낼 리가 없었다.
"놓으라고!"
"..........."
하루카와는 아무 말 없이, 지금 자신이 껴안은 아이의 상처에 공감하며 조금이나마 온기를 전해주려 하고 있었다.
자신이 속한 조직 때문에 부모가 살해당한 아이를 보듬어주고 있는 모습은 꽤나 모순적이었지만,
그저 아무 이유 없이. 눈 앞에 있는 상처입은 아이의 마음에 공감해서 눈물을 흘리고,
그녀 안에도 남아있던 온기에 힘입어 조용히 그를 상냥하게 안아주는 것이 그녀의 결론이었다. 하루카와는 지금 아무 생각이 없었다, 무의식적이었던 것이다.
그냥 단순히 이걸로 상처받은 이 아이가 편안해졌으면- 이라는 바람이 담긴, 온전한 그녀의 진심이 담긴 포옹이었다.
"허...."
오마는 아무리 소리쳐도 미동조차 없는 하루카와에게 질렸다는 표정을 지으며 힘없이 말했다.
"알았어... 그만할테니까... 그만 놔 줘..."
순식간에 흥분되었던 감정은 고요해지고....
방금까지 보였던 자신의 급발진 때문에 부끄러워진 오마는 필사적으로 하루카와의 눈을 피했다.
하루카와는 살짝 미소지으며 그런 오마를 쓰다듬었다.
지금만큼은 '초고교급 암살자'가 아닌, '초고교급 보육사'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그녀였다.
이것이 기승전결의 결.
상처입은 소년의 폭주는 결국 아직 마음 속에 사람의 따스함이 남아있던 소녀에게 그대로 진압되었다.
때리는 것도, 심한 말도 아닌. 그 어떤 것보다 평화로운 방법으로 말이다.
항상 본래의 마음을 숨기고 다니던 두 소년소녀가 서로에게 진심을 내보인 순간이었던 것이다.
........................................................................................
이렇게 끝나면 참 평화롭고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이 이야기는 살인게임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결국....
학생들은 전부 핏기없는 표정으로 눈 앞의 참사를 목도했다.
분명히 모두에게 즐거운 마음을 품게 하겠다는 좋은 취지로 시작한 마술쇼가 최악의 형태로 끝을 맺었다.
탈출 쇼를 마친 유메노가 의기양양한 채로 피라니아가 들어있던 수조를 가린 암막을 걷었을 때....
수조 안의 광경을 본 모든 학생들은 다른 의미로 충격에 빠졌다.
왜냐하면 그 안에 있던 건....
갑자기 시체가 짠 하고 나타거나는 하지 않고 평범하게 피라니아가 들어있었고,
그걸 본 모두는 피라냐가 가득한 수조에서 절묘한 트릭으로 탈출에 성공한 유메노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모두에게 칭찬을 받은 유메노는 의기양양하여 멋지게 마술을 성공시켰으니
수영장에 가서 세레브한 기분이나 즐겨야겠다며 텐코랑 안지, 토죠를 데려가고, 나머지 학생들은 해산하려고 했을 때였다.
잠시 뒤 수영장쪽에서 귀가 찢어지는 비명이 들려옴과 동시에,
다시는 듣 싫었던 그 방송이... 흘러나왔다.
'시체가 발견되었습니다!
너희들, 시체 발견 현장인 수영장으로 집합해주세요!'
차라리 모노쿠마의 장난이었으면 좋았을텐데, 유감스럽게도 모노쿠마는 이런 쪽으로는 장난을 치는 성격이 아니었다.
수영장에는 거품을 물고 쓰러져있는 유메노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번 피해자는 그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단지 너무 충격을 받았을 뿐이었고......
시체는 수영장 풀에 있었다.
투명하고 밝은 배경에 너무나도 대비되는 처참한 모습.
이미 물에 퉁퉁 불어버려 제대로 알아보기도 어려웠지만, 저 옷과 체격은... 누가 봐도.... 그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초고교급 우주비행사'.... 모모타 카이토였다...
-이어집니다.-
사이하라 슈이치 - 생존
아카마츠 카에데 - 사망
오마 코키치 - 생존
하루카와 마키 - 생존
모모타 카이토 - 사망
토죠 키루미 - 생존
신구지 코레키요 - 생존
호시 료마 - 생존
고쿠하라 곤타 - 생존
아마미 란타로 - 생존
요나가 안지 - 생존
유메노 히미코 - 생존
챠바시라 텐코 - 생존
이루마 미우 - 생존
키보 - 생존
시로가네 츠무기 -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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