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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괴담] 심리학 연구소에서 일할때 있었던 일들(장문)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75.114) 2025.03.30 23:23:27
조회 4914 추천 61 댓글 5
														

아주 예에전에 지인분이 계시는 심리학 연구실에서 알바한 적 있는데, 거기서 일할때 겪은 일 몇개 주변에 공유하니까 무슨 괴담같다고해서 여기다가도 적으려구


카테고리가 사례괴담쪽에 맞는 것 같아서 여기다가 적음!


아 그리고 내 얘기지만 솔직히 자극적인 얘기는 거의 없는데다가 글도 길어서


슴슴하게 읽고 싶은 사람만 읽어주길!


사실 알바라곤 해도 그냥 내가 하는 일은 총 세가지였음



[1.아침 일찍 나와서 서류 정리하기]


다른 대학원생들이 가장 놀란부분이 여기인데

왜 대학원생들이 안하고 니가함?? 이라는 반응이 많았음


근데 거기 대학원생들은 ㅈㄴ바빠서 잡일같은거 할시간 없다고 지인분이..이 지인분은 앞으로 박사라고 칭하겠음


서류 정리가 별건 없고, 그냥 파쇄해야하는 종이가 어떤 바구니에 담겨있는데, 그거 파쇄기에 넣고 돌리면 되는거임


그건 쉽고 간단한 일이라 별거 없었는데


가끔 서류가 아니라 뭔 사람 얼굴 사진이 잔뜩 인쇄된 종이가 있는 경우가 있었음


근데 얼굴 사진도 칼라가 아니라 흑백이고 해상도도 이상해서 약간 공포스러운 느낌이 나는 정도였음


어쨌든 그거 발견하고 박사님한테 이거 왜 이런거냐, 이것도 갈아야하냐, 라고 했는데


박사님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아 그건 인쇄 실수때문에 가끔 그래. 그거 발견하면 내 책상에 가져다줘" 라고 하더라고


아마 내담자(심리학 연구소에서 사례연구를 위해 상담을 진행하는 일이 있다고 함) 의 얼굴이 아닐까 싶긴 한데


흑백이라서 그런지 다른날에 그런 종이를 볼 때에도

좀 비슷하게 생겼던 걸로 기억함


근데 처음 몇번만 놀라고 나중에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음


나랑 닮은 것 같기도 하고


[2. 녹취록 정리]



보통 논문 작성을 할 때 상담을 진행한 내용을 글로 작성해야 할 필요가 생김


이건 방송쪽이나 다른 분야에서도 많이 하는 일인데 '녹취록정리 '라고 하더라고


암튼 저 위의 일은 그냥 잠깐 나와서 하는거고 주된 업무는 이거임


내가 타자도 빠르고 정확도도 높아서 이 일을 맡게 됐거든


암튼 이건 연구실에서 해도 되고 집에서 해도 되는 일이라

나는 아침에 서류만 빠르게 정리하고 집에서 녹취록을 정리하기도 했음.


일주일에 3개 정도 정리를 했고, 상담 내용을 타자로 쳐서 박사님한테 보내드리면 되는 일이었음..


그래도 나름 개인정보가 들어간 일이라 나한테 안 시킬줄 알았는데

원래 이렇다고,

또 보안서약서 쓰고 나만 조용히하면 끝이래.


솔직히 이게 돈도 꽤 줬거든


그래서 나는 보안서약서라는것도 난생 처음 작성하고

편안하게 일을 시작했어.


사실 심리학하면 떠오르는 정신질환 환자들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대부분은 우울증으로 인한 상담이 많았어


그럼에도 여기서 눈에 띄는 오싹했던거만 몇가지 소개해볼게


내가 상담자/내담자라는 표현을 쓸텐데

상담자-상담 진행하는 사람

내담자-상담 받는 사람

이라고 이해하면 됨!


<A>


녹취록은 보통 30분정도의 분량이어서 빠르게 작성하면 2시간이 채 안되게 걸렸어


근데 어느 날은 무려 75분짜리 음성이 온거야


이런 시발


어차피 돈은 똑같이 받으니까 나한텐 굉장히 손해였지

게다가 이거 길면 길수록 피로가 쌓여서 힘들단말임


어쨌든 작성을 하는데 20분까지 썼나, 


뭔가 방금 들었던 말 같은데, 그 말이 다시 들리는거임.


난 내가 잘못들었다고 생각하고 계속 타이핑을 했지.

근데 그 다음에도 다시 반복되는거야


대충 내용이


계속 꿈에 죽은 사람이 나온다고, 저번에 시킨대로 밤에 운동도 해보고 수면제도 먹어보고 했는데 계속 나온다고, 나를 죽이려고 한다고


이런 내용이었어.


종종 했던말 반복하는 내담자는 있단말이야

근데 그 대화는 좀 이상했던게


내담자만 말하고 상담자는 대꾸를 안 하는거야


그러니까 몇번을 저 말만 반복하고, 상담자쪽에서는 대답을 일절 안 하는거야.


아니, 자세히 들어보니까 대답이 없는게 아니라 노이즈가 낀듯이 치지직거리는 소리가 아주 작게 나더라고


저 말이 몇번이나 반복되었는지,

나는 무서워서 박사님한테 물어봤어. 파일 잘못온거 아니냐고


그랬더니 박사님이 잘못 간거 맞대

음성 오류가 있어서 반복되는 구간이 있다고, 다시 보내준다는거야


그래도 나는 20분까진 썼으니까 좀만 더 하면 되겠다는 마음이었는데


아예 다른 파일을 보낸거였대


하..내 시간 다 날린거지


내가 억울하다고 하니까 박사님도 미안한듯이 나중에 밥 한번 사주겠다고 하시더라.. 솔직히 이건 아직도 억울함


그래서 다른 파일을 받았지.


받았는데


방금 받은 파일과 똑같은 내담자였어.


주제도 불면증에 관한 주제였고 이야기 흐름도 비슷했는데

꿈에 죽은 사람이 나온다는 얘기는 쏙 빠져있던거야.


누가 도려낸듯이



<B> 


이번 얘기는 좀 단순한 얘기


흔히 '조현병'을 앓고 있던 환자의 사례연구였음


난 조현병 환자를 본 적이 없으니까 아예 몰랐었음


그래서 녹취록을 작성했는데


이번에는 별로 이상한게 없었음


아니, 아까꺼랑 비교하지 않아도 오히려 평소보다 더 평이했고


흔히 우울증 내담자 들이 하는 푸념, 감정의 요동같은것도 느껴지지 않았어


그냥 취미는 뭐냐, 좋아하는건 뭐냐, 학교생활은 괜찮냐 이런 내용이었지


그래서 이걸 작성해서 보냈는데, 박사님이 다시 한번 들어보래


다시 들어보니 이상한점을 알 수 있었어


보통 상담을 하면 상담자가 시작해서 내담자가 대답을 하는 형식이었거든? 


근데 이번에는 내담자가 시작을 해서 상담자가 대답을 하는거야


아. 내가 잘못 들었었구나


그 이후로 조현병이 얼마나 무서운건지 알게됐어



<C>


이번건 내가 일을 꽤 오래하고, 거기 상담을 진행하는 대학원생들의 목소리가 귀에 익었을 무렵이야


보통은 녹취록 음성을 박사님이 보내주셨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박사과정생이 대신 보내기 시작했어


박사님이 많이 바쁘신가보다~ 하고만 알고 있었는데


그 시즌에 박사님이 국가에서 뭐 자문위원한답시고 연구소를 비우던 때였대


그래서 그 시즌에도 나는 열심히 녹취록을 정리했지


계속 하고 있었단 말이야 분명


근데 어느순간 녹취록의 내담자와 상담자의 목소리가 너무 익숙한거야


처음에는 그냥 무시했지.

솔직히 녹음기 음질이 좋은 것도 아니라서 

성별만 빼면 목소리가 다 거기서 거기처럼 들렸거든.


그래서 나는 상담자들의 목소리를 외울 때 그 억양으로 외웠어


"~했습니다아" 하고 "다"뒤의 끝말을 길게 올리는 사람이 한명,

"그렁가여" 하고 "ㅇ"을 좀 강하게 쓰는 사람이 한명 


이런 식으로 억양을 외웠는데


언젠가부터 그 둘이 대화하는 것 처럼 들리는거야


처음엔 나도 그냥 그러려니 했지. 근데 그런 일이 한 다섯번쯤 반복되니까 무섭더라고


내담자의 신상을 계속 바꿔가면서, 역할을 바꿔가면서 둘이서 대화를 하고 있었어. 정확히 말하면 상담하는 척을 하고 있었던거야.


이건 단순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연구실에서는 자료를 위조하는거라 심각한 사안이었어.


그래도 아직까진 심증이라서 직접 당사자들에게 확인하기로 했어


그땐 어려서 겁이 좀 없었거든


그래서 대놓고 물어봤지. 


요즘 둘이서 상담하는 척 하고 자료 조작하냐고


그랬더니 그 중에 한명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어

"하하 농담도 참!"이라고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난 그때 확신할 수 있었어.


아무렇지 않은 듯한 연기를 하려는 그 표정을. 


그래서 바로 박사님한테 전화를 걸었지.


당신 연구실 대학원생들이 상담 자료를 조작한다고.


근데 박사님의 반응은 시큰둥했어


알겠다고, 내가 경고 하겠다고. 이게 끝이었지.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연구자라는 사람이 자료 조작에 이렇게 관대할 수가 있나?


아, 이 박사도 한패였구나. 원하는 결과를 쓰기 위해 본인이 시킨거구나.


난 그 일로 알바를 그만뒀어.


멀쩡한 사람 둘이서 정신병자 흉내를 내는 모양새가 오싹하면서 혐오스럽더라고.



[마치며]


나중에 그 지인분을 만날 일이 있어서 만났는데


그분도 껄끄러웠는지 알바때 있었던 일은 안 꺼내더라고


나도 솔직히 달가운 얘기는 아니라서 그냥 잠자코 있었지.


축하할 일이 있어서 만난거였거든.


그날이 드디어 지인분의 대학원 졸업날이었고


나는 일주일 전에 퇴원을 했지


그런 기쁜 날에 괜히 찜찜했던 과거 얘기나 꺼내는건 예의에 맞지 않겠다 싶었음.


암튼 자극적인 얘기는 아니지? 


몇개 빼먹은것도 있는 것 같은데 생각나면 나중에 또 적을게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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