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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기암 대교 앞 게시판> 첫 번째 게시물

opzerb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11.01 22:51:14
조회 1835 추천 40 댓글 0
														
이 글을 읽고 있다는 건 섬의 괴이들로부터 어떻게든 빠져나왔다는 거겠지? 멀쩡하게 빠져나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모쪼록 건강하게 도착했으면 좋겠네.


음, 우선 여기까지 온 걸 축하해. 이 앞에 기암 대교를 건너면 그토록 바라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
하지만 마음 놓고 건너도 좋다는 건 절대 아니야. 섬에서 완전히 빠져나가기 전까지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니까. 
그래도 넌 운이 좋아. 여기 써놓은 대로만 하면 반드시 탈출할 수 있거든.
...못 믿겠다면 어쩔 수 없고. 그래도 별로 긴 내용도 아닌데 한 번 읽어보고 가.
기암 대교 위에서는 섬 안에 있을 때보다 지켜야 할 것도 적고, 비교적 금방 나갈 수 있을 테니 이 글을 지나치고 그냥 가도 좋아. 




1. 다리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섬 안의 모든 괴이들이 너를 뒤쫓아오게 될 거야. 다리 위에서 괴이들은 평소랑 다르게 느릿하게 움직이니까 부지런히 걷는다면 따라잡힐 일은 없겠지만, 절대 다리를 건너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점은 생각보다 큰 부담이 될 거야. 명심해, 절대 되돌아가면 안 돼.


2. 절대 멈추지 마.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비하려면, 나아갈 수 있을 때 착실히 나아가야 해. 시간은 뒤쫓아오는 녀석들의 편이라는 거, 절대 잊지 마.


3. 다리를 건너기 시작하면, 뒤에서 널 부르는 소리가 들릴 거야. 친구나 연인의 목소리를 하고 있을 수도 있고, 부모님이나 형제자매의 목소리를 할 수도 있어. 절대 반응하지 마. 직접 해치지는 못하니까 네 탈출을 어떻게든 늦춰보려는 거거든. 목소리를 듣고 되돌아가는 얼간이가 걸릴 수도 있잖아?


4. 귀에서 이명이 들린다면 다리를 반 정도 건넜다는 신호야. 이제부터는 발바닥을 땅에서 떼면 안 돼. 방향감각이 뒤죽박죽 섞여버려서 발을 땅에서 떼는 순간 그대로 그 자리에서 방향을 잃어버리거든. 발이 향하고 있는 방향을 보고 그대로 질질 끌면서 전진하도록 해. 이명은 금방 사라지지만, 방향감각은 다리를 완전히 건너기 전까지 돌아오지 않으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5. 방향감각이 사라지고도 잘 전진하고 있다면, 입에서 쓴맛이 나기 시작할 거야. 그 후 5분마다 하나씩 오감이 사라지기 시작할 텐데, 모든 오감을 잃어버리더라도 움직일 수 없는 건 아니니까 절대 절망하지 마. 멈추는 순간 진짜 끝이야.


6. 계속 전진하다 보면 사라졌던 순서대로 감각들이 돌아오게 될 거야. 방향감각은 돌아오지 않으니까 절대 격하게 움직이지 말고, 끝까지 침착하게 전진해. 만약 방향감각이 돌아왔다면, 음. 옆으로 뛰어내려서 수영이라도 시도해 보길 바라.


7. 충분히 천천히 전진하고 있는데도 숨이 차오른다면, 아주 잘하고 있는 거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원리는 잘 모르겠지만 다리의 끝에 가까워질수록 산소가 희박해지는 것 같아.


8. 점점 눈이 감겨온다면 저항하지 않고 눈을 감아도 좋아. 잠을 자도 좋다는 건 아니고, 어차피 저항할 수 없으니 그냥 받아들이고 전진하라는 거야. 여기서부턴 충고해 줄 말이 없어. 여기까지 나아간 너 자신을 믿고 계속 전진하라는 말 말고는.


9. 눈꺼풀이 가벼워지고, 숨쉬기가 편해지고, 방향감각이 돌아오는 현상이 동시에 발생한다면 안심해도 좋아. 넌 다리를 완전히 건너는 데 성공한 거야.


10. 이제 최대한 빨리 그곳에서 멀어지도록 해. 그리고 섬에서 머물렀던 시간만큼 금작도 근처는 얼씬도 하지 마. 한 번 금작도에 방문한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쉽게 돌아오게 되더라고. 내가 그랬거든. 너무 피곤해서 근처 찜질방에서 한숨 잤는데, 눈뜨니까 돌아와 있더라. 그래서 이 글을 남길 수 있었지.



여기까지, 내가 전하고 싶은 건 다 적었으니 꼭 살아서 돌아가길 바랄게. 난 오는 길에 어깨에 팔 대신 쟁기 달린 놈한테 다리를 빼앗겨버려서, 두 번은 못 나갈 것 같다. 이제 펜도 안나오네 시발 엄마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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