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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미사키 x 리사 #17 - 1 화

ㅇㅇ(175.210) 2019.10.01 21:05:40
조회 799 추천 28 댓글 8
														


아직 저녁이지만 새벽감성으로 봐주어... 


***

  

  숨이 턱 끝까지 찬다는 말이 있다. 나는 항상 헬로, 해피월드의 라이브를 할때면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다. 무거운 인형탈을 쓴채로 보컬인 코코로의 텐션에 맞추다보면 자주 천국에 계신 천사님들과 인사를 주고받는다.

  

  검은 옷들이 꾸준하게 미쉘의 옷을 개조하고, 내가 익숙해지면서 조금씩 숨이 차오르는 시간이 늦춰지고 있지만 아직도 나는 라이브를 하면 숨이 찬다. 

  

  또 숨이 차오를 때가 있다. 리사씨가 그 사람과 둘이 있는 모습을 볼 때 나는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다 못해 밖으로 분출되지 못하는 공기에 눌려 질식당할 것만 같다.

  

  점점 높아지는 공기의 압력은 내 폐를 먼저 찌그러트리고 갈비뼈를 깨부신다. 산산히 흩어지는 뼛조각은 심장을 찌르고 튀어올라 목을 찌르고 피를 토하게한다. 그도 모자라 기도를 뚫고 머리를 짓누른다. 

  

  뇌압에 눌린 눈은 점점 망가져가고 짜그라지고 쪼그라들어 기능을 상실하고 결국 보이는 것은 어둠뿐이다.

  

  남은 팔다리가 어둠 속을 더듬으며 길을 찾아 헤매지만, 내가 가야할 길은 없다. 

  

  그러나 리사씨가 힘들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섰다. 코코로와 양대산맥을 이룰 정도로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사람이 힘들다는 말을 하다니. 

  

  앞서 리사씨가 내게 했던 이야기들이 전부 기억속에서 사라질 만큼 충격적인 말이었다.

  

  누구나 크고 작든 힘든 일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저 흘리듯 말한 것 뿐일지라도, 리사씨의 입에서 나온 힘들다는 말의 무게는 나에게 너무나도 크게 느껴졌다. 나는 리사씨를 많이 알지 못했지만 겉핥기로 겪었던 리사씨는 어렵다는 말은 해도 심적으로 힘들다는 말을 내뱉을 사람이 아니었다. 

  

  그만큼, 내게 의지할만큼 나는 리사씨와 가까워진걸까…. 리사씨가 나를 믿어주는 걸까? 내가 옆에 있어도 되는걸까? 

  

  다시 차오르는 숨은 나의 머리를 괴롭힌다. 점점 하얗게 물들어가는 내 주위에 남은 것은 망막에 맺힌 리사씨의 형상 뿐이다.

  

  뒤이어 이어진 우울해진다는 말에 나는 입었던 잠옷을 벗어던지고 겉옷을 꺼내 입었다. 과장을 조금 보태서 나는 지금 리사씨가 이 세상을 떠나려는 선택을 하기 일보 직전으로 보였다. 

  

  그냥, 평탄한 어조. 아니, 조금 톤이 떨어진 목소리. 휴대폰을 귀에 가까이 대고 있지 않았다면, 알아차리기도 힘들 차이. 오늘은 카레라이스를 먹었다. 라는 간단한 사실을 말하는 것 같은 말투에도 서늘한 한기가 등을 쓸고 지나갔다. 

  

  비참한 말로를 택한 사람들은 끝을 맞을 때 까지 계속해서 살고싶다는 제스처를 취한다고 한다. 왜 인지 리사씨의 말은 끝끝내 좋지 않은 선택을 했었던 사람들 처럼 나에게 마지막 시그널을 보내는 것 같았다.

  

  저녁 설거지를 끝내고 티비를 보고계신 어머니께 친구네 집에 다녀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나는 버스정류장을 향해 있는 힘껏 달렸다. 도착한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1분이 1년 같았다. 익숙한 소음이 들리자 용캐 챙긴 지갑에서 교통카드를 꺼냈다. 

  

  어떻게, 어디에 가는 거였지? 나의 눈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달리는 버스의 진동만이 내가 버스에 탔음을 느끼게 했다. 그 진동이 너무도 미미해서 운전수칙을 준수하며 안전운전을 하는 기사님을 괜시리 원망한다.

  

  테이프에 녹음 된 목소리가 좋은 여자분의 안내가 몇 차례 이어지고 몇 번이고 내리고 싶었던, 머릿속에서는 수 없이 내렸던 그 정류장에 도착한 나는 몸이 이끄는대로 다리를 움직였다. 

  

  리사씨에게 전화할 여유도 없었다. 휴대폰을 꺼내고 손에 들고 번호를 누르고 신호를 기다리는 그 시간조차 내겐 너무 아까웠다.

  

  평소라면 하늘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점점 사라지는 빛의 풍경을 보며 공상에 잠길것이다. 하지만 나의 눈에는 흐릿한 그녀의 형상과 회색과 검은색, 주황색, 흰색 그 이외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도로와 벽을 메운 아스팔트는 회색, 해가 사라진 하늘은 검은색, 분수처럼 쏟아지는 가로등 빛은 주황색. 라이브때보다 더욱 몸을 혹사하며 내뱉는 나의 숨은 흰색.

  

  여기 어디쯤이었는데…. 

  

  나는 다급하게 주위를 둘러본다. 환한 불빛 사이로 참으로 보기 싫었던 커튼의 그림자가 비춘다. 여기다. 나는 피맛이 느껴지는 침을 삼키며 초인종을 누른다. 

  

  "누구세요…."

  

  나의 상상과 다른 모습에 나는 안심한다. 무의식적으로 리사씨에게 다가가 끌어안았다. 이제는 바람을 타고서만 느낄 수 있는 리사씨의 달큰한 향이.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내 몸에 알린다. 

  

  "미사키? 뛰어온거야? 왜 이렇게 몸이 젖었어?"

  

  나는 리사씨에게서 떨어졌다. 리사씨의 멀쩡한 모습을 보자 얼마 없는 연료를 불태워 나를 목적지에 데려다준 몸이 삐걱삐걱대기 시작한다. 지금 긴장을 풀면 만화영화에 나오는 고장나버린 자동차처럼 폭삭 주저앉아버릴 것이다. 

  

  "…버스가 늦어서요. 조금 뛰었어요."

  "……."

  

  당신이 걱정되서 이렇게 죽도록 뛰어왔어요. 라는 말은 죽어도 하지 못하는 나는 심각한 부끄럼쟁이다.

  

#


  들어와. 

  

  리사씨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만이지. 딱 한 번 왔었을 뿐인데, 굉장히 그리운 기분이 들었다.

  

  아, 저 쇼파. 저기에 앉아 저물어버린 하늘을 보며 1년 뒤의 우리에 대해 생각했었다. 1년은 무슨, 반 년도 안되서 관계가 무너져버렸다. 과거의 나는 참으로 자만 가득한 놈이었다. 

  

  그리고 부엌, 저기서 리사씨가 만들어준 저녁을 먹으며…. 아, 으아, 또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잠에 덜 깬 채로 디저트니 에피타이저니 뭐니 하는 소리를 지껄였었다. 정말, 그 이후로 한동안 내 이불은 먼지털이가 필요 없을 정도로 뻥뻥 차였다. 

  

  "미사키?"

  

  리사씨는 거실 불을 끄려는 듯 스위치 위에 손을 올린 채로 계단 근처에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죄송해요."

  

  나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계단으로 올라가자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내 등 뒤로 어둠이 몰려왔다. 

  

  남의 방에 방 주인보다 먼저 들어 갈 수 없으니 나는 리사씨의 방 문 앞에서서 리사씨를 기다렸다. 마치 수도꼭지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수면 위로 톡톡 떨어지는 것 같이 맑은 나무소리가 몇 번 울리고 리사씨의 모습이 완전히 드러났다.

  

  잠옷차림임에도 어딘가 요염한 모습에 나는 리사씨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나는 아무리 기다려도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다시 리사씨를 볼 수 밖에 없었다. 

  

  평범한 직선패턴의 분홍색 잠옷, 그늘진 둔덕에 웨이브 진 붉은 기가 도는 갈색 머리가 흐트러져있고, 살짝 벌려진 옷 사이로 보이는 목을 타고 올라가면 리사씨가 살짝 묘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주친 눈에 나는 다시 시선을 피한다. 

  

  "…잠옷 꺼내줄게."

  

  잠옷? 나는 시간을 떠올린다. 지금 뛰어가면 막차는 탈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매우 지쳐있고, 우울하다는 리사씨를 혼자 둘 수 없는 노릇이니 여기서 잠을 자야했다. 

  

  "그러면, 고맙죠."

  

  드디어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나는 문을 조금 더 젖혀 얌전히 서있었다. 이 방도 오랜만이구나. 여기서 리사씨랑, 그…. 몹쓸상상이 떠오르기 전에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여깄어, 화장실은 어딘지 알지?"

  "저, 수건 좀 쓸게요."

  "뭘, 그런걸 물어보고 그래, 마음대로 써도 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사씨에게서 잠옷을 받아들고 기억을 토대로 화장실에 들어갔다. 

  

  축축하게 땀에 젖어 잘 벗어지지 않는 옷을 간신히 벗어 걸어두고 세면대에 물을 받아 손과 얼굴 그리고 목을 씻었다. 아예 다 씻을까. 나는 고민하다가 머리를 묶어 올리고 간단하게 샤워를 했다.

  

  벽장에서 수건을 꺼내 몸을 닦아내고 잠옷을 입어야 하는데, 이거 그때 그 잠옷 맞지? 되게 유치한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던 그 잠옷. 팔랑팔랑한 레이스를 보니 맞는 것 같다. 

  

  나는 잠옷과 눈싸움을 하다가 한숨을 푹 내쉬고 잠옷을 껴입었다. 수건을 빨래통에 집어넣고 벗어놓은 옷을 정리한 후 밖으로 나와 리사씨의 방으로 갔다.

  

  "아하하하, 다시 봐도 잘 어울리네."

  

  거울로 이미 내 몰골을 전부 확인한 터라 리사씨가 웃는 포인트도 낱낱이 알 것 같아 더욱 수치스럽다. 그러나 리사씨가 웃는 모습이 좋으니까 나는 얌전히 광대가 되어주었다.

  

  배를 잡고 침대를 팡팡 치며 웃던 리사씨가 이제 진정이 됐는지 눈물을 닦고 자기 옆자리를 팡팡쳤다. 나는 리사씨가 팡팡친 자리보다 살짝 떨어져서 앉았다.

  

  리사씨는 내가 떨어져 앉은 것보다 더 가까이 내게와 앉았고, 나는 더 멀리 떨어져앉았다. 다시 한 번 리사씨가 가까이오고, 나는 멀어지려했으나 좁은 침대는 벌써 끝자락이었다. 

  

  더 이상 피할 곳이 없어서 나는 일어서려했으나 내게 푹 안기려는 제스처를 취하는 리사씨가 떨어질까봐 얌전히 몸을 받아주었다.

  

  두 사람의 온기가 맞닿고, 한 순간의 정적. 오랜만에 느껴보는 몸이 꽉 들어차는 질감. 

  

  "오늘, 와줘서 기뻤어. 요즘 너무 힘들었거든, 좋아하는 사람과 가까워질수가 없어서."

  

  리사씨가 내 어깨에 얼굴을 기대었다. 굳어버린 나는 움직일 수도 아무말도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좋아하는 사람이 직접 내게 찾아오니까 너무 기뻤어."

  

  들이쉬고 내쉬는 숨에 따라 퍼지는 달큰한 향기와 야릇한 숨소리. 말 한마디가 이렇게 어떤 꽃보다 향기로울 수 있을까.  

  

  "미사키, 아직도 단추 푸는거 좋아해?"

  

  내 손을 이끄는 이 손과 단추를 풀어내리는 내 손 중 어느 손이 더 뜨거울까. 

  

  방 안을 가득 채워가는 더운 열기, 배꼽 아래서 더욱 불을 지피는 감각, 피어오르는 꽃이 줄기를 뻗어 나를 옥죄고 점점, 숨이, 차오른다.

  

  ***


  나는 조금 설레였다. 세탁한지 얼마 안 된, 빳빳하게 다려진, 아직 섬유유연제의 향이 가시지 않은 잠옷이 미사키가 흘린 땀에 의해 젖어버렸음에도. 미사키가 내게 오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욕탕에 들어가 다시 씻은 몸이 미사키의 체취에 덮혀버렸음에도.

  

  나는 조금, 아니 많이 설레였다. 올곧이, 간절하게 나만을 담고 있는 두 눈에 처음 반해버렸던 순간이 떠올랐다. 

  

  미사키는 항상 나를 위한 겉옷을 들고다녔다.

  

  한낮의 태양이 아스팔트를 뜨겁게 데우던 날이었다. 그러나 저녁이 되자 아지랑이처럼 흔들리던 낮이 신기루였는지 쌀쌀한 바람이 불었다.

  

  내가 조금 움츠라드는 걸 눈치채고 자신의 옷가지를 덮어주던 그 날부터 계속.


  미사키의 가방 속에서 물병을 꺼내다 발견한 한 켠에 곱게 접어져있는 시원한 향이 나던 겉옷을 본 순간처럼, 미사키와의 기억들이 휘몰아치고 마음에 새로운 사랑이 싹텄다. 

  

  "…버스가 늦어서요, 조금 뛰어왔어요."

  

  이 쌀쌀한, 겨울이 다가오는 파란 계절에

  

  초록빛 여름이 몰고 온 소낙비에 온 몸이 젖은채로 담담히 나를 보내던 그 날과 달리 

  

  내게 오겠다는 말 한 마디를 먼저 보내고 , 숨이 차 목소리가 갈라질 정도로 달음박질쳐 흠뻑 젖어버린 몸을 이끌고 내게 찾아온 사람이 마음을 촉촉히 적셨다.

  

  아련하게 집안을 더듬어가는 시선도, 부끄러워서 나를 보지 못하는 주제에 대담하게 아래에서 부터 나를 더듬어가는 시선도, 모두 나를 기쁘게했다.

  

  젖은 옷에 드러나던 윤곽을 덮어버린 우스꽝스러운 잠옷을 다시 입은 모습. 또 민망해 하는 모습. 

  

  미사키는 꽤나 투덜대는 성격이다. 자신의 선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에 꼭 토를 달았다. 민망하다는 건 미사키의 마음속 선을 넘은 일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미사키는 내게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평소라면 절대 입을 일 없을 옷을 입고말이다.

  

  그래, 너는 나를 좋아해. 나는 또 이렇게 너의 애정을 보고 만족해하지. 근데 만약 네가 나에게 우스운 옷 따위 입히려고 하지말라고 싫어하는 틸을 내도 화를 내도 아마 난 좋아할 것 같아. 예전엔 네가 날 좋아하니까 널 좋아했지만, 이제는 너니까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아. 

  

  헤아리기 어려울 만큰 깊은 곳에서 고요히 타오르던 불꽃을 모르고 대지를 파헤쳐, 쌓아올린 모든 것을 태워먹어보니 아무래도 상관 없어졌달까, 아니면 사실 내 사랑이 무거웠던 걸까.

  

  "오늘, 와줘서 기뻤어. 요즘 너무 힘들었거든, 좋아하는 사람과 가까워질수가 없어서."

  

  사람의 생각은 정말 사소한 곳에서 드러난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도 나는 사람들의 사소한 몸짓을 놓치지 않는다. 이렇게, 숨이 닿을 거리에 있는 너의 표정은 놓칠래야 놓칠 수 없다.

  

  '힘들었다.' 라는 말에 눈썹을 내리고 가득 걱정을 담다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말에 미간을 찌푸리고 가라앉는 눈동자. 살짝 삐죽이는 입술에 내 입술을 누르고 싶었지만 여전한 착각을 바로잡아야 하기에 참는다.

  

  "그런데, 좋아하는 사람이 직접 내게 찾아오니까 너무 기뻤어."

  

  혼란스러운 눈빛, 진심을 찾아 더욱 깊어지는 미간, 가까워지는 사실에 다시 반짝이는 눈동자. 귀여워.

  

  "미사키, 아직도 단추 푸는거 좋아해?"

  

  미사키의 손을 잡고 내 잠옷 단추위에 놓는다. 맞닿은 손이 뜨거워, 좋아. 

  

  하나하나씩 풀려가는 단추, 열린 곳 사이로 닿는 공기. 아, 엄청, 야한 빨간 속옷을 입었는데, 이번에도 미사키는 제대로 못볼 것 같네.

  

  상의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나는 미사키의 목에 손을 감았다.

  

  ***


으흑흑 다시읽기고 뭐고 오쿠사와상 생일이 끝나기 전까지 레섹 못쓸 것 같아서 전반만 올림니다 ......... 


구와아아앙아ㅏ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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