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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개미는 사람의 꿈을 꾸는가

고양이는왜오옭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06 14:29:50
조회 2181 추천 47 댓글 2
														

"실험 시작. 들어갔다, 집중해."

"예, 선배. 다행히 인지는 제대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 혹시 차원이 뭔지 생각해 본 적 있어?”

차원?”
그래, 차원. 영어로는 디멘션이라고 하는 그거 말이야.”

"오, 그래도 웬만큼은 알아듣는 것 같은데요?"

차원이라. 갑자기?

술자리 도중에 나온 친구의 뜬금없는 소리에, 남자는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내뱉었다.

군대에 들어갔다가 이제 막 전역을 한 친구.

몇 년 만에 얼굴을 보니 좋아서 술이나 한 잔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차원이 어쩌구 하는 이야기를 하다니.

본래 군대 전역한 직후면, 군대에서 있었던 부조리라던가. 재미있는 에피소드 같은 것을 이야기하는 게 보통 아니었던가?

그래도 술도 조금 들어갔겠다. 분위기를 깨고 싶지는 않았기에, 남자는 일단 친구의 장단을 맞춰주기로 했다.

"역시 술이 참 좋아. 기본적인 인지를 좀 낮춰주잖아. 그렇지?"

"우리도 끝나고 한 잔 하러 갈까요?"

차원이면 뭐 그런 거 아니냐? 1차원, 2차원 그런 거. 우리가 사는 곳이 아마 3차원이고.”

너 이런 생각 해본 적 없어? 차원은 상대적이라고.”
상대적? 뭔 소리야, 그게.”
사람마다, 상황마다 차원이 바뀐다는 거지. 절대적이지 않다는 거야.”
아니 아까부터 뭔 뜬구름잡는 소리야, 도대체. 술 많이 취했냐?”
설명해줄게. , 내가 설명해줄 수 있거든.”

"아, 맞다. 형님. 이번에 잠실 롯지에서 연락 왔어요. 잠깐 내려오라던데."

"우리 연구에 좀 관심을 가져 주는 건가? 드디어?"

군대에 가기 전에도 가끔씩 뜬금없는 이야기를 한다거나, 괴담이나 미스터리. 오컬트 같은 것들을 많이 좋아하던 친구였다.

그런데 군대를 전역해서도 하는 이야기가 똑같다니.

조금 짜증이 나려 하다가도, 역시나 내 친구는 달라진 게 없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은 장단을 맞춰주자고 남자는 생각했다.

"넌 이게 사람으로 보여, 아니면 개미로 보여?"

"우리한테는 개미죠. 쟤들 입장에서야 그냥 사람이겠지만."

“X축 가로, Y축 세로, Z축 넓이. 이렇게 3차원을 구성한다. 여기까지는 알고 있지?”
뭐 그렇지. 과학이랑 수학 시간에 배운거니까. , , , 입체로 구분하는 거.”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보자고. 봐봐.”

"오오, 슬슬 시작됐다."

친구가 술집 바닥에 깔려있던 카페트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꽤 비싼 카페트는 두꺼웠고, 고급스러운 재질의 올이 물결치며 이리저리 얽혀 있었다.

문득 남자는 손가락으로 카페트를 한 번 쓸어보았다.

걸리는 것 없이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그래도 이번 실험체는 순응도가 좋네."

이 카페트 안에 아주 작은 개미가 살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으응. 그래서?”
개미는 엄청나게 작아서, 이 카페트의 올 하나를 타고 올라가는데 거의 평생에 달하는 시간이 걸리는 거야. 그런데 우리한테 이 카페트의 면만 바라보자면 2차원이잖아. 그렇지?”
뭐 대충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개미한테는 아닌거지. ? 올이 이렇게 막 솟아 있으니까. 개미 입장에서는 세로축이 하나 더 추가된 셈이라고. 우리한테는 너무 작고 사소해서 가로축으로만 보이지만, 개미한테는 아닌 거야.”
으음…… 뭐 비슷한 소리를 어디서 들은 것 같기도 하고.”

"지금도 누군가는 우리를 보고 있겠죠?"

남자는 슬슬 지루함을 느꼈다.

머리 아픈 과학 어쩌구 하는 이야기를 구태여 내가 지금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대충 무슨 소리인지는 알겠다만. 그걸 알아서 뭐 어쩌라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재미 없으니까 다른 이야기를 하자고 해버렸다가는 분위기가 어색해질 테니까.

군대를 다녀와서 몇 년 만에 본 친구와의 만남을 불편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그래서 남자는 그냥 잠자코 이야기를 더 들어주기로 했다.

원래 사회생활이 다 이런거지- 하고 생각하면서.

"그렇지 뭐. 우리도 따지고 보면 다 개미야. 얘네한테도 그런것 처럼."

야야, 그래서 결론이 뭔데. 하고 싶은 이야기 말이야.”
결론이라 하면, 으음. 대상이 너무 작고 사소할 정도로 거리를 벌리거나 멀어지면, 차원은 상대적으로 변한다는 거지. 그리고 말 그대로 상대적인 차원은 사소해지는 거야. 우리 인간 입장에서의, 카페트에 살고 있는 자그마한 개미처럼.”

그래, 그래. 그거 참 겁나게 흥미로운 소리네. 술이나 한잔 더 할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러니까 우리 인간이 우주개발을 일부러 천천히 하고 있다는 거지.”

……?”

"선배님. 그래도 우리는 팔 두 개에, 다리 두 개, 머리 달린 사람 아닙니까. 무섭게 그러지 마세요. 진짜."

이쯤 되자 대화의 주제가 우주를 넘어 안드로메다로 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남자는 생각했다.

이쯤 되면, 얘는 군대가 아니라 무슨 음모론 단체. 일루미나티 같은 곳에라도 다녀온 것 아닐까 하고.

갑자기 여기서 뜬금없이 우주가 나온다니.

슬슬 그냥 다른 이야기나 하자며 화제를 돌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근데 너도 알잖냐. 그런거 하등 의미 없다. 난 아직도 밤하늘 볼 때마다 무서워."

아까 말했잖아. 엄청나게 멀리, 대상이 작게 보일 정도로 멀리 거리를 벌리면. 상대적이었던 차원은 벌어진다고. 그래, 우리는 4차원에서 3차원을 볼 수 있게 되는 거야.”
그래서 뭐 어쩌라고. 그게 우주랑 무슨 상관인데?”
생각해 봐. 우주 저 멀리, 아주 멀리로 나가서 우리 지구를 보는 거야. 그러면 지구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이 아주 사소하게 보이는 거지.”

"어쩌면 알지 못했을 때가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하고."

친구는 말했다.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중요한 일들.

예컨대 전쟁, 경제, 삶과 죽음, 정치…… 그런 것들이 정말로 단순하고 사소하게 관측된다고.

그래서 인류는 그것을 경계하여 일부러 우주 개발을 늦추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무엇인가가 단순하게 보인다는 건, 그것을 그만큼이나 아주 쉽고 간단하게 해결하고 조작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으니까.

"흐음."

마치 카페트 올 위에서 살아가는 아주 자그마한 개미는 평생을 움직여도 그 밖으로 나갈 수 없지만, 우리가 녀석을 핀셋으로 잡아 들어올려서 카페트 밖에 내려놓을 수 있는 것처럼.

그렇다면 개미는 카페트 밖의 세상을 어떻게 느낄까.

개미는 그것을 과연 어떻게 인지하고 받아들일까.

"그래도 알게 되었으니까. 이 개미들보다는 낫잖아. 그렇지?"

으음…… 그건. 잘 모르겠네. 생각해봐야 할 문제 같은데.”

"지루해하는 것 같은데요?"

이건 아주 조금이나마 흥미롭긴 했다.

과학적으로는 비약이 잔뜩 들어간 개소리 같긴 한데, 나름 철학적으로 따지면 일리가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자신이 이런 심오한 주제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는 지금의 상황에 피식 웃어버리며, 남자는 멍하니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냥 사는거죠."

개미, 차원, 상대적인 차원과 우주라……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친구가 문득 다시 입을 열어서 남자에게 물었다.

"어차피 다른 사람들한테는 다 음모론이잖아. 우리가 하는 실험을 말해주면, 뭐 믿기야 하겠냐?"

4차원이 뭘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해?”
흐음. 일단 3차원은 점, , 면이고. 4차원은 시간 아니야? 그게 시간이라는 걸 어디 과학 유튜브에서 본 것 같은데.”
그거 아니야. 시간이 아니라, 다른 거거든.”
시간이 아니라고? 그럼 뭔데?”
궁금해?”
솔직히 처음에는 그냥 개소리 같았는데. 지금은 조금 궁금하긴 하네. 뭔데? 알려줄 거야?”
. 알려줘야지, 이제는.”

"안 믿죠. 애초에 생각 자체를 잘 안 하니까."

자리에서 일어난 친구가 남자에게로 다가간다.

나름 인스타 명소였던 술집에는 다른 손님들도 꽤나 많았지만, 어느 순간 모두의 목소리가 조용해진다.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게 되었다. 고요하다를 넘어선, 무음의 순간.

그 깊고 깊은 정적을 깨고, 친구가 남자의 귓가에 무언가 한 음절로 이루어진 단어를 속삭였다.

"그런 거지. 원래 깨달음이라는게 다 그래. 불합리하면서도, 이상한 부분에서 합리적이란 말이야."

아하.”

이해했지?”
그랬던 거야?”
그랬던 거지.”
그런 거였구나.”
이해했구나.”
.”

"오, 슬슬 된 것 같은데요?"

식당에 있던 모든 손님들이 일제히 남자를 쳐다보았다.

주위의 풍경이 아스라이 변해가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술집이, 내 손에 쥐어진 술병과 그 술을 따라주었던 친구까지.

모든 것이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종국에 남은 것은 그저 어딜 둘러봐도 새까만 공허 뿐.

"앎의 순간이네. 관측해."

아주 깊은 우주의 암흑과도 같은 공간을 유영하면서.

남자는 문득 생각했다.

"예이, 예이."

나는 분명히 술집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지구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나서, 별 볼일 없이 평범한 인생을 살아가다가.

이제 막 군대를 전역했다던 친구를 만나서, 같이 술이나 한 잔 하면서 간만의 회포를 풀고 있었던 건데.

"슬슬이네. 채집하러 가자."

사실 그게 아니었구나.

, 그렇게 되었던 거였구나. 사실은 전부 다.

"핀셋 가져올게요."

친구가 했던 이야기를 기억한다.

"불쌍한 개미들 같으니라고. 으휴."

차원은 상대적이다.

아주 멀리 떨어져서 보면, 한 단계 낮은 차원의 모든 것들은 아주 사소하고도 단순하게 보인다.

마치 카페트 올 위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자그마한 한 마리 개미처럼.

4차원의 구성요소는 시간이 아니었다.

그래, 그랬던 거다.

이제 남자는 모든 것을 이해해버리고야 말았다.

"너도 나도 개미인 거지 뭐. 세상이 다 이래."

***


됐다, 이제.”

. 가져 오겠습니다.”


자그마한 실험실과도 같은 공간.

되었다는 사인이 떨어지자마자, 연구원 한 명이 자그마한 핀셋으로 개미 한 마리를 들어올렸다.

개미는 처음에는 여러 다리들을 마구 움직이며 저항하는 듯 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내 저항을 포기하고 조용해져 버렸다.

연구원은 개미를 조심조심 들어 올려서 자그마한 병에 담았다.


그러고는 연구실 한 켠에 있던 거대한 금고에 개미가 든 병을 넣어두었다.

만한 소형 자동차 만큼이나 큰 금고는 개미들이 든 병으로 가득 차 있었다.

최소한 수만 마리, 어쩌면 그 이상이지 않을까.

문득 궁금해져 물었다.


선배님. 그런데 병 속의 개미들, 저거 다 살아있는 거죠?”
그렇지? 아마도.”
쟤네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궁금하냐?”
조금은요.”
그럼 너도 개미 하던가.”
에이…… 말도 참.”


그러자 연구원이 씩 웃으면서 말했다.


우린 개미 아니고 사람이잖아요. 그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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