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전부 거짓말이에요.
(후시 녹음된 함성과 박수 소리가 들려온다. 이내 차에서 내리는 여성이 화면에 잡힌다.)
나레이션1 : 오늘의 몰래카메라 42번째 주인공! 초절정 인기 걸그룹 레드라인의 리더, 릴리!
(자막이 나타난다.)
(자막 '이름 : 릴리')
(자막 '특징 : 그룹 레드라인의 리더로 겁이 많음. 무대 위에서 폭죽 소리에 놀라 운 경력 있음.')
(후시 녹음된 웃음.)
나레이션1 : (동일한 자막.) 돌발 상황에서 순수 섹시 걸그룹의 리더 릴리의 반응은?
여성1 : (콧노래.)
(여성1이 하이앵글로 찍힌다. 큰 건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오른다.)
(자막 '42탄 주인공, 릴리 등장!')
(자막 '기분이 좋아보이는 제인 뭐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걸까?')
(화면 전환. 자막 '사전에 설치된 SW엔터테인먼트 본사 건물 CCTV로 촬영된 영상.')
(이후 특별한 언급 없을 시 자막 생략.)
(화면에 핸드폰을 보고 있는 여성2,3가 등장한다.)
여성1 : 하이.
여성2 : (코웃음.) 뭐냐. 존나 안 어울리는 인사는.
여성1 : 이미지 관리 해야지. 우리도 이제 월클 아니야 월클.
여성3 : 언니 지랄마. 지연이 언니 약 끊기 전까지는 절대 월클 못 돼.
여성1 : (미간을 찌푸리며.) 너 아직도 약 해?
여성2 : 아 씨발년아 말하지 말랬지.
여성3 : 주삿바늘이나 가리고 말해. 약하는 거 세상 사람들한테 다 광고하고 다니는 게 어디 미친 년인데.
여성2 : 뭐? 미친 년? (자리에서 일어나며.) 씨발년아 뒤질래?
여성1 : (한숨.) 제발 좀 그만 싸워라 좀. 나 진짜 무서워 죽겠다고.
여성2 : (코웃음.) 너는 뭐 멀쩡한 척하네. 그렇게 착하면 하정인 왜 그렇게 무시하는데?
여성1 : 내, 내가 언제?
(남성 1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다.)
여성2 : 어, 근돼 어서오고.
남성1 : (큰 소리로.) 그만! 그만 좀 싸워라 이 미친새끼들아. 돈도 잘 벌리고 인기도 많아지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야?
여성2 : 그러니까 말이야. 이렇게 우리가 예쁘고 인기 많은데 좀 썅년 처럼 지내는 게 뭐가 문제야? (옷자락을 내리며 가슴께를 드러낸다. 여성2가 목소리를 하이톤으로 바꾼다.) 오빠, 나랑 하고 싶어요?
남성1 : (깊은 한숨.) 제발, 지연아 너 학폭 덮는 걸로 얼마나 썼는 줄 알아? 돈이면 다 되는 줄 아는 것도 정도가 있어 정도가.
여성2 : 그만큼 벌어다 주잖아.
남성1 : 또 그만큼 깨질까봐 그러지! 너네 이미지 씨발 나락 가는 거 한순간이라니까? 임하정도 그만 좀 괴롭혀.
여성2 : 어머, 내가 언제? (볼을 부풀린다.)
남성1 : 뭐 불쌍하지도 않냐? 좀 잘 좀 지내보라고. 그냥 애잖아 애. 그러다가 걔가 폭로같은 거라도 하면 어쩌려고?
여성3 : (비웃음.) 걔가? 지랄.
여성2 : (큰웃음.) 걔가 씨발 자살을 했으면 했지 뭔 폭로야.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해.
남성1 : 아무튼, 그냥 좀 찐따라고 싫어하지 말고 잘 좀 어떻게 해보라고 좀.
여성2 : 에에.
남성1 : (주변을 둘러보다가.) 근데 얜 어디갔냐. 매번 1등으로 오지 않았나?
여성2 : 몰라요. 자살이라도 하나보지.
(여성1이 창문을 연다.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어 한까치를 입에 문다.)
(창문 뒤로 무언가 떨어진다. 여성1이 놀라 담배를 놓치고 뒷걸음질 친다.)
나레이션1 : (동일한 자막.) 어? 방금 창밖으로 무언가 지나갔다. 다시 한 번 슬로우 모션으로 보자.
(화면 전환. 창문이 클로즈업 된다. 사람의 인영이 거꾸로 아주 천천히 떨어진다. 떨어지는 여성의 얼굴이 클로즈업 된다.)
(자막 '상황설정.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와중 사이가 그렇게 좋지 않은 멤버들.)
(자막 '상황설정. 그러던 와중 결국 자살하고 마는 왕따 당하던 그룹 멤버. )
(화면 전환. 여성1의 얼굴이 클로즈업 된다. 확장된 동공을 비추는 와중에 아주 작은 소리로 둔탁한 무언가가 땅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여성1이 소릴 듣고 얼굴을 가린다. 큰 비명.)
(자막 '첫 번째 돌발상황, 레드라인의 멤버 키이라, 투신 자살!')
(화면 전환. 수많은 자료 화면이 떨어져 내린다.)
(인터넷 덧글 '얘네 뭐 저번에 학폭 논란도 있지 않았나? 뭐 화이트인지 뭔지 하는 애가 중학교 때부터 학폭 했었다며.')
(인터넷 덧글 '딱 얼굴 보면 모름? 학폭 존나 하게 생겼구만. 나는 보자마자 고등학교 때 생각나더라.')
(인터넷 덧글 '와 옛날 버릇 못 주고 같은 멤버까지 왕따 시킨 거야?')
(인터넷 덧글 '요즘 시대에 ㅋㅋㅋㅋㅋ 와 진짜 완전 일찐인가보다. 같이 일하고 돈 버는 애를? 어떻게 그나이 쳐먹고도 그런 버릇 못 고치네.')
(인터넷 덧글 '다 사형시켜라! 인간 같지도 않은 것들 캬악~ 퉤!')
(화면 전환. 떨어지는 주식 그래프들과 레드라인 멤버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몇 명의 사람들이 화면에 잠깐 잡힌다.)
(사회자1과 사회자2가 잠시 화면에 잡힌다.)
사회자1 : (카메라 위쪽을 보면서.) 저희는 아직 등장하면 안되는 거죠?
사회자2 : 네 아직 두 씬 정도 남았으니까요.
사회자1 : 이번엔 제대로 속은 거 같아요. 아까 릴리 표정 봤어요?
사회자2 : 네.
사회자1 : (웃음.) 야 벌써 기대가 되는데요. 다들 준비 되셨나요?
전원 : 네!
(화면 전환. 카메라가 분주하게 움직인다. 카메라 안에 수많은 기자들이 잡힌다.)
(자막 '레드라인 인터뷰 직전!')
(건물 안에서 여성1이 모자를 눌러 쓰고 걸어나온다. 카메라 플래쉬가 터져나오고 기자들이 마이크를 들이민다.)
기자1 : 이수지씨! 이수지씨! 한 말씀부탁드리겠습니다!
기자2 : 임하정씨가 그룹 레드라인 내에서 수많은 괴롭힘을 당했다고 하는데 사실입니까? 이수지씨는 이를 보고도 묵과하셨다는데 해명해주십쇼!
기자3 : 이수지씨가 임하정씨의 따돌림을 주도하셨다는데 사실입니까?
여성1 : 네? 그게 무-
남성1 : (여성1의 머리를 푹 누르고 빠르게 앞으로 걸어나가며.) 그냥 가 그냥. (차 안에 여성1을 밀어넣는다.)
(화면 전환.)
남성1 : (의자에 드러누우며.) 씨발.
여성1 : (허공을 멍하니 바라본다.)
여성3 : 우리 이제 어떡해요?
남성1 : 뭘 어떡해! 개 씨발 그렇게 좀 적당히 하라니까. 어떻게 막을 수도 없고 (머리를 거칠게 긁는다.) 아오! 씨발 제대로 좆됐네.
남성1 : (여성1을 힐끔 바라본다.) 쟨 왜 저래.
여성3 : 낸들 알아요. 임하정 뒤지고 매일 저래.
여성1 : (약간 허탈한 표정으로.) 너는 괜찮아?
여성3 : (짜증난 투로) 당연히 안 괜찮지. 우리 좆됐다는 거 못들었어?
여성1 : (눈빛에 약간의 경악이 물든다.)
남성1 : 일단 좀 가만히 있어보자. 그냥 원래 우울증을 좀 앓고 있었다 정도로 퉁쳐버리면 못 묻을 정도는 아니니까. 일단 샅샅이 뒤졌는데 유서는 안 나왔으니까.
그냥 우발적 자살 뭐 이런 걸로 적당히 넘어가면 될 거야. 대표님도 아직은 가능성 있다고 하셨으니까. 한 1년 정도 어떻게 푹 쉬어보는 쪽으로 가자.
여성1 : 그게 다에요?
남성1 : 뭐 변호사 선임하고 이것저것 하겠지만 니들이 할 건 없으니까. 그게 다지 뭐.
여성1 : 아니 그게 아니라, 어떻게 이게 다에요.
남성1 : (짜증난 투로.) 아니 아까부터 씨발 자꾸 뭔소리야? 너 씨발 돌았어? 뭐 어린 미친년 하나 건물에서 떨어진 거 봤다고 뭐 아주 천사라도 된 거 같아?
여성1 : (말문이 막힌 표정.)
남성1 : 씨발 지가 병신이라 뛰어 내린 걸 뭐 어쩌라고? 뭐 내가 대신 죽어주리? 어? 내가 여기서 굶어 죽으면 그년이 살아 돌아와? 아니잖아 씨발. 자꾸 짜증나게 하고 있어 미친년이. (벨소리가 울린다.) 예 여보세요. (잠깐 듣다가 놀란 표정을 짓는다.) 예? 뭐가 나왔다고? (표정이 서서히 창백해지기 시작한다.)
(자막 '두 번째 돌발 상황. 결국 발견되고 마는 그녀의 유서! 유서의 내용은 더욱 충격적이다.')
(화면 전환. 편지지가 화면에 노출된다.)
(편지 전문을 여성4가 직접 읽는다.)
여성4 : (청아한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여러분들 누가 이 글을 찾아 읽어주실지 모르겠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남에게 무슨 말을 한다는 일이 정말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드리는 말조차도 솔직하게 드리지 못하고 조용히 숨어 적고 있어요.
사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요. 저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도 아니라서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유서에 무슨 말을 어떻게 적어야 하는지 잘 알게 되는 걸까요?
유서를 잘쓰자고 다른 사람들 유서를 찾아 읽어보는 건 너무 슬픈 것 같아서 그러지 않기로 했어요.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냐면요. 사실 연예인이 된 걸 후회하지는 않았어요.
누군가가 내 노래를 듣고 춤을 추는 걸 보고 힘을 얻었다는 얘길 들으면 되게 기뻤거든요.
가끔 사람이 너무 많거나 또 말을 너무 많이 하고 나면 좀 피곤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견딜만 했어요.
부모님이 없지만 저희 보육원 원장님이 저를 친딸처럼 키워주셨구요. 자주 만져주셨어요.
SW엔터테인먼트 직원분들도 매니저 오빠도 대표님도 저를 친딸처럼 만져주셨어요.
그래서 견딜만 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나는 나를 사랑해주시는 여러분들 덕에 여기까지 와서 견딜 수 있었어요.
레드라인 언니들도 다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레드라인 언니들은 조금 어려운 걸 좋아하니까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나는 이 세상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거 같아요.
어렸을 때 친했던 보육원 언니가 그랬어요. 어딘가에는 저희도 잘 보듬어줄 수 있는 좋은 세상이 있을 거라구요.
저를 보듬어줄 수 있는 세상은 여기가 아닌가봐요.
사랑해줘서 고마웠어요. 죄송해요. 미안해요.
(화면 전환. 남성1이 방 한구석에서 목을 매달고 있다. 혀가 축 늘어져 있다. 바닥이 더럽다. 15초. 화면 효과 없음.)
(화면 전환. 남성2가 욕조에서 누워 있다. 물이 계속 흐른다. 핏물이 다 빠져 말라있다. 15초. 화면 효과 없음. 물 흐르는 소리.)
(화면 전환. 건물 옥상 위를 탑뷰 형식으로 찍는다. 남성3이 흐느껴 운다. 옥상에서 뛰어내린다. 약 4초 뒤 둔탁한 충격음. 15초. 화면 효과 없음.)
(자막 '세 번째 돌발 상황. 인기 아이돌 키이라의 주변 인물들까지 전부 자살. 상황은 더 파국으로 치닫기 시작하는데.')
(화면 전환. 여성2가 나체에 동공이 풀린 상태로 등장한다. 남성4는 벌거 벗은 채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여성2 : 흐으. 존나 온다 씨발.
남성4 : 그래서 앞으로 어쩌게?
여성2 : 뭐 어쩌긴 뭘 어째. 좆된 거지. 남은 돈으로 조용히 지내다가 뭐, 인방이라도 할까?
남성4 : 벗방?
여성2 : (조소.) 이거 비싼 거야. 어디 가서 쉽게 안 보여줘.
남성4 : 미친년.
여성2 : [마약 관련 내용 검열함.]
여성2 : (허리를 들어올리며.) 어, 어어. 어. 어어
남성4 : 또 지랄이네. 약 좀 적당히 해. 그러다가 가겠다.
여성2 : 커, 커허 (입에서 개거품이 올라온다.)
남성4 : 야, 어 씨발 야 (담배를 떨어뜨린다.)
여성2 : 커, 커허 커 커, 커커- (개거품이 올라오다 토악질을 시작한다. 기도가 막힌다.)
남성4 : (어쩔 줄 몰라한다.) 이거 씨발 뭐, 뭐 어떻게 해야하는 거야. 인공호흡?
(남성4가 여성2의 구토 흔적을 바라본다. 미간을 찌푸린다.)
남성4 : 존나 더럽네 씨발.
(화면 전환. 여성2의 장례식 현장 사진이 화면 밖에서 날아온다.)
(자막 '네 번째 돌발 상황. 인기 아이돌, 화이트. 급성 약물 중독으로 즉사!)
(화면 전환. 초췌한 모습의 여성1이 TV를 보고 있다. 여성1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불을 전부 끄고 있다. 화면 속에서는 여성3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나레이션1 : 파국으로 치닫은 상황. 그 끝에 과연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과연 릴리의 선택은 무엇일까요.
(화면 전환. 여성3이 화면에 나타난다. 여성3이 단상에 올라가 초췌한 몰골로 서있다.)
여성3 : 예. 그렇습니다.
기자4 : 그럼 단순 심부름 같은 걸로만 괴롭힌 게 아니었네요? 약속 장소를 잘못 알려준다거나 혹은 고기쌈에 압정을 넣어 괴롭혔다는 사실을 인정하시는 겁니까?
여성3 : 전부 인정하겠습니다. 네, 저희는 그런식으로 하정이를 괴롭혀왔습니다. 하정이에게 한 모든 일들을 반성 중입니다. 저는 정말 쓰레기입니다.
기자3 : 세상에 씨발.
기자5 : (헛웃음.)
여성3 : 그렇지만 살해 협박 문자와 전화는 그만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울먹이며.) 어떻게 알아보시는 건진 모르겠지만. 후드를 얼마나 뒤집어쓰고 썬글라스를 얼마나 쓰든, 여러분들은 항상 저를 알아봐요. 알아보시는 모든 분들께서 욕설을 퍼붓거나 주먹으로 때리거나 아니면, 몽둥이로 후려치시기도 합니다. 저는 식칼을 들고 제게 달려오시는 분도 봤어요. 분명 저를 찌르시려던 거에요. 장담해요.
여성3 : (눈치를 보며.) 제, 제가 정말, 정말 쓰레기고 잘못한 건 맞지만, 근데 이건 뭔가 좀 이상하지 않아요? 차라리 감옥에 갈게요. 도대체 왜? 왜 다들 이상해지신 거에요? 이런말 하는 것조차 가증스러우시겠지만 한 번의 기회 정도는 줄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감옥에 가서 뉘우칠 기회 정도는 제가 큰 거 바라는 거 아니잖아요. 다 필요 없고 제가 진짜 그냥 죽길 바라시는 거에요?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시민1 : 죽여! 씨발 저 좆같은년 지금 당장 사지를 잘게 찢어 발라 죽여버려야해!
시민2 : 옳소!
시민3 : 옳소! 저 년을 산채로 태워 피부 껍질 한줄 한줄 벗겨 죽이도록 합시다!
(환호성.)
(자막, '다섯 번째 돌발 상황. 기이하게 변해버린 사람들의 도덕관념.')
여성3 : (뒷걸음질을 친다.) 가, 가까이 오지마! 난 경고했어.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 꺄악- (뒤로 넘어진다. 군중들이 달려든다. 비명.)
(화면 전환. 뉴스를 보고 있는 여성1이 다시 나타난다.)
(여성1의 겁에 질려있는 얼굴이 클로즈업 된다. 집에는 더는 먹을 것이 남아 있지 않아 여성1은 삐쩍 말라있다. 먹은 거라고는 물 뿐이다.)
(화면 전환. 건물 옥상에 사회자1과 사회자2가 키득거리고 있다. 알아볼 수 없는 시체 여러구가 그 뒤에 놓여있다.)
사회자1 : 자 이제 마지막 클라이막스만 남아 있습니다. 지금까지 다들 잘해주셨으니까 조금만 더 힘을 내봅시다. 이수지씨가 어떤 선택을 할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이은정씨는 어떨 것 같나요.
사회자2 : 음- 어, 마침 지금 인가봐요? 화면 돌려볼까요?
(화면 전환. 여성1의 집의 현관문이 화면에 잡힌다.)
(문을 세게 두들기는 소리. 여성1의 놀란 신음.)
시민4 : 이봐요 이수지씨. 있는 거 다 알고 있으니까 곱게 나와.
여성1 : (힘 없는 목소리로.) 왜 그러세요?
시민5 : 아가씨도 죄값 치뤄야지. 다들 다 죄값 치르러 지옥 갔는데 혼자 그러고 있으면 쓰나. 얼른 나와 (문 두들기는 소리.)
여성1 : 저는 하정이 괴롭히지는 않았는데.
시민5 : 어허 이 아가씨. 방관도 큰 죄인 거 몰라서 하는 말이야? 그나마 아가씨니까 우리가 이 정도로 넘어가주겠다는 거 아니야. 얼른 문 열어. 문.
여성1 : (잠시 고민하다가.) 이 정도가 어느 정도인-
(문 부서지는 소리. 문을 찢고 나온 시민들이 여성1을 들쳐 업는다. 업힌 여성1은 힘이 없어 저항도 하지 못한다. 계단 밖에는 수십의 군중들이 죽 늘어서 있다.)
(군중들이 차례로 올라가 옥상을 향한다. 옥상에 도착하여 여성1을 내려놓고 여성1을 난간을 향해 몰아세운다.)
시민4 : 자, 뛰어내리쇼.
여성1 : 네?
시민6 : 아 못들었어? 뛰어내리라고. 방관했으니까 함무라비 규율 정도로 퉁쳐주겠다는 거잖아.
여성1 : 그게 무슨 소리에요. 저는 그냥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왜요. 잘못을 했다지만 죽어야할 잘못까진 아닌 거잖아요.
시민7 :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
여성1 : (입을 열지 못 한다.)
시민7 : 좋아. 네가 생각하는 죄악이 그 정도라면, 너 스스로 용서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래 그냥 넘어가지 뭐. 이 모든 일이 끝나고도 평범하고 멀쩡하게?
(군중들 모두 침묵한다. 바람소리만 들린다. 여성1이 초췌한 표정으로 난간 아래를 내려다본다. 여성1은 난간 아래를 내려와 군중들을 바라본다.)
여성1 : (고개를 숙인다.) 정말, 죄송합니다. (흐느껴 운다.) 정말로, 정말 미안해 하정아. 정말. (한참을 흐느껴 운 뒤 고개를 들어올린다. 천천히 다시 난간 위로 선다.)
여성1 : (고개를 돌려 군중들을 바라보며 눈물을 닦고 웃는다.) 감사합니다.
시민8 : 풉
여성1 : (웃는 시민8을 향해 의아하다는 눈빛을 보낸다.)
시민9 : 푸흡.
(군중들이 하나둘씩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웃음. 큰웃음. 폭소. 거대한 폭소가 건물 하나를 넘어 도시 전체를 울려 퍼진다. 건물 아래에서 건물 위를 올려다보는 모두가 폭소를 터뜨린다. 그러다 일순 정적.)
(사회자1과 사회자2가 박수를 치며 여성1의 앞에 선다.)
사회자1 : 지금까지, [이해할 수 없음]의 몰래 카메라였습니다!
(큰 박수. 환호성. 여성1이 여전히 어리둥절해 한다.)
사회자1 : 아, 이수지씨. 역시 어린 친구라 그런가 감수성이 확실히 좋아요. 저희가 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렇게까지 몰입해주실 줄이야. 연기들이 좋기는 했어요 그렇죠?
사회자2 : 어우 시민 분들이랑 기자분들은 아주 살벌했잖아요? 다들 배우하셔도 되겠어.
(카메라를 든 군중들이 멋쩍게 웃는다.)
여성1 : (넋이 나간 표정으로.) 몰래, 카메라요?
사회자1 : (웃음.) 네 전부 다 저희가 기획하고 연출한 황당한 상황들이었습니다. 여러분들께서 이러한 상황에 어떻게 반응할지 시청자 여러분들은 정말 궁금해하시거든요. 이수지씨, 소감 한마디 어떻게 부탁드려도 될까요? (카메라를 가리킨다.)
여성1 : (카메라를 바라본다.) 아하하, 아하하하하. (광소를 터뜨린다. 얼굴을 부여잡는다. 웃는 얼굴 사이로 눈물이 흘러내린다. 머리를 쥐어 뜯으며 웃는다. 힘이 없어 헛기침을 몇 번 더 한다.)
(여성1은 아무 말 없이 이내 고개를 들고 일어나 난간을 향해 선다. 여성1이 건물 밖으로 뛰어내린다.)
(약 4초 후. 둔탁한 충격음.)
(사회자1이 고개를 들이밀고 건물 아래를 내려다본다. 여성1과 그 밑에 있던 시민 둘이 깔려 죽어있다.)
(사회자1이 군중을 보고 웃음을 참아보려 하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린다. 사회자1의 웃음에 사람들 모두 함께 웃음을 터뜨린다.)
(사회자2를 제외한 모두가 웃는다. 사회자2는 카메라를 보고 눈을 감는다. 감은 눈 사이로 작은 눈물 방울이 떨어진다.)
(영상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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