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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가끔 우리에게 희생을 강요할 때가 있어.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한다. 최대한 많은 사람의 행복을 위한 길을 추구하기 위함이라면 당연하다....라고 생각해 본 적 있니?
아, 미안.... 예시가 너무 어려웠지? 하여간, 니네 부학원장은 무슨 이런 걸로 강의를 하라고 그러냐?
나도 이런 건 잘 모르는데... 어디보자. 잠깐만... 음, 음. 그래...
자, 보통 다들 이런 식으로 한 번 생각해본 적 있을 거야.
어떤 사건의 해결책에 대해 생각할 때, 합리적인 방법과 그렇지 않는 방법으로 말이야.
여기서 합리적인 게 뭐냐. 너희들... 트롤리 딜레마라고 한 번 들어본 적 있지 않아?
대충 설명을 하자면, 자, 봐. 여기 이러...엏게 두 개의 선로가 있는데,
음, 잘 그렸나? 아. 뭐... 대충 이 선 두개가 기차 선로라고 치자고,
여기, 한 쪽 선로에는 5명, 나머지 선로에는 1명이 있어. 그리고 선로를 타고 브레이크가 망가진 열차가 전속력으로 달려오고 있어.
그리고 너희는 선택을 해야 하는 입장이야.
무슨 선택? 여기 두 개의 선로로 나뉘어지는 부분 있지? 여기서 너희가 열차가 어느 선로로 향할지 선택할 수 있다는 거야.
여기서 이 선로를 바꾸지 않고 가만히 두면 1명이 죽고, 선로를 너희가 직접 조작하면 5명이 죽지.
그러면 선택지는 두 개가 되겠지?
1번..... 선로를 바꾸지 않고 냅둬서 5명을 희생한다.
2번..... 선로를 바꿔서 1명을 희생한다.
그러면 너희는 어떤 선택을 할래? 어떤 도덕적 책임도 묻지않는다는 가정 하에, 5명, 아니면 1명을 희생해야 한다는 거지.
여기서 뭘 고르는 게 도덕적으로 올바르냐는 거야.
그래, 토죠... 단순히 숫자만 봤을 때는 5명을 구하는 게 맞다... 음, 충분히 맞는 말이야.
뭐, 거기에 할 말은 따로 있기는 하지만,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도록 하고, 여기서 조건을 추가해볼까?
여어기... 하, 왜 우리 학교는 아직도 분필 쓴대니? 손에 다 묻잖아, 돈도 많은데 마카로 바꾸지 참.... 아무튼,
여기 5명은 모두 에노시마 쥰코라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여기 1명은 살려두면 훗날 수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도 있는...음, 그래, 의사 정도로 하자. 대충 세계 최고의 명의라서 훗날 수많은 사람을 구할 사람이라고 가정하자고.
그러면 여기 5명의 에노시마 쥰코들을 죽이는 게 맞나?
조건을 추가했을 뿐인데, 바로 1명을 위해서 5명을 희생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걸까?
'쌤은 1번 고를 거잖아요!' 그래, 아카마츠... 왜 그렇게 생각해? 내가 에노사 다섯 명을 살릴 수도 있는데,
....
....
아닌데? 에노시마 쥰코라도 갱생하면 충분히 세상의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건 편견일 수도 있다고.
어어,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따지고 보면 내가 애한테 제일 당한 게 많은 사람이야!
아무튼... 얘기가 조금 이상해졌는데 여기서 요점을 말하기 전에...
예시가 조금 이상하니까 바꿔보자.
평범한 사람 5명 vs 비범한 사람 1명... 이러면 됐지?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고, 둘 중 하나를 희생하라면, 너희는 뭘 고를거야?
응?
음...음... 그래. 이제 슬슬 고민되지? 자, 지금부터 4인 1조로 나뉘어서 30분의 시간을 줄테니까.
무조건, 둘 중에서 한 선택지를 고르고, 왜 그걸 골랐는지 이유까지 정리해서 발표할 수 있도록.
아, 왜. 나도 놀고싶어! 그런데 너희가 이렇게 모일 일이 거의 없으니까 한 번 쯤 이런 거 해줘야 한다고 했단 말이야!
내가 학원장인데... 나보다 더 위에 있는 사람이 있단다, 애들아, 그리고...
...........................
갑자기 그 때 기억이 왜 떠오른지는 모르겠다.
별 개꿈을... 다 꿨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건 내 바로 앞에 있는 움푹한 유리였다.
아니, 유리가 아니라... 잘 말을 듣지 않는 몸을 가까스로 움직여서 주변을 확인하자.
지금 내가 누워있는 곳은 우리 집 침대가 아니라 마치 인큐베이터처럼 생긴 캡슐 속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거, 밀면 열리나...?
내 바로 앞에 놓인 캡슐의 뚜껑을 밀려고 팔을 움직이려 했지만, 몸이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기름칠이 전혀 안되어있는 로보트마냥...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도 꽤나 힘겨웠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안간힘을 쓰니 몸이 조금씩 말을 듣기 시작했다.
행운이 겹친 거였을까, 내가 굳이 손으로 밀 필요가 없이 내가 누워있는 캡슐을 덮은 뚜껑이 치익 소리를 내며 저절로 열렸다.
"......?"
기회를 놓칠세라, 난 혹여 다시 뚜껑이 닫힐까 걱정해서 바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몸을 일으켰다.
"....어?"
저 멀리서 희미하게 보이는 사람들,
그리고 힐끗 보이는 주변의 수많은 캡슐들.
난 그래서 여기가 일종의 실험실 비슷한 곳이라 생각했고, 저기 보이는 우락부락한 사람 둘과 땅딸막한 사람은 연구원 비슷한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 키 작은 사람 정수리에 있는, 자기주장이 심한 털 한 가닥을 보자마자 그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아... 머리야.... 여기는 뭐.... 어라? 거기서 뭐해요?"
"쌤?"
"아카마츠...?"
내 목소리를 들은 키 작은 남자가 내가 있는 쪽으로 빠르게 달려왔다.
그러자 점점 그 남자의 형체가 선명하게 보였다. 나에기 마코토. 맞아. 우리의 학원장...
"어...?"
그 얼굴을 보자마자 천천히 파노라마가 재생되듯 기억이 되살아났다.
맞아, 난 그 이상한 술을 마시고 마키쨩이랑 함께... 왔었지.
그런데, 기억의 재생은 멈추지 않고 제멋대로 내가 겪지 않았던 일까지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니, 아니, 아니, 아니야....
내가 '겪지 않은' 일이 아니야, 이건...
눈 앞에서 내가 한 기억은 없지만, 분명히 내가 한 기억들이 선명하게 재생된다.
모노쿠마, 살인게임... 사이슈 학원...? 이게 무슨...?
정말 이상한 기분이었다. 난 분명히 이런 바보같은 일을 한 적은 없지만, 분명히 이건 내 기억이다.
어렸을 떄 잊고 살았던 기억을 한참 뒤에 되살렸을 때의 그 감각으로, 천천히... 내가 여기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기억이 되살아난다.
그리고 나는 지끈거리는 두통을 필사적으로 참아가며 그 되살아난 기억의 내용을 되새긴다....
.............................................
가히 충격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내가....내가... 사람을 죽였다.
그것도 친하게 지내던 시로가네 츠무기를 내 손으로 직접 죽였다.
그런데, 내가 죽인 츠무기는 사실은 모노쿠마와 함께 우리를 납치해서 살인을 시킨 주모자라고 한다.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설정인가.
그리고, 정말 되새기기 힘든 기억 하나가 있다.
내가 죽는 순간.
나는 학급재판에서 슈이치가 죽는 것을 막기 위해 슈이치 대신 살인을 했고,
그리고.... 처형을.... 당했다.
밧줄에 목이 졸리고.... 목이 매달린채 몸이 들어올려졌다 내려졌다를 반복하다가 숨이 막히다가....
마지막에는 가시가 달린 피아노 뚜껑에 짓이겨 죽었다.
지금도... 목이 졸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 기억이 너무 생생해서인지 진짜로 숨을 쉴 수가 없어.... 두 손으로 목을 필사적으로 더듬어 그 밧줄이 내 목에 걸려있지 않다는 걸 확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끔찍한 기억에서 도망칠 수는 없는 듯 숨이 막힌다.
"쌤...저... 숨이 안 쉬어....져요..."
"진정해. 선생님 봐. 아카마츠!"
"아...아..."
내가 죽는 그 순간이 사라지지 않고 눈 앞에 어른거려.
지금 눈 앞에 학원장님이 필사적으로 내 몸을 흔들며 정신차리라고 소리치지만.... 정작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건 내가 죽는 순간이다.
너무나도 진짜같다. 너무... 괴롭다. 숨이 안쉬어져.
살려줘.
제발... 살려주세요.
나중에 학원장님이 말해준 말에 따르면, 그 때의 나는 뭔가 씌인 듯 내 두 손으로 내 목을 조르며 질식하기 일보 직전이었다고 했다.
이게 트라우마라는 걸까, 정말로 한 번 죽었던 경험이 있으니, 그런 트라우마에 노출되는 것도 말이 안되는 사실은 아니지만.... 다시는 경험하기 싫은 기억이었다.
아, 그 때 결국 내가 어떻게 죽지 않을 수 있었냐면....
내가 발작하는 걸 보다못한 학원장님이 손날치기로 나를 기절시켰었다고 한다.
.......................................
혹시 기절을 잘못 시켰나 걱정했지만, 아카마츠는 다행히 잠들었을 뿐이다.
아카마츠의 발작의 이유는 아마 히나타군이 말해준 것처럼 이 세계에서 겪은 아카마츠의 기억 때문인 것 같다.
대체 그 캡슐 속에서, 신세계 프로그램 속에서 무슨 끔찍한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제자가 제 손으로 목을 조르면서 괴로워하다니...
나는 혼란스러울 아카마츠가 조금이라도 편히 쉬기를 바라며, 그 아이를 캡슐에 다시 뉘인 다음....
"오랜만에 만나는 제자한테 더 할 말은 없는가?"
이 더러운 장난을 친 원흉의 역겨운 얼굴이 띄워져 있는 모니터 앞에 서서 그를 응시했다.
"...화내지 않는군, 의외일세. 같이 있는 오오가미 군도 말이야, 그리고 그 옆은... 켄이치로 군이었던가."
"........"
오오가미와 켄이치로는 대답할 가치조차 못 느끼겠다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회장님.... 제 제자들의 상태는 보시다시피... 아카마츠 뺴고 전원 다 뇌사상태군요.
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 겁니까, 네?"
나에기는 난생 처음으로 사람을 보며 구역질이 나올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가시 돋친 말을 내뱉었다.
에노시마 쥰코를 봤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제자들의 뇌사. 히나타 하지메가 살릴 수 있을지 아닐지도 확실치 않는 상황에서 참는다는 것은 그게 더 말이 안 되지 않는가.
"....회장 자리를 내려놓은지 꽤나 됐는데도 그렇게 불러주다니 감개가 무량하구만.
그런데 자네가 지금 착각하고 있는 건 내 직책만이 아닌 모양일세.
예를 들자면... 나는 딱히 자네의 적이 아니라는 점이지.
조금 과한 수단을 사용한 건 내 인정하겠네. 그런데, 난 자네에게 허락을 구할 정도로 시간이 많지도 않고,
또 허락을 구한다고 쳐도 자네가 허락해주지도 않을 안건이지.
때로는 허락을 구하는 것보다 저질러놓고 용서를 비는 게 더 쉽지 않은가? 자네가 가끔 자네 아내에게 그러듯 말일세."
"그거 말입니까? 제 제자들을 카무쿠라 이즈루로 만들겠다는 회장님의 그 바보같은 계획-"
"....음, 실망일세."
텐간은 정말로 힘이 빠진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나에기를 쳐다보았다.
실망이라고, 갑자기?
"...재버워크 섬에서 그 일이 있고 난 후, 무나카타 군은 얻은 소득이 단 하나도 없어서 적잖이 분개하더군.
비단 무나카타 군 뿐만이 아니라 미래기관 입장에서는 손실이 컸네.
절망의 섬멸을 외치며 군함을 이끌며 재버워크 섬을 침공했으나 고작 한 사람에게 모조리 제압당하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주었다니 미래기관의 수뇌부 입장에서는 꽤나 체면을 구길 일 아니겠는가.
하지만.... 일전에 말했듯, 자네도 이미 보았지 카무쿠라 이즈루라는 존재의 능력에 대해서.
뛰어나다는 말로도 표현이 안될 그 두뇌, 그리고 감히 말하지만 지금 거기에 있는 자네들 셋이 동시에 그에게 달려들어도
그는 아마 하품을 하며 한 손으로만 상대해도 몸에 생채기 하나 나지 않고 자네들 셋을 제압할 수준의 무력도 가지고 있겠지.
그리고 우리는 그 과거의 신세계 프로그램을 통해서 카무쿠라 이즈루의 뇌를 속속들이 들여볼 수 있었다네....
자네 제자들이 당하고 있는 건... 거기에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실험을 당하고 있는 셈이지.
자네가 '초고교급 희망'이라면 응당 세계의 희망을 위해서 기여해야하는 의무가 있다네.
그렇기 위해서는 때로는 자네가 가진 소중한 것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겠지.
자아, 자. 나도 학원장이었던 점이 있어서 가슴이 저미는 듯한 고통이 느껴지지만, 16명 중에서 한 명이라도 성공하면 인류는 더 나아갈 수 있다네.
그러니까 이미 죽어버린 친구들은....
뭐, 내 친히 장례 비용을 대주도록 하지, 이거면 충분하지 않는..."
"닥쳐!"
화가 머릿끝까지 치솟았다.
마음같아서는 저 모니터 속으로 들어가서 두 손으로 텐간 카즈오의 목을 조르고 싶을정도였다.
감히, 내 제자들을 쓰다 버리는 쓰레기 취급하는 것에 모자라...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껄껄껄껄껄........"
분기탱천한 나를 보며 텐간은 웃음을 터뜨렸다.
"자네는 정말 재미있어. 나에기 군.
여기까지는 농담이었다네. 설마 내가 진짜로 자네 제자들을 죽이겠는가. 음... 거기에서 '뇌사'라고 뜨는 이유는... 나중에 답하도록 하고.
살아있다네, 자네 제자들 모두. 그것도 확실하게 되돌릴 수도 있지.
그리고 그 방법은... 자네 제자들 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네, 난 합리적인 사람이라서 말이야.
자네들에게도 그런 기회를 주는 것이 공평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그리고 그 기회는 처음부터 주어져 있었다네, 다른 건 몰라도 그 아이들이 결국 죽지 않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는 것이라면... 말이야.
나에기, 자네를 불안하게 만드는 게 뭔가, 제자들의 죽음?
머리를 차갑게 식히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난 그런 사람이 아니라네. 다른 건 몰라도 내 계획의 중요한 역할을 차지할 귀중한 재원들을 쉬이 버릴 순 없지.
그들은 그저 살인게임이라는 감옥에 갇힌 것에 불과하다네.
그 감옥의 문을 열고 나오는 건 오로지 그들의 몫이지.
허나..."
텐간이 띄워진 모니터에서 키보드를 두들기는 듯한 타다닥 소리가 들리더니,
텐간의 옆에 어떤 프로그램 창 하나가 띄워졌다.
복잡한 인터페이스로 구성되어 있어서 내용을 알아보기는 힘들지만
눈에 단박에 들어오는 건 53rd라는 글자였다.
그 숫자가 무슨 뜻인지는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다. 지금 아이들이 있는 신세계 프로그램이 53회차라는 뜻이었다.
"53번이나 반복되었는데도 갇혀있다라... 그건 아직은 그들이 이 세계의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네.
물론 그들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리얼한 가상 현실이니까 당연한 수순이겠다만,
보고 있는 입장에서도 슬슬 질리기도 하니 자네에게 새로운 카드를 제시하려고 하네."
"그게 뭡니까?"
"자네 친구가 썼던 방법이지."
"....자네, 마스터 모드라고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
마스터 모드는 간단하다.
신세계 프로그램을 개조한 히나타 하지메가 직접 고안해놓은 일종의 안전장치인데.
프로그램 내에서 특정한 조건을 만족시키면 관리자 모드로 진입하여, 직접 프로그램을 컨트롤 할 수 있다....
허나 프로그램 내에서 마스터 모드에 진입하려면, 세 가지 목적을 만족해야한다.
첫째, 48자의 비밀번호를 입력할 것. 허나 이 비밀번호는 1분에 한 번 초기화된다.
순전히 '행운'에 기대야 하는 것이다.
두 번째 조건,
안에 있는 내 학생들 중에 한 명이라도 지금 자신이 있는 공간이 가상 현실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어쩌면 제일 어려울 세 번째 조건. 그것은...
마스터 모드를 가동시키기 위해 세 명을 희생해야한다.
다시 말해 프로그램 속에서 세 명의 목숨을 바쳐야 한다는 의미도.
그것도, 이미 아바타가 소멸된 게 아니라, 마스터 모드를 시작한 이후부터만 인정된다.
.....이 세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면 마스터 모드에 진입할 수 있고, 거기에서 게임을 종료하는 것 쯤은 간단하다.
그리고 텐간은 이런 마스터 모드를 진입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건데... 그가 나에게 이런 호의를 베푸는지는 모르겠다.
내 학생들이 정말로 성공한다면, 텐간의 게획은 실패하게 되는 셈이다. 기껏 53회나 돌려놓은 신세계 프로그램이 말짱 도루묵이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할 시간은 없다. 일단 방법이 주어진 이상, 해야 한다.
내가 학원장이라면 일단 학생을 구하는데 주력해야 하지 않겠는가.
"...좋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제 학생들에게 그 사실을 전달하죠?
잠시 게임을 꺼주시거나, 아니면 신세계 프로그램의 방화벽을 해제시켜주시는 겁니까?"
"아니, 이미 자네는 후지사키 군의 도움을 받아서 우사미를 다시 깨우지 않았는가?
그러니까... 우사미를 통해서 마스터 모드의 힌트 정도만 전달하는 것으로 하지.
이것만으로 나도 충분히 양보했다고 생각하네만...."
"..............."
부드럽게 손을 내밀며 은근하게 합의를 종용한다.
이 손을 잡는 게 맞나. 모든 것의 원흉이 베푸는 호의라고 생각해야할까, 아니면 다른 악의를 위한 그림이라고 판단하고 거절해야할까.
대답은 방금 했다.
나는 학원장이고, 학생을 위해서라면.... 때로는 잡고 싶지 않는 손을 잡아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
불쾌하기 그지없었던 텐간과의 접선은 그렇게 끝이 났고,
나는 일단 오오가미 내외를 돌려보낸 뒤 아카마츠라도 우리 집으로 데려와 다음에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텐간은 일전에 나에게 선물이랍시고 줬던 노트북에 더 많은 권한을 허용해주었다.
그리고 그 권한 덕에 직접적으로 우사미와 교신을 할 수도 있게 된 덕에 우사미를 통해 사이하라네한테 마스터 모드에 대해 힌트를 던지기는 했지만...
우사미가 워낙 말주변이 없어서 그건 역효과였던 것 같다.
그리고, 노트북의 기능을 통해 아카마츠와 나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확인 할 수 있었는데... 별로 유쾌한 내용은 없었다,
시로가네가 죽고 아카마츠가 처형당한 이후 호시, 모모타가 죽었다는 사실일 뿐.
"결국.... 다들 또 살인을 하게 됐구나."
아카마츠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그 때 우리가 그랬듯, 아카마츠의 죽음이 신호탄이 되어 살육이라는 비극이 시작된 것이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히 비극적이었지만... 그래도 희망의 끈이 하나 있었다.
이번 동기로 나온 사자의 서.....
저 사자의 서의 효과는 말 그대로 죽은 자를 살려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신세계 프로그램에서는 소멸된 아바타를 복구할 수 있는 것이다.
"쌤, 그러면 만약에 저걸로... 제가 부활하면 어떻게 되는 거에요?"
"그건... 잘 모르겠네. 아바타라는 건 살아있는 사람의 정신을 가지고 하는건데... 너는 지금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게 아니라 아예 나와버렸잖아?"
"흠...."
아카마츠가 마음에 안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튼 아카마츠, 이걸로 됐어. 방 하나 비워줄테니까, 일단 너는 우리 집에서 지내렴.
그리고 우선 다들 구조될때까지..."
"쌤, 이건 만약인데요...."
"음?"
아카마츠가 조심스럽게 내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지금은 그냥 저 할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하는 거지만...
만약에 제가 다시 저 프로그램에 들어가고, 사자의 서로 살아난다면... 어떻게 되는 거에요?
그러면 단순히 힌트만 깔짝 깔짝 주는 걸로 끝내는 게 아니라, 아예 게임을 뒤집어 버릴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예를 들면..."
"그건 안 돼."
"..........."
"아카마츠, 선생님은 너라도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부터는 선생님한테 맡기고 안전하게 보호받는 게 우리를 도와주는 거야.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집사람한테 말하렴, 그러면 최소한 부족하지 않게 지낼 수 있..."
"쌤, 친구들이 서로 죽어나가는데, 보고만 있으라고 말하는 거에요?
심지어 마키, 슈이치, 오마는... 우리가 알고 지내던 애들이라고요."
".......그래도 안 돼. 여기서부터는 어른들이 알아서 할 거야. 아카마츠... 이해해 줄 수 있지?"
"...네, 이제는 어른들이 나서야죠."
아카마츠는 단호하게 말하는 나를 보고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말썽을 많이 부리는 학생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기서는 내 마음을 이해해주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그래, 여기서부터는 어른들의 역할이다.
"일단 시간이 늦었고... 오늘은 자고 내일 생각하렴, 아카마츠... 선생님도 일단은 좀 자야겠다.
며칠 동안 제대로 잠도 못 잤거든. 우리에게는 휴식이 필요해."
아카마츠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나에기는 그 끄덕거림이 자신의 말을 이해해주는 동의의 뜻으로 생각했으나... 안타깝게도 그건 오산이였다.
어른들이 나서야죠. 라는 말의 뜻에 다른 뜻이 숨어져 있던 것이다.
왜냐하면...
"나도 어른이니까."
아카마츠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우선 밤에 몰래 나에기의 차키를 훔쳐 주차장에 있는 차에 붙인 내비게이션을 확인했다.
"역시."
그녀의 예감은 적중했다. 내비게이션에는 나에기가 어디로 갔는지 기록이 남아있었고, 그 기록중에는.....
현재 신세계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실험실의 주소도 있었다.
"쌤, 저를 5년동안 가르쳤으면 슬슬 선생님 말은 안 듣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 계셨어야죠.
이래봬도 키보가미네 학원 벌점 순위 부동의 1등이라는 자부심도 있는데. 안 그래요?"
아카마츠는 그렇게 짓궃은 미소를 지으며, 몰래 챙겨온 메모장에다가 정신없이 실험실의 주소를 받아적었다...
- 이어집니다. -
DICE
오마 코키치 - 생존
사이하라 슈이치 - 생존
하루카와 마키 - 생존
아마미 란타로 - 생존
토죠 키루미 - 생존
학생회
요나가 안지 - 생존
유메노 히미코 - 생존
챠바시라 텐코 - 생존
고쿠하라 곤타 - 생존
키보 - 생존
중립
신구지 코레키요 - 생존
이루마 미우 - 생존
시로가네 츠무기 - 사망
모모타 카이토 - 사망
호시 료마 - 사망
아카마츠 카에데 -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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