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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머리에 구멍을 조금만 뚫어도 될까요?

궁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3.20 22:51:07
조회 5749 추천 116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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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아프다.


요즘 들어 두통이 잦아졌다. 둥둥둥


회사 일이 많아지면서 야근이 계속됐고, 커피를 아무리 마셔도 해결되지 않는 피곤함을 달고 살았다.


나는 두통을 그냥 잠이 부족해서 그런가봐, 피곤해서 그렇겠지 라고 버릇처럼 중얼거리며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이 두통을 신경 안 쓸래야 안 쓸 수가 없었다.


눈을 감으면 머릿속이 둥둥 울렸다. 이마 한가운데에서 맥이 뛰는 것 같았다. 심장이 머리에 들어앉은 듯한 기분.


정말 내 몸에 이상이 있나 싶어 병원도 가봤지만, 병원은 나에게 단순한 긴장성 두통 진단을 내리고 고작 일주일치의 약만 손에 들려준 뒤 집에 보내버렸다.


일주일 내리 꼬박 약을 먹어도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카페인을 끊고, 금주도 해보았지만 상태는 점점 악화됐다.

이건 두통이 아니라 무언가가 뇌를 조이는 듯한.... 압박감에 가까웠다.


손가락으로 이마를 꾹꾹 눌러봤다.


딱딱했다.






그날 이후로도 두통은 계속됐다. 출근해서 컴퓨터를 켰지만, 화면이 흐릿하게 보였으며 그날 따라 키보드 소리가 거슬렸다.


동료들의 대화 소리도 유난히 크게 들렸고 사무실이 평소보다 조금 더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다들 평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나만 이상한 걸까?


다들, 평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동료들의 말소리는 커졌으며 컴퓨터는 깜빡거리기를 반복, 새벽마다 보는 영상 알고리즘에는 미친 영상들이 뜨기 시작했다.


한번은 호기심에 영상을 눌러봤는데, 이루말할 수 없이 끔찍했고, 영상때문인진 잘 모르겠지만 영상을 본 이후에 집에 모르는 사람이 들어와 있는 일이 빈번해졌다.


이젠 무섭다


내 일상이 망가졌다.


난 더 이상 이것들을 두통으로 인한 것이라 치부할 수가 없었다.








며칠 뒤 퇴근 후, 집에 와서 거울을 봤다.


눈 밑이 퀭했다. 얼굴빛도 창백한 것 같고..... 손가락으로 이마를 눌러보자 단단한 것이 느껴졌다.

단단하다니.... 난 그 즉시 병원으로 향해 약을 처방받았다. 


그날 밤, 약을 먹고 잠을 청하려는데, 갑자기 두통이 몰려왔다.


평소처럼 지끈거리는 느낌이 아닌, 머리가 안에서 부풀어 오르는 것 같았다. 부풀어 오르며 늘어나는 피부가 간지러웠다. 긁을수록 더 간지러웠다.


아 어쩌면, 간단한 해결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구멍을 뚫으면 된다.


얼마전 퇴근하고 본 유튜브 영상이 떠올랐다.


피부를 살짝 열면 압박이 덜할 것이다. 깊이 찌를 필요는 없다. 아주 살짝만.

아니야

바늘을 조심스럽게 이마에 가져갔다. 살짝만 눌러도 될 것이다. 깊이 찌르지 않고, 살짝만.

안돼

바늘 끝이 피부를 눌렀다. 따끔한 느낌과 함께 피 한 방울이 맺혔다. 예상했던 대로였다. 피부를 조금만 더 열면, 압박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그렇게만 하면-


머릿속이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통증도 사라진 것 같았다.

그만 하고싶다.

안된다. 안심하긴 이르다. 아직 끝이 아니다. 내일을 위해 구멍을 더 크게 뚫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바늘로는 부족하지 않을까?

아니다 아니다

피부가 찢어지는 감각이 전해졌다. 깊지는 않았다. 피가 흘러내렸지만 상처를 손끝으로 문지르자 금새 지혈이 됐다.


더 깊이 찔러야 할까?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일단 오늘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나는 바늘을 내려놓고 손으로 상처를 눌렀다. 두통이 사라졌다. 이상하리만큼 개운했다. 이렇게 간단한 걸 왜 진작 하지 않았을까?


두통이 사라지니 그제서야 잠이 쏟아졌고-.....


괜찮다. 내일 아침이면 더 나아질 것이다.









눈을 떴다. 방 안이 희미한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알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머리가 이상하게 무거웠다.


손을 이마로 가져갔다.


피가 말라붙어 있는 이마로

상처는 여전히 따뜻했다. 이상하게도, 두통이 완전히 사라졌다. 너무 조용했다. 머릿속이 텅 빈 것 같았다. 너무 행복하다.

이런 미친, 피라고?


나는 화장실로 달려가 거울로 상처를 확인했다.

내가 자는사이 무슨일이 벌어진걸까, 강도가 침입한걸까? 혹은 잠결에 무심코 너무 긁어서.....

그래 내가 긁었다 그러니 더는 의심하지 말자

아 맞다 긁어서

내가 긁었지 뚫었지 그렇지?

머리가 너무 간지러워서 긁었지

늘어나서 갈라진 피부가 너무 간지러워서 긁었었지

기억이 떠오르고 다시 거울을 보자 어제보다 창백한 모습이 보였지만, 괜찮다. 어제보다 머리는 가벼웠기 때문에


머릿속이 텅 비어 있어서 그런가. 더 가벼워져야 할지도 모른다. 조금 더.


아직 출근에 지장이 있을지도 모른다.

파내야겠다

파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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