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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뱀파이어 세계의 앨리스 1막 1장 上

아우터(211.52) 2018.02.10 03:34:12
조회 1357 추천 0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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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if] -->

<뱀파이어 세계의 앨리스>

 

1 1. 내 이름은 앨리스

 


<!--[endif] -->

하나, 사람들이 뱀파이어에 대해 갖는 흔한 오해중 한 가지가 십자가 공포증이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아주 오래전의 뱀파이어들은 실제로 그랬다. 그 시대엔 무신론이 보편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럽인이 뱀파이어가 되면 십자가를 두려워했고, 무슬림이 그리 되면 초승달을 두려워했다. (멀리 떨어진 동양의 나라들은 어땠는지 모르겠다. 듣기론 그들 나름 고유한 신앙의 상징을 두려워했다 한다.) 뱀파리즘을 신에게서 버림받은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중세인들에겐 그것은 최악의 형벌이었다.


하지만 십자가만으로 뱀파이어를 죽일 순 없다. 그저 약간 불쾌해서 먼 곳에서 표식이 보인다면 피해서 돌아가고, 교회 같은 곳은 가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 조차도 의지만 갖춘다면 우리를 도망치게 할 정도로 강한 힘을 내지는 못했다. 세월이 지나 내성까지 생기면 겁조차 생기지 않는다. 간혹 우리 존재를 다룬 영화를 보게 되면, 커다란 십자가를 보여주며 우릴 죽이는 장면이 나올 때는 헛웃음이 터졌다.


내 경우에는 아무 느낌도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것도 아주 자신 있게. 난 인간이었을 때부터 신을 믿지 않았으니까.


눈앞의 남자도 마찬가지다. 이 뱀파이어의 경우에는 꿈에서만도 수십 번은 죽었어야 했을 거다. 집안에 온통 십자가 천지다.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문에도 걸려있고, 책상 위에도 걸려 있다. 그뿐 아니라 예수의 성화상도 있고, 성모 마리아의 조각상까지 있다. 크리스찬 뱀파이어인 것이다.


하하. 이게 얼마나 웃기는 말인가! 인간이 이런 뱀파이어를 만난다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아마 황당해서 말문이 막히겠지. 요즘 세상엔 이런 웃기는 뱀파이어들이 널렸다. 인간에게 쫓겨 다니던 시절에는 그토록 그네들의 관습과 신념을 경멸했던 존재들이, 인간이 사라지니까 그 당시의 관습을 모방하려 든다. 정말 오래 살다보니 별 꼴을 다 본다.


인간으로 살 때에 크리스찬이셨어요?”

신학대학을 다니던 학생이었어. 신부가 되고 싶었거든.”

갓 뱀파이어가 되었을 적에 무척 힘드셨을 것 같아요. 그 기분을 뭐라 해야 할지.......”

말로는 표현 못하지. 병이 낫고 난후에 깨어나자마자 눈앞에 보였던 사람의 목을 물어 뜯었어. 정신을 차려보니 내 어머니와 남동생이었더군. 너무나 놀래서 아버지가 오기 전에 병원에서 도망쳤어. 대전쟁 때에도 살인은 했지만 피를 빨진 않았어. 아버지 생각이 났거든.”


뻔한 신파적인 비극 스토리가 이어질 것 같다. 틀림없이 오랫동안 신을 저주했을 것이다. 뱀파이어라는 새 정체성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겠지. 정말 그때 이후로 사람 피를 빨진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인공 혈액을 저렇게 맛있게 먹고 있는걸 보면 그랬을 듯하다.


진짜 넌 마시고 싶지 않아?”

그가 나에게 인공 혈액이 담긴 유리잔을 건네면서 또 한 번 권유했다.


괜찮아요. 여기 오기 전에 많이 마셨는걸요.”

그래. 네가 결정할 일이지.”


그가 수긍하며 잔을 물리는 행동을 보면서 다시 속내에서 구역질이 느껴졌다. 애써 참을려니 화가 솟구친다. 흡혈은 하지 않으면서 열다섯 정도 밖에 안 되는 여자애는 잘도 만질려고 든다. 인간과 다름없이 위선적이다. 아니 그보다 더 하다! 최소한 인간들은 자기들이 나약한 존재란 사실은 알았다.


넌 어땠어? 네가 뱀파이어로 부활했단 사실을 쉽게 받아들였어? 실제 나이는 몇 살이야?”

저도 당신만큼이나 힘들었어요. 부모님을 죽인 것도 똑같았고요. 내 나이는 이백 살쯤 되요.”

. 미안해. 외모로만 판단해서 초면부터 반말을 했어. 뱀파이어 나이론 거의 비슷한데. 지금 사과해도 될까?”


전부 다 거짓말이다. 난 인간으로 살던 때부터 고아였다. 부모를 모르는데 죄책감 따위가 어디 있나. 이백 살이라 말한 이유는 경계심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고대 뱀파이어라 밝힌 다면 이런 평범한 풋내기들은 겁부터 지레 먹는다. 내 뱀파이어 나이는 천 년이 넘는다!


괜찮아요. 이런 외모에 익숙해져서, 존중을 넘 과하게 해주면 오히려 더 어색해요.”


나는 침대에 허리를 기대고 있는 그의 외모를 자세히 보았다. 어두운 방안에서 오렌지색 램프의 조명을 받으니 훨씬 더 잘생겨 보인다. 갈색 곱슬머리는 곱슬 답지 않게 정갈했다. 퍼머를 해서 웨이브를 넣었나 보다. 짙은 눈썹 아래에 눈은 크고 등굴었고 색상은 푸른빛이었다. 턱선과 콧날도 매끄러웠다.


이 남자의 특별한 능력은 대체 뭘까? 천 년을 넘게 살아온 뱀파이어의 지각이 평범한 남자는 아니라고 말해주는데, 어떤 능력인지 종잡게 해주진 않는다. 아름다움이란 능력은 이미 갖췄으니 더는 필요 없다. 어쨌든 내 감각을 믿어야 겠다. 천 년 동안 발달시켜온 감각이 설마 거짓말을 하겠는가.


네 이름은 뭐야? 나는 애설스탠이야.”

앨리스. 내 이름은 앨리스에요.”

그래. 이름도 얼굴만큼이나 예쁘구나. 만나서 정말 반가워. 근데 너 어딘가 꽤 이국적으로 보인다.”


나는 굳이 대답을 하진 않았다. 고개를 끄덕이며 입술에 억지 미소를 띄어줬다.


그가 몸을 일으키더니 나에게로 다가왔다. 나는 입술을 열고 그의 키스를 받아들였다. 부드러운 혀가 내 혀끝을 간지럽혔다. 따뜻하고 촉촉한 피부였다. 이 남자의 아름다움은 꽤 강한 능력이다. 하지만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애설스탠?”

?”

레드 드래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아직도 그 이름을 말하는 뱀파이어가 있네. 사라진지 10년이 넘었잖아.”

그냥 궁금해서 그래.

쓰레기들일 뿐이지.”


욕지기가 치밀었지만 당장은 꽉 억눌렀다. 완전히 마음을 놓을 때를 기다려야 한다. 내 입장에선 풋내기일 뿐이지만 뱀파이어의 억센 생명력을 무시해선 안 된다. 그래도 이백 년을 넘게 살아온 뱀파이어가 아닌가.


그의 뜨거운 숨결이 내 귓불에 와 닿았다. 숨결이 점점 거칠어진다. 그의 아랫도리도 팽창해서 내 허리를 압박해온다. 사정을 받아들일까, 잠깐 고민해봤다. 하지만 이 우스개 희극을 끝낼 때가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네들이 정말 사라졌을까?”


그가 내 얼굴을 볼려는 듯이 몸을 일으키려 했다. 나는 그와 눈을 마주칠 마음이 없었다. 목이 내 얼굴위로 올라오는 순간, 그 하얀 목덜미에 이빨을 박아 넣었다.


으아아아아악!”

그가 비명을 질렀다. 나는 더 강하게 송곳니에 힘을 줬다. 부드러운 살결 안으로 이빨이 더 깊숙이 들어갔다.


아아아아아아아!”

뜨거운 피가 내 목젖 안으로 콸콸 쏟아져 들어왔다. 그는 내 가슴과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며 반항을 했지만 천 년을 넘게 살아온 내 몸의 힘을 이길 순 없었다. 목을 두 팔로 끌어안고, 얼굴을 바싹 붙여서 더 강하게 조였다. 꽤 오랜만에 피를 마시는 것이라, 피를 넘기면 넘길수록 강해지는 내 힘이 느껴졌다.


쿨럭!

그가 기침을 몇 번 내뱉으니 침대 시트위와 내 머리 위로 핏방울들이 우수수 쏟아졌다. 그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나는 팔에 쥐고 있는 힘을 조금 느슨하게 했다. 그가 쓰러지며 침대 위에서 몸을 뒹굴었다. 나는 발로 걷어차 그의 몸을 바닥으로 가뿐하게 떨어뜨렸다. 목재 바닥에 시커먼 피가 뿌려졌다.


네까짓 게 뭔데 레드 드래곤을 욕해? 드래곤들이 너 같이 나약한지 알아? 그들이야 말로 진짜 뱀파이어야. 피 마시는 게 겁이 나서 이빨조차 드러내지 못하는 네놈들하고 다르다고!”


나는 그의 배를 연거푸 걷어찼다. 그는 반항하지 못하며 단지 배를 두팔로 끌어안고 뒹굴 뿐이었다. 배를 팔로 안으면 등을 걷어찼다. 퍼덕퍼덕 몸을 뒤트는 것이 꼭 프라이팬에 구워지는 산새우 같이 보여 웃음이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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